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 어차피 하는 청소 힘들이지 않고 확실하게
마쓰모토 다다오 지음, 한진아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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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청소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빨래나 청소나 설거지 같은 일들은 하고 나면 기분이 뽀송해진다. 뿌듯하기도 하고, 깔끔하고 깨끗해진 것이 눈에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지 않나. 동선도 길고,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피곤하고, 그런데 해야할 일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것 같고, 특히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게 별로다. 매일 같은 일을 해야하니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런데 지난 겨울, 독감을 일주일 정도 심하게 앓은 이후 2달 가까이 기침을 달고 살았다.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진찰을 받고, 상황에 맞춰 약을 자주 바꿔봐도 기침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오래 고생했었는데, 집안의 먼지같은 것들도 감기를 오래 지속시키는 이유라는 말을 담당 의사선생님한테 듣게 됐다. 그래서 "아, 주변환경을 배제한 채 나혼자 몸을 챙긴다고 면역력이 돌아오지 않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후 청소는 내게 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다 눈에 띈 책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저자는 자신의 일을 "나는 30년간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청소 일을 해왔다. 병원에서의 청소란, 먼지나 진드기로 인한 피해나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청소에 있어서는 가장 까다롭다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오래 전문가로 활동해왔다고 어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못했던 일화부터 먼저 꺼내며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청소하면서 놓친 조그마한 먼지마저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에서 가장 자주 본 단어가 '주의해야 한다', '감염 위험이 커진다' 등등이었다. 집안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내용들. 책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니 알겠더라. 청소는 꽤 전문적인 분야다. 조건과 필요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세제나 기구의 종류도 달라야 하고, 닦는 방법도 꼭 지켜야 바이러스나 먼지들이 제대로 닦였다. 저자가 언급한 방법대로 청소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청소'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진짜 청소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인 경우가 많았다. 별 생각없이 했던 행위들이 세균을 처발처발한다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불구, 읽어보면 누구나 한 챕터당 한 번씩은 놀라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은 부엌 부분이다. 아무래도 딸이다보니 내가 설거지와 부엌 청소를 도맡아 하다시피 하는데, 내가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 퍽이나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특히 식사 후 설거지 거리를 물에 담가두고 몰았다 한꺼번에 설거지하는 경우! 아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몰아서 설거지하기를 생활화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식기를 반나절만 방치해도 4~9시간 동안 싱크대 안에 잡균이 증식하게 되고, 이는 그릇을 닦는 행위만으로는 제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그렇다고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 건 잘 닦이지 않는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책을 읽으며 둥둥 떠다녔다.


