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진보와 보수 - 언제나 피를 부르는 싸움이다. 이렇게 낭만적인 가을날 왠 투쟁적인 어투냐고?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그렇게 열정적인 - 야성적인 - 투사가 되고 말것이다. 더구나 나와 같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397세대라면 (386은 아니라...30대이고 90년대 학번이며, 70년대 태생들...그러니깐 남아 선호사상으로 꽉찬 부모님 세대의 끝자락이라면 말이다...ㅠ.ㅠ)

지금이야 웃으며 하나의 대화 소재라도 사용되는 나의 유년이지만, 당시에는 난 우리 엄마의 친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오빠를 끔찍이도 사랑했기에. 그리고, 난 유난히도 강하게 키우셨기에...

사춘기때 - 그러니깐 난 동급생들보다 좀 빨리 사춘기가 왔다.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중학생이 된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이제 나도 어른 대접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에..다 컸다는 생각으로 엄마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이 없냐고...난 아무래도 엄마의 친딸은 아닌거 같은데 이제는 나도 제법 컸으니깐 나의 친엄마를 알려줘도 된다고 - 이 슬픈(?) 해프닝은 두고 두고 회자되며 우리 가족들사이의 대화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엄마를 닮기 싫어서 난 일부러 페미니스트 아닌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했다. 당시에는 그런 용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참 희한한것이 요즘의 내게서 엄마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찾게 되는지 스스로 놀라고 또 놀란다.(요즘 애들 말을 빌리자면 깜놀이다^^)

 

목수정 그녀는 위로 언니를 두고 아래로 남동생을 둔 그러니깐 엄마의 사랑과 관심으로 한발짝 물러선 그런 소녀였다. 그녀의 또 다른 책 제목을 본다면 그녀의 성향을 단박에 알 수 있으리라.

뼛 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캬 얼마나 대담한가?

그녀가 인용하고 있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촌필살인이다. 2008년도 발간 된 책으로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한 번 볼까한다.

2010년을 두 달여 남짓 남겨두고 발간한 야성의 사랑학에서는 남, 녀 짝짓기(좀 원색적인가?)와 세상의 딸들을 독립된 여성으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역할 중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럼 우선 남, 녀 짝짓기에 대해서 말해 보자. 이제는 TV 드라마에서도 텐프로라는 말이 아무런 여과없이 나온다.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왠만한 정계 인물들의 스캔들이 아니면 별 관심도 못 받는 쇼킹한 뉴스꺼리들이 아주 많다.

이 모든 것을 저자 목수정 그녀는 이제는 길 거리에 '커피 한 잔 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한탄한다.

커피 한 잔족이란 - 길을 가다 우연히 이상향의 이성을 만났을 때 용기내어 커피 한 잔 하자는 자기 사랑 구애에 있어 아주 적극적이고 솔직한 부류를 말한다.

공지영보다 더 페미니스트 선두주자인 목수정 그녀조차도 이 커피 한 잔 족은 남성이 여성에게 건네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이제 더 이상은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함이 아쉽다.

뭐, 그래봐야 38년을 살아가면서 이 커피 한 잔족의 습격(?)을 받은 경험은 딱 두 번이다. 그것도 내 나이 아직까지는 생생해라고 자부하던 서른 두 해를 마지막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 기회를 난 누리지 못했다. 당시의 남친과 결별 통보를 하고 돌아오던 길에 잘난척 하느라 울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써던때라서 경향이 없어서 놓쳐버린 게 마지막이 되고 말았으니....(아 그때 좀 어떻게 해 볼걸? ㅋㅋ)

 

그녀는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시인겸 소설가인 그는 19세기 말 동성연애 기솜혐의 이력이 있는 참 예쁜 남자이다)의 글을 읽고 결혼 하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여고시절. 그리고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살 난 딸 칼리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비혼모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동거인으로 당당하게 가족 구성원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그녀는 영원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그녀는 결혼을 한 지 1년 미만이거나 연애를 막 시작하는 커플들에게만 사랑을 찾을 수 있다. 부부에게 아기가 생기고 육아의 부담(?)을 안고 살다보면 더 이상 부부는 연인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가족이라는 것이다. 뭐 가족끼리는 사랑(?)을 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내들은 섹스리스의 고통을 명품백으로 보상받고 우리나라 남편들은 가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돈을 주고 여자를 소비한다.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부들이 이런 상황이 아닐거라 믿고 싶다.

