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
안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2007년 금융대공황을 예언한 [ 블랙 스완 ] 으로 ‘월가의 현자’라는 명칭을 얻은 나심 니콜라스 탈렙[ 행운에 속지마라 ]에서 자신은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레이더이지만 매시매초의 다우존스 현황에 목을 메는 다른 트레이더들과는 달리 자신은 아예 TV나 신문을 보지않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을 시간에 호머나 세네카 등의 고전들을 머리맡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는다고 말합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무능력함과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 위험한 경영학 ] 의 저자 매튜 스튜어트 역시 태동 초창기부터 데이터 조작과 자의적인 해석으로 비과학적이고 신뢰성과 효율성이 현저하게 낮은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MBA의 실상을 고발하며, 그러한 경영 대학원에서 배우는 학술적 신뢰도가 낮은 경영학 교과서들보다는 오히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영에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주장의 논지는 과학적 엄밀성이나 인과성이 희박한 경영 이론이나 신뢰성이 낮거나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수치를 조작하는 각종 차트나 데이터에 근거하여 기업을 경영하거나 컨설팅하기보다는 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기업의 마케팅 대상인 인간에 대한 심도깊은 모색과 탐구의 결과들을 담고 있는 동서고금의 고전이나 철학서를 읽는 쪽이 훨씬 더 경영과 마케팅의 본질에 접근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역시 위의 두 저자의 주장과 동일한 논지를 토대로 경영학 책들이 아닌 소설을 통해 경영의 요체를 파악하는 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영학 서적들은 답을 제시하려고만 하며, 자기계발서들은 삶의 기술들만을 풀어 놓는데, 이러한 경영학 책이나 자기계발서들이 제시하는 답이나 기술이란 하나의 예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인간의 삶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고 각자의 삶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효성의 의심스럽다고 전제합니다. 그에 비해 소설을 비롯한 문학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이해하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질문을 찾아낼 계기를 제시해 준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가장 뛰어난 문호들이 창조해 낸 문학 작품들 속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성찰과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므로, 소설은 비실용적인 도락이 아니라 현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인간의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세상에 대해 말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실전 지침서라고 합니다.

저자를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31권의 명작들을 통해 나를 극복하는 힘을 얻고, 일의 자세를 가다듬고, 삶의 방식을 배우고, 세상의 이치를 볼 수 있는 길을 제안합니다. 

각 챕터들은 소설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요약, 중요한 화두가 되는 문장과 그 해설, 일상과 현실에의 조응, 에센셜한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텍스트로 제시하는 책들은 사마천의 [ 사기 ] 와 호메로스의 [ 일리어드 ] 와 [ 오딧세이아 ], 오비디우스의 [ 변신이야기 ], 김만중의 [ 구운몽 ] 같은 고전에서부터 오르한 파목의 [ 내 이름은 빨강 ] 과 가스통 르루의 [ 오페라의 유령 ] 같은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 유진 오닐의 [ 밤의로의 긴 여로 ] 와 사무엘 베케트의 [ 고도를 기다리며 ] 같은 희곡, 장 지오노의 [ 나무를 심는 사람 ] 같은 동화까지 비교적 넓은 범위에 걸쳐 골고루 선정되어 있는데, 특별히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없더라도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과거로부터 현대에 걸친 동양과 서양의 양서들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한 교양이 될 수 있는 명작들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독서가인 다치바다 다카시는 ‘30세가 넘으면 소설은 그만 읽고 실용서를 중심으로 지식을 쌓아라’라고 말했는데, 이는 단순히 비실용적인 소설을 읽지말라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인 동서고금의 명작들은 30세 이전에 교양으로 대부분 읽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는 위에서의 권고라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부터 독서 교육이 절대적으로 빈약하고, 가벼운 사소설이나 실용서들만이 판을 치는 우리의 독서 실태에서 정말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이고, 경영과 마케팅의 본질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맨 위에서 언급한 탈렙과 매튜 스튜어트의 말처럼 정말 필요한 것은 고작 7~80년에 불과한 경영학의 이론이 아니라 수 백년 간의 지혜가 응집된 동서고금의 명작 문학 작품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거듭 하게 만든 책입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의 한국 부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미국의 한국 부자들 - The Good Rich
송승우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고3 수험생들은 명문대 합격생들이 쓴 대입 수험기를, 고시 준비생들은 [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 같은 고시 합격기를 수시로 반복해서 읽으면서, 과거에 자신과 같은 역경을 똑같이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고시나 대입에 합격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합격에의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재테크와 자기 계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와 자기 계발의 최종적인 목표인 ‘자아성취’와 ‘경제적인 성공’을 앞서 성취한 부자들의 성공담을 즐겨 읽곤 합니다.

