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인문학 - 인문학으로 키우는 내 자녀
송태인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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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새롭게 개정된 교과서 중 ‘수학’ 과목은 딱딱한 수와 식의 개념을 재미있는 이야기식으로 풀어내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선두주자라 볼 수 있다. 요즘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생활 속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하니 과히 스토리텔링의 전성시대라 말할 법도 하다.

 

래서일까? 미디어숲에서 출간된 <스토리텔링 인문학>은 인문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온 저자가 자녀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참된 인생의 방향을 인문학에 초점을 두고 조분조분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 인문교육서이다. 최근 인문학이 유행이고 대세라지만 일반 독자에게 인문학은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전문영역으로 느껴지는 만큼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현명하게 적용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고전의 경구를 쉽게 풀이해준다. 또한 단순히 고전 읽기의 방법론에 주력하기보다 인문고전을 활용한 자녀교육이라는 적용론에 초점을 두고 전개하고 있는 만큼 주된 독자층은 인문학으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라 하겠다. 

 

을 쓴 동기 또한 시류와 영합한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불투명한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밝히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내 아이가 뒤처진다는 생각으로 심리적 조바심에 휩싸인 부모들에게 ‘빠르게’가 아닌, ‘바르게’의 가치를 심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 하여 ‘나’의 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인문고전이 방향키가 될 수 있음에 착안하여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가르쳐야 할 참된 삶의 가치를 제시하도록 돕는다.

 

책은 자녀 교육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인성, 학습, 진로’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밑바탕에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문고전을 소개해가며 부모로서 잊고 있었던 본래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하나둘 깨닫게 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때때로 마음은 그러한데 행동은 그렇지 못한 충돌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이율배반적 행동, 그것의 시작은 ‘사랑’이었지만 과정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참담한 ‘소유’로 진행되는 부모 욕심. 말로는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려 있는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 등등.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모의 심리 상태를 오늘날의 사회구조와 연관지어 짚어주며 귀할수록 바른 인성을 갖춘, 공부의 참맛을 아는, 자신의 진로를 적성에 맞게 계획할 수 있는 자녀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부모의 그릇 채우기에 인문학적인 해법을 제시해준다.

 

천하를 차지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하는 신성하고 귀중한 그릇이기에 억지로 무엇인가를 할 수도 없고 집착할 수도 없다. 억지로 한다면 무너지고 집착하면 잃어버린다. 무릇 이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앞서 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도 있다. 숨을 천천히 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빨리 쉬는 것도 있다.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다. 올라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것도 있다.(p43)

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위 구절은 자녀를 소유하려는 것은 천하를 차지하려는 것보다 더 큰 집착임을 깨닫게 한다. 노자는 사람마다 ‘때’가 다르고 ‘힘’이 다르므로 각자가 지닌 고유한 길을 존중해주되 ‘지나침, 모자람, 교만함’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핵심이므로 경계해야 함을 전한다. 선행학습이 필수 코스처럼 돼버린 지금의 교육 풍토에 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도록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 심리의 밑바탕에는 앞서 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에 먼저 도달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자녀에게도 각자의 능력과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조용히 지지하며 기다려주는 순리가 필요하다는 말인 듯 싶다. 

 

자 또한 그의 사상을 담은 책 『맹자』에서 귀나 눈으로 접촉하여 외부 상황에 끌려 다니는 것은 소인이 되는 길이며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대인이 되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자녀를 위해 최신 정보를 얻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녀에 대한 고려나 검증도 없이 좋다는 것이면 무엇이든 적용하는 부모야말로 소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부모의 자존심이 아닌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 가르침이 필요하리라 본다.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려 있는 것처럼 자녀 역시 자신의 정체성보다 나로 인하여 부모님의 자존심이 올라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풍토야말로 소인으로서의 대물림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한민국이 교육공화국이 된 오늘날의 시점에서 사람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학습’ 편은 부모보다 학부모에 치중하고 있는 이 시대의 부모역할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학습이 자녀의 자기 본성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둔다면 공부는 성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즐거운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수가 잊고 있기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구절이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범위에서 자신의 의지를 계량화(수치화)하는 작업인 ‘목표 동기’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외적 동기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세계를 선택하는 ‘목적 동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개인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내적 동기라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1등이라는 외적 목표에 치중해 자녀들을 경쟁 사회로 내몰았다면, 이제는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학습인 ‘목적 동기’로 교육의 풍토가 이동해야 할 때다. 

