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나의 기차여행
카트린 쉐러 글.그림, 지영은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 막 기차에 오르려는 걸까? 아니면 기차 안 풍경을 엿보기라도 하는 걸까?
기차에 오를듯 말듯 엉거주춤한 돼지의 표지그림에 그냥 즐거운 돼지의 기차여행쯤이려니 상상했다. 

요즘에야 기차보다 흔해진 자가용이 있어 굳이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시절이지만, 돌이켜보면 북적거리고 불편하던 기차마저도 아쉬운 시절이 있었는데....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이 가까워오면 아버지는 할머니댁으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두시고는 그날이 되면 선물이 든 큼지막하고 묵직한 가방을 들고 열차에 오르고는 했었다. 물론, 어린 나도 또하나의 선물꾸러미처럼 아버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열차 안에는 고향을 찾아간다는 설레임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고, 목적지까지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기보다는 넉넉한 웃음이 넘쳐 흐르던 아득한 그 시절....
기억 속의 추억을 더듬으며 펼쳐든 책 속에는 예상과는 달리 나무연필냄새가 금방이라도 풍겨날듯한 그림이 펼쳐진다. 거의 실물크기의 두 손과 그 주변에 늘어져 있는 온갖 미술도구들이 마치 진짜로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아, 나도 이런 그림 한 번 그려봤으면..'하는 바람이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 속에서 탈출이라도 한듯 부러움으로 바뀐다.
드디어 쓱싹쓱삭 거침없이 기차를 그려내고는, 그 속에 앉은 손님들까지 제각각으로 그려낸다. 꽃을 입에 문 암소, 잠을 자는 늙은 개,  장난기 많은 꼬마 염소, 그리고 혼자 앉아 있는 작은 돼지.

이제 막 떠나려는 여행에로의 설레임때문인지 창밖을 응시하는 돼지의 표정엔 살짝 미소가 피어나는 듯한데... 작가는 돼지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혼자 앉아있는 돼지가 불쌍하단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의 작은 돼지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돼지의 말에 목적지를 모르는 것은 돼지가 아닌 바로 작가인 화가 아줌마임을 알게 된다.
"이봐요, 화가 아줌마! 기차가 어디로 갈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면, 먼저 내 몸에 작은 점을 하나 그려주는 게 어때요?" 

오른쪽 어깨에 잘 어울리는 점까지 얻게 된 돼지는 이름도 지어달라고 한다. 앞자리에 꼬마 염소의 도움으로 이름까지 갖게 된 돼지는 한껏 신이 났다. 예쁜 셔츠도 얻어 입고 나중에는 자신과 함께 여행할 반가운 친구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다.
화가에게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참으로 당돌한 작은 돼지다.
작가는 꼼짝없이 작은 돼지의 요구를 하나하나 다 들어준다.
그래도 그런 작은 돼지가 밉지 않은 건 왜일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마치 나 자신인 것처럼, 또 작은 돼지가 말을 걸어오는 게 다름아닌 나 자신처럼 여겨지는지.....
당돌한 돼지 요한나로 인해 잠시나마 화가가 된듯 착각하는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