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 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 작은숲 작은학교
신현수 외 15인 지음 / 작은숲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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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학교를 꿈꾸는 16명의 선생님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들에게 첫 수업에서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재 교실풍경이 모두가 바라는 그것과는 멀기만 한 '희망'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문득 우리(선생님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미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정작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하니, 흥!하고 콧방귀나 뀌지는 않을지...  

어제오늘 기사로 떠들썩했던 로봇영재였던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시험성적을 비관해 미련없이 삶을 포기한 아이들이 하나둘이 아닌 우리 사회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로봇영재로 주목을 받던 그의 죽음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새롭게 모색된 대입전형방법인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탁월한 재능을 인정해 선발한 인재를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수업조차 제대로 견뎌낼 수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야마는 부조리한 현실때문은 아닌지....
입학사정관제라는 한껏 부풀려진 정책이 오히려 유능한 미래를 좌절로 몰아넣고야 말았으니,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꼭 성적순이 아니라도, 탁월한 재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자선하듯 내놓은 새로운 제도는 입학전형에만 적용될뿐이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해 로봇박사로 불리며 로봇영재로 국내 유수의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영어로 진행되는 미적분학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사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대체 무엇을 위해 영어로 진행된 수업이었는지 자못 궁금증이 더해간다. 미적분이이란 만만찮은 과목으로도 벅찼을텐데 그것도 영어로 진행했다니..도대체 여기가 미국인지 영국인지...왜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이 영어에 발목을 잡혀야 하는지, 또 아까운 목숨을 던져야 하는지.... 

그래서 더욱 이 책에 실린 16명의 선생님들이 희망하는 1교시 수업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또 간절히 현실로 마주하고픈 수업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학교에서, 가장 일선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희망수업에는 안타까운 현재의 교육정책이 엿보이기도 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도 복선처럼 깔려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마주쳐야 할 현실로. 

어떤 선생님들은 자신이 맡은 과목에 충실히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 또 기성세대로서 미래인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중에는 장벽같은 현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교육자로서의 자책같은 비판도 느껴진다. 

'속도와 가벼움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와 획일적인 학교문화, 입시 경쟁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끼워 맞춘 자아의 발달을 조장함으로써 그들을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하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이 전면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 막고 있다'라는 글은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범하고 있는 우(愚)가 얼마나 우리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미래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비단 부모만의 책임도 아니고 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몫만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부가 사회인을 길러낸다는 명목으로 행사하는 불합리한 교육정책에 맞서 부모와 교사가 함께 힘을 모아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이 아닐까. 

부조리한 교육정책과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자기반성적인 교사들이 있는 한 이 책에 실린 희망수업 1교시는 절대로 희망으로만 남겨지지 않으리라. 희망의 수업이 아이들의 교실에서 현실로 피어날 그 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이상 아이들을 모순된 현실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의 하나된 용기가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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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0
노혜영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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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조연이 형의 이름이 주연이라고 소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두 살 짜리의 헛발질이란 제목이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형 주연이와 동생 조연이?...라고하니 왠지 심상치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같은 뒤늦은 기대감이 밀려왔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그것도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조연의 경우처럼 아픈 형의 신장이식을 위해 자신이 인공수정되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까.... 

문득 '열두 살'이란 조연의 나이가 심상치않게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한창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할 때가 그무렵인 것같아서 말이다. 말하자면 요즘 아이들이 서서히 사춘기란 병아닌 병을 앓기 시작하는 나이이니 말이다. 

요즘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만 보아도 열두 살이던 5학년때부터 조금씩 말 수도 적어지고 자신에 관한 질문만큼은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나 역시도 초등고학년 무렵 '혹시 엄마가 계모가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내가 엄마와 아빠의 진짜 딸이기는 할까?'같은 시답지않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조연이 탈출구처럼 생각해 낸 것은 다름아닌 가출!
돌이켜보니 나 역시도 가출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때가 있었다. 우습지도 않게 '발레'를 하고파서였다. 한창 인기있던 만화에 너무 심취했던 탓인지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고싶다는 생각에 급기야는 발레학원을 수소문해 다짜고짜 원장님을 찾아가 발레를 배우고 싶으니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거였다. 아마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였는지 중학교도 야간으로 다니며 학원 청소도 할테니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하지만 나의 용기는 딱 거기까지 였다. 원장님과의 면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출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었는지 그 뒤 중학교에 무사히 입학해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조연의 경우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통장과 도장, 가장 아끼는 MP3와 여벌의 옷가지까지 챙기는 용의주도함까지 갖췄다. 일상처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와 잠시 망설임도 꿈틀대지만 결국엔 가출을 감행한다. 엉겹결에 올라타게된 작은 승합차와 인연처럼 만나게 된 사투리 작렬인 캠핑카의 아저씨~
그리고 펼쳐지는 사흘간의 가출 소동.
사투리 작렬하는 캠핑카 아저씨와 본의아닌 동거를 하면서 겪게되는 조연의 3일동안의 가출소동이 결코 제목처럼 헛발질이 아니란 것을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이야기가 펼쳐진다. 

