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고영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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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이란 제목을 딱 봤을 때, 현재 힙한 스니커 트렌드를 보여주는 줄 알았다. 현재 어떤 브랜드의 스니커가 인기가 있고, 어떤 추세이며, 앞으로의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지를 스니커들의 변천사와 함께 정리하는 책. 하지만 제목만 보고 예상한 내 모든 생각들은 전부 틀렸다.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은 스니커를 소개하는 책은 맞지만 현재의 트렌드나 트렌드 예측 같은 내용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까? 관심이 계속되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으며 지식을 쌓게 만들고, 소유하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며, 이것들은 내 시간과 노력까지도 많이 잡아먹는다. 여가시간을 좋아하는 것을 위해 쓰면서 충만한 만족감을 갖는 것- 좋아하기에 시간과 노력과 심지어는 돈까지 들여가며 전문가들 못지 않은 전문 지식까지 쌓는다.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속에 등장하는 10명의 마니아들도 전문 지식까지 술술 풀어놓는 자칭 타칭 스니커 전문가들이다. 


10명의 마니아들은 자신의 컬렉션 중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은 10켤레씩을 그리 길지 않은 코멘트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코멘트는 자신이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 스니커라든지, 현재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획기적인 스니커라든지, 스니커의 판도를 뒤흔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니커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스니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해당 스니커에 얽힌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하거나 대개 이야기의 방향은 둘 중 하나지만, 그 어떤 스니커도 이야기가 겹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긴 할까 같은 엉뚱한 생각을 했을 정도로, 생각도 사연도 각각 다른 100개의 이야기를 읽는 건 흥미로웠다. 내가 보기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그 스니커들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어글리 슈즈'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발렌시아가 트리플 S의 이야기가 가장 즐거웠다. 다른 스니커들에 비해 이 이야기는 하나의 슈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트렌드를 이끈 슈즈에 대한 이야기였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어글리 슈즈의 시작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어글리 슈즈를 봤을 때와 많이 익숙해진 지금의 어글리 슈즈는 그 느낌부터가 많이 다른데,(사실 처음 어글리 슈즈를 보면서 '뭐 저런 신발을 신어?'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외려 그 투박함이 예뻐 보일 때도 있어 가끔은 나도 당황스럽긴 하다.) 유행을 이끌기 위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아니었으나 유행을 선도하게 된 스니커를 보니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마니아들의 짧은 인터뷰다. 10켤레의 스니커를 소개하기 전, 스니커 컬렉터를 소개하는 간단한 인터뷰(질문 5개)가 있는데, 짧은 답변만으로도 이 사람은 스니커를 이런 마음으로 모으고 있구나 라는 걸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스니커를 같이 컬렉팅하고 있음에도 서로 매력이라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모두 달랐던 것도 흥미로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지만 뭔가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의 일종의 자부심같은 것도 조금은 느꼈던 것 같고. 


사실 콜렉터들도 그들의 시작은 그냥 스니커가 좋아서였을 거다. 하나 둘 스니커를 사게 되고, 정보를 모으면서 지식을 쌓다보니 그 분야에서 전문가의 뺨을 칠 정도가 되었을 뿐이다. 책에 등장한 10명의 프로필을 보면 스니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좋아해 그 분야에 자타공인 전문가가 되어 정보를 나누는 위치에 서는 것. 얼만큼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자신의 정보를 나누며 더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푹 빠져있을 만큼의 열정이 아직까지 나에겐 없는 것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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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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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작가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라는 이름은 모르더라도,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우리나라에선 맨부커상 때문에 한동안 온라인 서점 메인에 걸려있기도 했고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이 상을 받았다 해서 괜스레 뿌듯했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소설만큼이나 돋보였던 유려한 글.' 나는 줄리언 반스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쓴 음식 에세이가 발매된단다. 줄리언 반스라는 네임벨류만으로도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을 텐데 그가 쓴 음식 에세이라니. 이건 꼭 읽어야 하는 거다. 앞뒤 재지 않고 읽기로 했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라는 독특한(?)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은, 마크 힉스라는 영국의 유명한 셰프의 추천사로 시작한다. 요리사들이 간과하는 독자의 심정, 어렸을 때부터 따로 요리를 가르치지 않는 문화 등을 성토하며, 마지막에 '내가 지금까지 말한 사항들의 많은 부분을 논한다.'라는 말을 추가하며 추천사를 끝맺었다. 추천사에서부터 흥미가 돋아났다. 제목에서 이미 나타내고 있다시피 레시피에 유감이 아주 많았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레시피에 유감이 아주 많은 줄리언 반스의 조목조목 레시피 해부기다. 필요해서 샀는데 정작 쓸데 없는 요리책에 관한 부엌 현학자의 성토이자, 겁 많은 부엌 초보의 요리(대체로 망하는) 경험기다. 엉망진창 부엌에서의 좌충우돌하는 요리사의 멘붕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아주 빵빵 터지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공감과 생각들이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기분 좋은 책이기도 하다.


