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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의 모든 것 (독서 워크북 & 독서 흥미 태도 검사지 별책 구성) - 초등 독서 전도사 심영면 교장 선생님이 알려주는
심영면 지음 / 꿈결 / 2012년 7월
평점 :
초등 5학년인 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권씩 교실에 비치해둔 윤독도서(돌려가며 읽는 책)를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독서능력에 따라 선정해준 후 독후감을 써오도록 하는 숙제가 있다.
방학 전에 마지막으로 아들이 받아 온 책은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책으로, 직업과 노동에 대해 각 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쓴 책이었다.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기 이전에 자신의 적성을 찾아보는 과정의 중요성과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조, 노동문제의 원인과 해결 등을 사회현상과 관련법규로 풀어낸 책이었는데,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중.고등학생에게나 적합한 권장 도서 쯤으로 보였다.
예상대로 아들 녀석은 읽는 내내 "어려워~! 뭐라고 하는 거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초반부를 읽다가는 흥미를 잃었는지 덮어버리고야 말았다.
흥미 감소를 우려해 평소에 책 읽기를 억지로 시키지 않는 편이지만 대충 훑어봐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게임 방식으로 한 파트를 정해 함께 읽었다.
우리 모자(母子)는 글자 하나를 정해(가령 '다'라는 글자를 정하면 '다'라는 글자가 나오는 부분까지 읽되, 더 읽게 되면 상대방에게 딱밤을 맞는다^^;) 게임을 하듯 서로 주고 받으며 책을 읽는 편인데 아들 녀석은 이 방식을 무척이나 재미있어해 어떤 날은 퇴근해 들어오는 내게 신발도 벗기 전에 "엄마, 오늘도 책 읽을 거지?"라며 먼저 성화를 부린다.
녀석의 독서능력에 비해 책 내용이 어려워 애초에 10여분만 읽으려던 것이 어느 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우리 모자가 손꼽아 기다리던 드라마 <각시탈>을 후반부밖에 보지 못한 참담한 상황이 빚어졌음에도 아들은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오히려 "엄마랑 이렇게 읽으니까 너무 재밌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중간 중간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읽기를 멈추고 보충 설명을 해주었는데 조금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날 독후활동지에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 중 첫 부분이 인상적인데 이유는 노동자의 삶이 잘 나타나있기 때문>이라고 써놓았다.
『하루 10분, 책 읽어주기의 힘』이라는 책 제목처럼 혼자서 충분히 책을 읽을 줄 아는 나이에도 함께 읽어주기의 힘은 독서를 통한 정보 습득과 처리 능력을 떠나 정서적 공유라는 친밀감 속에 책에 대한 흥미도를 높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초등 독서 전도사 심영면 교장 선생님이 쓴 『초등 독서의 모든 것』역시 책 읽어주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를 다년간의 현장 체험 속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훌륭한 독서 지침서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별히 '초등학생'을 주된 대상자로 삼고 있는데, 이는 독서 시간이 그나마 확보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서에 대한 흥미가 평생의 습관으로 형성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가지나물과 청국장을 먹어본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 젓가락을 하는 경우보다 아무래도 거부감이 덜하지 않겠는가?
의무감에서 비롯된 의식적 행동이 아닌, 익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밥상 철학처럼 독서 또한 마찬가지임을 저자가 들려주는 '프롤로그'와 책 읽어주기에 참여한 '부모, 교사, 아이들의 추천 평'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근무했던 학교마다 단지 슬로건으로 내거는 평가식 독서교육이 아닌, 교사-학부모-지역인사-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형 독서습관 프로그램 <얘들아, 함께 읽자>를 통해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물로 탄생된 책인 만큼 독서의 중요성을 논하는 구태의연함이나 추상적, 이론적인 제시에서 벗어나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한, 독서활동 보고서에 가까운 책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학부모로서 평소 아쉽게 느껴지던 바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바라는 바가 많아서였을까?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교장선생님으로서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구태의연한 학교독서교육의 문제점을 짚어준 대목이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독서와 관련된 활동은 주로 독후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보다 독후감을 써야하는 압박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형편이며, 정규 교과 시간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운영 계획도 들어있지 않은 실정이다.(p.103-104)
저자가 짚어주듯 모든 학교에서 독서 인증제, 독서 기록장, 독서퀴즈대회, 독서 골든벨, 독서통장 등 독후활동에만 머물고 있어(p.104) 독서 전 활동으로 책 읽기에 대한 흥미와 가치, 즐거움 등을 누리고 나눌 기회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독서교육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학교마다 다채롭고 풍요로워져 다양성을 교류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좀더 생산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이런 면에서 학교선생님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래, 조바심을 버리고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자"라는 자기 결심이 강하게 들게 만드는 주술성에 있다.
저자가 각 장마다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함께 읽기의 주술에 걸려 독자 또한 <얘들아, 함께 읽자> 프로그램에 공간을 초월한 동참자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인식을 넘어 행동으로 유도해내는 저자의 조용한 설득력이 깊이있게 다가온다.
별책으로 붙어있는 '독서흥미태도 진단 평가지'와 '엄마와 함께 하는 독서 워크북30'도 아이의 현 독서능력을 점검한 후 읽은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데 아주 유용하리라 본다.
저자의 표현대로 먼 길 가는 사람이 막연히 길을 가는 것보다는 '방향'과 '방법'을 설정해놓는 것이 힘이 덜 들고 돈과 시간도 절약되듯 독서 교육도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임을 고려해 적용한다면 단순히 많이 읽히고 테스트로 점검하기보다는 책 읽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 교육이 아닐까 싶다.
당장의 국어100점보다 지속적인 독서습관에 더 큰 목적과 의미를 두고있는 부모라면 이 책이 실천방안으로서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혹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부모라면, 학교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 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교육백년지계의 기본이 독서에서 비롯됨을 깨달아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자극이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