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스타가 되다 미니 미니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1.

 

'꿈의 획일화'라고 규정하기엔 억지스런 면도 있습니다만, 요즘의 십대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 사항'으로 압도적인 지지와 동경을 받고 있는 대상은 단연 인기 많은 유명 연예인이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문화의 중심 기둥으로 아이돌 스타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만큼 십대들이 닮고 싶은, 하고 싶은, 되고 싶은 분야의 일인자는 여전히 그들에게 우상이 되고 있는 '스타'들이겠지요.

 

유명 연예인이 되어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예술적 끼를 발산하는 것이 무에 나쁘겠습니까마는, 염려되는 것은 자신만의 독창적이고도 개성적인 능력을 신중하게 탐색하는 기회도 없이 동경과 희망을 그대로 '꿈'으로 뭉쳐가는 획일적 모습 속에서 정작 '남의 꿈'이 '나의 꿈'으로 탈바꿈되어 버리는 점입니다. 과거 전통사회보다 사회 각계 각층의 모습이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장래희망만큼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기회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남과의 비교 속에서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덮고자 공동의 꿈에 자신을 맞춰가거나 화려한 표면만 보고 고달픈 이면은 보지 못하는 평면적 사고로 인해 막연히 스타를 꿈꾸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비교 속 '타인'의 재주가 아닌, 성찰을 통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남과 다른 나만의 특성과 재주는 무엇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남과의 비교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속에서 서서히 자신만의 꿈의 색채를 선명하게 색칠해 나가는 것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양한 일에 분포되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나가는 가운데 조화와 균형이라는 아름다운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겠지요.

 

2.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미니, 스타가 되다> 속 미니 역시 처음에는 남과의 비교 속에서 내세울 것 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풀이 죽어 엉뚱한 방법으로 자신을 돋보이고자 노력합니다. 노래를 굉장히 잘 하는 막시,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리는 크산디, 근사하게 춤을 추는 가비, 수영에서 메달을 두 개씩이나 딴 미키와 베르티, 피아노를 무척이나 잘 치는 다니를 보며 뭐든지 조금씩 할 수 있는 미니는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능력에 소심해집니다. 자신도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이 있어 다른 아이들이 감탄해주기를 바라는 상상을 하면서도 그 꿈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잖아.(p.21)'라는 미니의 독백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근원적인 불평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숫자 암기에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미니는 며칠 동안 숫자를 외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고자 아무 때나 숫자를 적용한 계산 능력을 과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미니의 피나는 노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오히려 코웃음으로 끝나고 맙니다. 미니가 새로운 꿈으로 연극배우를 상상하며 보내던 중 절묘하게도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게 됩니다. 모두가 주연 배우를 꿈꾸듯 미니 역시 대사가 제일 많은 토끼 역할을 탐내지만 미니는 아쉽게도 아주 간단한 대사를 말하는 벌레 역할을 맡게 됩니다. 헌데 공연이 열리는 날, 주인공 막시가 엄지손가락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끝나버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미니의 진정한 재능은 이때 통쾌하게 발휘됩니다. 숫자를 잘 외우는 것만큼 대사 암기에도 능한 미니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주인공의 대사까지 완벽하게 외워버렸으니까요. 위기의 상황을 미니 덕에 넘긴 친구들과 선생님은 미니에게 모두 감탄하며 "미니 최고!"를 외칩니다. 미니가 진짜 스타가 되어버린 셈이죠.

 

3.

 

누구나 한 번쯤은 주목받는 인생이기를 원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라 수많은 객석의 갈채를 받기를 기대합니다. 남이 가진 재능을 동경해 부러움만으로 모방에만 그치거나 남과의 비교 속에 주눅들어 아예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니가 보여준 깜찍한 도전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쯤은 남보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재능을 알아볼 밝은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닐까요? 건강하고 유쾌한 미니의 생활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교육은 무엇에서부터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알려주는 책, 작가의 <미니 시리즈>가 계속해서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미니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요? 어떤 기발함과 엉뚱함으로 독자를 매료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도 미니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가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모두가 스타요, 주목받는 주연배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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