 

사랑의 원천 - 그 원천은 어머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산다. 어려서는 숙제를 대신하고, 자라서는 대학과 직업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서는 배우자까지 선택을 한다. 그러다 한 순간 자식들이 엄마와 연결된 보이지 않는 탯줄을 끊으려 하면 그제서야 '내 인생 돌려도'를 외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러지 말아야 한다. 진짜 좋은 엄마가 되려면 젖은 주되 꿀까지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무조건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자식에게 꿀을 건네 주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부터 충만한 삶으로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와 나의 공통점 하나를 더 찾았다. 나 역시 내 기억으로 엄마와의 가장 친밀한 스킨십이 흘러내리는 내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는 게 다였다. 때론 등교하기전 내 머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다였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에 가서 떼를 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나의 등짝에 선연한 손도장을 찍어주는 스킨십도 있지만...내가 기억하는 가장 기분좋은 스킨십은 아니다. 미래의 나의 딸에게는 무한한 스킨십과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미용기술을 이용해 최대한 많이 만져주리라 다짐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제안하는 야성을 일깨우는 아홉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피부 아래 잠든 촉각 일깨우기

2. 지구에 발자국으로 입맞추기 ; 맨 발로 땅을 밟아 보라는 것이다. 그녀의 딸 칼리 말을 빌리자면 '땅을 걷는 건 발이 땅에 뽀뽀하는 거고, 하늘을 나는 건 손이 하늘에 뽀뽀하는 거'라고 한다. 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 아닌가 싶다.

3. 억압 배설하기(눈물로 웃음으로, 때론 다른 그 무엇으로도) ; 난 종종 눈물을 선택한다.

난 참 이상하게도 내가 울고 싶으면 눈물이 나온다. 예전 학원 워크샵 때 연기자 김학철님으로 부터 강의를 듣던 중 빨리 울기를 했는데 그 역시 전도연 외에 이렇게 빨리 우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 뭐 달리 슬픈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울고 나면 내가 깨끗해 지는 느낌을 받아서 운다고 해야 하나? 때론 난 신랑이랑 말 다툼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이 방법을 종종 써 먹는다.

4. 꽃 속에 깃든 우주를 만나기 ; 자연이 만든 모든 것은 다 아름답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꽃이 아닐까 싶다. 꽃은 생식을 위한, 사람으로 치면 사랑을 위한 도구라고 한다.

5. 낯선 사람에게 말 건네기 ; 요건 좀 조심해야겠다. 자칫 잘못하면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 받을 수 있고 워낙 세상이 어수선하니 말이다.

6. '퍽' 소리가 나게 매일 포옹하기 ; 이건 정말로 자신있는데...만약 그렇게 안아줄 가족이 없다면 직장 동료도 좋겠다. 요런 핑계로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에게 실현해 보는것은 어떨까? 단 변태로 오해 받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에만 허용할 것.

7. 아름다운 것에 대해 주저 없이 열광하기 ; 아름다움에 대한 열광은 사랑에 대한 열광과도 같다. 사랑으로 빛나는 얼굴보다 더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없다. 지금 환절기라 피부 트러블로 고생한다면 비싼 화장품보다, 고급 관리실보다 사랑에 빠져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나처럼~

8.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 류시화님의 말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혹은, 어느 댄스 뮤지컬 제목처럼 '사랑한다면 춤춰라'

9. 사랑을 원한다면 오로지, 그 하나에 집중할 것 ; 영원한 사랑은 있을까?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 다소 그 무지한 사랑을 예로 들면서 사랑이 가장 충만할 때 그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면서 완벽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물론, 그 사랑이 완전한 사랑이 아님을 입증했고...

사랑이야말로 오랜 기다림에서 온다. 사랑을 구하고, 사랑의 기쁨을 알고, 그것을 배가시키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다가온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성숙하게 가꾸고,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견고한 세계를 축조해 가는 데 심혈을 기울인 사람들이 자신마의 향기로 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사람들을 만나 가꾸는 인생의 가장 달콤한 열매이다.

 

오직 사랑과 그 사랑이 밑바탕이 된 따뜻한 포옹으로 오늘 저녁 가족을 한 번 안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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