마땅한 학력이나 전문 기술 하나없이 빈털터리 맨손으로 거친 사회에 뛰어들어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마침내 자수성가하여 경제적 여유와 함께 사회적인 인정과 존경, 영향력까지 거머쥔 부자들의 성공담은 자신도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하였고, 우리와는 풍토와 여건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처럼 여겨지기에, 성공한 유명한 사업가나 기업가, 투자자의 자서전이나 전기에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는 종류의 책들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 부자사전 ] 의 원전인 [ 한국의 부자들 ][ 한국의 젊은 부자들 ] 은 이러한 분야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재테크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맨 처음에 추천되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성공작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 미국의 한국 부자들 ] 은 비록 출판사와 저자는 다르지만 제목에서부터 앞의 두 베스트셀러의 맥락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미국에서 성공한 10명의 재미교포 부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IT 전문가와 인터넷 보안업체 대표, 부동산 그룹 대표, 식재료 업체 대표에서부터 로펌 대표와 에스테틱과 기능성 건강식품 회사 대표, 학원 그룹 대표와 세계적인 대기업의 중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와 맨손으로 성공 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들의 성공담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 신화에는 공통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과는 달리 직업의 귀천이 없고 어느 분야에서건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그에 걸맞는 사회적인 대접을 받는 미국 사회의 특성에 부합하여 청소나 경리, 배달 같은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헌신과 열심,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윗사람과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마침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였으며, 회사의 보스가 된 이후에는 회사나 거래처의 직원들을 자신의 동생이나 조카처럼 친근하게 대하며 회사가 거둔 이익을 아낌없이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청소나 배달, 심부름 같은 잡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 성실함을 인정해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기거나 5년 만에 이사나 중역으로 급속 승진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솔직히 현실에서는 정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힘들지요. 학력이나 경력 등을 따지면서 말이지요. 바로 이러한 점이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회사의 기둥과도 같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제는 직접 자신의 사업을 해보겠다고 사표를 낼 때, 기존 사무실과 직원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해주거나, 자리가 잡힐 때까지 아무런 조건없이 기존의 월급을 그대로 지급해 주거나, 자신의 회사에 들어온 일감을 돌려주는 등의 배려를 해주는 포용력있는 보스가 거의 없다는 점도 큰 차이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부하 직원이 독립을 하겠다고 하면 배신자나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뒷소문을 안좋게 내는 것이 일상적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이 처음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보스에게 말했을 때 그들이 보여주었던 놀랄만큼 감동적인 배려들에서 드러나는 창업과 자수성가를 국가적인 미덕으로 여기고 존경하는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의 전통은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인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지위나 학력, 사회적인 위치 같은 것을 머릿 속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사회의 밑바닥 일이나 허드렛일 일 지라도 열심히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중국이나 동남아계에 비해 천성적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한민족인 만큼 윗사람의 눈에 띌 확률이 그만큼 높으므로, 최대의 장벽인 영어만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면 학력과 계층의 벽이 의외로 높고 견고한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매세지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입니다.

기부와 나눔의 문화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모교나 동포들, 교포 사회나 지역 사회를 위해 많은 금액들을 기부하거나 중요한 정보나 자료들을 한국의 관련 기관에 수시로 보내주는 등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열심인데, 이런 점에서도 사회 환원이나 기부는 커녕 탈세와 주가 조작, 가족 상습 등의 불법적인 행태로 한결같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신을 사서 ‘악덕 재벌’이나 ‘졸부’의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과 부자들의 행태와 확연하게 대비를 이룹니다. 

