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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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여전히 20대다. 언제나 20대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아직 20대인 내가 좋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하나씩 채워가는 일이 좋다. (6쪽)
프롤로그에 적힌 글이다. '사진작가 조선희'라는 내가 가진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문장들이기도 했다. 언제나 파이팅 넘치고, 큰 목소리로 촬영장을 이끌어나가며, 앞에 있는 모델(배우)의 컨디션을 이끌어내고, 자신의 일을 함에 있어선 열정적인. 앞으로의 글들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했다. 자신감 충만하고 자기애 가득한 글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을까. 

결국 찍는 순간에는 혼자다. 세상 일의 대부분이 이렇다. (30쪽)
하지만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그건 내가 가진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을 보여지는 면만으로 판단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는 내면 속 그 사람은 보여지는 것과는 딴 판 일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작가의 이미지를 싹 지워버리기로 했다. 본래 작가를 따져서 읽는 편은 아니라 작가를 안다는 것이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는데, 본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내 눈을 가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의 빈 공간>이라는 책은 조선희 작가가 직접 찍고 쓴 책이다. 일단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 이야기부터 해 볼까. 지금껏 그녀가 찍어왔던 사진들처럼 색감이 좋고, 구도가 예쁘고, 대상이 오롯하게 찍힌 사진들이 책에 한가득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찍었던 사진들의 찐함을 좋아하는 편인데, 외려허한 느낌이 드는 사진들도 많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국적 느낌이 가득한 사진들은 따로 사진집을 보지 않는 나로서는 뭔가 공부가 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사진은 많이 볼수록 잘 찍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전문적으로 사진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은 갖고 있으니,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막의 광활한 밤하늘이라든가, 자작나무가 가득한 설원이라든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묘지라든가, 나와는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어느 누군가의 눈이라든가. 생전 처음 보는 풍경들과 사람들, 사물들이 글보다 더 다가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글이 나쁜가하면 그건 또 아니다. 평소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생각이 담기기도 했고,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얼마나 덜 잃느냐가 문제야. 그 말에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덜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얻거나 잃거나, 둘 중 하나. 그런데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덜 한다는 것, 더 한다는 것. 그런 간단한 명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왔네.(172쪽)
에세이 형식으로 주욱 이어 쓴 글도 있었고, 아주 짧은 글도 있었다. 메모를 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짧은 글들에서 와 닿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그 짧은 와중에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도 좋았고. 글들이 그리 길지 않아 읽기 수월했다. 사진과 함께 감상하면 금상첨화이니, 책을 휘리릭 읽어내는 것보다는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다. 
내가 모르는 시간 속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마른 꽃들이 내게 말을 걸면, 그 시간과 나는 친구가 된다. (93쪽)
생이란 순간순간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밑바닥에서 가진 것 없었으나 꿈꾸던 나와 너무 많이 가졌으나 불안에 가득 찬 내가. (98쪽)

책을 덮을 때쯤 쓰여있는 이야기에는 어딘가로 또 떠나야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담겨있다. 작가는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려 또 어딘가로 떠난다. 그것이 작가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란다. 내 마음 속 빈 공간에는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꾹꾹 눌러담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을 보며 나는 내 빈 공간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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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건너다
홍승연 지음 / 달그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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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건너다>라는 제목을 보고 선택했는데, 정작 책을 받아보고 나니 제목 아래 있는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앞모습인지 뒷모습인지조차 알 수 없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서 있을 뿐인, 빨간색 표지 위 동그마니 인영 하나. (인영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정확히 인간인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발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함께 있지만 왜인지 쓸쓸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책을 한참 바라보고만 있으니 엄마가 묻는다. "오늘은 무슨 책이야?" "오늘? 이거 그림책." 빨갛고 얇은 책이 엄마 눈에도 특이하게 보였나보다. "다 커서 무슨 그림책이야?" "그러게." 나는 이 책을 왜 읽고 싶었더라.




<슬픔을 건너다>라는 다소 무거운 제목을 갖고 있는 이 그림책은, 사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아니다. 세상사에 아직 발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슬픔'을 제대로 인지한다는 건 말도 안되니, 이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까진 이 그림책이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이 따로 없는 책의 특성상, 마지막 페이지 작가 소개란에 적힌 몇 줄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다소 어둡고 깊은 메시지를 담은 <슬픔을 건너다>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연이어 잃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이 책을 작업했고, 다시 작고 소중한 경험들을 모으며 살고 있습니다."