줄리언 반스의 요리 경험치는 다음의 몇 구절로 설명 가능하다.

나는 장을 보러 갈 때 정확한 목록과 친절한 요리책이 있어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는 이상적인 일, 즉 장바구니를 팔에 걸고 경쾌하게 걸어가며 편안한 마음으로 당일 최상의 식재료를 사 가지고 와서 전에 만들어본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임의로 요리해내는 그런 일은 영원히 내 능력 밖의 일일 것이다.(22쪽)

나 자신보다는 주방 기구를 신뢰한다. 손가락으로 고깃덩어리를 찔러 익은 정도를 알아보는 일은 아마 영원히 없을 것이다. 나는 또한 요리할 때 맛보기를 꺼린다. 다시 말해서 나중에 음식을 내놓았을 때 다른 맛이 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렵다는 말이다. (23쪽)

요리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요리에는 자신이 없고, 레시피 없이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한정적인, 도전의지는 충만해서 레시피를 보며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보긴 하지만 높은 확률로 실패하고 마는 여전히 초보 요리사. 자꾸만 불명예를 떠안는 줄리언 반스. (46년생. 유명한 소설가. 부엌 현학자)

엘리자베스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요리를 그르칠 가능성은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걸 따돌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리처드 올니의 말에 동의하리라. “실패는 창피한 게 아니며, 보통은 성공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렴, 나도 이상적인 이론으로는 그게 맞는 말임을 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가정 요리사들에게 실패는 실로 불명예다. (150쪽)


요리를 하나 만드는데도 온갖 생각을 하는 이 소설가는 음식의 이름에서 부역자를 생각한다거나(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했던 프랑스 정권의 주석을 생각했다는데, 마치 도리뱅뱅이란 음식을 보면서 청바지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사고방식이었던 듯 싶다), 책을 쓰려는 요리사는 쇠사슬에 꽁꽁 묶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어느정도 나도 동의하는 바다), 요리책을 보지 않는 요리사를 법규를 대충 훑어보는 변호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료를 부르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따져보기도 하고, (내가 보기엔 장황한 핑계 같다만) 정확하지 않은 레시피로 실패한 요리에 대한 경험을 늘어놓기도 한다. 레시피를 따라하다 열받은 내용은 기본,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하지만 책을 쓴 요리사로서는 전혀 이상한 걸 느낄 수 없는) 레시피에 대한 분노는 옵션이다. 


무엇보다 요리책 레시피 속 계량 방법에 맹렬하게 이의를 제기할 때는 나도 속이 시원했다.

나는 내가 상당 부분 의존하는 요리책들에 분노하는 일 또한 잦다. 왜 요리책은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않을까? 레시피에 쓰이는 단어는 왜 소설에 쓰이는 단어만큼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걸까? 전자는 몸에, 후자는 머리에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는데 말이다. (26쪽)

이 레시피는 설명이 애매한데, 그러면 적절한(아니 그보다는, 겁나는) 해석의 자유가 있다는 건가? 아니면 저자가 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할 수 없어서 그런 건가? 한 덩어리(lump), 한 모금(slug), 한 덩이(gout)는 얼만큼이지? 언제를 이슬비라고 하고 또 언제를 그냥 비라고 하느냐 하는 문제와 다를 게 없다. (41쪽)

“두 손을 합쳐 최대한 덜어낼 수 있을 만큼의 딸기를 넣으시오.”라는 리처드 올니의 레시피는 어떤가? 정말 이러긴가?(42쪽)
‘썰다’라는 말은 다섯 갈래로 나뉘는데, 어느 쪽을 택할까 고민하느라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못한다. (44쪽)