[ 한국의 부자들 ] 이 성실한 창업이나 투자를 통한 자수성가보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 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의 꿈을 지녔었다는 저자의 이 책에서도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그중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미국에서 대입 시험인 SAT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학원을 차리고 시험 통과 요령이나 기술에 집중을 두어 교습함으로써 마치 한국의 과열된 입시 열풍을 그대로 미국의 교포 사회에 옮겨놓고, 거기에다가 학원생들의 대부분이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입시 학원 그룹 대표의 예는 한국 사회의 지양해야할 나쁜 점을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 그곳의 한국 교포들에게 퍼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 식당이나 바를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분의 이야기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부동산 그룹 대표의 이야기에서는 한국에서 해병대 출신이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좋으나, 미국인 직원들에게까지 머리를 짧게 깎고 유니폼을 입고 해병대식의 구호를 외치게 하는 등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관습이나 사고와는 정반대이고 한국에서도 지양해야 할 악습으로 여겨지고 있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두드러져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부자의 목적이 ‘자유롭고 여유있는 인생’이라는 근본적인 통찰과는 정반대로 부의 축적 자체가 목적의 전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 종교에 관한 언급이 많은 점도 그 종교가 현재 한국에서 받고있는 눈총에 비추어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면에만 치우쳐 미국에서 성공한 도미 교포들의 성공 비결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성공을 위한 공통 분모와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내지 못하고 개별적인 사례들의 나열에만 그친다는 점에서 ‘부자론’의 원조격인 토마스 J. 스탠리와 윌리엄 D. 댄코의 [ 이웃집 백만장자 ] 에 비해 결정적으로 과학성과 보편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과 260쪽 분량에 본문 2도 인쇄인 책의 가격이 15,000원이라는 점도, 같은 시기에 나온 저자가 외국인이어서 판권료와 번역료를 지불하고 같은 본문 2도 컬러에 총 450쪽에 달하는 [ 위험한 경영학 ]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재테크 서적들에 공통된 과도하게 높이 책정된 책 가격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듭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동산 필수 지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부동산 필수 지식 - 알면 벌고, 모르면 잃는 미래 부동산 재테크를 위한 필수 지식 완벽 가이드
장박원 지음 / 행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현재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격렬한 논쟁 꺼리가 되고 있는 경제 관련 이슈는 단연 부동산 문제일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주택 담보 채권의 부실이 시발점이었던 2008년의 금융 대공황의 여파로 국내 경기도 급격하게 침체되었고, 동시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 역시 가파른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수 십년 간 절대적인 진리처럼 숭상받아 온 ‘부동산 불패론’은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 밀려 ‘업자들의 궤변’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막대한 미분양 아파트 물량들이 곳곳에서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IMF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로 떨어져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불패를 자랑해 온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쏠림 현상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정상적인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한 선까지 올라갔던 것이, 2008년 미국발 금융 공황의 충격으로 급격하게 거품이 빠지면서 빠른 속도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그 와중에 상당한 재산상의 손실을 입는 경우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주식, 채권과 함께 여전히 재테크의 세 축 중의 하나이고,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안정적인 고수익이 가능한 투자 대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시기는 역설적으로 투자 적기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무주택자의 입장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나 보금자리 주택, 시프트 등의 구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사두기만 하면 무조건 오르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곳곳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분양 물량으로 인해 공급 초과 상태가 되면서 부동산의 입지와 특성에 따라 구입 후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손해마저 볼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시장 법칙’에 지배받는 상황이 된 만큼,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나 구입에 있어서도 주식이나 채권에 못지않은 공부와 조사, 연구가 필수적이게 되었습니다.

시중의 부동산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재개발이나 재건축, 신도시나 뉴타운 분양, 혹은 경매 등의 특수한 분야에 관한 책들이고, 정작 부동산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부동산 공화국’으로써는 이해하기 힘들게도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 부동산 필수 지식 ] 은 바로 이러한 부동산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지식들을 쉽고 체계적으로 요약, 정리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일방적인 강의나 살명식이 아니라 ‘행복 부동산’ 사장인 김미경 여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주변의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여러 고객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의 ‘시트콤’처럼 내용을 구성함으로써, 읽기에 재미있으면서 보다 사실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전체는 모두 4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의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원칙들을, 두 번째 장에서는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과 신도시 아파트 분양에 관한 지식들을, 세 번째 장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 신도시와 뉴타운들에 대한 정보들을, 네 번째 장에서는 전세와 임대, 시프트와 상가 권리금 등에 대한 제반 지식들을 이야기 해 줍니다.