물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어떻게 청소를 하면 좋은지, 어떤 세제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청소하는 순서, 청소하기 적당한 온도 같이 세세한 부분을 도표로 깔끔하게 정리도 해 두었다. 더불어 어떻게 청소를 하는 것이 세균과 먼지를 몰아내는 방법인지도 상세히 적혀 있다. 인과관계보다 지금 당장 청소에 관한 팁이 필요하다면 3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조건 청소를 구석구석 열심히 해야한다!'같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건강을 지키는 청소법'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것과 공존하면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청소를 매일 구석구석하라는 조언같은 건 하지 않는다. '적당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큰맘 먹지 말고 하자.'가 자신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는데 어찌 마음이 혹하지 않겠나. 청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으니, 이젠 실천해볼 차례다. 적당히 큰맘 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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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바이 아마존 Death by Amazon - 새로운 유통 전쟁의 시대, 최후의 승자는?
시로타 마코토 지음, 신희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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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해외 직구가 어렵고 낯선 내게는 조금 먼 이름이지만, 직구가 생활인 사람이라면 자주 드나들게 되는 곳이 바로 <아마존>이라는 사이트라고 한다. 라디오에서 가끔씩 '아마존에서 살펴보다가 어쩌고..' 하는 류의 문자들이 읽힐 때면, 아마존이 내 생각보다 지금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피부로 확 느껴진다. 나는 온라인 서점의 형태의 초창기 아마존은 기억한다. 우리나라에 e-book이 막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그 당시 e-book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아마존에서 원서를 본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어서다. 하지만 아마존에 대한 기억은 업데이트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머물러 있기에 현재의 아마존이 어떤 상태인지 잘 가늠은 안 됐다. 아마존이 뭐 어떻다는 거지? <데스 바이 아마존>이라는 어마무시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을 보며 내가 처음으로 한 생각들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데스 바이 아마존 Death by Amazon'은 경제 용어다. 우리말로 바꾸면 '아마존 공포종목지수'. 아마존의 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상장 기업 종목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이다. 아마존의 주가가 상승하면 반비례해서 하락하는 특징이 있고, 아마존의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 등의 뉴스가 발표될 때마다 요동친다. (7쪽) 책의 프롤로그에 설명된 걸 내가 이해한 대로 쉽게 바꿔 말하면 이렇다. '아마존과 업종(파는 물건)이 겹치거나 겹칠 예정인 브랜드들은 아마존의 공세에 밀려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표, 아마존과 붙어 싸우면 진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지표. 데스 바이 아마존 리스트에 들어있는 브랜드들은 분야도, 업종도, 브랜드가 유지돼 온 기간도 제작각이었는데, 그들을 차례로 흡수해 아마존은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부분에 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덩치를 키우길 마다치 않고 있다. '잡식 공룡'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언은 아니다. 이런 지표가 만들어질 정도로 아마존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내 생각보다 아마존은 훨씬 거대한 기업이었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하지만 '데스 바이 아마존' 리스트에 담겼다고 해서 그대로 끝이란 소리는 아니다. 반대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아마존에게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을 일컫는 말인 '아마존 서바이버 Amazon Survivor'. 그들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잘 파악하고, 아마존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을 깊게 파고들었다. 공룡이 덤빈다고 거기에 몰두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내가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 <데스 바이 아마존>은 아마존이 어떻게 공룡이 되었는지에 대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스 바이 아마존>은 공룡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들, 아마존 서바이버들의 경영전략을 파헤치는 책이다. 물론 아마존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유통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서술돼 있다. 그 유통 방법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상세히 보여준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아마존 찬양이 아닌, 아마존의 유통법을 우리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데스 바이 아마존>이 갖고 있는 목표는 뚜렷하다. '미래의 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그것이 아마존이든 아마존 서바이버든 상관없이 배워서 잘 쓰자!라는 목표 말이다.


책에는 쇼루밍이라는 쇼핑문화의 등장이 가져온 오프라인 상점의 쇼룸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는 아마존 대시 버튼이나 보이스 커머스의 등장 같이 아마존이 선보였거나 선보이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방법은 혁신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진짜는 데이터 확보가 목적인 아마존고의 오프라인 상점의 무인화의 경우를 보여주며 아마존이 단순하게 이익추구만을 쫓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선택을 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더불어 구매경험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스토어의 존재 이유를 바꿔버린 애플과 스타벅스의 사례, 소규모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와 공감하는 노도스트롬의 사례, 제품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소비자들을 붙잡는 세포라와 자라의 사례 등을 통해 기존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도 담았다. (중소기업들의 차별화 사례 또한 담겨 있다.)


마지막엔 드론이나 자율주행 배송, 구매보다 대여를 하는 구독 시스템 등의 미래 유통산업이 변화해 나갈 길도 언급한다. 그러니까 <데스 바이 아마존>은 새로운 유통 전쟁의 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방법들도 곧 많은 이들이 따라할 유통법일 테니 이 책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데스 바이 아마존>은 당신이 이렇게 따라하면 미래의 유통 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라는 정답이 아니라, 당신은 어떤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는가라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은 책을 읽고 난 후 내린 당신의 결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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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경이 왜 이래 -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최병무 지음 / 라온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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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주변에 벗어놓은 안경을 더듬더듬 찾는 일이다. 대체로 침대 헤드부분에 걸쳐놓는데, 자기 직전의 포즈에서 안경만 빼내 걸쳐놓는 거라서 어디였는지 제대로 기억 못할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더듬더듬 머리 맡을 손으로 훑어 안경부터 찾아쓴다. 안경을 쓰면 세상이 또렷하게 보인다. 포토샵으로 블러를 먹인 듯 뿌옇게 형체만 보이는 물건들이 안경을 씀으로써 제 모습을 찾는다. 매번 생각해도 새삼 신기한 광경이다.


