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는 엄마 기다리는 엄마 - 올바르고 참된 엄마가 되기 위한 엄마 공부법
홍미경.김태광 지음 / 베이직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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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고나서 아들 녀석에게 엄마가 은연 중에 자주 비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대답이 뜻밖이다.

"글씨요, 점수 갖고는 뭐라고 안 그러는데 글씨 보고는 매번 나이 어린 누구누구보다 엉망이라고 하시잖아요."

"그래?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맞춤법? 5학년인데 아직까지 ㅐ랑 ㅔ를 헷갈려하냐고, **도 아는 거라고..."

"그랬구나. 또? 생각나는 거 또 없니?"

"음... 글쎄?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거? 그것 말고는 더 생각나는 게 없는데요. "

"좀만 더 생각해봐. 엄마가 뭐 좀 참고하려고 해."

"그러고보니 엄마는 남들이랑 별로 비교 안 하는 것 같은데?"

 

씨와 맞춤법이 의외의 대답이긴 하지만, 듣고보니 평소의 그런 내 모습이 떠올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사실 취학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들 녀석은 나름대로의 정서적 여유와 양육 철학 속에 유쾌하고 힘이 나는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했던 사이였다. 아들 녀석이 학교라는 커다란 사회에 발을 담그게 된 시점부터 노골적으로 티나지는 않지만 은밀한 비교를 수시로 해온 내게 아들녀석의 평가는 후한 점수요, 과분한 평가이기도 하건만,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 그래왔던 것에 대해 일정 부분을 들킨 것 같은 겸연쩍음에

"적당한 비교는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온대. 부족한 점은 채워가면서 어른이 되는 거 아니겠니?"라고 되물었지만, 내가 듣기에도 그닥 설득력은 없어보이는 말핑계일 뿐이다. 비록 겉으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해도 은연 중에 흘러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혹 내 아이가 또래에 비해 평균 아래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율방목형 양육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느긋한 부모 만나 내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잣대로 아이를 저울질하며 근수를 달아보던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이이었으니까.

 

론은 쉽고 현실은 힘겹기만 한 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자녀교육만큼 대한민국 엄마들을 무겁게, 그리고 무섭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 이다. 출판계에 각종 '내아이 ~법'이라는 제목류가 난무하는 가운데 양육과 교육의 가장 기초가 될 만한 행동지침서로 『 비교하는 엄마 기다리는 엄마』라는 책이 나온 것은 그런 점에서 참 반가운 일이다. '일등 만드는 법'보다는 '꼴지여도 행복해지는 법'이 더 바람직한 양육이요, 더 가치있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현직 유치원 원장(홍미경)과 자녀교육 전문가(김태광)의 공저로 이뤄진 이 책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최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것으로 '내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 이라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다보면 내 아이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마련이며, 단점이 부각될수록 엄마들의 조급증은 아이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져 결국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옆집 아이는 이러한데 내 아이는 왜?'라는 아쉬운 질문 속에는 비교당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의 눈물과 한숨도 깊어진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의 기준에 맞춰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모든 잠재력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p.29)

기 다른 재능과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한 가지 길을 보여주고 그대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각자의 개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주입시키는 기계화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금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앞서가는 것도 아니요, 지금 늦는다고 해서 영원히 뒤처지라는 법도 없다. 어떤 분야에서는 앞서고 어떤 분야에서는 늦는 것이 각자가 타고난 재능대로 발휘될 뿐이니 조급한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인정하고 지켜봐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저자는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미국의 건축가 버크민스터 플러가 말한 "모든 아이들은 천재로 태어난다. 만 명 가운데 9,999명의 아이들은 부주의한 어른들에 의해 순식간에 천재성을 박탈당한다."(p.40)라는 말은 하나의 잣대로 아이들을 등급화하여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경고성 멘트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영재 교육이 오히려 영재를 망친다,라는 일부의 시각이 꼭 지나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틀려도 좋으니 세상을 뒤집어 보고 거꾸로도 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법을 배우자. 정답이라고 남을 따라하다가 중간에 머물기보다는 남이 안 가는 길을 찾아 그곳에서 보물을 발견해 보자. 산삼은 대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p.268)라는 멋진 양육 철학을 지니고 있다면, 내 아이가 비록 영재가 아니라도 개성있는 아이로 제 길을 행복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자가 돼주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맞는 일을 찾아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결정해주는 것이 아닌 선택하도록 지켜봐주는 것. 그리고 격려해주는 것이야말로 부모 역할의 최상이자 최선이 아닐까 싶다.

 

[비교하는 엄마들의 3가지 특징(p.147)]

첫째, 아이가 자신의 기대 수준에 못 미쳤을 때 다른 아이보다 뒤쳐진다는 시각을 가진다.

둘째, 아이는 저마다 장점과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의 장점보다 단점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아이는 엄마의 욕심대로 자라지 않는다 는 것을 간과한다.

[비교가 아이를 망치는 3가지 이유(p.148-149)

첫째, 비교는 아이의 정서에 해를 끼치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한다.

둘째, 비교는 아이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셋째, 비교해서 칭찬 받으면 상대방을 얕보게 된다.

에서 지적하고 있듯 비교하는 엄마들의 공통적 특성은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점이다. 낮은 자존감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은근히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에 불편할지 몰라도 냉정하게 수긍할 수밖에 없는 유관성 있는 행위로 보여진다. 또한

비교의 유형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중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비교에서 오는 내 아이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비교를 통한 칭찬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엄마가 되보려는 노력이 자칫 내아이를 망치는 어리석음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마음에 새겨 내아이를 존중하듯 다른 아이들의 인격도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를 키우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인내력을 요구하는 고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부모

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때 양육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힘든 고행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의 즐거움을 찾아 각종 자녀교육 서적을 찾아보고 정보를 교환하며 모임을 주선하는 등 엄마들의 자녀 사랑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투쟁기에 가깝다. 좋은 엄마가 되고픈 열망이 자칫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이어져 비교를 통한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아닌,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보자. 긍정적 비교가 필요하다면 옆집 아이와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내아이와의 비교를 통해 늦어도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으로서의 비교를 통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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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11-0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