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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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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 금융 대공황과 현재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들이 겪고있는 연쇄적인 국가 부도 위기들을 지켜보면서 왜 세계의 내노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이런 경제적인 위기와 대파국을 아무도, 전혀 예견하지 못했는가라는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쟁쟁한 금융과 증권 전문가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즐비한 고급 두뇌들, 심지어는 강력한 국가의 정보 기관들 등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거의 무제한적인 정보와 무소불위에 가까운 수단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금융 대공황을 예측한 조직이나 사람은 거의 없었고, 유럽 연합의 경제적 보조가 붕괴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현재도 명쾌한 원인 분석과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사회에서 직접 주고받는 현금이 전체 돈의 흐름의 불과 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경제와 금융이 전자화, 전산화되어 있고, 금융과 자본을 다루는 기법도 고도의 수학적 사고는 물론이고 인지 과학과 사회학, 생물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원용할 만큼 광범위하게 발달한 현대 산업 사회가 그 기초를 이루는 자본의 움직임과 변동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전만이나 예측, 대처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거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각한 의심과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말입니다.

 

데이비드 오렐<경제학 혁명>은 바로 이런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명쾌하게 답합니다. ‘그것은 현재의 경제학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입니다.

 

오렐은 현재의 불안정한 금융 환경과 자본 구조를 낳은 프리드먼의 시카고 학파가 주장하는 호모 에쿠노미쿠스와 효율적 시장 가설 주장이 사실은 자본의 독점과 배타성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허위의 전제라고 폭로하며, 경제는 결코 시장에 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효율적인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며, 시장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며, 리스크는 거의 통제되거나 관리되지 못한다고 말하며 효율적 시장 가설을 근거로 시장을 완전히 자유롭게 방임하라는 시카고 학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그리고 경제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또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시장은 절대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공평하지 않다고 말하며, 성장이 반드시 희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그 배후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주류 경제학은 경제와 권력의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으면서 무조건적인 권력의 배제와 자유만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표가 아닌 행복의 최대화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제를 쓴 우석훈은 경제학자들이 외부 인사가 비판적인 지적을 하면 곧바로 복잡한 경제 방정식을 내세우며 회피 또는 합리화를 하지만, 오렐은 수학자이기 때문에 그런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렐은 이 책에서 주류 경제학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10가지 가설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현재의 주류 경제학은 모두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소수의 자본가들의 독점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적 방패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기존 세상의 균형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위한 변화가 경제학에 요구된다고 말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극심해진 빈부의 양극화가 이제는 기존의 자본주의와 산업주의의 구조를 붕괴시킬 단계로까지 확산되자, 보수주의자들은 자본주의 4,0’이니하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자신들의 부를 계속해서 보존할 궁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학문이어야 할 경제학이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을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조목조목 반박한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모색의 출발점과 방향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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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스 플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6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6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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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 플라이트>1992년에 데뷔작이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블랙 에코>을 발간한 지 7년 만인 1999년에 발간된 마이클 코넬리해리 보슈 시리즈 제6입니다.



코넬리는 데뷔 이후 꼬박꼬박 매 년 1권씩 신간을 발표해 왔는데, 시리즈 4편과 5편 사이에는 <시인>, 5편과 6편 사이에는 <블러드 워크>를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히고, 각 작품들 사이에 연계성을 심어가기 시작할 무렵의 작품입니다. 마침 그의 작품들 중에서 처음으로 <블러드 워크>가 영화화가 되어서 <엔젤스 플라이트> 속에는 보슈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의 영화 <블러드 워크> 포스터를 바라보는 장면과 보슈가 소설의 주인공과 약간의 친분이 있음을 스스로 밝히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어서 유쾌한 웃음도 줍니다.



