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날씨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반기성 지음 / 꿈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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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TV를 켠다. 아침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의 말소리를 한귀로 흘려버리며 한쪽 구석에 계속 깜빡이는 온도와 날씨모양 아이콘을 확인한다.(전 지역의 날씨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기에 눈을 제대로 안 뜬 상태에서 확인하면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비가 오네,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하네, 아 오늘은 덥겠다, 뭐 벌써부터 영하야? 눈오는데 미끄럽겠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 전 정신을 깨우면서 오늘의 날씨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늘은 뭐 입고 가지? 우산을 들고 가야 하나 놓고 가나, 마스크를 챙겨갈까? 귀찮은데 그냥 나갈까? 이런 생각들로 이어진다.

내 아침 시간은 거의 이렇다.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핸드폰 날씨 어플에서 초미세먼지 예보까지 확인한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잊어먹기 전에 우산부터 가방 옆에 가져다 놓고, 온도에 맞춰 오늘 입을 옷들을 대충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하루의 시작이 '날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집 밖으로 나서기 전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렇게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도 날씨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예보는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정작 날씨에 대해 뭔가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시중에 날씨 관련 교양책을 본 적도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날씨>라는 책을 봤을 때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전문가처럼 많이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얼만큼의 지식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최소한의 날씨>의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밝힌다. "기상예보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과학 외에도 수학, 물리학, 역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과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최고의 과학자를 기상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날씨도 과학이라는 사실을.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났다. 대기권과 대류권과 성층권과 열권과 수증기와 공기와 푄바람과 기타 등등. <최소한의 날씨>의 첫번째 파트는 방금 전에 언급했던 지구과학 교과서적 모멘트가 등장한다. 예전에 읽었던 교과서보다 더 쉬운 언어로 쓰여 있는 느낌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함께 실려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게끔 만든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들의 기본을 다져두는 부분인지라, 대충 읽고 넘어간다면 뒤쪽을 읽을 때 자주 앞으로 되돌아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을 만들기 싫다면 '날씨과학의 비밀'이라 이름 붙여진 첫번째 파트는 빠짐없이 읽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두번째 파트부터는 본격적인 날씨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징이나 지구 온난화 같이 현재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과거의 사례들과 함께 설명해놓았다.(물론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들도 하고 있다.) 또한 과거 기후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만큼인지 피부로 닿을만큼은 아니지만 확 체감이 되도록 설명해놓았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까지의 파트에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내가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공기의 종말, 에어포칼립스가 다가온다'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부분이었다. 제목이 꽤나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뜨거운 초미세먼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의 신조어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정의, 미세먼지와 기후와의 관계, 미세먼지로 발생하는 질환 등을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인상깊었다. 내 관심사가 이쪽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6쪽밖에 안되는 분량이어도 퍽 알찼다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최소한의 날씨>는 하나의 파트 아래 대여섯개의 제목으로, 하나의 제목 아래 네다섯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제목 하나의 분량은 10쪽 안팎이고, 작은 이야기들의 분량은 채 1쪽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후르륵 읽어내기 편하다. 전문적인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 시리즈의 모토에 맞춰 최대한 쉽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날씨, 그러니까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대체로 들어본 적 없이 생소하거나, 들어본 적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책을 읽어가면서 새로운 이슈들을 접하게 되고, 보다 확실히 지식을 습득하는 느낌이 든다. 인류세(1700년대 후반 이후의 지질학적 시대를 뜻하는 단어. 파울 크뤼천 교수)라든가, 애그플레이션(식량 인플레이션)이라든가, 녹색황금(녹조라테라고 이름붙였던 녹조현상의 주범인 미세조류가 에너지 문제 해결책이로 주목받고 있다)이라든가.

<최소한의 날씨>는 기후(날씨)와 관련된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부정적 이야기를 가감없이 실었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기후 변화들이 가져올 가장 끔찍한 이야기들을 미리 일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개인이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련 뉴스나 이슈를 봤을 때 몰라서 스킵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니 그것으로 조금의 위안을 삼기로 했다. 왜인지 기후 관련 뉴스를 더 열심히 찾아볼 것 같은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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