채 열 줄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글들이 그림들 사이에 적혀 있었다. 사실 글만 놓고 봤을 땐, 어딘가에서 비슷한 느낌의 글을 읽어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네가, 우리가 겪었던 흔한 아픔과 익숙한 위로. 특별하다기보다는 평범하기 때문에 처음 글만 휘리릭 읽어나갔을 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앞의 그 마음이 깡그리 잊혀졌다. 흔한? 익숙한?아니, 익숙하기는커녕 오히려 특별한 책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바로 그림 때문이다.




앞서 표지에서 이야기 했었던 그 쓸쓸했던 인영. 그 심상찮은 인영이 등장하는 그림들과 함께 했을 때부터 그 흔하다 생각했던 글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들은 한 가지의 명확한 목표성을 가졌다기보다는 뭔가 상황이 복합적으로 뭉뚱그려진 느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림을 보면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면서 옆에 적힌 글을 그림과 함께 읽으면 왜인지 그 짧은 글 속에 또 다른 의미가 담기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적힌 문장 속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리 만무한데, 당연하게도 다른 문장들이 떠오르는. 글도 그림도 추상적이다. 그래서 독자의 생각이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다분히 작가의 고의성이 느껴졌다. 그것이 좋았다.

'누구나 말하지 못한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예요'였던가. 예전 어떤 드라마에서 패러디로 자주 쓰였던 대사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던 기억.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는데도 계속 늪으로 빠져들었던 순간. 나만 아는 비밀스런 기억들이 작가의 글과 그림과 합쳐져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잊고 있었던 묻어두었던 상처가 불쑥 솟았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이 불쑥 솟고 해결점이 없었다면 그림책의 제목이 <슬픔을 건너다>가 되지는 않았을 터. 빨간 작은 새가 등장하는 부분부터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당연하게도 앞부분보다 밝은 색채가 쓰였고, 그 쓸쓸했던 인영도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뾰족뾰족하고 날카롭고 어둡고 절망적이었던 분위기가 빨갛고 푸르고 하얀 배경들과 만나 동글동글해졌다. 뭔가 긴장이 탁 풀어지는 느낌이 드는 후반부는 보면서 마음이 편안했다. 눈 코 입도 없는 인영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는 건 그저 내 착각만은 아닐테다. 결국 그 인영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그 인영 자신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결론이다.(이렇게 얘기하면 스포는 아니겠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슬픔을 건너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그 어떤 슬픔도 조금씩 무뎌진다. 물론 슬픔 속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생각이 없다면 영원히 그 곳에 침잠하겠지만,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온다 해도 예전만큼의 절망은 없을 것이다. 그림책은 그것을 알려준다. 그래도 슬픔에 빠졌던 그때와 달라진 게 느껴지지 않느냐고. 뭔가 조금 더 단단해지지는 않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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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쓰기 - 필사로 완성하는 글쓰기 감각
유나경 지음 / 모들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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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나의 글쓰기>라는 글쓰기 책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달에도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었다. (물론 내게는 퇴고 쪽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준 책이지만) 누군가는 "또 읽어?"라며 내게 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응. 또 읽어."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겠지.

큰 책방이 아니라 작은 동네 책방에서도 글쓰기 책은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비슷한 주제의 책이 굉장히 많을 땐 한 권의 책을 깊게 파기보다는 여러 책을 읽고 두루 참고하는 편이 좋다. 저자마다 지닌 장점과 개인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모두 같을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책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니 중요도를 알기에도 좋다. 적어도 내 경우는 여러 책을 읽으면서 노하우를 얻는 편이 효율이 좋았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자주 읽는 듯 하다.

이번에 읽은 <나의 글쓰기>라는 글쓰기 책은 기존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일단 필사책과 글쓰기 책의 결합이란 점이 기존 책과는 다른 부분이다. 책이라기보다는 워크북 개념이 강한데, 저자는 '필사 노트'라고 표현했다. '글쓰기 책을 읽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보여주고 직접 따라 쓰게 구성되어'(4쪽) 있는 필사노트다.

