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 부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미국의 한국 부자들 - The Good Rich
송승우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고3 수험생들은 명문대 합격생들이 쓴 대입 수험기를, 고시 준비생들은 [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 같은 고시 합격기를 수시로 반복해서 읽으면서, 과거에 자신과 같은 역경을 똑같이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고시나 대입에 합격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합격에의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재테크와 자기 계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테크와 자기 계발의 최종적인 목표인 ‘자아성취’와 ‘경제적인 성공’을 앞서 성취한 부자들의 성공담을 즐겨 읽곤 합니다.

마땅한 학력이나 전문 기술 하나없이 빈털터리 맨손으로 거친 사회에 뛰어들어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마침내 자수성가하여 경제적 여유와 함께 사회적인 인정과 존경, 영향력까지 거머쥔 부자들의 성공담은 자신도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하였고, 우리와는 풍토와 여건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처럼 여겨지기에, 성공한 유명한 사업가나 기업가, 투자자의 자서전이나 전기에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는 종류의 책들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 부자사전 ] 의 원전인 [ 한국의 부자들 ][ 한국의 젊은 부자들 ] 은 이러한 분야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재테크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맨 처음에 추천되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성공작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 미국의 한국 부자들 ] 은 비록 출판사와 저자는 다르지만 제목에서부터 앞의 두 베스트셀러의 맥락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미국에서 성공한 10명의 재미교포 부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IT 전문가와 인터넷 보안업체 대표, 부동산 그룹 대표, 식재료 업체 대표에서부터 로펌 대표와 에스테틱과 기능성 건강식품 회사 대표, 학원 그룹 대표와 세계적인 대기업의 중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와 맨손으로 성공 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들의 성공담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 신화에는 공통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과는 달리 직업의 귀천이 없고 어느 분야에서건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그에 걸맞는 사회적인 대접을 받는 미국 사회의 특성에 부합하여 청소나 경리, 배달 같은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헌신과 열심,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윗사람과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마침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였으며, 회사의 보스가 된 이후에는 회사나 거래처의 직원들을 자신의 동생이나 조카처럼 친근하게 대하며 회사가 거둔 이익을 아낌없이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청소나 배달, 심부름 같은 잡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 성실함을 인정해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기거나 5년 만에 이사나 중역으로 급속 승진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솔직히 현실에서는 정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힘들지요. 학력이나 경력 등을 따지면서 말이지요. 바로 이러한 점이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회사의 기둥과도 같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제는 직접 자신의 사업을 해보겠다고 사표를 낼 때, 기존 사무실과 직원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해주거나, 자리가 잡힐 때까지 아무런 조건없이 기존의 월급을 그대로 지급해 주거나, 자신의 회사에 들어온 일감을 돌려주는 등의 배려를 해주는 포용력있는 보스가 거의 없다는 점도 큰 차이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부하 직원이 독립을 하겠다고 하면 배신자나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뒷소문을 안좋게 내는 것이 일상적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이 처음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보스에게 말했을 때 그들이 보여주었던 놀랄만큼 감동적인 배려들에서 드러나는 창업과 자수성가를 국가적인 미덕으로 여기고 존경하는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의 전통은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인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지위나 학력, 사회적인 위치 같은 것을 머릿 속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사회의 밑바닥 일이나 허드렛일 일 지라도 열심히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중국이나 동남아계에 비해 천성적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한민족인 만큼 윗사람의 눈에 띌 확률이 그만큼 높으므로, 최대의 장벽인 영어만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면 학력과 계층의 벽이 의외로 높고 견고한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매세지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입니다.

기부와 나눔의 문화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모교나 동포들, 교포 사회나 지역 사회를 위해 많은 금액들을 기부하거나 중요한 정보나 자료들을 한국의 관련 기관에 수시로 보내주는 등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열심인데, 이런 점에서도 사회 환원이나 기부는 커녕 탈세와 주가 조작, 가족 상습 등의 불법적인 행태로 한결같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신을 사서 ‘악덕 재벌’이나 ‘졸부’의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과 부자들의 행태와 확연하게 대비를 이룹니다. 

[ 한국의 부자들 ] 이 성실한 창업이나 투자를 통한 자수성가보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 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의 꿈을 지녔었다는 저자의 이 책에서도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그중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미국에서 대입 시험인 SAT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학원을 차리고 시험 통과 요령이나 기술에 집중을 두어 교습함으로써 마치 한국의 과열된 입시 열풍을 그대로 미국의 교포 사회에 옮겨놓고, 거기에다가 학원생들의 대부분이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입시 학원 그룹 대표의 예는 한국 사회의 지양해야할 나쁜 점을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 그곳의 한국 교포들에게 퍼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 식당이나 바를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분의 이야기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부동산 그룹 대표의 이야기에서는 한국에서 해병대 출신이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좋으나, 미국인 직원들에게까지 머리를 짧게 깎고 유니폼을 입고 해병대식의 구호를 외치게 하는 등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관습이나 사고와는 정반대이고 한국에서도 지양해야 할 악습으로 여겨지고 있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두드러져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부자의 목적이 ‘자유롭고 여유있는 인생’이라는 근본적인 통찰과는 정반대로 부의 축적 자체가 목적의 전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 종교에 관한 언급이 많은 점도 그 종교가 현재 한국에서 받고있는 눈총에 비추어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면에만 치우쳐 미국에서 성공한 도미 교포들의 성공 비결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성공을 위한 공통 분모와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내지 못하고 개별적인 사례들의 나열에만 그친다는 점에서 ‘부자론’의 원조격인 토마스 J. 스탠리와 윌리엄 D. 댄코의 [ 이웃집 백만장자 ] 에 비해 결정적으로 과학성과 보편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과 260쪽 분량에 본문 2도 인쇄인 책의 가격이 15,000원이라는 점도, 같은 시기에 나온 저자가 외국인이어서 판권료와 번역료를 지불하고 같은 본문 2도 컬러에 총 450쪽에 달하는 [ 위험한 경영학 ]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재테크 서적들에 공통된 과도하게 높이 책정된 책 가격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듭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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