안경을 쓰고 산 날이 안경을 쓰지 않고 산 날보다 많아졌다. 위험한 움직임을 하거나(예를 들면 놀이기구를 타거나 몸이 부딪힐 일이 있는 운동을 하거나) 자거나 샤워하는 순간을 제외하곤 안경을 벗는 일은 없다. 언제나 착용하고 있고, 안경의 무게도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해졌다. 내게 안경은, 그냥 눈이나 다름없다.


성장기엔 안경을 반년에서 1년 단위로 하나씩 바꿔왔고, 지금도 1~2년에 하나씩은 바꾸는 것 같다. 그동안 바꾼 안경이 몇 개나 될까. 그런데 그렇게나 많은 안경을 써왔으면서 정작 안경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딱히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답인 것 같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으니까.


<내 안경이 왜 이래>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안경이 시력 보정 도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평소 안경을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거나 의문이 들고 불편했지만 정보가 부족했던 안경 사용자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줄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작은 따옴표 속 문장들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직접 적은 내용들이다.) 또한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1~2년에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게 안경사지만 실상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자도 안경사이기에 필연적으로 안경사에 대한 자세한 직업적 소개도 같이 등장한다. 안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여기저기서 느껴져서 저자가 약간 귀엽게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3장이 가장 내게 유용했다. 평소에 알고 싶었던 안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한데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을 만드는 과정이나 안경테의 구조와 소재 같은 경우는 휘리릭 읽고 지나갔지만, 그 이후 안경렌즈 압축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안경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내게 잘 맞는 안경을 찾기 위한 피팅 방법이라든가의 경우는 안경 쓴 이들에겐 유용한 내용들이었다. 안경을 빼서 관찰하면서 읽기도 하고, 직접 책에 나와 있는대로 피팅해보기도 하고. '안경 1년 써도 새것처럼 쓰는 관리 노하우' 중 몇 가지는 눈에 잘 보이는 데다 따로 적어둬야겠다 마음 먹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4장도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유용한 내용이었는데, 각자의 얼굴에 잘 맞는 안경테를 고르는 방법이었다. 이 부분을 통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은 온테에 웰링톤형 셰이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안경상식은 쉬어가는 코너로 퍽 흥미로웠다. 최초의 안경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눈 건강을 돕는 운동법이라든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안경을 많이 쓰는 이유라든지, 눈도 주로 사용하는 눈이 있다라든지. 쉬어가는 코너인 안경상식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다 흥미가 동할만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그냥 넘기지 않고 꼼꼼히 읽었다. 뭐 중요한 내용들은 아니라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안경을 꼭 쓰게 된다. 에필로그에 적힌 문장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은 인간이란 시간의 흐름 그러니까 노화 앞에선 무력한 존재이기에 '말도 안 된다'며 마냥 부정할 수만도 없다. 지금은 쓰지 않더라도 앞으로 써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안경을 쓰고 있다면 더더욱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안경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말고 정확한 안경 정보를 알아보고 싶다면 <내 안경이 왜 이래>를 읽어보길 권한다. 쉽게 읽히지만 유용한 내용들이 가득한,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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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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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북은 처음 인기를 끌던 때부터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여전히 인기인가보다. 오늘 고른 책 <매일, 시 한 잔>은 시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라이팅북 성격도 같이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캘리그라피와 시의 만남이라는 카피가 흥미있어 관심을 가졌던 거였는데 생각지 못한 덤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들 중에서 마음에 꼭 드는 시를 골라 나만 알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이 작업에는 내 시간과 노력이 좀 많이 필요해서 자주는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골라 놓은, 여러 시인의 시들이 함께 있는 시집을 즐겨 읽는다. 너무 유명한 시들만 모아둔 책보다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시가 함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모두 마음에 들리는 없겠지만 조금은 편하게 시를 골라낼 수 있어서다. 시를 고른 누군가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매일, 시 한 잔>도 유명한 시인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들이 더 많다. 윤동주, 김영랑, 나태주, 릴케, 한용운 등등 잘 아는 이름들의 낯선 시들이 나를 맞이한다. 검색해 봐도 전문을 올려놓은 블로그나 까페만 보일뿐, 별다른 것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시들이 많았다. (모든 시를 검색해본 건 아니지만.) 바로 내가 선호하는 지점이다. 그 중에서 몇 구절 옮겨 적어본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치자꽃 설화 / 박규리 (26쪽)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02쪽)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선우사 / 백석 (184쪽)



"시를 읽다가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좋아하는 펜을 잡고 차분히 적어보세요. 단어도 좋고 내 느낌을 적어봐도 좋아요. 오늘이 아니면 절대 오지 않을 이야기를 새겨보세요."

