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랑 받아쓰기 사계절 저학년문고 50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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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랑 받아쓰기'라는 제목에 요즘 심심찮게 쏟아져 나오는 초등저학년 아이들의 받아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려니 했다. 

어느새 고학년이 된 딸아이의 저학년때 받아쓰기하던 때를 돌이켜보니, 일기쓰기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무렵의 딸아이는 꼬박꼬박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일기를 쓰면서 긴가민가하는 낱말의 받침을 물어보기도 하고, 또 생각날듯말듯한 말을 일기 쓰는 내내 물어가면서 썼던 것 같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은 순전히 나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또 틈틈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독서는 지금까지도 일기쓰기뿐만 아니라 받아쓰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단조로운 일상, 어제와 크게 다를 것없는 날에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쓰기도 하고 또 제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서 쓰기도 하니 말이다. 

아무튼, 받아쓰기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만만치 않은 일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내 주변에도 받아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등생이 된 조카아이도 그렇고,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 반 아이들도 아직 받침이 종종 틀리기도 하고 'ㅔ'와 'ㅐ'같은 모음이나 'ㅅ'이나 'ㅆ'같은 자음을 헷갈리게 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더욱 받아쓰기를 도와주는 아이들을 위한 실용서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그런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저학년 아이들의 엉뚱함이 묻어나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동화집이다. 

'받아'쓰기를 '바다'쓰기라고 쓰는 수동이에게 펭귄도 그보다 더 잘 쓰겠다는 엄마의 말에 어려서부터 아끼고 아끼는 펭귄 인형을 보자 엉뚱한 상상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어느새 선생님이 불러주는 받아쓰기는 펭귄이 좋아하는 바다가 되어 교실을 한바탕 꿈처럼 펼쳐진다. 아니 왜 선생님은 때맞춰 '거북이' '풍덩' '고래' '돌고래 떼' '물고기'.. 같은 낱말이 들어있는 문장을 불러주시는 건지..... 

수동이는 받아쓰기를 한 건지 아니면 고래 떼가 헤엄치는 바다 그림을 그린 것인지.... 그림이 가득 그려진 공책을 말아쥐고 선 수동이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밖에, 김순아가 소풍 가던 날 갑작스레 나타난 용과 함께 소풍을 가게 되는데 평소 깜순이라고 놀리던 이민중이나 아이들은 용때문인지 순아를 놀려대지 못한다. 놀이공원에서 고장난 청룡열차대신 열차가 되어 아이들을 신나게 태워주는 용이 바로 김순아의 친구라른 것을 알게된 아이들은 어느새 순아의 눈치를 보기까지 한다.  

엄마 아빠도 오지 않은 외로운 학예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상우가 우연히 만난 북극곰은 엄마처럼 성적이 오른 시험지를 보고 칭찬도 해주고 밥이랑 김치랑 멸치도 다 먹게 만든다. 북극곰을 위해 집의 문이란 문을 다 열어놓고 잠이 든 상우의 마음은 어느새 엄마가 있는 꿈나라로 향하고 있지 않을까.... 

얼마전 전학와 아직은 모든 것이 서먹한 소아. 도서관에 가는 것조차 망설여져 목에 걸린 도서관 카드만 만지작 거리는 소아의 눈에 들어온 교문 옆 책 읽는 동상.
하얀 색 책 읽는 소녀의 동상이라는 말에 초등학교 시절 학교건물 앞에 화단에 있던 동상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아...정말 오래된 기억 한 조각인데.. 요즘 초등학교에도 여태껏 그런 동상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떠오른다. 

어느새 '살아난' 하얀 동상과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하얀 동상이 찾아준 <눈의 여왕> 책도 읽고, 그림책 <황소와 생쥐>때문에 반 아이들과 별명짓기로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아이들의 상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참으로 얼토당토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 모두 저마다의 아픈 상처같은 곳을 감싸주는 밴드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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