 

로’에 관한 접근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적성 검사며 직업 탐색 교육이 조기부터 이뤄지고 있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직업 선택의 신중함과 적합성이 일찍부터 계발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따지고 보면 그만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경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 부모는 내 자녀가 수입이 안정되고 생활이 보장되는 직업을 얻기를 원한다.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재물관에 대한 바른 교육없이 돈과 명예가 뒤따르는 직업관을 주입시키는 부모의 태도가 직업 세계에도 학창시절의 일등주의의 연장선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꿈과 진로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녀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되, 부모 역시 과감하게 자녀를 마음에서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워서 남 주냐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배워서 남 줄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다. 경쟁과 순위보다는 배려와 나눔의 가치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귀중한 유산은 결국 올바른 가르침이며, 가르치기 위한 교재는 인문고전이 되는 셈이다. 부모보다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교육에 인문고전이 과연 ‘초심’이 되고 ‘중심’이 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의아한 질문은 책을 덮는 순간 ‘그렇다’라는 끄덕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인문학의 광범위한 영역과 깨달음은 다만 학문적 지식에 머물지 않는 생활 속 지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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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는 엄마 기다리는 엄마 - 올바르고 참된 엄마가 되기 위한 엄마 공부법
홍미경.김태광 지음 / 베이직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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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고나서 아들 녀석에게 엄마가 은연 중에 자주 비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대답이 뜻밖이다.

"글씨요, 점수 갖고는 뭐라고 안 그러는데 글씨 보고는 매번 나이 어린 누구누구보다 엉망이라고 하시잖아요."

"그래?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맞춤법? 5학년인데 아직까지 ㅐ랑 ㅔ를 헷갈려하냐고, **도 아는 거라고..."

"그랬구나. 또? 생각나는 거 또 없니?"

"음... 글쎄?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거? 그것 말고는 더 생각나는 게 없는데요. "

"좀만 더 생각해봐. 엄마가 뭐 좀 참고하려고 해."

"그러고보니 엄마는 남들이랑 별로 비교 안 하는 것 같은데?"

 

씨와 맞춤법이 의외의 대답이긴 하지만, 듣고보니 평소의 그런 내 모습이 떠올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사실 취학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들 녀석은 나름대로의 정서적 여유와 양육 철학 속에 유쾌하고 힘이 나는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했던 사이였다. 아들 녀석이 학교라는 커다란 사회에 발을 담그게 된 시점부터 노골적으로 티나지는 않지만 은밀한 비교를 수시로 해온 내게 아들녀석의 평가는 후한 점수요, 과분한 평가이기도 하건만,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 그래왔던 것에 대해 일정 부분을 들킨 것 같은 겸연쩍음에

"적당한 비교는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온대. 부족한 점은 채워가면서 어른이 되는 거 아니겠니?"라고 되물었지만, 내가 듣기에도 그닥 설득력은 없어보이는 말핑계일 뿐이다. 비록 겉으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해도 은연 중에 흘러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혹 내 아이가 또래에 비해 평균 아래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율방목형 양육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느긋한 부모 만나 내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잣대로 아이를 저울질하며 근수를 달아보던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이이었으니까.

 

론은 쉽고 현실은 힘겹기만 한 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자녀교육만큼 대한민국 엄마들을 무겁게, 그리고 무섭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 이다. 출판계에 각종 '내아이 ~법'이라는 제목류가 난무하는 가운데 양육과 교육의 가장 기초가 될 만한 행동지침서로 『 비교하는 엄마 기다리는 엄마』라는 책이 나온 것은 그런 점에서 참 반가운 일이다. '일등 만드는 법'보다는 '꼴지여도 행복해지는 법'이 더 바람직한 양육이요, 더 가치있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현직 유치원 원장(홍미경)과 자녀교육 전문가(김태광)의 공저로 이뤄진 이 책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최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것으로 '내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 이라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다보면 내 아이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마련이며, 단점이 부각될수록 엄마들의 조급증은 아이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져 결국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옆집 아이는 이러한데 내 아이는 왜?'라는 아쉬운 질문 속에는 비교당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의 눈물과 한숨도 깊어진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의 기준에 맞춰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모든 잠재력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p.29)

