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0
노혜영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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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조연이 형의 이름이 주연이라고 소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두 살 짜리의 헛발질이란 제목이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형 주연이와 동생 조연이?...라고하니 왠지 심상치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같은 뒤늦은 기대감이 밀려왔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그것도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조연의 경우처럼 아픈 형의 신장이식을 위해 자신이 인공수정되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까.... 

문득 '열두 살'이란 조연의 나이가 심상치않게 다가왔다. 그러고보면 한창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할 때가 그무렵인 것같아서 말이다. 말하자면 요즘 아이들이 서서히 사춘기란 병아닌 병을 앓기 시작하는 나이이니 말이다. 

요즘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만 보아도 열두 살이던 5학년때부터 조금씩 말 수도 적어지고 자신에 관한 질문만큼은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나 역시도 초등고학년 무렵 '혹시 엄마가 계모가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내가 엄마와 아빠의 진짜 딸이기는 할까?'같은 시답지않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조연이 탈출구처럼 생각해 낸 것은 다름아닌 가출!
돌이켜보니 나 역시도 가출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때가 있었다. 우습지도 않게 '발레'를 하고파서였다. 한창 인기있던 만화에 너무 심취했던 탓인지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고싶다는 생각에 급기야는 발레학원을 수소문해 다짜고짜 원장님을 찾아가 발레를 배우고 싶으니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거였다. 아마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였는지 중학교도 야간으로 다니며 학원 청소도 할테니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하지만 나의 용기는 딱 거기까지 였다. 원장님과의 면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출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었는지 그 뒤 중학교에 무사히 입학해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조연의 경우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통장과 도장, 가장 아끼는 MP3와 여벌의 옷가지까지 챙기는 용의주도함까지 갖췄다. 일상처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와 잠시 망설임도 꿈틀대지만 결국엔 가출을 감행한다. 엉겹결에 올라타게된 작은 승합차와 인연처럼 만나게 된 사투리 작렬인 캠핑카의 아저씨~
그리고 펼쳐지는 사흘간의 가출 소동.
사투리 작렬하는 캠핑카 아저씨와 본의아닌 동거를 하면서 겪게되는 조연의 3일동안의 가출소동이 결코 제목처럼 헛발질이 아니란 것을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이야기가 펼쳐진다. 

캠핑카 아저씨의 아버지 말씀처럼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놈들이다)'인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도 인정 넘치는 세상임을 우여곡절로 보여주는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 허둥!허둥! 외쳐대는 허둥교가 결코 책속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차마 용서할 수없는 이들을 기꺼이 용서하는 일 역시도 엄연한 현실 속의 이야기임을 상기하게 된다. 또 조연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결코 보기 드문 현실이 아님을 생각하니 요즘 세상이 새롭다.  

조연이 헛발질(가출)을 통해 자신이 형의 치료를 목적으로 인공수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더불어 운 좋게 만난 캠핑카 아저씨와 주유소 할아버지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만큼은 제대로 깨닫지 않았을까...
웃음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열두 살 조연의 유쾌한 헛발질이 살짝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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