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독신 여성으로 30대 중반을 넘었다는 게 죄가 아닌 죄라도 되는 듯이

자기 소개를 할 때면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곤 한다.

왜일까? 아마도 혹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나이값 좀 해라?는 둥의 질타를 받는 게 두려워서이다.

 

불량하게 나이드는 법은 여든 하나의 나이에도 젊은 여자를 보면 가슴 설레고, 러브레터를 받으며,

매일 저녁 술집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인생선배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우리나라의 마광수 교수가 떠올랐다.

그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고 지지자도 혹은 싫어라하는 그 어떤 부류에도 속하지는

않지만, 내게 저자 세키 간테이는 마광수 교수와 오버랩되었다.

야한 정신은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국수주의보다는 세계적인 보편성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질서보다는 자유에, 관념보다는 감성에, 명분보다는 실리에, 교조주의보다는

다원주의에, 도덕보다는 본능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다라고 말하는 마교수의 표현법이 조금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제 3장을 읽으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거 같다.

 

여든 한 살의 불량한 노인으로서의 건재함을 이런 노친네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의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세상에 대한 욕심을 줄여서 젊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함보다는

인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결코 종점 따위가 없음을 말한다.

책속에서 저자가 자주 쓰는 표현인데, 죽는 날까지 프로이기보다는 아마추어로서의 삶 - 죽는 순간

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연애의 감정 - 설레임을 필수조건이라 말하고 있다.

나또한 자유연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의 말에 동의한다. 이성간의 사랑이든, 이성간의 우정이든

혹은, 동성간의 우정이든(동성간의 사랑은 빼고~^^) 그 속에는 설레임이라는 게 있어야만 가능하다.

제 아무리 평생을 함께 한 부부지간이라 할지라도 타성에 젖어서는 안됨을 말하고 있다.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타성에 젖지 않고 매일 설레임을 갖는다. 물론, 저자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표현법과 다를 뿐 난 그의 말에 100%공감을 한다.

 

또한 삶에 있어서의 깨달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세인들이 말하는 고통속에서 깨달음을 얻는것보다는 즐겁게 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일이 있으랴.

간혹 우리는 '~답게'살아라, 행동해라, 말하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는다.

과연 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때로는 그 답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강박관념으로 우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답게 나이를 먹는 것보다는 이제는 자기다움을 드러

내며 자연스레 사는 법을 선택하라. 다시 말해 '다움'을 초월하여 사는 법을 선택하라.

모르면서도 알법한 나이니깐 아는척하며 사는것보다 열심히 흔들리면서 사는 것이 훨씬 더 제 나이대로 사는것이 아닐까? 자아, 집착, 욕심을 벗어던지고 말이다.

 

나도 지금보다 젊었을때는 못느꼈는데 부쩍 내집이 있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좁은 땅에서는

내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 거 같다.

집이란 꼭 내이름의 소유보다는 전세이든 월세이든 상관없이 내가 그냥 이승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나도 안주하는 삶에 물들었나보다.

저자는 '안주'하면 흐르지 않고 고인물처럼 혼탁해지고 섞기 마련이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처럼 걸식까지 하면서 유랑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때를 털어내고 밖에 나가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려보라.

얼마전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비야'씨를 보면서 여행의 큰 힘이 무엇인지 알거 같았다.

비록, 내게는 별의 별 핑계를 대면서 여행을 못하는 이유를 나열한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고 때를 벗기위해서는 꼭 명소일 필요는 없다. 뭐든지 보는 시선 하나로도

마음은 움직여 주는 집앞 공터도 좋고, 동네 공원도 좋다.

오늘 당장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까지 한 정거장정도 걸어보라. 혹시 모르지 않는가?

시선이 잠시 머무는 그 곳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명소를 만나게 될지~

 

흔히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나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하는 질문에

'사는 게 다 이런 거지', '뭐 특별한 인생이 있나'라고 살아가는 데 이골이 난 사람처럼 말한다.

저자 간테이씨는 서툴게 잘하는 외골수로 타성에 젖지 말고 연애하듯이 살아가라고 말한다.

연애할 때는 서툴고 능숙하지 않아도 마음이 즐거운 것처럼 인생도 꼭 능숙해야만이 정답은 아니다.

프로처럼 살기위해 분발하는 삶도 나이를 잘 먹는 법이지만 사랑하는 이와 연애하듯이 사는 삶도

매우 우수한 모범답안이 아닐까?

 

과연 나의 모범답안은 몇점으로 진행중인가?하는 풀지 못한 문제를 남기고 책을 덮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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