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7번째 일요일 소담 팝스 1
자비네 루드비히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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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옆에 있던 딸아이가 "엄마, 7번째 일요일도 있어?"라며 역시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순간 알쏭달쏭했던 것일까?? 분명 아무리 긴 달이어도 같은 요일이 다섯 번을 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8월 19일이라는 날짜가 반복되는 그림을 보니 왠지 같은 날이 반복되는 암시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7번이 아니라 더 많은 거지?? 

아무튼, 일요일은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즐거운 날이다. 모처럼 실컷 쉴 수도 있고 가고싶었던 놀이동산이나 공원에도 갈 수도 있고, 아무런 계획이 없어도 그 자체로 즐거운 날이다. 물론 놀토가 껴있거나 앞뒤로 휴일이 있어 연휴가 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시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나 개학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아쉬움이 앞서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프레디 역시 마찬가지다. 영원할 것 같던 6주 동안의 방학이 어느새 지나고 마지막 날 '다시는 월요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하다. 

프레디의 소원처럼 다시는 월요일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득,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주인공 남자의 반복되는 하루. 정말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 주인공 남자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에게는 새로운 하루이건만 남자에게는 똑같은 일상이다. 다만, 남자에 의해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이 사건이 되기도 한다. 상세한 이야기의 내용과 결말은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행복한 결말이었던 것 같다. 남자가 좋아하는(사랑하는?) 여자와 결국엔 사랑하게 되었던가?? 

그러고보면 열한 살 소년 프레디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도 결과적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분명히 어제였던 일요일이 다시 펼쳐지는 현실에 처음엔 당황스럽던 프레디가 한 번 두 번 일요일이 반복되자 어느덧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나중에는 영원히 계속될 것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를 월요일에 대한 미련도 있지만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일요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름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같고......

소원 팔찌를 잃어버리기 전에 무심코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라 여기며 자꾸만 반복되는 일요일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란 다시 소원 팔찌를 끼고 새로운 소원을 비는 것이라 생각하는 프레디. 소원 팔찌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알아보지만 허사로 끝나자 마침내 운명처럼 반복되는 일요일에 순응하며 살기로 하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 속에서조차 운명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가보다. 역시나 영원히 오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베로와의 내기에서 보란듯이 제 머리를 싹뚝! 잘라버리며 그래도 자고 나면 다시 원상복귀되어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프레디.
그날의 사건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년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본의 아니게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과 정원밀집지대에 있는 예쁜 정원의 아주머니와의 약속 등등...... 

정말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월요일이 꿈처럼(아니 오히려 당황스럽게) 현실로 제자리를 찾게된 것은 웬수같이 얄밉기만 했던 언니 미아가 건네준 소원 팔찌덕분이라니...... 

제목도 묘한 여운을 던지는 프레디가 들려주는 무한반복될 것같던 일요일의 이야기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이 된다면...' 등등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같은 바람에 대한 조언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자~ 어때요?
같은 날이 반복되니까 좋은 것 같은가요?
글쎄요?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것은 아닐까요?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기에 더욱 간절한 추억이지 않을까요?

돌이켜보면 미련이나 후회가 남는 순간이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처구니 없이 맞게된 월요일에 당황하면서도 지겹도록 맡아야 했던 메추라기의 탄 냄새와의 영원한 작별을 기뻐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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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랑 받아쓰기 사계절 저학년문고 50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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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랑 받아쓰기'라는 제목에 요즘 심심찮게 쏟아져 나오는 초등저학년 아이들의 받아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려니 했다. 

어느새 고학년이 된 딸아이의 저학년때 받아쓰기하던 때를 돌이켜보니, 일기쓰기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무렵의 딸아이는 꼬박꼬박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일기를 쓰면서 긴가민가하는 낱말의 받침을 물어보기도 하고, 또 생각날듯말듯한 말을 일기 쓰는 내내 물어가면서 썼던 것 같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은 순전히 나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또 틈틈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독서는 지금까지도 일기쓰기뿐만 아니라 받아쓰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단조로운 일상, 어제와 크게 다를 것없는 날에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쓰기도 하고 또 제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서 쓰기도 하니 말이다. 

아무튼, 받아쓰기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만만치 않은 일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내 주변에도 받아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등생이 된 조카아이도 그렇고,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 반 아이들도 아직 받침이 종종 틀리기도 하고 'ㅔ'와 'ㅐ'같은 모음이나 'ㅅ'이나 'ㅆ'같은 자음을 헷갈리게 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더욱 받아쓰기를 도와주는 아이들을 위한 실용서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그런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저학년 아이들의 엉뚱함이 묻어나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동화집이다. 