시리즈 4<라스트 코요테>에서 보슈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과거의 사건을 마침내 해결함으로써 3편부터 본격화되었던 하나의 큰 사건을 마무리 지은 코넬리는 5<트렁크 뮤직>에서 1년 여 만에 다시 복귀한 보슈에게 새로운 팀을 붙여주고, 1편에서 만났던 전 FBI 요원인 엘리노어 위시와의 재회와 결혼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줍니다. 6편은 보슈가 엘리노어와 결혼을 하고 헐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반에서 에드거, 라이더와 새로운 팀을 짠지 1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엘리노어와 꿈에도 그리던 결혼을 함으로써 마음의 외로움이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FBI에서 해직되고 중범죄 전과까지 있는 엘리노어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초조감에 도박 중독에 빠져들면서 보슈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LA의 캘리포니아 광장 벙커 힐과 힐 스테이트 사이를 오가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도로 길이 91m에 경사 33도인 한 쌍의 열차인 엔젤스 플라이트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갑작스럽게 살인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그런데 피살자가 인종 차별을 무기삼아 유색 인종 범죄 피의자의 편에 서서 변호를 하면서 LA 경찰국과 경찰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온 흑인 민권 변호사인 하워드 일라이어스이고, 그가 이틀 후에 LA 경찰국과 경찰들을 대상으로 한 거액의 민사 손해 보상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살인 사건 조사는 알리이어스와 아무런 이해 관계의 충돌이 없고, 팀원 중 2명이 흑인인 보슈의 팀에 억지도 떠맡겨 집니다.



모든 경찰들로부터 증오를 받고 있던 일라이어스인 만큼 그를 살해한 범인은 경찰일 확률이 매우 높고, 실제로 현장에 출동한 강력반 형사들이 시체의 지갑과 시계를 빼냄으로써 단순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던 일도 있어서, 일라이어스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는 외부적으로는 경찰에 의한 민권 변호사 살해가 아니냐는 강한 의혹의 눈길이 따갑고, 경찰 내부에서는 정반대로 마땅히 죽어야 했던 경찰의 적이 죽은 만큼 (경찰일 확률이 높은) 범인을 수사하는 보슈 팀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거기에다가 보슈의 천적과도 같은 감찰과 형사들과 같이 한 팀을 이루어 조사를 해야하고, 경찰 내부의 조직 감찰을 위해 임명된 민간인 감찰관이자 이번 사건의 특별 자문 위원으로 임명된 칼라 엔트런킨이 일라이어스와 내연의 관계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건 수사는 갈수록 복잡한 진탕 속으로 뻐져들어 갑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냉철하게 범인 색출을 최우선에 놓고 집요하게 수사에 몰두해 나가는 것이 바로 해리 보슈다운 점입니다.



경찰에 의한 흑인 민권 변호사의 살해 의혹이라는 폭발력이 큰 이슈 때문에 LA 폭동을 겪었던 도시는 다시 한 번 도시 전체를 폭동의 도가니로 몰고 갈 폭풍전야와 같은 불안감을 안고 있는 속에서 힘겹게 수사가 진행되어 나가는데, 일라이어스가 맡았던 최초의 사건이 유아성폭행 사이트와 연결이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기괴하고 복잡해져 갑니다. 보슈의 과거 파트너가 이 사태를 덮을 희생양으로 연행되고 난 후, 사태는 급박하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소용돌이쳐 들어가서 마침내는 뜻밖의 충격적인 진상과 폭력적인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의 살인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해리 보슈라는 영웅의 원형을 조형해 낸 4권까지를 해리 보슈 연작의 1부 혹은 시즌 1이라고 한다면, 보슈가 두 동료와 함께 팀웍을 이루어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경찰수사물로써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5권부터는 2부 혹은 시즌 2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해리 보슈 시리즈로는 다소 말랑말랑했던 5권과는 달리 6<앤젤스 플라이트>는 다시 시리즈 특유의 음울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인간에 대한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시대의 안티히어로 해리 보슈의 하드보일드 수사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인 시즌 2가 펼쳐집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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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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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월 미국에서 촉발되어 전세계 경제계를 뒤흔든 금융대공황은 그 규모나 파급력에 있어서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근 100년 만의 최대 규모의 경제적 재앙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찍어서 뿌린 천문학적인 달러가 얼마 전 결국 미국 자체를 지급 불능 위험에서 비롯된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몰아넣었고, 당시에 뿌려진 막대한 달러들은 3년 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전세계 경제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두텁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1929년의 대공황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과거의 대공황이 생산과 소비의 심각한 불균형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던 데 비해, 2008년의 공황은 금융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어있는 데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실물 경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실문 경제 이전에 전산화-디지틀화된 자본의 움직임인 금융 시스템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2008년 금융대공황의 실질적인 촉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과 붕괴였지만, 이런 서브프라임 대출이 붕괴된 것은 사실 대공황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문제는 아니었고, 서브프라임 부실 대출이나 대출 회수 불능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 자체도 아니었습니다. 대공황의 배후에 존재하면서 대공황으로까지 사태를 확대시킨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채권으로 변환시켜 유통시키면서 촉발된 파생 채권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디지틀화, 전산화된 현대 금융 제도라고 하더라도, 은행과 증권사는 물론 연준과 금융 감독 관청들조차 그 규모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실체가 불분명하고 형태도 오리무종인 파생 채권을 비롯한 파생 상품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스캇 페터슨은 금융대공황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파생 상품 문제를 뿌리까지 세밀하게 파고들어간 끝에 현대 금융계와 증권계를 좌우해 온 하나의 세력을 발견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샅샅이 분석하여 규명한 책이 바로 < 퀀트 The Quants >입니다.



