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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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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십 년 후나 몇 년 후 같은 먼 미래가 아니라 불과 며칠 뒤나 몇 분 뒤라도, 미래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미래의 신문 단 한 쪽(반드시 증권 란!)이라도 미리 볼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첫 번째 직업군은 다들 잘 아시죠 ^^)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매우 근본적인 것입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예언자’가 근대 과학 문명의 발전과 함께 허황된 미신으로 치부되며 역사의 전면에서 거의 사라져 간 현재에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예언자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엄청난 돈을 벌고 현대 사회의 중추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로 저자인 윌리엄 A. 서든[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 을 시작합니다.

서든이 지목하는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예언자는 바로 증권가와 금융가의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입니다. 일반인들의 경제 생활의 중심도 생산업과 서비스업에서 금융과 증권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져 가는 추세 속에서 앞으로 급등하거나 가격에 오를 투자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호언장담이나 장래성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추천한다는 전략기획자들의 주장은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미래의 성공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고대 예언자들의 예언이나 신탁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현대의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은 통계와 과학적인 분석 기법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없는 미신인 예언이나 신탁과는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1900년 이후 110년이 넘는 주식 시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장의 변화와 그 전후에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 예측과 전망들을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지난 1세기 동안 발생했던 대표적인 주식 시장의 침체와 상승기를 절반은 고사하고 1/4이라도 제대로 예측하거나 전망한 전문가나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음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 밝힙니다. 1929년의 대공황을 비롯하여 5~60년대의 고속 성장, 70년대의 석유파동, 1987년의 검은 월요일, 2008년의 서브프라임 금융 공황 등 역사상 중요한 경제의 전환점들에서 전미 경제연구소나 경제분석국, GE 같은 거대 기업, 거대 증권사와 은행들이 한결같이 아무런 예측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였음은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분명하며, 전환점 이후의 경제 전망에서도 한결같이 예측이 어긋났음을 저자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예측을 적중시킨 전문가나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외의 다른 예측들은 어김없이 빗나가서 전체적으로 볼 때 절반 이상의 예측을 성공시킨 전문가나 기관은 역사상 전무했음을 밝힘으로써, 권위있다는 전문가나 기업의 예측이 사실을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확률을 보일 뿐이라고 실랄하게 폭로합니다. 
 

 