'받아'쓰기를 '바다'쓰기라고 쓰는 수동이에게 펭귄도 그보다 더 잘 쓰겠다는 엄마의 말에 어려서부터 아끼고 아끼는 펭귄 인형을 보자 엉뚱한 상상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어느새 선생님이 불러주는 받아쓰기는 펭귄이 좋아하는 바다가 되어 교실을 한바탕 꿈처럼 펼쳐진다. 아니 왜 선생님은 때맞춰 '거북이' '풍덩' '고래' '돌고래 떼' '물고기'.. 같은 낱말이 들어있는 문장을 불러주시는 건지..... 

수동이는 받아쓰기를 한 건지 아니면 고래 떼가 헤엄치는 바다 그림을 그린 것인지.... 그림이 가득 그려진 공책을 말아쥐고 선 수동이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밖에, 김순아가 소풍 가던 날 갑작스레 나타난 용과 함께 소풍을 가게 되는데 평소 깜순이라고 놀리던 이민중이나 아이들은 용때문인지 순아를 놀려대지 못한다. 놀이공원에서 고장난 청룡열차대신 열차가 되어 아이들을 신나게 태워주는 용이 바로 김순아의 친구라른 것을 알게된 아이들은 어느새 순아의 눈치를 보기까지 한다.  

엄마 아빠도 오지 않은 외로운 학예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상우가 우연히 만난 북극곰은 엄마처럼 성적이 오른 시험지를 보고 칭찬도 해주고 밥이랑 김치랑 멸치도 다 먹게 만든다. 북극곰을 위해 집의 문이란 문을 다 열어놓고 잠이 든 상우의 마음은 어느새 엄마가 있는 꿈나라로 향하고 있지 않을까.... 

얼마전 전학와 아직은 모든 것이 서먹한 소아. 도서관에 가는 것조차 망설여져 목에 걸린 도서관 카드만 만지작 거리는 소아의 눈에 들어온 교문 옆 책 읽는 동상.
하얀 색 책 읽는 소녀의 동상이라는 말에 초등학교 시절 학교건물 앞에 화단에 있던 동상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아...정말 오래된 기억 한 조각인데.. 요즘 초등학교에도 여태껏 그런 동상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떠오른다. 

어느새 '살아난' 하얀 동상과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하얀 동상이 찾아준 <눈의 여왕> 책도 읽고, 그림책 <황소와 생쥐>때문에 반 아이들과 별명짓기로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아이들의 상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참으로 얼토당토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 모두 저마다의 아픈 상처같은 곳을 감싸주는 밴드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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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그랬어 콩깍지 문고 9
양희진 지음, 김종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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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끼가 그랬다'는 제목에 주인공 녹두의 답답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릴 때 즐겨보았던 TV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야기이다.
표지그림에 큰토끼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더욱 그렇다.

참 정겹게 다가오는 주인공, 새콩 할매네 녹두. 콩이 여물어가는 초여름 더위라도 식히려는지 마당 평상에 앉아 혼자 집을 보고 있다가 당하게 된 봉변같은 이야기에 웃음보다는 '톰과 제리'를 볼때 느끼던 약삭빠른 제리에 대한 얄미움이 슬며시 살아난다. 

콩잎을 뜯어 챙기고 잽싸게 도망치는 토끼를 뒤쫓아가는 녹두는 제아무리 용을 써도 조그만 생쥐 제리에게 번번이 당하는 고양이 톰의 모습 그대로다.
큰토끼를 잡으려다 넘어지고 할아버지 난 화분을 깨트리고, 엄마 원피스도 찢고 아빠 자전거도 넘어뜨리고 급기야는 억울한 마음에 울기까지 한다. 

약이 잔뜩 올라 두고 보자며 내일 꼭 오라며 잡고 말테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녹두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러나 큰토끼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큰토끼를 잡을 요량으로 텃밭 둘레에 줄도 치고 종도 달아놓고 심기일전하며 큰토끼를 기다리는 녹두. 그러나 좀처럼 큰토끼는 나타나지 않는다. 평상에서 이리 눕고 저리 눕고 몸부림을 치다시피 하는 녹두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런데도 큰토끼는 나타나지 않고...... 마침내 토끼를 기다리다 지친 녹두가 잠이 들자 기다렸다는듯 작은토끼까지 데리고 나타난 큰토끼는 여유롭게 콩잎을 가방 가득 따 넣는다. 에구.. 녹두야.. 