우리나라 레시피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다른 나라 언어보다 부사나 형용사 갯수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엄마나 할머니가 설명해주는 레시피는 딴 나라 말인 듯 아득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대파 한 줌, 아니다. 대파 한 움큼이랑 새우젓국을 자분자분하게 넣고 한소끔 끓여." tvN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가 이야기하는 '엄마표 레시피'를 잘 이해하지 못해 셰프들이 당황하는 모습, 우리네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낯설지가 않다. 줄리언 반스가 한국사람이었다면 부엌 현학자의 투덜거림이 곱절은 늘어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줄리언 반스가 시종일관 책 속에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요리책을 100권 정도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실패하지 않는 요리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전수한다거나, 에두아르 드 포미안이란 요리사의 조언에 따라 지치지 않고 디너파티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을 일러준다거나 하는 유용한 경험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쪽은 전자였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줄리언 반스는 요리에 굉장히 유감이 있는 걸까? 단연코 줄리언 반스는 누구보다 요리를 사랑한다. 요리에 시간을 쏟고, 더 나은 것을 위해 고민하고, 여러 권의 요리책 속 같은 레시피를 비교해보고. 애정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관심이 없다면 요리에 대한 이러한 깊은 생각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니 책 속 분노들은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긴 부끄러우니 이렇게라도 내 애정을 드러내야겠어!" 만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흔한 츤데레 타입.


더불어 이렇게나 유명하고 명망있는 사람조차 부엌에서는 나와 별 다를 것 없다는 묘한 위안도 얻을 수 있다.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뿐인데, 줄리언 반스가 옆집 투덜이 할아버지쯤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확 가까워진 내적 친분만큼이나 글도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유쾌한 투덜이 할아버지가 또 다른 음식 에세이는 언제쯤 내줄는지. 

이론적으론 다 알아. 레시피란 모두 근사치라는 걸, 창의적인 요리사는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품질에 맞춰 요리하리란 걸,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걸, 그 밖에 이런저런 걸 다 안다고. 난 그저 한창 요리하는 중에 이런 현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거라고.(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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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치질 않니? - 38만 명을 진단한 전문의가 알려주는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법
히라타 마사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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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다이어트와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당연하게도 나한테는 변비가 있었다. 그래도 변비라는 것에 딱히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화장실을 갈 때마다 변을 밀어내기가 힘들어졌다. 딱딱하게 굳은 변을 밀어내는 건 생각보다 너무너무너무 힘이 들고 아팠다. '아, 똥 안 싸고 살고 싶다!' 이 당시에는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화장실 가는 게 싫어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 난 뒤부터는 건강기능식품인 유산균을 챙겨먹게 됐다. 유산균이 배변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건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니까. 또한 레몬밤이나 새싹보리 분말도 챙겨먹고 있다. 그냥 채소를 섭취하는 것보다 몇 십배나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고 해서다. 매일 무언가를 챙겨서 먹어야 한다는 게 퍽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1년 가까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변비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고 딱딱한 변을 마주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노력이 빛을 발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변비는 치질과 떼놓기 힘들다. 이 사실을 변비가 심했던 그 당시에 알게 됐다. 변비에 대해서 검색해 보던 도중 연관검색어에서 치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변비가 치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던지.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한동안 개그소재로 써먹어 익숙한 그 치질이라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던가. 치질은 곧 수술이라는 자체 결론을 내렸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치질을 꽤 편파적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다. (유산균을 들인 시점이 이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치질 관련 책을 읽게 됐다. <왜 고치질 않니?>라는 중의적 제목을 가진 책이다.


'나 치질 있소!'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항문외과에 방문하는 것을 당연하게 쉬쉬하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검색해봐도 단편적인 이야기들 밖에는 발견할 수 없다. 당연하게 어떤 치료 방법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저 치질은 수술이라는, 내가 잘못 도출한 결과만을 맞닥뜨릴 뿐이다. 그래서 <왜 고치질 않니?>의 이야기는 퍽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치질은 성인의 70퍼센트가 앓는 '국민병'이라는 점, 환부의 특성상 치료를 미루거나 병을 방치하거나 혹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숨은 환자'가 많은 점, 오늘날 치질은 '수술없이 치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진료 지침입니다.(68쪽), 치질이라는 질환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급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70쪽) 등등 등장하는 내용들 모두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깡그리 무너져내렸다. 저자는 87년부터 항문외과 의사를 하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의 말이 거짓일리 없으니, 내가 치질에 대해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것들은 완전히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였다. 저자는 치질에 대한 정확한 용어와 시술과 수술 방법, 치질과 비슷하지만 다른 병의 종류, 치질을 스스로 고치는 방법, 치질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을 전달한다. 특히나 치질의 원인을 8가지로 나누고 사례들을 만화로 설명한 부분은 정보를 쉽게 전달받을 수 있어 유익했다.