경영과 경영학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1970년대 이후 등장했던 전략기획과 성장 매트릭스, 경영전략, 우수성 집중, 리엔지니어링 등의 열풍들도 한결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효율성이 의심받음으로써 ‘경영에서 일관된 성공 법칙은 없다’라는 당연한 진리만을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증시 예측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성배처럼 추앙받았던 랜덤워크 이론과 다우이론, 엘리어트 파동이론, 시장주기설,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의 기술적 분석 기법들도 실제로는 시장 예측에 무용했다는 사실과 언론을 통해 최고의 권위자로 추앙받았던 인물들의 실제 예측 적중률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이었는가도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하면 폭로합니다. 결론은 증시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론, 비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언제나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었던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등은 그런 기술적 분석이 아닌 기본적 분석 기법을 사용해 원칙에 충실한 정석 투자를 장기로 했다는 점과 어쩌면 아주 드문 확률상의 예외에 속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점을 저자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5장에서는 기술주 투자에서 중요한 첨단 기술 예측에 대해 1900년대 초부터의 수많은 미래 학자들의 예측이 쥘 베른의 과학소설보다도 못한 미래 예측을 보여주었과 그들이 예측한 근미래가 얼마나 현재와 동떨어진 것인가를 조목조목 밝힘으로써 미래에 사용될 첨단 기술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상업적 실용성을 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여줍니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가장 예측율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분야인 기후 예측과 인구 예측에서도 얼마나 많은 오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지도 두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회 예측은 보다 복잡하고 그만큼 예측이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고 말하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격변에 대한 예측과 실제 역사적 사실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각 분야에 대한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예측 기법과 이론, 전문가들이 모두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적중 확률을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밝힌 후, 미래를 예측해 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곰꼼하게 따져보고 검증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허황되고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현실에 충실하고 그것이 미래에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현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그나마 확률이 높은 예측은 ‘내일도 오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는 것처럼 말이지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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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악의 번영 - 비판적 경제 입문서
다니엘 코엔 지음, 이성재.정세은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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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호가들은 모짜르트와 슈베르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사실에 두고두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하지만, 음악사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은 엄밀하게 살펴본다면 모짜르트나 슈베르트가 살던 시대에는 성인 남성들의 평균 수명이 36세 정도였기 때문에 당시 사회의 평균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그들이 특별히 요절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처럼 불과 2~300년 전의 사회나 생활상조차 지금의 기준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할 정도로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기술의 발전에 근거한 이러한 사회의 문명적, 문화적 발전이 과연 인류를 실질적으로 진보시키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토기를 만들어 잉여 생산물을 저장하고 그것을 서로 물물 교환하면서 경제가 처음 태동한 이래, 원시 공산 사회에서부터 노예제와 농노제, 봉건제를 거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수정 자본주의 등의 단계로 차례로 발전해 나가면서 경제가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급속도로 커져 왔습니다. 하지만 노예제와 봉건제는 물론이고 초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심지어는 현대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도 경제가 과연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는지, 아니면 자본과 물질, 계급의 고착화와 심화를 낳았을 뿐인지에 대한 토론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생산이냐 분배냐 라는 자본주의 초기부터의 논쟁은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 소출이 모든 인류의 필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구촌의 빈익빈부익부는 여전하고, 선진국 내에서조차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져만 가고 있는가 라는 경제와 인류의 진화 속도의 부조화에 대한 의혹과 문제 제기로 발전하였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경제 제도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인지 아니면 인류의 본성이 지닌 한계 때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마저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 악의 번영 ] 은 이러한 인류의 역사에서 경제 발전이 미친 영향들을 거시적으로 조감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다니엘 코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이자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비교되곤 하는 참여적 성향이 강한 경제 사회학자인데, 그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발전 역사에서 중대한 발전과 고비의 순간들이 지닌 의미와 그것이 현재의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 고찰하고,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의 전지구적인 확산을 통해 전세계가 골고루 부흥과 평화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신석기 시대부터 18세기까지 인류의 경제 발전과 성장은 그 외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생산력과 만족도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충격적인 말로 본론을 시작합니다. 이는 멜서스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론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생활 환경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나면 그예 비례하여 생활 환경이 다시 나빠지는 매커니즘을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멜서스의 부정적인 이론을 깨뜨린 것이 바로 산업 혁명이었는데,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산업 혁명으로 서양은 당시까지 훨씬 더 문명이 일찍 개화되고 발전되었던 중국이나 아랍을 결정적으로 능가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으로 국가의 역량이 강화되고 물질적 능력이 강성해짐에 따라 유럽의 각 국가들은 서로 패권을 다투게 되고 그 결과가 바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까지에서 유추된 이론은 높은 경제적, 물질적 성정을 구가해 온 국가나 민족, 문화는 그 정점에서 멜서스의 법칙처럼 몰락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고 붕괴의 길을 걷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2차 대전 이후 30년 간 고성장세를 구가해 온 세계 경제를 다시 침체시킨 것은 70년대의 오일 쇼크였고, 여기에다가 복지 국가 지향의 정책이 유럽의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냉전과 양극 체계의 붕괴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도 역시 생산력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금융 공학이라는 위험한 편법으로 성장세를 계속해가는 것처럼 스스로 최면을 걸다가 금융 공황을 자초하게 됩니다. 