이중 특히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보금자리 주택과 시프트 등의 청약에 관한 부분과 재건축, 재개발의 매커니즘에 관한 부분들인데,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초보자들의 수준에 맞춰 평이하면서도 핵심적인 사항들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다이제스트해 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저자가 매일 경제 신문사의 부동산 전문 기자인 만큼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이나 주택 담보 대출 부실로 인한 대규모 부동산 붕괴 위험, PF 사업의 부실로 인한 대규모 개발 사업들의 중지나 부도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성장 위주의 경제 기조를 토대로 조만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삼고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안고있는 거대한 위험 요인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폄하하고 이명박 정부의 성장 위주 정책을 은근히 지지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등 아무래도 부동산 업계 쪽의 시각에 치우쳐져 있는 점들이 거슬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현재 지방을 중심으로 거의 버블 붕괴와 연쇄 도산 직전의 폭탄처럼 되어 있는 미분양 시장에 대한 경고나 언급은 거의 없고, 앞으로도 쉽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강남 3구와 그에 인접한 신도시, 뉴타운에의 투자만을 권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을 거시적으로 보지않고, 특정 지역에의 자본 집중만을 유도하는 것이 역력하여 심정적인 반감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지구들에서 단합하여 집값을 폭등시켜 온 주범들인 부동산 업자들을 선의에 성실하고 노력하는 재테크의 정보원처럼 미화시켜 놓은 점도 상당한 인식상의 괴리를 느끼게 하고요.

하지만 이제까지의 타성에 젖어 부동산은 사두기만 하면 무조건 오른다는 사고를 지닌 분들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거주할 집을 구하거나 적극적인 재태크의 수단으로 원룸이나 상가 임대 등을 계획하고 계신 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구입을 염두에 둔 분들이라면 기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필수 정보들을 잘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이 책의 효용 가치는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책 뒤 쪽에는 별책 형식으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 지도와 부동산 필수 용어집이 붙어있습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고 있는 일본의 대중 문학 작가들 - 물론 여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같은 순문학쪽에 가까운(?) 작가들과 특정 장르만 전문인 작가는 포함되지 않겠죠 - 중에서 꾸준하게 발표하는 신작들이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작가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코타로, 요시다 슈이치, 미야베 미유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사카 코타로인데, 특정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든가 소설적인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다채로운 문장력 등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는 천재성이 엿보이는 작가라고까지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동안 ‘명랑한 갱~’ 시리즈나 [ 피쉬 스토리 ] 같은 오락성이 강한 작품들로 다소 실망감을 주었던 이사카 코타로가 그런 비판을 의식한 듯 2008년에 내놓은 [ 골든 슬럼버 ] 에서는 총리 암살이라는 스케일이 크면서도 현실적인 소재와 정부에 의한 국민의 사생활 감시라는 묵직한 주제를 느닷없이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쫓기게 되는 주인공의 긴박한 도주와 음모를 꾸민 집단을 추적하는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다이내믹하게 그려냄으로써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함께 일본의 이름난 문학상들보다도 오히려 국내 독자들에게는 더 신뢰감을 주고 있는 ‘제5회 서점대상’을 수상(이사카 코타로는 1회 때부터 수상할 때까지 5년 동안 연속으로 매년 서점 대상 후보에 올랐다가 마침내 수상했으니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함으로써 그의 팬들에게 ‘역시~’라는 찬탄과 함께 새삼 신뢰감을 복원시켜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영화로 만들어져 국내 개봉된 [ 골든 슬럼버 ]를 보았는데,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옮겼으므로 기본적인 재미 자체는 충분하지만, 제작비 때문인지 소설 속의 중요한 장치이자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감시 장치를 생략함으로써 음모의 복잡성과 날카로운 주제 의식이 흐려진 아쉬움이 있습니다).