캠핑카 아저씨의 아버지 말씀처럼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놈들이다)'인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도 인정 넘치는 세상임을 우여곡절로 보여주는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 허둥!허둥! 외쳐대는 허둥교가 결코 책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차마 용서할 수없는 이들을 기꺼이 용서하는 일 역시도 엄연한 현실 속의 이야기임을 상기하게 된다. 또 조연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결코 보기 드문 현실이 아님을 생각하니 요즘 세상이 새롭다.  

조연이 헛발질(가출)을 통해 자신이 형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공수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더불어 운 좋게 만난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만큼은 제대로 깨닫지 않았을까...
웃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열두 살 조연의 유쾌한 헛발질이 살짝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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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놀이 - 5대륙 친구들이 즐기는 신 나는 놀이 300가지!,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6
알레산드로 마싸쏘.라우라 폴라스트리 지음, 비비아나 체라토 그림, 조성윤 옮김 / 상수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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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놀이'와 먼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단장한 놀이기구들이 많아진 놀이터에도 엄마와 함께 한 어린아이들이 아니면 보기 쉽지 않다.  

물론 아이들의 '놀이'가 집밖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놀면서 자란다'는 말속에 숨은 뜻을 나름 짚어보자면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또래아이들과 부대끼며 함께 놀 때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쑤욱~ 자라지 않을까.... 

요즘 주인 잃은(?) 놀이터의 원인은 다름아닌 아이들의 바쁜 하루일과 때문일 것이다. 학교가 끝나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순례하기 바쁘고, 그나마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이 있어도 함께 놀 아이들이 없으니 혼자서 그네 한 번 미끄럼틀 한 번 타고나면 머쓱해지니 놀이터를 찾는 발길이 자연스레 뜸해지기 마련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 놀이터마다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그네도 한 번 타려면 길게 줄을 서야하고 구름다리며 정글짐, 시소에도 발디딜 틈도 없이 아이들로 와글거렸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숙제를 하면서도 마음은 벌써부터 놀이터로 향하고, 서둘러 숙제를 마치고나면 놀이터로 달려가기 바빴다.  

밖에서의 놀이는 그 무엇보다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워지면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옴을 깨닫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아도 그렇다. 그나마 더운 여름밤이면 잠옷을 입고 밖으로 쏟아져나와 전봇대에 높이 매달린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숨바꼭질도 하고 그림자 놀이도 하며 더위를 식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끔 소독차가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하얀 소독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뒷꽁무니를 따라 옆동네까지 땀을 흘리며 뛰어가기도 했었다.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그러고보면 요즘 아이들은 진정한 '놀이'의 재미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느끼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인지 밖에서의 놀이보다 집안에서 형제들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같은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집에서는 보드게임을 놀이보다도 아이들의 지능계발이나 학습보조용으로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하던데... 놀이조차도 공부 혹은 학습과 관련짓는 세태에 씁쓸한 현실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5대륙 아이들의 300가지 놀이가 담긴 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놀이는 어떤 것이 소개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밀려왔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의 5대륙별로 세계 아이들의 놀이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무엇보다 생생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눈에 뜨인다. 어느 곳에 살든 어떤 모습이든 하나같이 맑은 눈망울과 미소를 지닌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수도 없이' 혹은 '많을수록' 좋은 아이들의 놀이는 특별한 준비물없이도 놀 수 있는 놀이부터 준비물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끈이나 열매, 나뭇잎, 돌, 양말, 끈 등이 고작이다.
놀이하면 (인공적인)장난감부터 떠올리는 것이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 본연의 놀이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대륙별로 소개된 놀이를 살펴보면서 아이들의 놀이는 주변의 자연을 이용한 놀이가 보편적임을 발견하게 된다. 보아뱀이나 하마, 펭귄이나 야생마, 물고기나 늑대와 같은 동물들의 생태를 반영한 게임도 적지 않다.
책의 중간중간에 마련된 세계의 뜀뛰기 놀이/ 세계 속 다양한 릴레이 경주/ 세계의 다양한 땅따먹기 놀이/ 세계 속 숨바꼭질 놀이/ 세계 속 장님놀이...는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비슷한 놀이로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놀이로 투호놀이가 소개된 것을 보면서 책 속에 소개된 각국의 놀이 역시도 오랜 전통을 가진 놀이가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투호놀이를 옛날에 비해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로 미루어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이탈리아 체나콜로 청소년 출판물 일등상'을 받았다는 이 책은 세계의 아이들 모두가 놀이를 통해 자라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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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은 강아지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마달레나 마토소 그림, 전은주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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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다양한 그림책들이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도 즐겁게 한다.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책들가운데 출판사 나름의 엄선된 기준을 통과(?)하여 선택되어 마침내 번역되어 나온 책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작가들의 그림책들이 그에 못미치고 있음에 아쉽기도 하지만 어쨌든 세계 여러나라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반갑기만 하다.