 

현재 세계 경제계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중국과 인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인데, 저자는 저임금 노동력을 토대로 한 단순 생산업 위주로 급격한 발전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인도 역시 과거의 유럽과 미국처럼 성장의 극한에서 곧바로 몰락의 길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경공업의 재료를 제공해 주는 천연 자원의 급속한 고갈과 중공업 발달의 결과로 인한 심각한 환경 파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고도의 발전이 곧바로 몰락과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아이러니함 속에서 현재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세력의 예상되는 파멸을 막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생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산업의 중심을 옮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이버 공간으로의 경제 무대의 이동입니다.
이중 사이버 경제로의 이동은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전하면 주위 환경이 반비례하여 악화되는 현실의 제반 조건과는 달리, 참여자가 늘고 기술이 발달하면 공간과 자원이 그에 비례하여 무한대로 넓어지는 사이버 공간은 18세기의 산업 혁명처럼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멜서스의 딜렘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니엘 코엔의 논지를 되짚어보면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이 그 사회의 번영과 행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경쟁을 가속시키고 대립을 격화시켜 결국 그 국가와 사회를 몰락과 붕괴의 길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아이러니가 사실임을 저자는 신석기 시대와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에서부터 현재의 서브프라임 금융 공황까지의 수많은 예를 들어 설득력있게 설파해 나갑니다.
그리고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초거대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뒤늦게 자본주의 생산 경쟁에 뛰어든 현재 예상되는 전지구적 규모의 생태계와 자원의 파괴와 고갈을 저자는 우리가 주시해야 할 새로운 위기의 서막이라고 경고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임박한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현실의 경제와는 정반대의 특성을 지닌 사이버 공간으로의 이동을 제시합니다. 사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마치 SF 소설에서의 가상 현실 같은 느낌을 주지만, 현재 우리 주변의 IT 환경은 이러한 대안이 충분히 되어줄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습니다.

인류의 발전사를 기존의 점진적 진화론과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번영과 파국의 야누스적인 매커니즘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예상되는 거대한 파국과 그 대안을 제시한 독특한 관점의 이 책은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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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과의 대화
리처드 오스본 지음, 박기호.김남희 옮김 / 음악세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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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클래식 음악 지휘계를 푸르트벵글러와 함께 나란히 양분한 명실상부한 20세기 후반 지휘계의 제왕이자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지휘 방식과 스타일을 확립한 혁신가, 그 자신으로 대표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거장 지휘자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파한 아이콘적인 존재였던 만큼 미국 아마존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넣어 검색해보면 무려 300권에 가까운 카라얀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이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국내에 번역되거나 출간된 카라얀에 대한 전기나 평전은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빈약한 것이 국내 음악 출판계의 취약한 현주소이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유일한 카라얀 평전으로 군림해 온 로베르트 바흐만의 <음악의 황제 카라얀 - 그 영광의 뒤안길>은 저자 스스로가 아예 카랴안으로부터 공식적인 전기를 의뢰받았다가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받은 데에 대한 울분을 서문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격렬하게 성토하여 시작할 정도로 카라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토대에 짙게 깔려있는 전혀 공정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책이고, 국내 번역과 출간 역시 카라얀에 대해 직접적인 반감을 수도 없이 공개적으로 표출해 온 특정 잡지사에 의해 부실하게(표지와 본문 어디에도 저자의 이름이 없다!) 이루어짐으로써 80년대 일부 구세대 평론가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조작되고 전파된 카라얀 혐오론의 근거로 악용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문제 많은 바흐만의 책이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카라얀 평전으로 군림해 온 이해하기 힘든 기형적인 현실은 무려 20여년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카라얀 사후 근 20년이 지난 뒤인 2009년에야 비로소 새로운 카라얀 전기인 페터 윌링의 <카라얀 - 불꽃의 지휘자>(21세기북스) 단 1종만이 새롭게 출간되었을 뿐이다.

카라얀과 대비되어 온 존재인 푸르트벵글러에 대해서는 헤르베르트 하트너에 의한 방대한 푸르트벵글러 전기가 두툼한 양장본으로 국내에서 출간(마티)되었기에, 음악 애호가들은 가장 권위있는 카라얀 전기로 평가받고 있는 리처드 오스본이 1998년에 출간한 < Herbert von Karajan - A Life in Music >(Chatto & Windus, London)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오기를 오랫동안 학수고대해 왔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 출판사에 의해 정식으로 계약되어 번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63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고 있어서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런데 2010년 말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리처드 오스본이 저자로 된 <카라얀과의 대화>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의 이름만을 보고 많은 애호가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바로 그 책으로 여기고 앞다투어 주문했다가 배송되어 온 책의 얇은 두께에 의아해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 Herbert von Karajan - A Life in Music >의 그 리처드 오스본이 맞지만, 이번에 음악세계사를 통해 출간된 <카라얀과의 대화>는 그의 유명한 카라얀 전기가 아닌 그가 카라얀과 나눴던 인터뷰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묶어놓은 보권 격인 별개의 책이다. 