[ 골든 슬럼버 ] 이후 그의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팬들에게는 반갑게도 이사카 코타로가 올해 초에 발표한 신작인 [ SOS 원숭이 ] 가 일본에서 발매된 지 불과 6개월 여 만에 국내에서도 출간되어 국내에서도 그의 위상이 이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 해변의 카프카 ] 처럼 두 명의 서로 다른 주인공을 화자로 한 두 개의 이야기가 교대로 교차되면서 전개되어 나갑니다.

‘내 이야기’로 표시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엔도 지로라는 청년을 화자로 하여, 대형 가전 마트에서 에어콘 판매 사원으로 일하면서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어깨너머로 배운 엑소시즘으로 ‘악마 퇴치’를 한다는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어린 이절 이웃에 살던 친한 누나의 히키코모리가 된 아들 마사토를 만나 그가 하는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원숭이 이야기’로 표시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시스템 개발 회사의 품질 관리 전문가로 인과성을 중시하는 극도로 이지적인 성격의 중년 회사원인 이가라시 마코토가 화자로, 300억 엔의 손실을 낸 증권 회사의 오발주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들이 차례로 펼쳐집니다.

주로 사적인 일상을 무대로 전개되는 첫 번째 이야기와 그와는 정반대로 공적인 회사와 업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서로 교차되어 전개되면서, 중간중간에 서로 겹쳐지는 장소인 편의점을 중심으로 특정한 사건과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연관성을 암시하고, 거기에 공통적으로 [ 서유기 ] 와 그 주인공인 손오공이 등장하면서 환타지적인 성격도 띠어갑니다.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서서히 접근하다가 ‘이가라시 마코토 이야기’로 표시되는 새로운 챕터에서 마침내 두 이야기의 화자가 공통되는 무대인 편의점에서 서로 조우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비로소 두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지는가 싶지만, 여기에서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국면으로 전환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문제의 중심이었던 히키코모리 청년인 마사토가 예언(?)한 6개월 뒤의 이야기로, 6개월 후 지로가 이가라시 마코토를 만나 예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보니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점들도 적지 않았지만 큰 줄기는 거의 일치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지로와 이가라시 마코토는 예언에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장면인 집을 찾아가게 되고, 거기에서 손오공으로 추측되는 존재가 모든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고, 그 사건들의 해결을 두 사람과 그동안 함께 등장했던 인물들에게 맡기게 됩니다.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독특한 ‘이사카 코타로 월드’의 설정에 익숙한 그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느닷없이 옛 이야기 속의 존재인 손오공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을 텐데, 사실 이 작품은 만화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와의 공동 기획으로 시작된 작품으로, 실제 발생했던 증권사의 오발주 사건에서 착안하여 ‘손오공’과 ‘엑소시스트’라는 전혀 접점이 없는 두 가지 소재만을 공유하면서 소설과 만화를 동시에 창작하기로 한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판은 [ SARU ] 라는 제목으로 2010년 2월에 출간되었는데,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속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만화가와의 공동 기획이라는 특성상 ‘손오공’과 ‘엑소시스트’라는 소재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에는 다소 간의 무리가 엿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환타지적인 요소들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 싶은 ‘누군가가 SOS 신호를 보낼 때 서로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사회’라는 주제마저 흐려진 감도 있고요.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특유의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은 역시 이사카 코타로라는 찬탄이 흘러나올 만큼 탁월하고, 후반부의 구성 상의 반전은 탁월하게 참신한 소설적 구성 능력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해 온 작품에 가깝다’고 말하였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팬으로써는 까다로운 조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 골든 슬럼버 ] 나 [ 종말의 바보 ], [ 사신 치마 ], [ 마왕 ] 같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관심과 강한 주제 의식이 참신하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멋지게 결합된 이사카 코타로적인 작품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멋진 표지 디자인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칭찬을 빼뜨릴 수 없네요.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자, 음모를 읽어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투자, 음모를 읽어라 - 세계 경제의 조종자, '그놈들'에게 당하지 않는 생존 투자법
정철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 사회학이나 역사학,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사와 전쟁사 분야 쪽으로 조금만 깊이있게 읽어가다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소위 ‘음모론’입니다.  

