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인생 멘토 2 -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낸 사람들의 인생 보고서
김보일 지음, 곽윤환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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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4살 중학생이 될 딸아이에게 안성맞춤이다싶은 제목과 더불어 삶에 있어 자신만의 가치로 세상을 살아낸 16인의 이야기가 어느새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딸아이가 느닷없이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으로서 치루게 되는 시험이어서 시험공부가 부담이 되나보다 짐작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우는 이유를 물어보니 시험공부에 대한 걱정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가 걱정이라며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지금쯤이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아야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아직 모르겠어. 뭐가 되고 싶은지 정말 모르겠어. 흐허허헝...." 

두 눈이 빨개지도록 우는 딸아이 앞에서 과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선, 며칠 뒤로 다가온 시험때문에라도 딸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같아 앞으로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며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 앞에서는 정작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말하기는 하였지만, 그런 딸아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복잡해져온다.

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딸아이의 현재보다도 미래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교묘하게 딸아이 앞에 내밀었던 많은 책들이 그날의 사단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아직도 마냥 철부지로 하하호호 건강한 웃음을 쏟아내어야 할 나이에 저토록 자신의 미래에 걱정하는 딸아이가 대견스럽게만 보이지 않는다. 혹시 섣부르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일까?  반가운 한편으로 딸아이에게 새로운 저의(?)로 다가갈까봐 살짝 두려움을 느끼며 먼저 읽은 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죽음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치의 포로수용소. 그러나 빅터 프랭클은 나머지 10% 생존자 속에 남아있었고, 쉴새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후 로고테라피(의미요법)를 발표하여 '사람은 어떠한 최악조건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빅터 프랭클 박사의 외침이 그 어떤 주장보다 간절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몇 년전 책을 통해 알게된 프라다 칼로의 삶은 여전히 그 어떤 정신력의 소유자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붓을 통해 그림으로 탄생된 그림에는 그녀의 강한 정신력만이 표현될 뿐이다. 

과연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삶을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우문(愚問) 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사람은 극한의 시련 앞에서 더욱 강렬한 삶의 불꽃을 태우는 것을 저토록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요즘엔 의미없이 삶을 허비하거나 부질없이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삶을 쉽게 내던지게 하였을까....... 어떤 사람들은 살아있는 시간 동안 조금의 나태함도 허락하지 않는데 말이다. 

문득, 강렬한 혹은 충실한 삶을 살게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기에 같은 환경에서도 누구는 더 열심히 희망적으로 또 누구는 절망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내 딸아이는? 혹 강렬한 삶을 살게하는 유전자가 없다면?  

흠... 강렬한 유전자가 없더라도 실망할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이들의 삶이 다행스럽게 이 책속에 담겨있다. 

자연에서 조화로운 삶과 순응하는 삶이 더 가치있음을 몸소 깨우쳐 준 스콧 니어링, 슬픔과 가난조차 현실을 바라보는 충실한 도구로의 의미를 담아내며 작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했던 강경애, 다른 과학자들이 뭐라하든 자기 방식대로 옥수수 연구에 기쁨을 더 소중하게 여겼던 매클린톡......타인과 사회으로부터의 시선과 주목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가치있는 삶이란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님을, 과거에 비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위인'들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삶만이 우러르고 본받을 것이라 여겨지고 또 훌륭한 삶이란 위인들처럼 살려고 할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요즘엔 참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이 제각각 가치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비단 공익에 우선하거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극히 개인적인 삶조차도 그 자체로 인정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바른 가치관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이 아닐까 싶다.  

자고나면 듣기만 해도 흉악스런 사건의 범죄자의 이름들이 귓속을 파고들어 아침부터 심란스런 요즘이다. 문득, 책속에서만 활자화된 삶의 멘토들을 만날 것이 아니라 뉴스에서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전체에서 일부로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같아 바르게 사는 것이 자칫 미련하고 어리석게 생각되는 요즘에, 그래도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깨우쳐 주는 이 책이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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