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천하대본 - 공자에게 자식교육을 한수 배우다
채성남 지음 / 행복에너지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수이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느림의 미학'이 우리 사회를 서서히 물들여가고 있음을 생활 곳곳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패스트 푸드(fast food)'에서 벗어난 '슬로우 푸드(slow food)'의 먹거리부터, 눈도장만 찍고 다녀 왔노라 말하는 '관광'에서 조용히 쉬다 오는 '휴양'의 여행문화 변화처럼 '빨리빨리'에 지친 이들이 '천천히'를 누리는 풍경이 늘고 있습니다.

헌데 유독 교육에 관한 부분만큼은 '느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풍조인가 봅니다.

사교육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예습'이라는 것이 모범적 학습의 대표적 유형처럼 여겨졌지만, 평균 2~3개 학원이 필수 코스처럼 이루어지는 요즘에는 예습을 넘어선 '선행 학습'이 모두에게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한 예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예습이라 칭하던 것과는 달리 선행학습은 단원과 학년을 뛰어넘는 앞선 교육으로 자녀들의 능력과 상관없이 '누구도 하더라'는 비교선상에서 진행되는 가혹한 학습법입니다.

 

이것저것을 배우기보다 여기저기 돌린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조급하게 진행되는 이 시대의 교육이 과연 '백년대계'라 칭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시대에 반가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책과 멀어져 문제집에 둘러싸인 아이들에게, 자연과 멀어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에게, 사람과 멀어져 가상의 대상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공자의 '논어'에서 출발한 자식 교육법은 다시 원점으로, 다시 기본으로, 다시 상식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으로 들립니다.

 

채성남의 <자식농사 천하대본>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농사를 천하대본으로 여겼던 조상들의 사고관을 오늘날의 자식교육에 접목시켜 화학비료 대신 유기농법으로 싱싱하게 키우는 법을 소개해줍니다.

오늘날의 조급한 사교육 의존도가 당장에는 눈에 띄는 성장을 촉진시키지만 결국에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화학비료로 작용한다면, 더는 과하게 쓰지 말아야하는 '독'임을 경계하며, 자녀와의 유연한 관계 속에서 자녀의 자존감과 긍지, 성숙한 인격까지 함께 자라게 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유기농법을 4장에 걸쳐 일러줍니다.

 

개인적으로 깊이있게 공감한 부분은 1장 '자식농사를 위한 열 두 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항목들입니다.

1.자식은 왜 낳으셨나요.

2.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3. 성공은 또 뭔가요.

4. 대인관계를 잘 하는 아이로 키우시나요.

5. 인(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6. 공부를 좋아하게끔 키우시나요.

7. 아이를 질리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8. 고비용 저효율 아닌가요.

9. 창의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10. 오늘날의 세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1. 모든 게 독서하지 않은 까닭 아닐까요.

12. 공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독서가 아닐까요.

부모가 먼저 자녀 교육의 방향과 목적을 점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지침서도 흉내내기에 급급한 일회용에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처럼 위 항목들을 하나씩 되새기다보면 부모된 자의 마음가짐을 먼저 살핀 후에 자녀교육의 중심점이 구체적으로 보여지겠지요?

 

2장에서 일러주고 있는 독서법 중 눈여겨 볼 만한 구절에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지 않으면 견식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p107)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 참된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극히 평범하지만 진리이기도 한 말씀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위안으로 삼을 일이 아니라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명답이라고나 볼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을 '효도하는 아이, 정의로운 아이, 극기하는 아이, 경청하는 아이, 믿음직한 아이'로 세분화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바르게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양육법에 대해 힌트를 줍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사람의 본성이 자연에서 나왔듯 음악과 시, 동요와 여행, 자연을 가까이 하는 아이야말로 유쾌하고 즐거운 아이로 자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식농사 유기농법은 극히 평범한데다가 단순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농사법이라는 것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 아닌, 오랜 세월의 경험과 지혜를 담아 전해내려오는 비법의 계승이듯 자식 교육 또한 유행처럼 달라지기보다 변치않는 핵심을 간직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유기농이라는 것이 눈에 띄는 억지 성장이 아닌 드러나지 않게 자라는 자연 성장을 돕는 방식이듯 자녀 교육 또한 같은 원리에서 출발해 '책을 좋아하는 아이, 사람을 사랑하는 아이, 자연을 즐기는 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선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법임을 공자의 말씀에 기초를 두고 있음은 이것이야말로 모든 세대, 모든 부모가 기본으로 간직해야 할 핵심이기 때문이겠지요?

 

끝으로 이 책은 자식 농사에 유기농을 강조하면서도 간혹 비료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반문하게끔 만드는 책입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책을 가까이 하며 자란 아이는 결코 비뚤어질 수 없다, 라는 양육관이 제 교육 철학과 딱 맞아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간사함에 주변을 힐끗 둘러보다보며 은근 조바심을 낼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초심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허벅지를 꼬집어줄 수 있는 지침서가 돼줄 것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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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6-2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