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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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순이를 만났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준 그 분 또한 순이였다. 오빠는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를 부를때마다 항상 엄마를 떠올린다고 했다. 그렇다. 나의 엄마 이름이 금순이였다. 그러니깐 울 엄마가 순이였고, 엄마를 비롯해 우리 마을엔 순이란 이름을 가진 아주머니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학교를 가도 출석부 이름엔 간간히 나오는 이름에도 순이는 꼭 있었다.

지금이야 바른생활인지 즐거운 생활이란 이름으로 큰 사이즈로 둔갑한 책 - 국어책에 단골 여자 주인공은 순이였다.

물론, 남자 주인공 철수와 국어책 한 권을 다 이끌어 가는 실력있는 여배우이다. 그 순이는 6년동안 한 번도 여우 주연상을 놓치지 않은 저력있는 그런 배우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책속에서 만난 순이도 그런 순이 중 한 명이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로 아주 가난한 시대를 살았지만 그래도 꿈만은 잃지 않은 그런 소녀였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항상 남자들의 경제력은 수그러 든다. 반면 여자들의 사회 진출과 경제력은 상승하게 되는데...

물론,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는 남자들을 대신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꼭 참전하여 전사를 하지 않아도 남자들의 경제관념은 없어지나 보다. 아님 강원도, 제주도 같은 지역적 특색으로 인한 여자들 특유의 생활력인지도...

암튼 순이네 아빠는 평상시는 조용한(?)편이지만, 술만 들어가면 순이 엄마나 순이나 동생에게, 하물며 할아버지나 할머니조차도 감히 막을수 없을만큼 난폭해 지는 타입이다. 물론, 경제력 제로이다.

다행히 순이네 엄마는 재주가 많아 전쟁통에도 전후에도 순이네 가정에 유일한 수입원이였다. 물론, 순이네 할머니도 산나물을 캐서 팔거나, 함바집 등으로 보탬이 되기도 했지만말이다.

 

순이네 엄마는 없는 남편복탓을 하며 순이를 참으로 엄하게 키운다. 물론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여자도 남자처럼 공부를 하거나 혼자서 독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남존여비 사상으로 순이보다도 어린 남동생을 더 귀이 여긴 건 틀림없었다. 그런 순이가 불쌍하고 가엾어 할머니는 아주 살갑게 대한다. 그래서일까? 순이는 급할때 엄마보다는 할머니를 더 찾는다. 나에겐 할머니의 기억이 6살때까지가 다이다. 물론, 그때도 할머니는 많이 편찮으셨고, 190이 훨씬 넘는 할아버지(뵌적이 없어 말로만 들었지만)에 비해 150도 안되는 아주 작은 체구로 반듯하게 누워 주무시는것조차 힘들어 하셨던 할머니와의 추억이 별로 없어서 인지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 - 순이를 보니 참 부럽기도 했다.

 

순이에겐 유일한 친구가 있다. 눈치 챘겠지만 여주인공 순이의 단골 여자 친구는 영이이다. 영이의 아버지는 선교나온 신부님의 일을 도와주는 등 성당 살림을 꾸려나가시는 분이다. 우리네 옛어른들이 그러하셨듯이 순이네 할머니는 성당을 예배당이라 칭하며 파란눈을 가진 신부님과 말을 하면 귀신이 든다고 생각하신다. 그런탓에 순이를 성당 근처에도 못가게 하며 영이랑 놀지도 못하게 한다. 하지만 순이는 신부님을 만나는 게 설레기도 하고 영이를 통해 알게되는 미제 제품이나 천국에 대한 환상으로 자신도 언젠가는 구원을 받을거라는 기대를 가진다. 자신이 익힌 문자를 통해 그토록 믿고 경외했던 천국과 미국이 자신을 배반하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기에...

결말이 조금 약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서울 소녀처럼 앙증맞고 예쁜맛은 없지만 투박하지만 한 없이 순박한 순이를 통해서 잠시나마 어린시절 - 물론, 내가 직접 경험한 것보다는 전해 들은 얘기들이 대부분이지만 - 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던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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