책의 맨 처음, 일러두기에 적힌 <매일, 시 한 잔>을 읽는 방법 중 하나다. 그냥 스쳐가는 수많은 날들 중 '오늘'은 다시 오지 않기에, 책은 현재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 혹은 단어를 적으며 그날의 생각을 적어두는 일을 제안한다. 하나의 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 닿을 수 있음을 일러두는 말이다. 정답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어리석어보이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시'니까.


단순히 글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을 읽어내는 일. 작은 책 한 권으로 할 수 있는 큰 생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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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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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1cm의 특별함을 찾아내는 작가 김은주. 그녀가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1cm를 이야기하며 돌아왔다. 신작 <너와 나의 1cm>는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너'와 '나'의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설렘과 행복과 조금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엔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라는 예쁜 부제도 붙어 있다.

이번 <너와 나의 1cm>는 이전의 김은주 작가의 책들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 그동안은 '나' 하나만이 주인공이었다. '나'라는 존재의 우울, 희망, 위로, 사랑, 행복, 슬픔 등 나로 비롯된 많은 감정들이 책에 담겼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첫 책 <1cm>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1cm의 시선이었다) 이번엔 '너'와 '나' 주인공이 둘이다. 나와 너만 아는 이야기, 남들이 보는 우리 이야기 등 관계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너로 인해 바뀐 나, 나로 인해 바뀐 너, 함께라서 바뀐 시선은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어 사랑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1cm의 숨겨진 틈을 보여준다. 그리고 숨겨진 틈을 통해 사랑과 관계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사랑은 눈, 코, 입에서 시작되어도, 결국 심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므로. (58쪽)

어른이 되었다고 내 안의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져도 울거나 떼쓰지 않는 어린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른인 우리에겐 울거나 떼쓰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주고 위로해줄 누군가가, 여전히 필요하다. (78쪽)

상처와 관계없는, 나와 가장 관계 있는 사람 덕분에 상처는 낫는다. (148쪽)


무턱대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무조건적인 내 편. "무슨 일 있었어? 누가 너 괴롭혔어? 내가 혼내줄까?"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어 주는 사람. 우는 소리 한 마디에 "내가 지금 갈게." 라고 말해주는 사람. 생각만 해도 미소지어져서 '나 정말 미쳤나봐.' 생각하게 하는 사람. 생각지도 못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올라도 기분 좋아지는, 사랑하는 내 사람.

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계 중에서 '이렇게 충만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포근함을 주는 관계로 '사랑하는 사이' 말고는 딱히 생각 나는게 없다. (가족은 엄마라는 치트키가 있으니 예외로 둔다.) 사랑하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 단순하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하는 관계 말이다. 많든 적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비슷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닮아가는.

그래서 책 속의 그 많은 사랑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너라서 행복한,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달달함이 떠올랐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지도 않았고 그저 활자만 보고 있는 거였는데도, 초콜릿을 한 입 깨물어 먹은 것 같은 달달함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적재적소에 깨물어주고 싶은 일러스트와 함께하니 읽는 달달함이 배가 되는 듯 했다. 익숙한 그림이다 했더니 그동안 김은주 작가와 함께했던 양현정 작가의 그림이더라. 익숙해서 좋았고, 그림체가 따스해서 더 좋았다. 

다행히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물을 흘리는 씬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 관련 에세이엔 으레 등장하는 이별이 없다. 이별로 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소개되긴 하지만, 결국 Happily ever after. "일상적 다툼, 크고 작은 오해, 긴 사랑 사이의 잠시 미움 또한 행복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269쪽)" 그러니 결국 <너와 나의 1cm>는 사랑함으로 맛보게 되는 행복과 관련된 에세이다. 너가 전해주는 따스함으로 인해 잠시 행복한 것처럼, 너를 껴안음으로써 세상을 껴안게 되는 것처럼, 소중한 1cm를 통해 더 큰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에세이다. 아직은 바람이 세게 부는 오늘의 봄과 잘 어울려 따스함을 찾아볼까 두리번거리게 되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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