세상 처음보는 구성이었다. 이런 구성은 예전 영문 캘리그라피 워크북에서나 본 적이 있지, 일반적인 글쓰기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구성이라 신선했다. 적혀 있는 문장을 따라서 아래쪽 빈칸에 똑같이 채워나가면 된다. 예문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방식들을 카피하다보면 문장 구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물론 생각 없이 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고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손으로 쓰는 필사 방법을 사용할 때 깨달음이 커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저자는 자주 문제를 낸다. 앞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줬으니, 예시를 생각하며 문장을 만들어봐라! 라고 말이다. (이럴땐 덜렁 한 문장만 주어진다.) 거의 모든 예시 뒤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뒤쪽에 따로 답이 존재하지 않으니 그 문장을 예시처럼 만들어 가는 건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적은 것이 정답인지 아닌지 누군가 판단해 줄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로 문장을 만들어보면서 예시와 비교해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처음 문장을 만들다보면 내 마음처럼 잘 다듬어지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같은 문장으로 다시 문장을 만들면 처음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르게 문장을 만들려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문장이 모이면 그 문장들을 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는 훈련도 할 수 있다. (시간을 들이는만큼 실력은 좋아질 테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단순한 필사노트인가 싶은데, 사실 <나의 글쓰기>는 글쓰기 책의 기본적 내용을 전부 짚고 있다. 문장을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든지, 표현을 풍성하게 집어넣고 빼고 응용하는 법이라든지, 생략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법이라든지, 문장을 구성할 때 넣지 말아야 하는 것들(단어 반복, 너무 긴 문장)이나 문장을 고치는 방법이라든지. 기본기를 위한 챕터가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어휘의 사용과 감각적인 표현력을 위한 챕터들이 등장한다. 어떤 글이 매력적인지 설명하기도 하고,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사색이라든가 사물을 색다르게 보기 등 글을 쓸때 도움이 될만한 팁들도 여럿 적어두었다. 또한 직접 그런 글을 써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나의 글쓰기>에 아주 깊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테다. 고작 200쪽 남짓한, 빈 공간이 많은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용이 빈약한가 묻는다면 그건 또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담아야 할 것들을 충실히 담고 있어서다. 오히려 이 책이 원하는 방향대로 따라가다보면 조금 더 나은 글쓰기 실력을 갖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글쓰기>가 좋은 길라잡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필사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나만의 글을 직접 써 보는 것. 이 책으로 조금 더 나은 글쓰기 실력을 갖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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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 -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민해나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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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가만히 곁에 있는 것.
수다 떠는 것. 밥을 먹는 것. 웃고 울며 살아가는 것.
그 안에 이미 사랑이 있었던 거예요.(6쪽)

책의 뒷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책의 시작인 프롤로그에 적혀 있던 이 문장들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들의 나열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들 속에도 소중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없다. 방 정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많은 물건들, 그 중에 내 손이 닿지 않은 건 없는 것처럼. 물건만 해도 이럴진대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랑을 주고받음을. 하지만 나는,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곤 한다. 그리고 소중함을 놓쳐보고서야 깨닫는다. "알고 보니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어요."라는 문장에 공감하는 이유다.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은 사랑과 관련된 에세이다. 제목에도 '사랑'이 자리잡고 있어 말하기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을 하는, 책 속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며 기쁘고, 사랑하며 슬프고,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상의 어느 한 귀퉁이 속 이야기들이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글인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한 글들은 낯설다기보단 익숙하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겼을테니 당연한 건가.) 그 익숙함들은 읽기 어렵지 않고 가볍다. 가독성도 좋아 에세이임에도 술술 읽히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좋겠다.

책의 초반,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나에게 이젠 일상 같은 네가, 사실은 너무 큰 기적이어서 오늘도 새삼 행복하고 고마운 아침(29쪽)"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문장이다. 이제는 일상인 네가 사실은 큰 기적이라며 누구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당연함을 고마워하는 마음이 예뻐서. 더불어 "네게 아무런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 혼자 불을 켤 힘조차 내지 못할 때, 네 발 밑을 밝혀줄 딱 그만큼의 빛으로 언제나 가까이 있을게. (49쪽)"는 가장 힘들때 곁에 있어주겠다는 마음이 예뻐서. part.1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은 대체로 따스함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줄 수 있는 마음들이 모인 공간이라서인지 동그란 이야기들이 따뜻했다.