저자는 "인간의 몸은 3개월 주기로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 의지를 품고 3개월간 노력하면 자가 치유력이 발휘되어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건강한 세포로 다시 태어난다. 이에 치질 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123쪽)" 인간의 세포 재생주기를 치질 치료시기로 상정한다.(기본이 3개월이다.) 비수술적 흐름에 맞춰 원인에 따른 해법을 3개월간 꾸준히 노력하게 함으로써 자가 치유력으로 치질을 치료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라는 것들은 특별하지 않다. 치질의 원인이라는 것이 어쨌든 일상생활 속 잘못된 습관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그것들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아주 기본적인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 '이런 것 가지고 되겠어?' 싶지만, 병의 치료는 역시나 백 투 베이직,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싶다.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역시나 변비에 관한 부분이다. 치질 관련 책을 봤는데 신기하게도 내 관심사인 변비를 해소시킬 방법들이 자세히 실려 있었다. 9가지의 솔루션 중에 실행하고 있었던 게 3~4개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 잘 걸어왔구나 싶어서 내심 읽으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새로 알게 된 부분들은 시도해 봄직하게끔 간단하니 기존의 솔루션과 함께 병행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변비도 나아지고 더불어 치질의 위험도 줄일 수 있으면 일석 이조 아니겠나. (식이섬유가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뉜다는 것도, 어떤 종류건 변비해소에 좋다는 것도, 해조류나 콩가루, 푸룬 등에도 풍부하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다.)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면 바로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167쪽)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문장이 답이다. 병을 키우지 말고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다면 바로 진단을 받아 보는 것. 아무리 자가 치유력을 바탕으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 해도, 전문의의 도움 없이 임의로 행동을 하는 것은 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꽤 작고 얇은 책인데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알차디 알찬 <왜 고치질 않니?>. 치질을 갖고 있는 환자도, 잠재적 발병 가능 환자도, 치질에 대해 제대로 알아 보려면 이 책이 답인 듯 싶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잘못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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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한국사 - 한국사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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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한국사능력검정 자격이 필요해 시험을 꽤 여러번 봤다. 역사는 자신있다며 시험을 만만히 보고 공부도 대충한 처음은 불합격이었지만, 마음을 단디 고쳐먹고 본 다음 시험에선 당당히 고득점 획득!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가서도 커트라인을 여유있게 넘겼었다. 그래서 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참 어렵다는 것을. 사실 굉장히 어렵다기보다는 아는 사건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그럴듯한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도록 문제가 출제되어 그렇다. 그러니 어떤 것을 알아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대다수는 그저 암기를 한다. 효율적으로 암기를 하든 무턱대고 암기를 하든, 한국사는 기본적으로 암기과목이다. 요 근래 <역사저널 그날>에서 봤던 ‘헤이그 특사’를 예로 들어보면, 일단 헤이그 특사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 헤이그 특사란 무엇을 일컫는 말인지, 이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무엇을 했었는지, 언제 (몇년 몇월 며칠) 일어났는지까지. 그 다음엔 헤이그 특사의 전후엔 어떤 시대 상황과 사건들이 있었으며, 헤이그 특사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그 전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것들을 어설프게 알았다간 다른 사건과 합쳐져 그럴듯한 지문으로 탄생했을 때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한국사의 어려움이다.