기 다른 재능과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한 가지 길을 보여주고 그대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각자의 개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주입시키는 기계화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금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앞서가는 것도 아니요, 지금 늦는다고 해서 영원히 뒤처지라는 법도 없다. 어떤 분야에서는 앞서고 어떤 분야에서는 늦는 것이 각자가 타고난 재능대로 발휘될 뿐이니 조급한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인정하고 지켜봐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저자는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미국의 건축가 버크민스터 플러가 말한 "모든 아이들은 천재로 태어난다. 만 명 가운데 9,999명의 아이들은 부주의한 어른들에 의해 순식간에 천재성을 박탈당한다."(p.40)라는 말은 하나의 잣대로 아이들을 등급화하여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경고성 멘트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영재 교육이 오히려 영재를 망친다,라는 일부의 시각이 꼭 지나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틀려도 좋으니 세상을 뒤집어 보고 거꾸로도 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법을 배우자. 정답이라고 남을 따라하다가 중간에 머물기보다는 남이 안 가는 길을 찾아 그곳에서 보물을 발견해 보자. 산삼은 대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p.268)라는 멋진 양육 철학을 지니고 있다면, 내 아이가 비록 영재가 아니라도 개성있는 아이로 제 길을 행복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자가 돼주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맞는 일을 찾아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결정해주는 것이 아닌 선택하도록 지켜봐주는 것. 그리고 격려해주는 것이야말로 부모 역할의 최상이자 최선이 아닐까 싶다.

 

[비교하는 엄마들의 3가지 특징(p.147)]

첫째, 아이가 자신의 기대 수준에 못 미쳤을 때 다른 아이보다 뒤쳐진다는 시각을 가진다.

둘째, 아이는 저마다 장점과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의 장점보다 단점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아이는 엄마의 욕심대로 자라지 않는다 는 것을 간과한다.

[비교가 아이를 망치는 3가지 이유(p.148-149)

첫째, 비교는 아이의 정서에 해를 끼치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한다.

둘째, 비교는 아이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셋째, 비교해서 칭찬 받으면 상대방을 얕보게 된다.

에서 지적하고 있듯 비교하는 엄마들의 공통적 특성은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점이다. 낮은 자존감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은근히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에 불편할지 몰라도 냉정하게 수긍할 수밖에 없는 유관성 있는 행위로 보여진다. 또한

비교의 유형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중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비교에서 오는 내 아이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비교를 통한 칭찬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엄마가 되보려는 노력이 자칫 내아이를 망치는 어리석음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마음에 새겨 내아이를 존중하듯 다른 아이들의 인격도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를 키우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인내력을 요구하는 고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부모

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때 양육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힘든 고행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의 즐거움을 찾아 각종 자녀교육 서적을 찾아보고 정보를 교환하며 모임을 주선하는 등 엄마들의 자녀 사랑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투쟁기에 가깝다. 좋은 엄마가 되고픈 열망이 자칫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이어져 비교를 통한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아닌,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보자. 긍정적 비교가 필요하다면 옆집 아이와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내아이와의 비교를 통해 늦어도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으로서의 비교를 통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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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11-0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히 읽었습니다.
 
의기양양 고사성어 어휘력 일취월장 - 어휘력을 키워주는 알짜배기 고사성어 30 일취월장 국어실력 1
세사람 지음, 백명식 그림 / 다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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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휘력은 의사 소통을 위한 기초 공사에 해당할 만큼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예나 지금이나 영어 실력의 밑바탕을 다지기 위한 노력으로 학생들이 영어 단어 외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듯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자 심화 기술이기도 한 어휘력은 긴 시간에 걸쳐 쌓아가는 비장의 무기이자 언어 활용 능력을 위한 최고의 자산이다.

 

 

자문화권에 속한 탓에 어려서부터 수 많은 한자 어휘를 듣고 자란 우리에게 한자성어는 매우 가깝고도 친숙한 어휘인 동시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그저 어렵고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부담스런 대상이기도 하다. 상황이나 문맥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기에 적절하면서도 언어의 깊이가 있는 장점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표의문자 특유의 어려운 접근성 탓에 많은 사람들이 배우기를 꺼려하고 활용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래선지 간단한 생활 어휘 몇 가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의사 소통이 가능한데 굳이 배우기 어려운 한자성어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익혀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한다. 강의 현장(국어강사)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의 반응은 이 부분에 대해 꽤나 회의적, 부정적이다. 영어 단어 외울 시간도 부족한데 국어 시간에 한자성어까지 테스트 한다는 게 심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 필요성 여부에 대한 공감이나 확신이 부족한 면도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몇몇 학생들은 국어 시간에 왜 한자(한문)를 배우느냐는 비약된 질문을 던질 정도로 한자성어를 관용어나 동음이의어, 다의어, 속담, 명언처럼 생각과 정서를 보다 풍부하게 뒷받침해주는 어휘의 범주 중 하나가 아닌, 한문이라는 교과목의 범주로 오해하는 양상이 크다. 때로 백 마디 말보다 고사성어 한 단어가 모든 상황을 압축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음을 몇 가지 예로 들어가며 나는 아직까지도 매 수업시간마다 한자성어를 5개씩 테스트하고 있다. 어휘력은 결코 하루 아침에 책 한권으로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과 더불어 깊이 있게 음미해보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느긋한 표현으로 한자성어 활용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번에 다봄출판사에서 나온 동화작가, 소설가, 편집자로 구성된 '세 사람(저자 공동명)'이 엮은 『의기양양 고사성어 어휘력 일취월장』은 어려서부터 쉽고 재미있게 고사성어(한자성어 중 고사의 유래가 있는 것)를 익힐 수 있는 또 하나의 반가운 책이다. '세 사람이 가면 그중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공동 저자명을 따온 글쓴이들의 재치있는 이름 풀이가 책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다.