프리메이슨에서부터 파생되어 나온 수많은 비밀 단체들을 거쳐 그림자 세계 정부까지, 링컨 암살에서부터 케네디 집안의 비극과 마릴린 먼로의 자살까지, 예수와 아더왕에서부터 히틀러와 로스웰의 외계인까지, 선사시대에서부터 최근의 9.11 테러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까지 수 천년의 시간과 유럽, 미국을 거쳐 최근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지구 전체를 범위로, 아니 심지어는 달과 화성까지 포함시키는 방대하고 다양한 음모론들은 비단 [ 다빈치 코드 ] 의 팬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식인들조차 차마 그 모두를 부인하지는 않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층과 설득력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

얼핏 허황한 공상으로 여겨지기 쉬운 음모론들이 의외로 예상보다 훨씬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은 역사, 특히 근대사의 흐름이 명확한 인과 관계에 의해 설명되지 않고, 우연이나 뜻밖의 돌발적인 사건들로 인해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역사상 중요한 고비고비 마다의 핵심적인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설명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 세계사 전체를 완전히 예상 밖의 방향으로 끌어가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사 전체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역사적인 대사건들이 예측가능하거나 설명가능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은 데에서 오는 의혹은 사실 조금만 냉철하게 생각하면 ‘역사란 예측하거나 통제가능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라는 우연의 개입 가능성을 생각하면 상당 부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것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크고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일지라도 그 당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러한 의식이 없으므로 임의로, 순간적인 착각이나 실수로, 판단 착오로, 혹은 단순한 충동으로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데, 그 사건을 나중에 분석하고 해설하는 입장에서는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말까지를 논리적인 인과 관계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만족하지,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쉽게 음모론적인 상상에 빠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음모론의 배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음모론의 뒤에서는 중세의 프리메이슨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유태인으로 이어지는 ‘검은 세력’이 존재한다는 전제입니다. 사실 거의 모든 음모론은 바로 이 프리메이슨에서부터 현대의 유태인 자본으로 이어지는 음모론의 배후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조작과 음모라는 답을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고 있는데, 근대 이후 모든 음모론의 배후 세력으로는 ‘유태인 자본 - 그림자 정부’가 빠지는 일 없이 등장하는 것이 아예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음모론과 배후 세력에 대한 많은 말들은 결국 근대 이후의 세계가 다수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다수의 행복이 아닌 어떤 소수 세력의 행복으로 권력과 재화가 편중되고, 역사적인 사건의 전모가 다수에게 사실대로 알려지지 않고 소수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수의 불신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미국의 CIA가 저지른 다수의 불법적인 공작 활동들입니다(하지만 이 부분도 CIA의 역사를 다룬 팀 와이너의 [ 잿더미의 유산 ]을 읽어보면 CIA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무소불위에 전지전능하기는 커녕, 실제로는 얼마나 무능력하고 실수 투성이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도,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음모론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지 않고 내심 긍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전세계의 부와 권력이 분명히 일부 극소수의 인물들과 집단에 의해 좌우되고, 그들의 의지와 이익 쪽으로 유도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경제 신문사 출신으로 [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하고, [ 목독 만들기, 적립식 펀드가 최고다], [ 돈버는 주식 투자 ] 등의 저서들을 썼으며, 주식 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 [ 작전 ]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투자전문가인 저자가 난데없이 이러한 ‘음모론’을 주제로 한 책을 쓴 것은 사실 상당히 의외로 여겨집니다. 물론 내용상으로는 ‘투자서’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이러한 음모론들의 비정통성 혹은 비현실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잘 알고 있기에, 서문에서부터 이 책은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모론을 믿던 안믿던 이 책이 전제하고 있는 음모론과 검은 세력의 존재를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신이 있던 없던 일단 있다고 믿는 쪽이 무조건 더 유리하다고 한 파스칼의 내기 논증을 맨 앞에 내세우면서, 일단 그러한 음모와 집단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야기들을 펼쳐 나갑니다.

