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ES24 블로거 29인의 내 삶의 쉼표 - 제3회 YES24 블로그 축제 수상작 모음집
YES24 블로거 29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언제부터였더라? 내가 읽은 책에 대하여 그 느낌을 적기 시작한 때가?
2005년 7월의 어느날 파울로의 <연금술사>를 읽고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든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이끌려 그 감동을 블로그에 기록을 해두었던게 처음이였다. 그 해부터 1년에 100권 읽기 도전은 시작되었고 몇년째 줄곧 그 약속만큼은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리뷰적기가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리뷰가 네이버리뷰로 등록되어 우연한 기회에 덧글을 읽게 되었고, 우수 리뷰로 선정되기도 하고..며칠전에는 해피머니 상품권도 받았다.
이번 책 또한 나와 같은 29인의 블로거들의 리뷰를 모은 책이였다. 근데 전문가를 뺨치는 글솜씨...본문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작가 김수연씨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물었을 때 "타고 나야 해요"라고 답을 했다고. 공지영 작가도 어쩜 글을 그렇게 잘 쓰냐?라는 질문에 자기는 타고난 거 같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정말 타고 나야 한다. (타고 나지도 않은 주제에 꿈을 꾼 내가 좀 바보스럽다^^)
그러나 타고난 이들만 글을 쓸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본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준 책이나 영화, 음악에 대하여 쓸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를 유감없이 발휘한 29인의 블로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와는 전혀 일면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더 솔직한 감정으로 읽어 갈 수 있었다.
내가 동감하는 책과 음악, 영화에 대해서는 한 없는 공감을 표현했고, 같은 책과 같은 영화, 음악을 듣고서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놀라고...
우리는 우리가 기쁜 순간 함께한 책과 영화, 음악도 소중하지만 우리가 힘들고 슬플 때 함께한 책과 음악, 영화를 더 기억하기 쉽다. 누구나 겪게 되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그 순간에 가장 큰 성장통을 앓게 된다.
나 또한 그런 누구나에 속했던 사람이기에 참 혹독하게도 성장통을 앓았던 거 같다. 그렇게 성장통을 앓아 본 사람만이 꿈을 꿀 자격이 있으리라고 감히 말해 보지만, 요새 내 조카들을 보면 그 성장통을 앓는 시기가 좀 앞당겨진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우리가 성장통을 앓고 있을 때는 그 진통을 멎게 해줄 진통제나 주사보다도 우리와 함께 앓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마도 부모나 선생님들은 모두 치유법만을 알려주려 했지만, 친구란 이름을 가진 책과 영화, 음악들은 우리와 함께 앓아주는 방법을 선택했기에 더 오래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나의 성장통을 함께 앓아준 친구들이 생각난다...
성장통을 함께 앓아준 노래는 요새 예능에서 국민 할매로 활약하는 부활의 비와 당신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CD가 아닌 테이프를 레코드 가게에서 녹음해서 들었는데 60분짜리 테이프 A와 B면 모두 이 노래로 녹음해서 들었다. 너무 들어서 테이프가 늘어지는 바람에 냉동실에 넣어 두기도 했던 그 노래...
'아이가 눈이 오길 바라듯이 비는 너를 그리워 하네. 비의 낭만보다는 비의 따스함보단 그날의 애절한 너를 잊지 못~'
영화는 얼마전 그의 죽음 소식에 가슴이 아팠던 사랑과 영혼 - 이 영화를 보고서 난생 처음으로 경찰차를 탔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더 잊혀지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다...당시 고3이였던 나. 내가 살고 있던 경남 진주라는 소도시에서는 서울보다 늦게 개봉을 하였고, 고3은 관람이 불가능했다. 19금 장면도 없었던거 같은데 왜 관람불가였는지 참 아이러니 하다.
마지막 심야를 보고 극장을 나온 시간이 시내버스가 끊긴 시각이라 파출소를 찾아서 집까지 좀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어느 친절한 경찰 아저씨가 경찰차(빽차라고 하는 ㅋㅋ)로 집까지 모셔다 주었다.^^
책으로는 김순지 선생님의 별을 쥐고 있는 여자와 공지영씨의 착한여자, 정호승님의 나는 너에게라는 시로 기억된다.
두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국판 여자의 일생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부터 나는 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을 가졌던 거 같다.
반면에 정호승님의 시는 고교 동창중 (비록 연락은 끊혔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나와 같은 부류 - 아웃사이더 - 였던 은경)이가 좋아했던 시다. 그래서 난 함께 좋아했다.
겨울비 오는 날 나는 너의 빈 손을 잡고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우리들에게 아직 쉼표를 제공 해 주는 책과 영화와 음악이 있음에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