책의 구성은 '노력, 공경, 존중, 마무리, 성장, 순리, 위기, 준비성, 배신, 이중성, 경박, 상식, 정직, 욕심, 의리, 공감, 겸손, 재능, 결단, 집중' 등등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상황과 감정이 5장의 큰 주제 아래 묶여져 있다. 개인적으로 고사성어마다 활용되는 각각의 상황을 핵심 주제어로 간략하게 짚어준 점은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인 초등학생을 크게 배려한 저자의 멋진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기껏 고사성어를 공부하고 암기했어도 정작 어떤 상황에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를 모른다면 헛고생한 것밖에 되지 않겠는가? 기능에 충실하도록 활용 유형과 방법을 키워드로 간략하게 제시해준 것은 습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활용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안내자 하나를 덧붙여둔 것과 같다.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각각의 고사성어는 고사성어에 얽힌 유래를 친근한 이야기체로 풀어가고 있으며, 고사성어가 지닌 상황적 의미와 고사 성어를 이루는 낱낱의 한자, 짧은 문장 속 고사성어 활용, 신문 기사 속 고사성어 활용, 비슷한 말/반대말/따로 쓰는 말 등 실생활 속에서의 활용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그림은 초등학생들이 동화책 읽듯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되고 있으며, 책 뒷부분에 편집해놓은 '알짜배기 고사성어 30'도 책에 수록되지 않은 다양한 고사성어들을 추가로 찾아볼 수 있도록 보충해놓은 곳이다.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수록된 고사성어가 30 개로 이루어진 점인데, 어휘력 향상을 위한 고사성어 본연의 기능 면에서 좀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후에 시리즈로 다음 편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권당 4~50 개 정도는 소개돼야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을 익히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양적 소개 면에서 아쉬운 것은 가격대비 가치를 염두해두는 소비자의 일반적인 심리가 아닐까?

 

 

래도 흥미로운 접근과 교육적인 내용이 다양한 시도 속에서 시대에 맞게 출간되고 있음은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온갖 애매한 신조어와 자모음을 줄여쓰는 통신어의 범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일취월장하는 고사성어 실력으로 의기양양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이번 서평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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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의 모든 것 (독서 워크북 & 독서 흥미 태도 검사지 별책 구성) - 초등 독서 전도사 심영면 교장 선생님이 알려주는
심영면 지음 / 꿈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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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5학년인 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권씩 교실에 비치해둔 윤독도서(돌려가며 읽는 책)를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독서능력에 따라 선정해준 후 독후감을 써오도록 하는 숙제가 있다.

방학 전에 마지막으로 아들이 받아 온 책은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책으로, 직업과 노동에 대해 각 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쓴 책이었다.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기 이전에 자신의 적성을 찾아보는 과정의 중요성과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조, 노동문제의 원인과 해결 등을 사회현상과 관련법규로 풀어낸 책이었는데,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중.고등학생에게나 적합한 권장 도서 쯤으로 보였다.

 

예상대로 아들 녀석은 읽는 내내 "어려워~! 뭐라고 하는 거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초반부를 읽다가는 흥미를 잃었는지 덮어버리고야 말았다.

흥미 감소를 우려해 평소에 책 읽기를 억지로 시키지 않는 편이지만 대충 훑어봐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게임 방식으로 한 파트를 정해 함께 읽었다.