 

 

오스본은 1977년 5월부터 카라얀이 사망하기 직전인 1989년 6월까지 약 12년 동안 잘쯔부르크와 베를린 등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카라얀과 공적인 인터뷰와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중 초기의 인터뷰들은 요악되어 오스본이 평론가로 고정 기고하고 있는 [그라모폰]지에 실려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그후 카라얀이 명예 음악박사 학위를 받았던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제안을 받아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이 책이다.

오스본이 밀도높게 압축하여 정리한 40쪽 분량의 카라얀의 경력에 대한 개괄에 이어지는 본격적인 인터뷰는 빈 국립 음악원 지휘과 졸업 이후 울름과 아헨 등지에서 경력을 쌓아나가던 지휘자 경력의 초창기 시절, 젊은 시절에 그가 중소 오페라하우스들에서 주력했던 베르디와 푸치니, 벨리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 작품들의 지휘와 녹음에 관한 이야기, 베를린 필과의 만남과 초기에 단원들과 관계를 쌓아 나간 과정, 지휘와 지휘법에 대한 그만의 관점을 보여주는 이야기, 그의 장기인 시벨리우스와 R.슈트라우스, 신 빈악파의 작품들과 녹음에 관한 이야기, 음반 녹음과 영상물 제작에 대한 카라얀의 견해와 후기, 에필로그 등 총 9개의 장과 부록인 카라얀의 오페라 프로덕션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219쪽의 상당히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두께에 비해서 매우 많은 량의 수준높은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이런 점이 400쪽이 넘는 적지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을 카라얀의 나찌 관련 의혹과 인간적인 결점 부각에만 치중할 뿐 그의 음악 연주나 레코딩, 활동에 대한 언급은 놀랄만큼 적었던 바흐만의 책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베를린 필을 맡기 전 중소 규모의 극장들을 전전하던 카라얀의 경력 초창기의 힘들었던 이야기들이나 그가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었던 20세기 음악계의 주요 작곡가나 지휘자, 연주자, 프로듀서들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들, 수많은 연주와 녹음에 얽힌 이야기들, 음악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영상물로 제작하는 작업에 대한 예술론적인 고찰 등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고급스러운 정보와 심도 깊은 내용들이 진솔한 어투로 충실하게 담겨져 있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는 리처드 오스본의 본 전기의 출간이 더욱 더 기다려질 정도이다.

