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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음모를 읽어라 - 세계 경제의 조종자, '그놈들'에게 당하지 않는 생존 투자법
정철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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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회학이나 역사학,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사와 전쟁사 분야 쪽으로 조금만 깊이있게 읽어가다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소위 ‘음모론’입니다.  

프리메이슨에서부터 파생되어 나온 수많은 비밀 단체들을 거쳐 그림자 세계 정부까지, 링컨 암살에서부터 케네디 집안의 비극과 마릴린 먼로의 자살까지, 예수와 아더왕에서부터 히틀러와 로스웰의 외계인까지, 선사시대에서부터 최근의 9.11 테러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까지 수 천년의 시간과 유럽, 미국을 거쳐 최근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지구 전체를 범위로, 아니 심지어는 달과 화성까지 포함시키는 방대하고 다양한 음모론들은 비단 [ 다빈치 코드 ] 의 팬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식인들조차 차마 그 모두를 부인하지는 않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층과 설득력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

얼핏 허황한 공상으로 여겨지기 쉬운 음모론들이 의외로 예상보다 훨씬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은 역사, 특히 근대사의 흐름이 명확한 인과 관계에 의해 설명되지 않고, 우연이나 뜻밖의 돌발적인 사건들로 인해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역사상 중요한 고비고비 마다의 핵심적인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설명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 세계사 전체를 완전히 예상 밖의 방향으로 끌어가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사 전체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역사적인 대사건들이 예측가능하거나 설명가능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은 데에서 오는 의혹은 사실 조금만 냉철하게 생각하면 ‘역사란 예측하거나 통제가능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라는 우연의 개입 가능성을 생각하면 상당 부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것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크고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일지라도 그 당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러한 의식이 없으므로 임의로, 순간적인 착각이나 실수로, 판단 착오로, 혹은 단순한 충동으로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데, 그 사건을 나중에 분석하고 해설하는 입장에서는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말까지를 논리적인 인과 관계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만족하지,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쉽게 음모론적인 상상에 빠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음모론의 배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음모론의 뒤에서는 중세의 프리메이슨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유태인으로 이어지는 ‘검은 세력’이 존재한다는 전제입니다. 사실 거의 모든 음모론은 바로 이 프리메이슨에서부터 현대의 유태인 자본으로 이어지는 음모론의 배후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조작과 음모라는 답을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고 있는데, 근대 이후 모든 음모론의 배후 세력으로는 ‘유태인 자본 - 그림자 정부’가 빠지는 일 없이 등장하는 것이 아예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음모론과 배후 세력에 대한 많은 말들은 결국 근대 이후의 세계가 다수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다수의 행복이 아닌 어떤 소수 세력의 행복으로 권력과 재화가 편중되고, 역사적인 사건의 전모가 다수에게 사실대로 알려지지 않고 소수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수의 불신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미국의 CIA가 저지른 다수의 불법적인 공작 활동들입니다(하지만 이 부분도 CIA의 역사를 다룬 팀 와이너의 [ 잿더미의 유산 ]을 읽어보면 CIA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무소불위에 전지전능하기는 커녕, 실제로는 얼마나 무능력하고 실수 투성이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도,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음모론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지 않고 내심 긍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전세계의 부와 권력이 분명히 일부 극소수의 인물들과 집단에 의해 좌우되고, 그들의 의지와 이익 쪽으로 유도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경제 신문사 출신으로 [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하고, [ 목독 만들기, 적립식 펀드가 최고다], [ 돈버는 주식 투자 ] 등의 저서들을 썼으며, 주식 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 [ 작전 ]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투자전문가인 저자가 난데없이 이러한 ‘음모론’을 주제로 한 책을 쓴 것은 사실 상당히 의외로 여겨집니다. 물론 내용상으로는 ‘투자서’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저자 스스로도 이러한 음모론들의 비정통성 혹은 비현실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잘 알고 있기에, 서문에서부터 이 책은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모론을 믿던 안믿던 이 책이 전제하고 있는 음모론과 검은 세력의 존재를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신이 있던 없던 일단 있다고 믿는 쪽이 무조건 더 유리하다고 한 파스칼의 내기 논증을 맨 앞에 내세우면서, 일단 그러한 음모와 집단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야기들을 펼쳐 나갑니다.