우리 모자(母子)는 글자 하나를 정해(가령 '다'라는 글자를 정하면 '다'라는 글자가 나오는 부분까지 읽되, 더 읽게 되면 상대방에게 딱밤을 맞는다^^;) 게임을 하듯 서로 주고 받으며 책을 읽는 편인데 아들 녀석은 이 방식을 무척이나 재미있어해 어떤 날은 퇴근해 들어오는 내게 신발도 벗기 전에 "엄마, 오늘도 책 읽을 거지?"라며 먼저 성화를 부린다.

 

녀석의 독서능력에 비해 책 내용이 어려워 애초에 10여분만 읽으려던 것이 어느 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우리 모자가 손꼽아 기다리던 드라마 <각시탈>을 후반부밖에 보지 못한 참담한 상황이 빚어졌음에도 아들은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오히려 "엄마랑 이렇게 읽으니까 너무 재밌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중간 중간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읽기를 멈추고 보충 설명을 해주었는데 조금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날 독후활동지에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 중 첫 부분이 인상적인데 이유는 노동자의 삶이 잘 나타나있기 때문>이라고 써놓았다.

 

『하루 10분, 책 읽어주기의 힘』이라는 책 제목처럼 혼자서 충분히 책을 읽을 줄 아는 나이에도 함께 읽어주기의 힘은 독서를 통한 정보 습득과 처리 능력을 떠나 정서적 공유라는 친밀감 속에 책에 대한 흥미도를 높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등 독서 전도사 심영면 교장 선생님이 쓴 『초등 독서의 모든 것』역시 책 읽어주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를 다년간의 현장 체험 속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훌륭한 독서 지침서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별히 '초등학생'을 주된 대상자로 삼고 있는데, 이는 독서 시간이 그나마 확보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서에 대한 흥미가 평생의 습관으로 형성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가지나물과 청국장을 먹어본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 젓가락을 하는 경우보다 아무래도 거부감이 덜하지 않겠는가?

의무감에서 비롯된 의식적 행동이 아닌, 익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밥상 철학처럼 독서 또한 마찬가지임을 저자가 들려주는 '프롤로그'와 책 읽어주기에 참여한 '부모, 교사, 아이들의 추천 평'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근무했던 학교마다 단지 슬로건으로 내거는 평가식 독서교육이 아닌, 교사-학부모-지역인사-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형 독서습관 프로그램 <얘들아, 함께 읽자>를 통해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물로 탄생된 책인 만큼 독서의 중요성을 논하는 구태의연함이나 추상적, 이론적인 제시에서 벗어나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한, 독서활동 보고서에 가까운 책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학부모로서 평소 아쉽게 느껴지던 바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바라는 바가 많아서였을까?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교장선생님으로서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구태의연한 학교독서교육의 문제점을 짚어준 대목이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독서와 관련된 활동은 주로 독후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보다 독후감을 써야하는 압박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형편이며, 정규 교과 시간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운영 계획도 들어있지 않은 실정이다.(p.103-104)

저자가 짚어주듯 모든 학교에서 독서 인증제, 독서 기록장, 독서퀴즈대회, 독서 골든벨, 독서통장 등 독후활동에만 머물고 있어(p.104) 독서 전 활동으로 책 읽기에 대한 흥미와 가치, 즐거움 등을 누리고 나눌 기회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독서교육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학교마다 다채롭고 풍요로워져 다양성을 교류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좀더 생산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이런 면에서 학교선생님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래, 조바심을 버리고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자"라는 자기 결심이 강하게 들게 만드는 주술성에 있다.

저자가 각 장마다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함께 읽기의 주술에 걸려 독자 또한 <얘들아, 함께 읽자> 프로그램에 공간을 초월한 동참자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인식을 넘어 행동으로 유도해내는 저자의 조용한 설득력이 깊이있게 다가온다.

 

별책으로 붙어있는 '독서흥미태도 진단 평가지'와 '엄마와 함께 하는 독서 워크북30'도 아이의 현 독서능력을 점검한 후 읽은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데 아주 유용하리라 본다.

저자의 표현대로 먼 길 가는 사람이 막연히 길을 가는 것보다는 '방향'과 '방법'을 설정해놓는 것이 힘이 덜 들고 돈과 시간도 절약되듯 독서 교육도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임을 고려해 적용한다면 단순히 많이 읽히고 테스트로 점검하기보다는 책 읽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 교육이 아닐까 싶다.

 

당장의 국어100점보다 지속적인 독서습관에 더 큰 목적과 의미를 두고있는 부모라면 이 책이 실천방안으로서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혹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부모라면, 학교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 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교육백년지계의 기본이 독서에서 비롯됨을 깨달아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자극이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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