퀀트수학과 통계학을 비롯한 계량적인 방법을 주식 거래에 응용하여 투자 법칙을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구축해 투자를 하는 일단의 트레이더들을 말합니다. 2000년대 초에 월스트리트를 장악한 이들 퀀트들은 이전까지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의 전설을 이룩했던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과는 정반대로, 기업의 가치나 실적, 발전 가능성 같은 실질적인 경제 지표나 기업의 이미지, CEO의 능력, 직원들의 사기, 소비자들의 인식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일절 무시하고 오직 수치와 통계에 입각한 기계적인 분석만으로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1960년대에 처음으로 수학적 통계 방식을 투자에 적용함으로써 퀀트들의 대부가 된 에드 소프를 필두로 하여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대표인 제임스 시몬즈, 모건 스텐리의 피터 밀러, 시타델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인 캔 그리핀, 도이치 뱅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인 보아즈 웨인스타인 등 1990~2000년에 대학에서 수학과 통계학을 연구하던 탁월한 수학적 두뇌들이 자신들의 수학적 재능으로 월스트리트의 주가와 주식 움직임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철저한 수학적 분석을 토대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운용함으로써 순식간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는 과정을 전반부에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반영해야 할 주가가 그런 실질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단지 수학적인 통계와 수치로만 치환될 때 그것은 이미 경제적 사고가 아닌 도박이 되고 맙니다. 실제로 퀀트들의 상당 수는 카드 도박에 수학적인 논리를 사용했던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퀀트들은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지만, 실제 시장은 전혀 효율적으로 균형을 유지하지도 않고, 때로는 검은 백조가 출현하기도 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역시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멀리 떨어진 실험실에서 수치와 통계로만 파악하고 통제하려는 퀀트들의 야심은 결국 롱텀 캐피틀의 부도를 시작으로 예정되었던 거대한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개인 투자자들이 아니라, 모건 스텐리나 도이치 뱅크 같은 거대 금융 회사와 거대 해지 펀드들에서 막대한 자본을 주무르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고, 이들의 투자 실패는 결국 초거대 금융사와 펀드들의 연쇄 도산과 그로 인한 전세계 주식 시장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들 퀀트들이 한결같이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에서 수학했다는 사실입니다.

밀턴 프리드먼이 이끄는 시카고 학파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며 무제한적인 자유 시장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단순히 하나의 경제학파의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보수파들과 연계하여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강력한 이론적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자본가들에 대한 무제한적인 혜택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과 거부, 복지와 사회 간접 자본의 축소 등의 극단적인 자본의 논리에만 입각한 주장은 결국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 양극화를 낳았고, 부시 정권 하에서 미국 경제를 극도의 부실함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시카고 학파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가상의 자본을 창출하는 장치를 고안해 냈는데, 그것이 바로 주식 선물 시장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선수금으로 주식을 공매도-공매수함으로써 실체하지 않는 금융의 흐름을 가상으로 창출해 내는 이런 주식 선물 거래소가 처음 문을 연 것이 시카고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카고 경제학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퀀트들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명백한 부실 채권이나 증권을 이리저리 합하고 변형시켜 멀쩡한 우량 주식이나 채권으로 탈바꿈하여 유통시키는 파생 상품이라는 극도로 기이하고 위험한 물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1929년 대공황 이래 최대 규모인 2008년의 금융 대공황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금융 대공황의 바탕에 있는 1990~2000년대 초반 월스트리트를 휩쓸었던 계량주의적 분석 투자자들의 탄생과 성장, 그들의 전략과 시스템을 초창기부터 샅샅히 조사하여 정리해 넣음으로써 금융 대공황의 뒤에 존재하던 실질적인 원인과 월스트리트의 위험한 경향을 생생하게 묘사해 들려줍니다. 경제와 주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올해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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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를 관리하라 - 최상의 리더십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팔로워십의 법칙
브루스 툴간 지음, 박정민.임대열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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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선택할 수 있지만, 상사는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 있죠.