그런데 프리메이슨에서부터 일루미나티와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러 가문, 시온 의정서 등이 줄줄이 나열되는 도입부를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세뇨리지’와 기축 통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부터 자세를 바로잡고 긴장하고 책을 읽게 됩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전제하는 상황 논리들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검은 세력들인 ‘그놈들’이나 과거 역사 속에서 ‘그놈들이 한(것으로 추정되는) 일들’, 그리고 '그놈들의 향후 계획‘ 등은 이리유카바 최의 [ 그림자 정부 ] 시리즈를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대부분의 내용들이 겹칩니다.  

달러화와 대안 화폐에 대한 부분은 토마스 H. 그레코 Jr.의 [ 화폐의 종말 ] 이 주장하는 바도 대동소이하고요.

그렇다고 이 책을 [ 그림자 정부 ] 를 읽고 충격을 받아 쓴 아류작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제’와 ‘예상’은 동일하지만, ‘본질’과 ‘전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계 경제를 배후에서 조작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하고, 그들의 목표가 세계 단일 정부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패권국의 그늘에 숨어서 전세계를 좌지우지했는데, 20세기 초의 패권국이 영국이었고, 양차 세계 대전 후 그 패권은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봅니다. 그놈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바로 패권국의 화폐인데, 역시 양차 대전 전 세계의 기축 화폐는 파운드화였고, 대전 후 그 자리를 물려받아 현재까지의 기축 화폐로 통용되는 것이 달러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큰 무리가 없지요.

그놈들이 최종 목표인 세계 단일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세계를 크게 3개의 블록으로 묶는데, 유럽-중동-아프리카와 아시아-러시아-호주, 그리고 남북미가 그것이며, 각 권역들은 공동의 화폐를 사용하는 경제 공동체로 먼저 묶일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유럽은 유로화로 통일되었고, 아시아 공용 화폐와 북미 공용 화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죠.

이러한 세계 권역 재편을 위해 그놈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울트라 버블과 슈퍼 공황이며, 그 과정에서 달러화가 소멸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논란이 있을 법 한데, 사실 2008년 금융 공황 이후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중앙 은행들이 시중에 푼 엄청난 자금이 조만간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보통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될 경우 2~3년 후에는 증시가 폭등하고 부동산도 따라 오르는 버블 현상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죠.

저자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되는데, 그 와중에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가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 적자와 맞물려 결국 미국의 모라토리움 선언과 달러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신빙성이 떨어지는 음모론의 경지로 나갑니다.

하지만 그 전제로 거론되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재정 적자와 중국과 일본이 지닌 막대한 미국 국채,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생산해 낸 댓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로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점들, 미국의 달러가 기축 통화일 수 있는 엄청난 소비력과의 관계, 기축 통화의 가치가 결국 0에 수렴할 수 밖에 없는 메카니즘 등은 경제학적으로 살펴보아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으며, 현재 진행형인 문제점들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음모론을 알고 있어야 되는 이유로 투자를 함에 있어서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의 흐름을 주시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제 대국들의 화폐 경제와 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동남아 등의 자원 경제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관점으로 음모론적인 시각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음모론을 일단 숙지하고 그 흐름의 낌새와 진행 상황에 따라붙어 투자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단일화와 달러, 주기, 자원과 신기술, 종교의 5가지 포인트를 중점적으로 주시하고, 녹색 기술과 단일 경제 권역, 단일 통화로 나가는 움직임에 편승해야 살아남는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전제인 음모론의 존재나 그놈들이 목표하는 바라는 세계 단일 정부는 사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화폐 경제의 논리나 자원 전쟁의 현황, 그리고 달러와 금의 관계 등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분석 논리에 충실한 설득력이 높은 주장인 만큼, 지금처럼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기본적인 기조인 화폐론에 대해서는 [ 달러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 과, 내용의 상당 부분은 [ 화폐의 종말 ] 이나 [ 화폐 전쟁 ] 과 연관되므로 이들 책들을 함께 읽어보면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전개되어 가는 세계 전체 차원의 거시 경제의 흐름을 보다 넓고 깊은 안목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