아니 저런 겁도 없는 토끼들 같으니라구. 몰래 콩잎을 땄으면 부리나케 도망이라도 갈 것이지. 녹두 머리맡에 놓인 물까지 시원하게 마시질 않나, 작은토끼는 그래도 녹두 시원하라고 부채질을 해주는데, 아이쿠 녹두 얼굴에 앉은 파리를 잡으려다 녹두를 때리고 말았네. 자다가 홍두깨라도 맞은듯 화들짝 놀라 깬 녹두의 표정이 불쌍하기만 하다. 쯧쯧...
그리고 녹두와 토끼들의 한바탕 술래잡기같은 소동이 벌어진다. 

다음날엔 만화책과 볶은 콩까지 챙겨들고 여유롭게 토끼들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녹두. 과연 이번에는 토끼들을 잡을 수 있을까??
콩 먹으며 만화책 보고, 만화책 보고 콩 먹고... 그러다 지겨운지 또 잠이 드는 녹두. 왜 꼭 잠이들기만 하면 기다렸다는듯 토끼들이 나타나는 걸까? 아니면 녹두가 토끼가 나타날 즈음에 잠이 드는 것일까?? 

이번에도 작은토끼가 말썽이다. 녹두의 볶은 콩을 집어들다 와르르르 쏟아버리고 그걸 잡으려다 평상에 이마를 찧고, 그 바람에 녹두가 화들짝 일어난다. 아.. 다행이다. 아뿔사 그런데 이게 왠일... 토끼를 잡으려다 녹두가 평상에서 떨어진다. 에구.. 저러니 꼭 톰과 닮은게 틀림없다. 

엉엉 우는 녹두의손을 잡아주고 눈물도 닦아주는 토끼들이 그래도 고맙다. 쏟아진 콩도 함께 주워들고 사이좋게 나눠 먹는데, 큰토끼가 콩을 나누기 시작한다.
녹두와 작은토끼의 가운데 앉아서 한 알씩 콩을 나누기 시작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자기 오른쪽에 앉은 녹두 한 알,
가운데 앉은 자기 한 알,
왼쪽에 앉은 작은토끼 한 알,
가운데 앉은 자기 한 알,
자기 오른쪽에 앉은 녹두 한 알,
가운데 앉은 자기 한 알,
......
......


틀림없이 순서대로 똑같이 나누었다고 생각하는 녹두.
토끼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여전히 고개만 갸웃거리는 녹두는 톰이 분명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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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인생 멘토 2 -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낸 사람들의 인생 보고서
김보일 지음, 곽윤환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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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4살 중학생이 될 딸아이에게 안성맞춤이다싶은 제목과 더불어 삶에 있어 자신만의 가치로 세상을 살아낸 16인의 이야기가 어느새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딸아이가 느닷없이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으로서 치루게 되는 시험이어서 시험공부가 부담이 되나보다 짐작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우는 이유를 물어보니 시험공부에 대한 걱정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가 걱정이라며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지금쯤이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아야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아직 모르겠어. 뭐가 되고 싶은지 정말 모르겠어. 흐허허헝...." 

두 눈이 빨개지도록 우는 딸아이 앞에서 과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선, 며칠 뒤로 다가온 시험때문에라도 딸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같아 앞으로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며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 앞에서는 정작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말하기는 하였지만, 그런 딸아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복잡해져온다.

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딸아이의 현재보다도 미래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교묘하게 딸아이 앞에 내밀었던 많은 책들이 그날의 사단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아직도 마냥 철부지로 하하호호 건강한 웃음을 쏟아내어야 할 나이에 저토록 자신의 미래에 걱정하는 딸아이가 대견스럽게만 보이지 않는다. 혹시 섣부르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일까?  반가운 한편으로 딸아이에게 새로운 저의(?)로 다가갈까봐 살짝 두려움을 느끼며 먼저 읽은 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죽음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치의 포로수용소. 그러나 빅터 프랭클은 나머지 10% 생존자 속에 남아있었고, 쉴새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후 로고테라피(의미요법)를 발표하여 '사람은 어떠한 최악조건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빅터 프랭클 박사의 외침이 그 어떤 주장보다 간절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몇 년전 책을 통해 알게된 프라다 칼로의 삶은 여전히 그 어떤 정신력의 소유자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붓을 통해 그림으로 탄생된 그림에는 그녀의 강한 정신력만이 표현될 뿐이다. 

과연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삶을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우문(愚問) 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사람은 극한의 시련 앞에서 더욱 강렬한 삶의 불꽃을 태우는 것을 저토록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요즘엔 의미없이 삶을 허비하거나 부질없이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삶을 쉽게 내던지게 하였을까....... 어떤 사람들은 살아있는 시간 동안 조금의 나태함도 허락하지 않는데 말이다. 

