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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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류의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조선을 뒤흔들고 경성을 뒤흔들었던...

살인사건들과 연애사건들...나의 연애도 아닌데 남의 연애사를 훔쳐보는건데도...

예나 지금이나 할 거없이 재밌는게 인지 상정인가 보다...

파리 연수때 3권 챙겨갔던 책중에서 마지막 책이였다...오는 비행기안에서 내가

읽는 동안 곁눈질을 하던 전주 원장님도 빌려달라고 한다...

"남의 연애이야기만 읽음 뭐해...본인 연애 좀 하지"...하는 말과 함께...

 

제목의 가제가 참 눈길을 끈다.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스캔들..그렇다...스캔들이 문제다.

물론, 우리나라야 지금은 1부 1처제라 그런경우는 드물지만, 1부 다처제의 악습의

영향으로 제아무리 모던걸..이라 할지라도 제아무리 자유연애를 주장할 지라도...

조강지처가 아닌 첩의 자리였기에...스캔들이 되고..치명적이고...애틋할 수 밖에

없다는...

 

모두 11개의 연애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살...동반 자살로 끝난다...

가난때문에 기생이 되어야 했던 자유연애의 선두주자, 강명화와 그런 기생과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사회주의자 모던보이 장병천....처음 소개된 연애사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1개의 연애사중에 젤 가슴 아프고...눈시울이 빨개지는 이야기...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같기도 한...그들...영화나 드라마가 될법도 한데...

라듸오 데이즈 같은 영화나 만들지 말고...차라리 이들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하기호 감독..

 

현해탄에서 사라져버린 윤심덕의 사의 찬미와 김우진...

조선 최고의 성악가였던 그녀의 공연을 보고 나혜석은 악평을 했는데..뒤에 나혜석

그녀의 연애사도 나오는데..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타입이다...

 

세번째는 1930년대 연애의 주역으로 여급이라는 직종이 있다.

요즘 같으면 토킹바의 웨이추레스(?)정도 될까..암튼 카페의 여종업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부에서는 유행처럼 번진 조선 남녀의 연애자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2부에서는 앞에서 잠깐 출연했던 나혜석과 김원주여사(?)가 나온다...

다소 로맨틱한(?) 연애사로...

나혜석 그녀는 참으로 당당한 캐릭터였던거 같다...아무리 신여성, 자유연애라 할지라도

정조가 여자의 생명과도 같았던 그런 시절에 정조 유린 소송 사건을 신문에 낼 정도이고..

남편에게도 당당하게 결혼 당시 결혼 서약같은 것도 받아내고...암튼 그런 여자였기에

남자도 하기 힘든 독립운동까지 했겠지...

 

그리고, 김원주..시인이면서 수필가인 그녀 최남선의 신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보다

1년(1907) 먼저 <동생의 죽음>이라는 시를 발표했지만...우리는 최남선의 시를

신시의 효시라고 한다..그 이유가 뭘까..

수백 년 동안 여성들의 옥죄어 왔던 성 윤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김원주의

<나의 정조관>이라는 글이 조선일보(1927.1.8)에 실리면서 소위 '헤픈 여자'로

낙인이 찍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의 화려한 연애 편력이 한 몫하기도 했구...

하지만 11명의 여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오래 제 명이 다할 때까지 살은 사람은

그녀뿐이다...그렇게 화려한 연애편력을 자랑했던 그녀가 여성의 성적 자유를

부르짖던 그녀가 수덕사 만공선사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귀의를 했다.

그녀의 법명은 일엽으로 평생 그녀의 맘속에 한 남자(백성욱)을 묻었고, 그녀와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묻고 사랑을 깨닫기 위해 중이 되었다고 한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1971년 열반에 들었다...왠지 짠하다...

 

김동인의 소설<김연실전>의 주인공이라고 소문난 김명순 여사..

신여성이며 유명 작가였던 그녀..는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킨 김동인이 비극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하는 갠적인 생각을 해본다..나쁜 남자...

최초의 여성 소설가 였던 그녀를 '나쁜피'로 낙인 찍게 만들었다...

요즘도 인터넷을 보면 악플들이 한 연예인을 죽이기도 하고 살기기도 하는데..

김동인이 조금만 깨어있는 지식인이였다면...좋았을걸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감자..배따라기..발가락이 닮았다....청소년기 그의 작품을 읽고 자랐지만...

묘한 배신감에 살짝 입가에 쓴 미소가...암튼 글 또한 말과 같이 화살과 같으니

조심하자...조심~!

 

철로의 이슬로 사라진 동성애자 홍옥임과 김용주...헉 충격이다...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몇해전 그러니깐 얼짱이라는 인터넷 신조어가 생겨날 무렵...

은행에 들었던 얼짱 도둑...그러니깐...김정필 그녀 또한 남편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썼지만..미인이라는 말 한마디에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나 우리는 미인에게 약한 법이다...

여기서 재밌는 얘기 하나... 남편 살해는 당시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조선

특유의 범죄라고 한다...1930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살인범 100명중 여성이

47명인데...그 중 남편 살해자가 31명...남편들이여 뭔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기에~쯧쯧~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경성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랑보다도 사상이 더 우선이였던 그녀들....말이 연애사건이지 나의 시선에는 철없는

동거..아니 남자 나눠갖기로 보였다는....

하나같이 연애의 주인공들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살을 하거나 비극적인 최후를

맡았다. 하긴 그런 비극적 결말은 예견 된것이다. 너무나 다른 두 가시 사상이 부딪히는데

어찌 비극이 아닐수 있겠는가?

 

신인류의 사랑으로 여겨질 법한 경성을 뒤흔든 연애사건은 오늘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우리들에게 시대를 잘 타고 났다는 걸 감사하라는 그런 메세지를

담고있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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