멘토의 시대 - 강준만이 전하는 대한민국 멘토들의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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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적 성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멘토의 역할은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중요성이 다방면에 걸쳐 요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에게는 참된 가르침의 멘토가, 청소년에게는 어른으로의 올바른 성장을 이끌어줄 멘토가, 직장에서는 일과 사람에 대한 관계의 조화를 보여줄 멘토가, 혼란한 사회에서는 정의로움을 보여줄 멘토가, 신앙적 방황 속에서는 믿음의 진보를 향해 이끌어줄 멘토가 필요하겠지요.
정신적 지주가 막연한 동경 속에서 그저 우러러보는 대상에 그치는 반면, 멘토는 삶 속에서의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은 물론이거니와 한 사회의 시대적 가치에 대한 판단의 기준까지 폭넓은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라 생각됩니다.

이 시대,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있는 멘토링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있는 멘토들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냉철하고도 정교한 인물 비평으로 널리 알려진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이 시대 대표적인 멘토 12명을 각 유형별로 정리해 들려주는 <멘토의 시대>가 바로 그 책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책을 사면 제일 먼저 목차를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써놓고도 제목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몰라 뜸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남들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제목을 붙이는지가 제게는 늘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서두가 길어졌습니다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제 첫 눈길을 알싸하게 잡아끈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깔끔한 표현력이 빛을 발한 목차랄까요?

목차만 봐도 빨리 읽고싶은 생각이 급상승하니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느 것을 먼저 먹을까,행복한 고민을 하듯 어떤 글을 먼저 읽을까 짜릿한 고민을 하게 되는 구성입니다.

저자가 엄선한 열두 명의 멘토 목차는 이렇습니다.

 

1. 오래된 체제와 새로운 미래 가치의 충돌 - 비전,선망형 멘토 안철수

2.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 인격, 품위형 멘토 문재인

3. 그가 가면 길이 된다 - 순교자형 멘토 박원순

4. 명랑 사회 구현의 선구자 - 교주형 멘토 김어준

5. 100만 송이 국민의 명령을 위하여 - 선지자형 멘토 문성근

6. 시골의사의 자기 혁명 - 멀티, 관리자형 멘토 박경철

7.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다 - 상향 위로형 멘토 김제동

8. 한국의 국토를 넓힌 광개토대왕 - 자유, 개척형 멘토 한비야

9. 열망에는 아픔이 따른다 - 경청, 실무형 멘토 김난도

10.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투쟁 - 열정형 멘토 공지영

11. 청춘불패와 절대강자를 위하여 - 자유, 도인형 멘토 이외수

12. 재미와 휴머니티의 결합을 위하여 - 재미계몽형 멘토 김영희

 

자, 어떻습니까? 책의 전체적 실루엣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멋진 목록이지요?

인물의 활동 분야와 개인적 특성, 대중의 평가, 시대적 흐름을 짧은 제목 안에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에 우선 감탄사가 튀어나오는군요. 캬~~! 멋지다.

구미가 확 당기는 가운데 저는 좌파도 우파도 기분파도 아닌 김제동 편을 먼저 보았습니다.

(이렇게 병렬적으로 나열된 책편집의 경우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을 펼쳐 읽는 것도 저만의 독서법이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보아온, 아니 그보다는 트위터나 신문지상에서 보아온 그의 이미지가 외모 개그 수준을 넘어 한 사회에 대한 한 시민으로서의 정직하고도 용기있는 입담 개그로 발전하기까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가 어려운 과거를 잊지 않는 진지한 삶의 자세, 유명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낮출줄 아는 겸손, 타인의 감정을 초능력 수준으로 읽어내는 능력, 독서광으로 다져진 기억력 등을 지니고 있음을 밑바탕으로 들어 멘토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부족하거나 어린 사람들에게 하향 위로형으로 이루어지는 스타일이라는 점과 달리 상대를 올려다보며 위로를 보내는 상향 위로형 멘토라 칭합니다.

키가 작은 편이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청과 상대편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겸손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발언으로 좌파니 뭐니 김제동을 둘러싼 비판의 말도 많습니다만, 저자의 제안처럼 우리 사회가 김제동이라는 탁월한 재능을 오랫동안 향유하려면 정치적 당파성이 없는 자리에만 그를 불렀으면 합니다.

 

 

이 시대 많은 젊은이들의 롤모델이자 차기 대통령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는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 가장 창조적인 한국인,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싶은 지식인, 신뢰 받는 리더 등 전 사회적으로 멘토가 된 인물입니다.

소통과 공생, 분배와 양심, 정의와 공정, 뚝심과 책임윤리를 확성기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며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 선망형 멘토이지요.

멘토의 역할 중 하나가 좌절하거나 좌절할 위험에 노출된 멘티에게 위로를 주는(p.24) 일이라면 정치적 당파 싸움에 신물이 난 오늘의 시점에서 그가 대선에 출마하든 하지 않든 기성정치와 다른 인물 유형의 등장이라는 점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이미 큰 위로가 돼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각 멘토의 유형을 저자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철처히 분석해 명쾌한 화법으로 들려줍니다.

각 장마다 인용한 여러 구절들은 저자가 무척이나 꼼꼼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세밀하게 분류해 주관적 평가에 객관적 자료를 들어 냉철하게 글을 써내려갔음을 입증시켜 주기도 합니다.

소개된 열두 명의 인물이 개인적 차원으로서 보다는 사회적 차원으로서의 멘토 유형이므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대중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멘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를 동시에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책입니다.

더불어 내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멘토링을 해주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 어떤 준비,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게끔 이끄는 책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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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6-2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