학교나 군대 시절에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선배나 고참은 길어야 3~4년만 꾹 참고 견디면 평생 다시는 안 볼 수 있지만, 학교나 군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이자 평생의 거의 절반 이상인 30~40년을 몸담아야 하는 직장에서 상사의 존재는 직장 생활의 희노애락에서 가장 크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것입니다. 특히 능력만 있으면 비교적 수시로 자유롭게 직장을 옮겨다닐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직장 생활에서 상사의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 자체보다 훨씬 더 높을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상사에 대한 험담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퇴근 후 술자리에서는 거의 입에 붙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지요.



더군다나 철저하게 능력 위주인 미국과는 달리 여전히 구시대적인 연공서열제의 사다리만을 타고 올라서 군림하고 있는 상사의 존재는 실제보다도 훨씬 더 불공정하고 불편한 존재로 여겨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점은 군대의 선임병이나 고참과 거의 흡사한데, 현대의 능률 위주의 기업에서는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주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있어서 독립적인 전문직이나 자영업에 종사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기업에 취직해서 회사로부터 받는 월급으로 생계를 연명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 이유만으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부당하거나 무능력한 상사를 참고 견뎌야만 하고, 그것이 결국은 직원 개인과 팀, 회사 전체의 능률을 바탕에서부터 갉아먹고 저하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만 타성적으로 회사에 나가서 기계적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불행한 일상 풍경입니다.



그런데 회사 전체가 거대한 트리 구조로 되어있던 과거와는 달리, 사업부 혹은 팀별 독립 구조로 세분화되고 변형되면서 각 사업부 혹은 팀의 성과에 따라 사업부나 팀 자체가 아예 없어지기도 하는 독립채산제 형태로 조직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더 이상 무능력하거나 불공정한 상사는 심리적인 피해나 기피의 대상만이 아닌 자신이 속한 팀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점들 중에서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 요소로 등장합니다.



경영 컨설턴트인 브루스 톨간<상사를 관리하라>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부류의 상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조언합니다.