그래서 그림책을 받아들면 제일 먼저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인지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 이번엔 쉽게 만나볼 수없는 포르투갈 작가의 그림책이라니 어떤 독특함을 느끼게 될지 기대감에 펼치게 된다. 

대체로 그림책의 대상이 유아기의 아이들인 점을 고려한다면 원색적인 색상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책이다. 더구나 소파에 기대 지긋이 눈을 감고 신문을 보고있는 강아지라니... 한창 반려동물로 친근한 강아지가 아닌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아파트와 건물들과 집들이 사이로  크고 작은 상자를 가득 싣고 온 이삿짐센터 차가 도착한다. 그리고 이삿짐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관심있게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나같이 '과연 어떤 이웃이 새로 이사왔을까?'하는 표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까닭일까? 며칠 뒤에도 또 며칠 뒤에도 크고 작은 이삿짐을 실은 새로운 이웃들이 도착한다. 한 쌍의 멋진 코끼리도 있고 멋쟁이 이웃도 있다.  창너머로 혹은 문 뒤에서 새로운 이웃들이 친절하고 좋은 그리고 멋진 이웃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나'와 달리 엄마 아빠는 그런 이웃들을 불편해 한다. 

결국엔 엄마 아빠를 따라 짐을 싸고 새 동네로 부랴부랴 이사를 가게 된 '나'. 차창너머로 아쉬운 눈물을 뿌리며 떠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 온다.
다행히 어른이 되면 친절하고 멋진 이웃들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꿈을 품는다. 

문득, 앞뒷문 활짝 열어놓고 이른 아침부터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새로 이사 오면 떡 한 접시 담아 수줍게 인사도 하던 그 시절.
아.. 그러나 어느덧 그런 풍경은 과거의 풍속이 된듯 보기 드문 요즘이다.

새로운 이웃이 오면 반가움보다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으로 높디높은 담을 쌓아올리는 우리들의 현실이 따끔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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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나의 기차여행
카트린 쉐러 글.그림, 지영은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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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기차에 오르려는 걸까? 아니면 기차 안 풍경을 엿보기라도 하는 걸까?
기차에 오를듯 말듯 엉거주춤한 돼지의 표지그림에 그냥 즐거운 돼지의 기차여행쯤이려니 상상했다. 

요즘에야 기차보다 흔해진 자가용이 있어 굳이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시절이지만, 돌이켜보면 북적거리고 불편하던 기차마저도 아쉬운 시절이 있었는데....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이 가까워오면 아버지는 할머니댁으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두시고는 그날이 되면 선물이 든 큼지막하고 묵직한 가방을 들고 열차에 오르고는 했었다. 물론, 어린 나도 또하나의 선물꾸러미처럼 아버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열차 안에는 고향을 찾아간다는 설레임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고, 목적지까지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기보다는 넉넉한 웃음이 넘쳐 흐르던 아득한 그 시절....
기억 속의 추억을 더듬으며 펼쳐든 책 속에는 예상과는 달리 나무연필냄새가 금방이라도 풍겨날듯한 그림이 펼쳐진다. 거의 실물크기의 두 손과 그 주변에 늘어져 있는 온갖 미술도구들이 마치 진짜로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아, 나도 이런 그림 한 번 그려봤으면..'하는 바람이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 속에서 탈출이라도 한듯 부러움으로 바뀐다.
드디어 쓱싹쓱삭 거침없이 기차를 그려내고는, 그 속에 앉은 손님들까지 제각각으로 그려낸다. 꽃을 입에 문 암소, 잠을 자는 늙은 개,  장난기 많은 꼬마 염소, 그리고 혼자 앉아 있는 작은 돼지.

이제 막 떠나려는 여행에로의 설레임때문인지 창밖을 응시하는 돼지의 표정엔 살짝 미소가 피어나는 듯한데... 작가는 돼지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혼자 앉아있는 돼지가 불쌍하단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의 작은 돼지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돼지의 말에 목적지를 모르는 것은 돼지가 아닌 바로 작가인 화가 아줌마임을 알게 된다.
"이봐요, 화가 아줌마! 기차가 어디로 갈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면, 먼저 내 몸에 작은 점을 하나 그려주는 게 어때요?" 

오른쪽 어깨에 잘 어울리는 점까지 얻게 된 돼지는 이름도 지어달라고 한다. 앞자리에 꼬마 염소의 도움으로 이름까지 갖게 된 돼지는 한껏 신이 났다. 예쁜 셔츠도 얻어 입고 나중에는 자신과 함께 여행할 반가운 친구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다.
화가에게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참으로 당돌한 작은 돼지다.
작가는 꼼짝없이 작은 돼지의 요구를 하나하나 다 들어준다.
그래도 그런 작은 돼지가 밉지 않은 건 왜일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마치 나 자신인 것처럼, 또 작은 돼지가 말을 걸어오는 게 다름아닌 나 자신처럼 여겨지는지.....
당돌한 돼지 요한나로 인해 잠시나마 화가가 된듯 착각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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