문득, 강렬한 혹은 충실한 삶을 살게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기에 같은 환경에서도 누구는 더 열심히 희망적으로 또 누구는 절망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내 딸아이는? 혹 강렬한 삶을 살게하는 유전자가 없다면?  

흠... 강렬한 유전자가 없더라도 실망할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이들의 삶이 다행스럽게 이 책속에 담겨있다. 

자연에서 조화로운 삶과 순응하는 삶이 더 가치있음을 몸소 깨우쳐 준 스콧 니어링, 슬픔과 가난조차 현실을 바라보는 충실한 도구로의 의미를 담아내며 작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했던 강경애, 다른 과학자들이 뭐라하든 자기 방식대로 옥수수 연구에 기쁨을 더 소중하게 여겼던 매클린톡......타인과 사회으로부터의 시선과 주목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가치있는 삶이란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님을, 과거에 비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위인'들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삶만이 우러르고 본받을 것이라 여겨지고 또 훌륭한 삶이란 위인들처럼 살려고 할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요즘엔 참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이 제각각 가치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비단 공익에 우선하거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극히 개인적인 삶조차도 그 자체로 인정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바른 가치관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이 아닐까 싶다.  

자고나면 듣기만 해도 흉악스런 사건의 범죄자의 이름들이 귓속을 파고들어 아침부터 심란스런 요즘이다. 문득, 책속에서만 활자화된 삶의 멘토들을 만날 것이 아니라 뉴스에서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전체에서 일부로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같아 바르게 사는 것이 자칫 미련하고 어리석게 생각되는 요즘에, 그래도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깨우쳐 주는 이 책이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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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9
쥘리에트 소망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릭 퓌바레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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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라는 제목과 함께 새를 뒤쫓는 아이의 표지그림에 익히 알려진 동화 <파랑새>가 얼핏 떠오르기도 한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엔 집안에 있는 파랑새가 바로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었음을 알게 되는, 행복은 우리 곁에 있음을 알려주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 역시 행복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행복을 느끼는 그 곳에 바로 행복이 있다는....... 

온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운이 좋은 조심의 나라에 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주인공 소년 마누. 과자를 망칠까봐 과자도 굽지 않고, 장난감이 망가질까봐 장난감도 가지고 놀지 않고, 모르는 일은 시작도 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없는 조심의 나라에서는 불행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불행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결코 행복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그래서 소년 마누도 행복하지 않았겠지. 

옛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마누에게 무서운 꿈을 꿀 수도 있으니 차라리 메트로놈 소리를 듣자는 할아버지. 이유인 즉, '똑' 다음에는 늘 '딱'이 나오니 이상한 소리를 내는 법이 없기때문이라며 할아버지 말을 잘 들으면 절대로 불행해지지 않는단다.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의미가 아니듯, 호기심 많은 소년 마누는 조심 많은 할아버지와 달리 용기도 있었나 보다. 

갑자기 날아든 금조 '낙원'을 따라 행복의 나라로 따라가는 마누. 그러나 커다란 파도에 배마저 뒤집혀 낙원을 잃어버리고 혼자서 행복의 나라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마누 앞에 낙원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는 마누가 행복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곳이 행복의 나라이기도 하고 다른 곳이기도 하다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다시 길을 떠난다. 마누 역시 낙원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난다.

마누는 자신이 있는 곳이 행복의 나라라고 여길 때마다 여전히 조심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엽서를 보낸다. 자신이 도착한 곳이 바로 행복의 나라라며.
행복이 묻어나는 마누의 엽서를 받아든 할아버지는 어느새 행복의 나라를 꿈꾸지만 여전히 용기도 없고 조심성만 넘쳐난다. 

행복의 나라를 찾아 여행을 떠난 지 일 년이 다 되었는데도 마누는 여전히 행복의 나라를 찾아 낙원의 뒤를 좇을 뿐이다. 행복의 나라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마누에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낙원의 대답만이 되돌아올 뿐. 

문득, 마누는 행복의 나라에 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떨어져 있는 할아버지가 점점 자주 생각나는 만큼 말이다.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행복의 나라가 자신의 집이란 것을 깨닫게 된 마누는 할아버지에게 돌아간다. 그동안 마누가 보낸 엽서를 읽고 또 읽는 동안 용기라도 생겼던 것일까? 할아버지는 마누와 함께 작은 행복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행복은 과연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파랑새처럼, 또 마누의 이야기처럼 항상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일까?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랬듯이 마누 역시 행복(의 나라)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엔 자신의 집에 행복이(집이 행복이 나라)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을 결코 멀리에서 찾으려 하지 말라는 것, 어쩌면 자신 속에 행복의 근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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