하지만 part.2로 넘어가면 당연하게도 이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묶여 있다. 친구로 남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땠을까 후회도, 계속 같이 가야 하는 걸까 불분명한 마음에 대한 고민도, '이젠 더는 이 세상에 없는 그때의 우리에게 그래도 고맙다고 말할 거야.(77쪽)' 추억도 한데 묶였다. 사랑에는 결국 끝이 있고, 끝을 맞이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만나는 슬픔과 추억들 말이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했었다'라는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사랑했던 누군가의 기억들이 조금 담겼다. 다만 너무 아프다 울부짖기보단 한발자국 떨어져 관조하는 느낌의 에세이들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part.3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고 곧게 서려는 어떤 이에게 조언하는 느낌이 들었고, 마지막 part.4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는 부제 아래 part.3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조언들이 자리하고 있다. 흠. 일단 조언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무언가 훈수 두는 느낌은 절대 아니다. 응원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하고, 다짐 같기도 하고. "꼭 어떤 형태의 결실을 맺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 순간이 모든 것이 되기도 하니까.(139쪽)"라든가, "어디로 가도 옳은 당신의 달리기를 항상 응원할게요.(177쪽)"라든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문장만 이 곳에 옮기지만, 찾아보면 툭 마음에 와서 닿는 어떤 문장들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애의 따스함을 사랑한다. 사랑받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나를 아껴주는구나, 소소하지만 이런 게 행복이구나. 말로 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느껴지는 따스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엔 그런 따스함들이 있다. 삽입된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따스함도 좋았다. 외출하기 전 뽀송뽀송한 스웨터를 입은 듯한 따스함. 찬 바람이 부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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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루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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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학교에 있을 때의 통행권.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내 통행권으로 갈 수 없는 장소도 있다. 빈손인 아이도 있다. 어른이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질까? (9쪽)
이런 이야기가 처음부터 막 등장했다. 읽으면서 흠칫, 이건 뭔가 했다. 아, 맞다. 마스다 미리의 책이었지.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자세를 고쳐잡고 계속 읽어갔다. 역시 마스다 미리의 책은 (에세이든 만화든)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코하루 귀엽다. 음, 그건 아니지. 경솔한 것 같아. 그치만 이거 일기니까 상관없나? 이거 금방 읽겠다. 아 벌써 다 읽었어. <코하루 일기>의 첫인상은 '역시 마스다 미리'였다. 

마스다 미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마스다 미리 공감단' 같은 북서포터즈에 지원해 활동 했었고, 그녀의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직접 영화관에서 봤었다. 에세이로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거라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전작들(수짱 시리즈라던가)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진짜 마스다 미리를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그녀의 글과 만화에는 특별함이 있다. 누구나 겪는 참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그녀에게 닿으면 특별한 이야기로 변하는 게 낯설고도 신기하달까. 그녀는 늘 그런 이야기들을 해 왔고, 이번 <코하루 일기> 또한 다르지 않았다. 

<코하루 일기>는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코하루'가 '일기를 써 볼까?' 생각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5년 후면 어른이 되는데(현재 코하루는 열다섯) 어른이 되면 지금의 기분도 마음도 사라져 버릴까봐, '어른이 되지 않도록' 일기를 쓸 마음을 먹는 이야기가 첫 시작으로 등장한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의 마음들을 잘 적어놓으면 어른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그 발상이 참 귀여웠다. 이미 많은 걸 알아버린 서른 혹은 마흔의 코하루가 이 일기를 보게 된다면 흑역사라며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코하루의 자잘한 일상 속 코하루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코하루 일기>에 담겼다. 10대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들이다.

2차 성징 후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 아빠도 남자라며 집 안에서도 옷 간섭을 하기 시작하는 엄마(아직까지 우리 엄마도 이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친구들과 하던 야한 이야기(?), 별 시덥잖은 생각들을 잔뜩 하면서 괜히 심각해지기도 하는 오락가락 기분, '예쁜 나'를 꿈꾸며 평소에도 꽤 많이 신경쓰는 외모, 좋았다 싫었다 하루에도 여러번 바뀌는 변덕스러운 마음 등등. 

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이 어렸다. 어리다고 이야기한다면 코하루는 화를 낼 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보는 <코하루 일기> 속 코하루는 생각도 행동도 어렸다. 뭐라고 해야하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지만 오히려 그 순수함이 위험한 느낌? 아주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들은 없었지만 예의없고, 못됐고, 좋지 않은 마음들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그런가보다.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결론을 내버리는 섣부름과 자주 마음이 바뀌는 변덕스러움도 이유겠지만. 내 경우엔 나이를 먹고나선 그런 마음들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거나 글로 남기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코하루 일기>를 보면서 조금은 못된 이야기라도 글로 남겨두면 나중에 읽어보면서 어떠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요즘에도 가끔씩 쓰는 일기에 마음들을 스킵하지 말고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볼까 생각도 조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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