원문을 번역기로 돌린 뒤 대충 다듬어 출간한 것처럼 너무나도 어색한 영어 어순과 쉼표(,)의 남발로 인해 문장들을 두 세 번씩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될 정도로 부실한 번역과 ‘그라모폰(음반), CD 비디오(LD), 독일어 레퀴엠, 트로이의 사람들’ 같은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 선택, ‘플라그슈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같은 상당한 오역과 오탈자들은 음반 평론가와 공연 기자 출신 번역가의 공동 작업이라기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아쉬움이 많아, 13,000원이라는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되었다고 느끼게끔 만든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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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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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분명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태동하고 발전되어 온 학문인 만큼 거의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들은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관점을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자본주의 속국 혹은 주변국에 속하는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의 경제에 대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침탈은 아무런 지적도 받지않고 정당화되기 일쑤이지요. 이런 상황은 18세기 후반~20세기 중반까지의 식민지 쟁탈전 당시의 상황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속성과 단점들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이론과 의견들이 마르크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에 있기는 하지만, 20세기 말에 있었던 사회주의 경제권의 도미노 붕괴로 인해 그 주장의 힘이 대부분 쇠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도 무시하기 힘든 정도로 높아지면서, 서구나 미국, 중국의 시각이 아닌 아시아의 눈으로 전세계 경제 현실과 기존 경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고찰하는 경제학가들과 경제학 저술, 이론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 경제학계에서 아시아 경제학가들의 비중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 경제학가들의 저술들을 읽어보면 서구 중심의 기존 경제 이론과 현상들이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같은 자본주의 주변국들에 대한 착취와 찬탈에 기반하고 있다는 시각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서양의 경제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지나치게 자본주의의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인 약육강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려한 성공담으로 가득찬 CEO의 전기들 속에 숨겨져 있는 구조조정 당한 저임금 비정규직들과 부도난 경쟁업체의 근로자들의 비극은 인지하지 못하고 말입니다. 우리도 자본주의의 중심 국가가 아니고 주변부 국가의 힘없는 노동자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제학의 발원지 격인 케임브리지에서 석박사를 받고 경제학자로 20여년 동안 재직하고 있으며,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큰 다행이자 위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이나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패권국가인 미국이 아닌 자신의 모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들의 현실을 개발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경고를 해주며 대안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석학의 존재가 말입니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장하준 교수의 새 저작인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는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의 출간 이후 쏟아졌던 질문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모아 23개의 카테고리로 나눈 후 거기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의 핵심이 세계화와 신경제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던 만큼 이 책에 실린 23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들도 신경제학과 세계화가 퍼트린 근거없는 신화와 주장들에 대한 철저한 고찰과 날카로운 반론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레이건-부시 시대의 보수반동의 근거를 제공한 프리드먼과 시카고 경제학파가 주창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주주이익 우선론과 무조건적인 규제타파가 CEO의 천문학적인 보수와 거대기업의 독점과 비호, 극단화된 빈익빈부익부를 낳았을 뿐이고,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착취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호감을 가졌던 것은 현재 전지구적인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경제 현상들을 상식적인 비유와 설명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경제는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당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제대로 된 경제학과 경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인들 스스로도 이해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자랑인 ‘금융공학’과 명확하게 비교되는 것이지요.

장하준 교수가 이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경제학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로 포장하고 숨겨야 할 만큼 ‘소수의 가진 자와 체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아지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 경제학의 목적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글과 주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 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읽고나면 저절로 공감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세계인들 모두가 골고루 행복해지는 더 나은 자본주의 체제의 지행점과 가능성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가 지구상의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로 변신한 데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국민 모두를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것이 바로 경제학자로써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국민들의 노력과 땀의 댓가를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만 쓰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분열시키는 무리들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장하준 교수의 영어 인터뷰 동영상을 올려놓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의 영어 발음이 이렇게 후지다고 조롱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영국 상류층의 영어 발음이기에 ‘너무 우아한 영국 지식인층의 영어 발음인데요? 혹시 미국식 영어 발음에 너무 익숙하신 것이 아닌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영어도 미국식 영국식이 있나요?’라는 황당한 댓글이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로 올라온 것을 보고 기가막힌 적이 있습니다. 저명한 교수의 영어 발음을 조롱할 정도로 영어에 자신있는 사람이 영어가 ‘영국의 언어’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이것이 바로 ‘세계화’라는 허상을 물들어 ‘미국화’의 노예가 되어버린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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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중미전쟁 - 환율, 무역 그리고 원가를 둘러싼 21세기 세계대전!
랑셴핑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아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지가 불과 30년 내외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들 중국의 경제학 수준을 얕잡아 보기 쉽지만,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들에 재직 중인 중국인 경제학자들의 숫자는 깜짝 놀랄 만큼 많고 그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13억(실제로는 17억 정도라고 하지요)이라는 엄청난 인구에서 최상위 0.001%의 고급 지식인층이고, 학문과 사색이 몸에 배어있는 동양인인 만큼 학문 분야에서의 성취도와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고 큰데, 쑹훙빙의 < 화폐 전쟁 >을 비롯한 중국 경제학자들의 저술들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이지요.