기출문제를 많이 보면서 문제의 유형을 알아나가고,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고득점의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 공부를 그렇게만 해서야 역사의 즐거움을 알 수나 있을까. 그래서 작고 두툼한 <족집게 한국사>라는 책이 등장했다. 이 책은 현직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저술했다.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흥미롭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저자란 말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한국사를 익히자’라 이야기한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과 배경을 먼저 알게 하고, 거기에 역사 속 숨겨진 재밌는 이야기를 더하고, 표와 사료를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 14년간 교사로서 터득한 효과적인 역사 교육방법이란다. <족집게 한국사>는 이런 저자의 교육 마인드를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한국사와 관련된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는 부담 없이 읽으면서도 학습하는 효과를 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니 한 번 믿어보면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엔 총 100가지의 사건들이 시간 순서대로 실려있다. 선사시대를 공부하면 보게 되는 늘 반가운 ‘흥수 아이’부터 가장 최근인 5.18 민주화운동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사건은 100가지 뿐이지만, 여기저기 함께 있는 표와 사료에는 그보다 많은 내용들이 함축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5~6쪽 분량으로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들로 사건과 연관짓게 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된 이야기의 주제에 포함된 시대와 사건과 중요도를 별표로 표기했다.


책을 읽다보면 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교양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나의 주제를 단순히 암기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인과관계를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4번째 ‘삼전도비를 왜 보존해야 하지?’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보면 역사적 사실과 사료 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까지 살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때보다 뭔가 자유롭고 암기의 압박이 좀 덜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핵심사건 100가지로만 시험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술술 읽히는 글들 사이에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과 사료들은 분명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들이라는 거다. 어렵지 않게 풀어써져 있는 한국사 이야기책이니, 한국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한국사 공부가 엄두도 나지 않는 이들에게 한국사 맛보기로도 좋겠다. 한국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를 제공하는 책, <족집게 한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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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풀 Joyful -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잉그리드 페텔 리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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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왜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서.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면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지, ‘내가 왜 행복하지?’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테니까. 더군다나 즐겁고 행복한 감정은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보다 유지시간이 길지 않다. 이 충만한 기분을 오래 붙잡을 수 없다면 최대한 만끽하는 게 나한테 이득이다. 행복이 가까이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인생에서 맞는 행복은 왜인지 멀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서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흥미로웠다.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행복'이라는 제목 위 알 수 없는 문장과 함께, 사람의 감정을 연구해 행복이 결코 손에 잡히지 않고 멀리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 책 <조이풀> 말이다.


고대 철학에서 현대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즐거움이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9쪽)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 잉그리드 페텔 리는 사람들이 물질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순간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즐거움은 찾기 어렵지 않다. 사실 즐거움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11쪽)'고 말이다. 결론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패턴을 찾아 나가는 중 '즐거움이란 감정은 실체가 없고 설명하기 힘들지언정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사실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건 디자이너들이 미학(aesthetics)라 부르는 것'(13쪽)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깊은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10가지의 '즐거움의 미학'을 찾아냈고, 책은 그 10가지를 설명하며 많은 예시들을 통해 미학과 감정의 관계를 짚어본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의 먼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물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비결과, 작은 변화로 평범한 물건과 장소에 특별한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즐거움은 당신의 손가락 끝에 있다."(15쪽)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앞에서 밝힌 즐거움의 미학 10가지가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인지, 3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행복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물질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선명한 색과 빛, 풍부함과 다양성, 자연과 야생, 균형과 대칭과 흐름, 원(혹은 동그라미), 예상치 못함과 엉뚱함, 공중에 떠 오르는 것과 떠 있는 것, 환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바람이나 중력), 축하, 재생. 나열된 10가지의 미학들은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자라면서 한 번쯤은 보거나 느꼈을 법한 벚꽃 축제(꽃의 재생), 생일파티(축하), 모빌이나 바람개비(눈에 보이지 않는 힘),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동그란 눈(원), 베란다에 있는 화분(자연), 무지개(풍부함),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빛) 등등. 일상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금도 곁에 있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감정을 건드려 행복하게 만들어준단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의구심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신의 연구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경험 속에 있던 일화들도 꺼내어 섞기도 한다. 쉽사리 납득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려한 글솜씨로 쓰인 책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자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팍팍한 삶 속에서 조그맣게나마 행복을 피우기 어떤 행동들을 일컫는 말. 책을 다 읽고 나니 '소확행'이 떠올랐다. 저자가 연구한 '일상적 공간과 물건이 어떻게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같아서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열심히 검색해 찾은 예쁜 디저트 한조각을 입에 넣는 걸로, 반신욕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곤한 하루 끝 따뜻한 물에 좋은 향의 입욕제를 넣고 몸을 담그는 걸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이 가득한 북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많은 책을 읽는 걸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낸 저녁을 먹는 걸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치던 먹던 것이라도 소소한 이벤트 하나로 행복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나를 위한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깨달음,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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