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크리스마스 미니 미니 4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들녀석이 초등학교1학년 때 내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은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시계 반지였다. 검지 손가락에 끼울 만큼 넉넉한 사이즈에 큐빅 대신 소형 시계가 달린 것으로 학교 문방구에서 파는 일종의 초등학교 여학생을 위한 소품이었던 것이다. 평소 시계 볼 일이 많아 시간 체크를 해야만 하는 내 일의 특성을 고려해 아들녀석이 고심 끝에 선택한 시계 반지였건만, 정작 그 반지를 끼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만큼 몹시 우스꽝스럽고 부자연스런 조화로밖에 안 보였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해 문구점 안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만져보며 어떤 것이 좋을지 고심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내 입에서는 과장적인 탄성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특별한 선물은 여전히 내 보석함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미니 시리즈 4편 『 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발생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것을 선호하는 어른들의 기대 심리와 달리 아이들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미지나 개성을 잡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듯 가끔씩 포장을 뜯어보면 예상치 못한 선물에 깜짝 놀랄 경우가 있다. 어려서는 엄마가 준비한 선물에 포장 글씨만 본인이 써서 전달식을 거쳤을 법한 선물의식이 점차 성장해가면서는 오로지 자신만의 이벤트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도 아이 키우는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인공인 미니 또한 한때는 할머니의 경제적 지원과 참견으로 그저 할머니가 일러준 '실용적인' 물건 고르는 일에만 참여해 선물을 마련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좀 아는 친구로 미니가 신뢰하는 막시의 조언을 받아 진정한 선물은 자신의 용돈을 모아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춘 선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아무 쓰잘 데 없는 것'을 사기 위해 즐거운 실행을 한다. 마치 수학여행에서 아이들이 사오는 '아무 쓰잘 데 없는 것(실용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기준에서)'을 아이들은 흥미롭게 고르고 선택하는 것처럼 미니는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만의 행동 특성과 취미, 습관 등을 고려해 따뜻한 속바지나 양말, 냄비 대신 재떨이(아빠), 머리핀(엄마), 말채찍(오빠)을 준비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용돈을 모은다는 것은 어른으로서도 참 견녀내기 어려운 일인데 고작 일곱 살인 미니가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오로지 진정한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비밀스런 기쁨을 간직한 채 생활한다는 것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숏커트로 머리스타일을 바꾼 엄마, 너무 크고 위험해 다시는 말을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빠,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아빠 등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생겨 애써 준비한 선물이 무용지물이 돼버려 속상한 미니는 잠시 슬픔에 젖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씩씩하고 긍정정인 마인드 전환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선물을 준비한다. 물론 절친한 친구 막시와 막강한 지원자인 막시의 언니 도를리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돈을 다 써 버려 새로운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미니는 생활 속 재활용을 통해 아빠에게는 서류철을, 엄마에게는 스카프를, 오빠에게는 열쇠고리를 직접 만들어 준다.

 

치 오 헨리의 단편 소설 <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서로에게 더 이상 필요없게 된 물건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마음만큼은 영원히 가슴 속에 살아있듯 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 과정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 속에서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서서히 작은 실천으로 옮겨가는 미니의 성장과 좌충우돌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 미니의 마음을 헤아려 작은 선물도 큰 기쁨으로 선물을 나누는 가족 간 이해의 소통을 통해 한 아이의 성장기에서 누구나가 겪을 법한 일상의 잔잔함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잃어버린 쇼핑백을 대가없이 돌려준 한 남자의 방문은 미니로 하여금 더 이상 상상 속에 빨간 옷을 입고 찾아오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산타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색다른 경험까지 맛보게 하니 일곱 살 미니의 크리스마스는 진정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듯 싶다.

이들의 일상 생활 속 사소한 장면까지도 예리하게 포착해 유쾌하게 표현해내는 저자의 재능은 인물의 특징을 복잡한 배경 없이 간결한 표정에 담아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연상시키도록 도와주는 딸의 그림과 만나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낸다. 독일의 유명한 아동작가로 안데르센 상을 비롯해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경력이 그저 부풀린 인지도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책을 읽다보면 곧 공감하게 될 것이다. 미니를 한 번이라도 만나 본 독자라면 서점 어딘가에 꽂혀있을 성장한 미니의 모습을 만날 때마다 "안녕, 미니! 다시 만나 반가워~!" 가볍게 마음 속 인사를 나누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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