< 중미전쟁 >의 저자인 랑셴핑은 타이완 출신으로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시건과 오와이오 주립대를 거쳐 뉴욕대와 시카고 대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미국 경제학계의 핵심부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국제 금융학과 기업 재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데, 중국 내에서는 관료들과 관변 경제학자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치 않아 젊은 층으로부터 엄청난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학자 1위로 뽑혔을 정도니 우리나라의 장하준 교수 정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미전쟁 >에서 랑셴핑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침략과 경제 전쟁의 현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950~60년대의 ‘고도 경제 성장의 황금기’ 이후로 반 세기 이상 한 자리 숫자 초반대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7~80년대 이후 매 년 10% 전후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왜 주기적으로 위기와 불황의 늪에 빠지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아시아 경제를 상대로 경제 침탈을 해 온 메커니즘을 저자는 간략하게 정리해 설명해 줍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1일 때는 착취할 경제적 자산 자체가 없으므로, 아시아 국가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 제조업(경공업) 중심의 경제 활동으로 경제력이 향상되어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때까지는 오히려 미국인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을 싼 가격으로 구입해 소비할 수 있으므로 생산을 격려하기까지 합니다. 일단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그중 5는 실물 경제에 투자하고, 나머지 5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가상 경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이 개입하는 부분이 바로 가상 경제 부문입니다.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은 거액의 외자를 목표로 삼은 국가에 들여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임으로써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을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폭등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 안에 주식과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게 되고, 힘들고 수익률이 낮은 제조업에 투자되어야 할 자본들은 훨씬 더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 쪽으로 몰려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주식과 부동산 광풍이 절정에 도달해서 국가의 거의 모든 잉여 자산은 물론 은행 대출들까지 주식과 부동산에 투입되었을 때에,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을 비싼 값에 일시에 팔아 치우고 그 나라를 빠져 나갑니다.
실제에 비해 엄청나게 과대평가되어 폭등했던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을 날리고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처참하게 붕괴되어 어렵게 쌓아올린 그 국가의 부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맙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막대한 외자가 빠져나가 달러 보유고가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그 국가의 정부 관료들에게 ‘이자율을 올리면 외자가 높은 이자 수익을 바라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그 꾀임에 빠져 이자율을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부도와 도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잉여 자산의 가상 경제로의 쏠림으로 투자가 위축되었던 생산업이 붕괴되고 마는 것이지요.

저자는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이러한 경제 침탈이 각 국가의 상황과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적용되었는 지를 태국과 베트남, 일본의 예를 각각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주된 경제적 가상 적국은 중국이며, 미국의 경제 침략의 마수가 이미 중국을 향해 뻗쳐오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공격은 환율과 무역, 원가 전쟁의 세 가지 형태로 시작될 것이고, 그중 가장 주된 공격은 환율 공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하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으로 생산 마진율이 낮은 중국 생산업에는 3%의 절상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터인데, 미국이 요구하는 20%가 넘는 절상은 중국의 생산업을 송두리째 붕괴시키고 말 것이라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무마시키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또다른 조건들인 금융 시장 개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를 구실로 한 탄소배출권은 아시아 국가들을 목표로 한 미국과 유럽의 음모이며, 이 탄소 관세가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게끔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 유럽의 경제 전쟁은 신에너지와 농업생산물, 희귀 자원,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인데, 이러한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중국 관료들의 시야가 지나치게 좁고 어둡다고 저자는 개탄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제는 공공연하게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1997년 아시아 경제를 차례로 궤멸시켰던 IMF 사태가 미국과 그 사주를 받은 국제 투기 세력의 조직적인 경제 공격의 결과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산과 수출로 인해 축적된 잉여 자산이 부동산과 주식 광풍으로 쏠리고, 거품이 붕괴된 후에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외자 유입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이자율 상승을 부추키는 것이 미국과 투기 자본들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숫자의 미분양 아파트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상승하는 전세값과 거기에 견인된 집값 상승 움직임, 그리고 경제가 아직도 침체기인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명목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이자율 같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은 바로 전형적인 거품 부풀리기 단계로 보여져, 정부의 경제적 인식과 능력 부재를 넘어 정부의 경제팀에 미국과 투기 자본의 마수가 이미 상당히 깊게 뻗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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