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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학원생들하고의 공감대보다 학부형들과 얘기가 잘 통한다고 느낀지가~
서른을 갓 넘고서 줄곧 난 학생들보다 그네들의 엄마들과의 수다(?)가 더 즐거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요새 애들은 몰라요. 우리때는 안그랬는데, 쟤네들도 시간지나 어른이 되어봐야 안다니깐요"..
뭐 대충 이런식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1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근데 이 모습 10년 전, 아니 20년 전 우리 엄마의 모습이였고, 우리 담임의 18번 래퍼토리였다.
물론, 지금은 나의 래퍼토리이다. 이렇게 요즘 아이들을 나무라는듯한 이야기에는 그네들을 탓하고 혼내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네들이 부럽고 부럽기때문이다. 지나간 일이기에,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기에 그립고 부러운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나간 일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여기 그렇게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열네 살짜리 숙녀 연주와 절친 민지가 있다. 연주는 너무 평범하여 다소 건조해 보이기까진 한(물론, 그 건조함에 얼마나 큰 감사를 느낄진 어른이 되면 알것이다^^) 그런 가정을 이루고 있다. 딸에겐 언제나 너그러운 아빠와 항상 잔소리쟁이 엄마와 함께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고, 공부는 그럭저럭하고, 가수가 되는 게 꿈인 연주.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여 할머니랑 살아서 그런지 가끔 말하는 게 어른스러운(겉 늙은), 그리고 거울을 너무 사랑하는 민지....
엄마들은 아마도 누가 누가 잔소리 잘하나 대회를 나가면 당연히 세계 1등을 할 것이다. 여기에 역시 잔소리 여왕 엄마와 말다툼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무엇때문에 싸웠는지도 모르는 연주. 그런 연주는 가족이란 정의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언제나 권력자는 엄마라서 불평등한 조직이기에 반란이나 혁명을 일으켜서 가족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는 맹랑한 열네 살 소녀.
아직은 숙녀란 말 보다는 소녀가 더 어울리는....
책속에 열네 살의 표현을 민지는 이렇게 하고 있다. 초딩 6학년 보다 어린 애들이거나, 아님 고딩 1학년보다 조숙한 애들이거나~맞는 말이다.
아직 유년시절의 어리숙함을 벗어던지지 못하여 피터팬으로 있고 싶거나, 마치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시작하는 고딩처럼 어른인 척 하거나...과연 난 어떠했을까?
지금이야 별로 큰키(아니 되려 작은키, 초딩 4년이후로 성장판이 닫혀버린 무서운 질병에 걸린~)가 아니지만 초딩땐 무척이나 큰 키였고, 중1이 되던 열네 살때도 제법 큰 키였기에 나름 조숙했다.
아니 초딩 6학년때부터 같은 반 친구들이 유치해서 놀기 싫었다(물론, 왕따이지만 난 내가 전교생을 왕따 시켰다고 믿기에 내 유년은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되려 난 걔네들이 불쌍했고, 난 걔네들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기에 철학적이였다는 궤변을 주장하지만....)
그리고 엄마도 날 대하는 눈치가 달랐고 대접이나 대우를 받기보다는 해야할 의무와 책임감을 더 안겨 준 거 같다. 하지만 엄마의 그런 교육방침이 커서 보니 약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당시에는 어찌나 어른들이 야속하던지. 엄마도 그렇고 학교 선생도 그렇고 어른들은 우리에게 말하기전 사전에 작당을 하는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요즘 학생들한테 듣는 이야기이다.
"선생님 우리 엄마랑 짰어요? 어쩜 울 엄마랑 똑같이 말해요? 헐"
어렸을 땐 단 하나의 감정 - 특히, 미각 - 먹는것만 잘 주면 방긋방긋 웃는 아가들처럼 -만 충족되어도 인생이 내것 같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온갖 감각들이 하나로 뒤섞여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기도 하고 웃게도 한다. 당시에는 비록 어지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이겠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는 것.
이것 역시 지나간 일이기에 그립고 부럽고 무엇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하나의 감각에만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때문 인것이다. 그걸 발전이라고 말하겠지. 이런 발전은 절대 뉴스꺼리가 될 수 없는 소소한 일들로 구성된다. 마치 퍼즐 조각들이 다 맞춰졌을 때 멋진 그림이 되듯~
문득, 내 인생의 퍼즐을 하트로 물들게 했던 아련한 사람이 떠오른다. 나도 알게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던 그 첫 순간, 지금에야 기억조차도 나지 않지만....누구냐고? 비밀...실은 잘 기억이 안난다. 단지 물상시간 첫 시간에 교과서를 안가져가서 꾸중이 났던 거 같은데...그렇게 첫시간부터 반아이들 앞에서 챙피를 준다고 무지 뒷담화를 했던 과학 선생님....브라운 뿔테 안경과 독특한 추임새 하나가 있었다는 정도만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