저자는 먼저 부실한 관리가 조직 성공의 최대의 방해물이므로 관리자의 부실 관리을 직시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어서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부터를 먼저 관리할 것을 전제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상사를 관리하는 방법론으로 들어가는데, 먼저 매일 한 명의 상사를 선택해 매일매일 꾸준히 관리하도록 권합니다. 상사를 관리하려면 먼저 상사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므로 상사가 기대하는 바를 정확하게 간파하여, 명확한 지시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해 계획을 세우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성과를 기록하고 관리하여 수시로 보고할 것을 권합니다. 성과가 나오는 단계에서는 공정하게 보상을 나누는 성과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문제가 있는 상사를 파악하여 관리하고 컨트롤 하는 방법이 마지막으로 제시되는데, 얼간이 같은 상사나 폭력적인 상사 등 다양한 유형에 맞는 대처법들을 하나씩 제시해 줍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향과 문화를 파악하고, 상사의 특성에 맞춰 전략을 조율하며,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보상을 공정하게 이끌기 위해 상사와 동료를 관리하고 컨트롤하는 세부적인 방법론들을 들려줍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미국식 성과주의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는 여전히 전통적인 연공서열제 하에 놓여있는 이중적이고 어중간한 단계인 데다가, 이전과 같은 회사 전체 차원의 순환 보직이나 연공서열식 자동 승진이 아니라 사업부나 팀 단위의 공동책임제가 적용되는 부하 직원으로써는 다소 가혹한 상황에서, 상사를 잘 만나는 것은 직장 생활 전체의 승패를 좌우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상사가 무능력하고 불공정하다고 해서 곧바로 직장에 사표를 던질 것이 아니라면, 일단은 상사의 유형에 맞춰 그를 전체 프로젝트에 적합하게 변화시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최대한 배제시키더라도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최선의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부터 관리를 하고, 상사의 유형을 파악하여 그의 지시와 기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전체 프로세스 안에서 상사의 능력을 최적화시킴으로써 팀의 구조 속에 상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불편하고 부당한 것이 상사이지만, ‘바꿀 수 없다면 변화시켜라라는 마음 자세로 상사를 본격적으로 상대할 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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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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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200선을 넘기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역대 최고점을 갱신해 나가던 종합 주가 지수가 8월 중순 이후 하루에 5~6%씩 급격하게 빠지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는 마침내 하루 낙폭이 115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폭락 상태로 무너지면서 1700선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말 사이 미국과 유럽의 주요 지표들이 한결같이 다시 떨어져서 장이 다시 열리는 월요일의 대폭락세가 거의 확실하게 예상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증권가의 폭락 사태는 일시적인 하락이나 조정세가 아닌 하반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세계적인 대공황의 예고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대폭락세와 세계적 규모의 공황은 작년부터 일찌감치 예고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2008년 금융대공황 때 미국 경제계와 대기업들의 붕괴를 막기 위해 벤 버냉키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퍼부었던 엄청난 량의 신규 달러 공급 조치가 조만간 심각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심각한 충고가 현실화 될 것입니다. 결국 2008년 금융대공황을 막기 위해 찍어 뿌린 천문학적인 신규 달러들이 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을 줌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예고하고 있고, 그런 행위를 한 미국의 달러 가치를 급격하게 끌어 내리며, 반대로 금을 비롯한 현물 자산의 가치를 가파르게 밀어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대공황이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황이자 경제 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하지않는 우리나라의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세계적 경제 위기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지나쳤음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점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미국 또한 마친가지입니다. 엔론을 시작으로 리먼 브러더스 등 큼직큼직한 대기업들과 프레디 맥, 패니 메이 같은 정부 보조 기관이 차례로 파산했지만, 모기지 사태로 집을 읽었거나 파산한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미국 국민들은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달러를 새로 찍어 구제 금융을 조달한 덕분에 사태가 예상보다 빨리 진정된 까닭에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음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8년에 찍어서 뿌린 신규 달러들이 극도로 위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안은 채로 미국 내에 잠복해 있고, 그 여파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금 등 현물 가격이 급등하며,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기축 통화로 거론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금융대공황을 불러 일으켰던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 경제 내에 잠재된 핵폭탄같은 위험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전세계 경제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타임>이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100에 선정된 저명한 거시 경제학자인 담비시 모요의 <미국이 파산하는 날>은 이러한 미국 경제의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을 자세하게 분석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임>이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100에 선정된 저명한 거시 경제학자인 담비시 모요<미국이 파산하는 날>은 이러한 미국 경제의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을 자세하게 분석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담비시 모요는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을 통해 최고의 경제적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게 된 과정을 일관한 후, 미국 경제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인 차입 경제 방식을 간단한 숫자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입 경제(레버리지)가 개인은 물론 기업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으며, 그것이 경기 침체기에 얼마나 치명적인 자산 붕괴로 이어지는 지를 역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주택 정책이 결국은 과도한 대출과 모기지론을 인해 경제적 여유는 없는 상태에서 주택을 비롯한 자산 가격만 급격하게 상승히키고, 결국 대출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는 계층이 금리 상승 여타를 견디지 못해 집을 차압당하면서 주택 가격이 연쇄적으로 급락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전형적인 버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에 처한 미국 경제의 앞날이 예상보다 더 암울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생산적인 산업을 도외시하고 서비스와 금융 산업에만 과도하게 치우쳐진 결과 국가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제조업은 바닥을 헤매고 있고, 교육과 과학 진흥 정책마저 중국에 형편없이 뒤져있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위험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 강국과 브릭스 국가들은 평준화된 기술과 적극적인 R & D 비용 투자, 과학과 산업에 중점을 둔 교육 투자 등을 토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과 인도의 약진에 미국이 맞설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맞서 취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 각자의 장단점과 미래를 보여줍니다.

 

최근 며칠 간 대폭락하는 증시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투자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도 미국 경제가 얼마나 부실해졌고, 미국 경제의 장래가 생각 이상으로 불투명하고 어둡다는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임박한 미래에 맞닥뜨릴 몇 가지 상황들을 구체적이고 상세한 근거들을 토대로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최근의 경제 사태들을 보면서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신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할 만한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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