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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의 4141 - 41번 완주한 41살 마라토너의 41가지 이야기
이봉주 지음 / 어깨동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스포츠라면 칠색팔색하는 나이기에 더구나 달리기라면 중3때 고등학교에 가기위해, 그리고 고3때 대입을 위해 달린 체력장이후로 정말 담을 쌓은 나이기에 스포츠 스타들에겐 그닥 관심이 없다. 더구나 비인기 종목인마라톤이라니...
그러나 본문속에도 언급을 하듯이 우리의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된다. 어느 스포츠나 자기와의 싸움이 전제이겠지만 마라톤(아니, 내게는 달리기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만큼 철저하게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것이 있으랴.
그렇게 외롭고 외로운 운동인줄로만 알았던 마라톤엔 참으로 많은 해프닝이 있다니..
달리는 도중에 큰(?) 볼일이 급해서 심판의 허락을 받고 볼일을 봐야한다던지, 개에게 쫓겨 달리는 마라토너가 있는가하면, 관중들이 마시라고 던진 음료수 병에 머리를 맞아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코스를 반대로 뛰는 정말 벼르별 에피소드가 다 있다.
그중에서 나도 기억나는 해프닝은 어떤 종말론자의 갑작스런 습격때문에 금메달을 놓친 브라질의 리마 선수이다. 그야말로 정말 국적을 무시하고서라도 피를 토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들의 스타 봉달이 선수에게는 실전에서보다 연습중에 멧돼지와 맞닦드린 일이다. 산만한 덩치의 멧돼지와 봉달이 두 선수 - 두 눈이 딱 마주친 순간 모두 걸음아 나살려라 뛰었는데 둘 다 정신이 없어 같은 방향으로 달렸다는 것이다. 지하철 출 퇴근길에 주로 책을 읽는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그만 웃음이 빵터져 버려 난처했었다.
또 북한의 함봉실 선수(여자 마라토너)와는 봉남매로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마주치면 아무도 모르게 달러를 손에 쥐어 주곤 했다는 봉달이 선수의 인간적인 매력에 참 맑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맑고 순수해서 한 길뿐이 모르기에 그가 마흔이 넘도록 44번의 경기에서 41번의 완주 기록을 가진 사람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봉달이 선수는 황영조 선수와 회자되곤 하는데, 많은 이들이 황선수보다는 봉달이 선수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 그건 아마도 여러모로 보나 열악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언론의 비아냥(고 정봉수 감독과의 결별)거림 속에서도 묵묵히 앞만 보고 달린 그의 한길 같은 마음, 한 두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걸릴법도 한 스타병(?)도 걸리지 않고, 또한 그의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에 보답을 보여준 그의 아내의 내조까지...모든것이 그의 20년동안 그르지 않았던 새벽운동의 덕택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21번의 반복이 있어야 하고, 21번 이상의 반복으로 몸에 밴 습관도 하루 이틀만 쉬어버리면 도루묵이 되고 마는데 그의 변화지 않는 20년 습관은 마라톤이 아닌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마라톤이 인생에 은유가 될 수 있다면 그 마지막은 명예로워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인생이 명예로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그의 인터뷰처럼 그는 명예로운 은퇴를 하였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그의 새로운 인생도 명예로울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믿음이 후배들에게도 잘 전해지리라 생각된다.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자는 한 명이지만, 마라톤에서의 승자는 우승자 한 사람만이 아닌 완주를 한 완주자이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 된다. 각자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좋아하고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그 쉬운 정답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