그런데 프리메이슨에서부터 일루미나티와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러 가문, 시온 의정서 등이 줄줄이 나열되는 도입부를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세뇨리지’와 기축 통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부터 자세를 바로잡고 긴장하고 책을 읽게 됩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전제하는 상황 논리들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검은 세력들인 ‘그놈들’이나 과거 역사 속에서 ‘그놈들이 한(것으로 추정되는) 일들’, 그리고 '그놈들의 향후 계획‘ 등은 이리유카바 최의 [ 그림자 정부 ] 시리즈를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대부분의 내용들이 겹칩니다.  

달러화와 대안 화폐에 대한 부분은 토마스 H. 그레코 Jr.의 [ 화폐의 종말 ] 이 주장하는 바도 대동소이하고요.

그렇다고 이 책을 [ 그림자 정부 ] 를 읽고 충격을 받아 쓴 아류작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제’와 ‘예상’은 동일하지만, ‘본질’과 ‘전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계 경제를 배후에서 조작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하고, 그들의 목표가 세계 단일 정부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패권국의 그늘에 숨어서 전세계를 좌지우지했는데, 20세기 초의 패권국이 영국이었고, 양차 세계 대전 후 그 패권은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봅니다. 그놈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바로 패권국의 화폐인데, 역시 양차 대전 전 세계의 기축 화폐는 파운드화였고, 대전 후 그 자리를 물려받아 현재까지의 기축 화폐로 통용되는 것이 달러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큰 무리가 없지요.

그놈들이 최종 목표인 세계 단일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세계를 크게 3개의 블록으로 묶는데, 유럽-중동-아프리카와 아시아-러시아-호주, 그리고 남북미가 그것이며, 각 권역들은 공동의 화폐를 사용하는 경제 공동체로 먼저 묶일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유럽은 유로화로 통일되었고, 아시아 공용 화폐와 북미 공용 화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죠.

이러한 세계 권역 재편을 위해 그놈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울트라 버블과 슈퍼 공황이며, 그 과정에서 달러화가 소멸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논란이 있을 법 한데, 사실 2008년 금융 공황 이후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중앙 은행들이 시중에 푼 엄청난 자금이 조만간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보통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될 경우 2~3년 후에는 증시가 폭등하고 부동산도 따라 오르는 버블 현상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죠.

저자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되는데, 그 와중에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가 다른 선진국들의 재정 적자와 맞물려 결국 미국의 모라토리움 선언과 달러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신빙성이 떨어지는 음모론의 경지로 나갑니다.

하지만 그 전제로 거론되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재정 적자와 중국과 일본이 지닌 막대한 미국 국채,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생산해 낸 댓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로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점들, 미국의 달러가 기축 통화일 수 있는 엄청난 소비력과의 관계, 기축 통화의 가치가 결국 0에 수렴할 수 밖에 없는 메카니즘 등은 경제학적으로 살펴보아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으며, 현재 진행형인 문제점들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음모론을 알고 있어야 되는 이유로 투자를 함에 있어서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의 흐름을 주시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제 대국들의 화폐 경제와 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동남아 등의 자원 경제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관점으로 음모론적인 시각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음모론을 일단 숙지하고 그 흐름의 낌새와 진행 상황에 따라붙어 투자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단일화와 달러, 주기, 자원과 신기술, 종교의 5가지 포인트를 중점적으로 주시하고, 녹색 기술과 단일 경제 권역, 단일 통화로 나가는 움직임에 편승해야 살아남는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전제인 음모론의 존재나 그놈들이 목표하는 바라는 세계 단일 정부는 사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화폐 경제의 논리나 자원 전쟁의 현황, 그리고 달러와 금의 관계 등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분석 논리에 충실한 설득력이 높은 주장인 만큼, 지금처럼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기본적인 기조인 화폐론에 대해서는 [ 달러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 과, 내용의 상당 부분은 [ 화폐의 종말 ] 이나 [ 화폐 전쟁 ] 과 연관되므로 이들 책들을 함께 읽어보면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전개되어 가는 세계 전체 차원의 거시 경제의 흐름을 보다 넓고 깊은 안목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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