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아래 옮긴 페테르부르크의 밤이 언급된 장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연상시킨다. '백야'가 원작인 영화들도 가져온다.

Saint Petersburg,Russia-silhouettes in midnight light during White Nights (24 June 1999) By Michael Hoffmann (Hamlet53) - Own work, CC BY-SA 3.0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야수의 동물적 본능은 혐오스럽다. 그 동물적 본능이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그것을 경멸할 수 있다. 그 동물적 본능에 빠지든 빠지지 않든 우리는 이전의 상태 그대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물적 본능이 미학이나 시학의 허울을 쓰고 찬양과 숭배를 요구하면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간 못하고 거기에 완전히 넋을 놓게 된다. 그런 상태가 정말 끔찍한 것이다.’

밤이 되면 지상에 휴식을 주는 고요한 어둠은 없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흐릿하고 쓸쓸하고 부자연스러운 빛만이 존재하듯,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도 평온한 무지의 어둠은 더이상 없었다.

페테르부르크의 밤을 밝혀주는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듯이 이 모든 사실을 밝혀주는 그 빛의 출처를 알 수는 없었다. 또한 그 빛은 아직 흐릿하고 쓸쓸하여 부자연스러운 상태이긴 했지만 그 빛이 밝혀준 이 세상의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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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옮기지는 않았지만 카츄샤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네흘류도프는 믿는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Pasternak - Tolstoy 1908







그녀를 보자 네흘류도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삶을 원해. 가족과 아이들도 원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그녀가 눈을 들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방에 들어오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보시다시피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삶을 살아야죠."그녀가 하는 말은 네흘류도프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 아니라 그녀를 비롯해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이런 결말은 예상치 못했어요." 그가 말했다. "어떻게 셈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의 계산은 나중에 하느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검은 눈이 조금씩 젖어들어 빛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참 좋은 여자예요!" 그가 말했다. "제가 좋은 여자라고요?" 그녀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애수 어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비췄다. 갑자기 극도로 피곤했다. 어젯밤 설친 잠 때문도 아니었고 노독이나 흥분 때문도 아니었다. 그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 것은 그가 살아온 삶 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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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트리 스피박이 영역한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최근판에는 스피박의 새로운 서문과 함께 주디스 버틀러의 발문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스피박은 ‘옮긴이 서문‘에서 데리다의 해체 철학이 등장하게 된 지적 배경과 데리다의 초기 저작에 영향을 준 철학적 논쟁들을 설명한다. 또한 소쉬르, 롤랑 바르트,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언어학과 라캉의 정신분석, 미셸 푸코의 담론분석은 물론, 니체의 진리 비판, 프로이트의 기억과 무의식 이론,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 문제,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윤리학 재고 등 19~20세기의 핵심적인 비평적 개입들을 개괄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스피박의 글은 ‘옮긴이 서문‘이라는 글 형식에서 흔히 보거나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것으로, 이후 데리다의 사상에 관해 발표된 철학적 논평들에 필적한다.

서양 철학 담론에서 적절함/부적절함의 이분법을 해체한 데리다의 작업은, 스피박에게 특히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개념들을 수정하는 대목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스피박이 생각하는 해체적 독서 실천의 ‘정치적‘ 가치는,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식의 마르크스주의나 민족해방운동 혹은 서구 페미니즘의 일반적인 주장들을 경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스피박은 해체론을 정치적 재현의 맥락에서 재가공함으로써, 보편적인 정치투쟁의 언어가 권리를 박탈당한 집단(피식민지인, 여성, 노동자)의 삶에 잠재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해를 입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피박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데리다가 각각의 사람들이 처한 독특한 상황과 물질적 조건들을 읽어내는 좀 더 유연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법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 접근법은 "급진적인 비판이 지닌 위험성, 즉 동화를 통해 타자를 전유할 위험을 지적"해주기 때문이다.

스피박이 데리다의 서양 철학 해체에서 발견한 이러한 책임감 있는 접근법은 데리다의 후기 저작에서 드러나는 좀 더 총체적인 관심사, 즉 윤리학을 타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재고하는 문제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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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해체를 작동시키기




스피박은 초기의 서양 철학 해체에서부터 이후의 윤리학과 정의, 국제주의와 우애, 환대에 대한 포스트마르크스주의적 사상 관련 논의에 이르기까지 데리다가 밟아온 지적 궤적을 신중히 따라왔다.

이 과정에서 스피박은 데리다의 사상이 지닌 잠재적 유용성을 강조하여, 식민주의 담론과 당대의 글로벌 경제 그리고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의 국제적 노동 분업 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비평적 개입을 해왔다.

스피박은 1976년 데리다의 난해한 저서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번역함으로써 미국 지성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데리다가 영어권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때, 스피박은 이 책을 번역 출간하며 데리다의 해체 철학을 학문적, 비평적으로 소개하는, 비범하고 인상적인 ‘옮긴이 서문‘을 덧붙였다.

스피박은 데리다의 서양 철학 해체를, ‘제3세계‘ 지식인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논쟁을 확장 심화시키는 데 동원해왔다. 즉 식민주의의 문화적 유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소할 것인가, ‘제1세계‘ 다국적 기업이 ‘제3세계‘ 노동자들을 계속 착취하는 상황을 서구 마르크스주의가 제대로 기술할 능력이 있는가, 서구 페미니즘이 ‘제3세계‘ 여성들의 역사와 삶, 투쟁을 기술하는 데 적합한가 하는 것 등이다.

"내가 자란 곳에서 처음 데리다를 읽었을 때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그가 철학적 전통을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해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흥미를 느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성장한 인도의 교육체계에서 철학세계의 주인공은 보편적 인간 존재였고, 그 인간 존재를 내면화하는 수준에 접근했을 때 우리도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지 말해주던 그 전통을, 프랑스에서 누군가가 해체하려는 것을 보았을 때, 내게는 그것 역시 흥미로워 보였다." (1990년 인터뷰)

데리다의 지적 기획에 대한 스피박의 관심은 단순히 철학적인 차원만은 아니었다. 그 관심은 부분적으로 유럽 식민주의의 정당성을 제공한 바로 그 서구 사상의 전통을 ‘해체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스피박의 글이 암시하듯이, 실제로 데리다의 서구 인문주의적 주체의 해체는 포스트식민적 사고의 문맥에서도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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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vJZzWT6Qwc 새로 발매된 막스 리히터 재창작 비발디 사계 앨범 - 어제 올라온 최신 영상. 


비발디의 이 음악이 나오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https://youtu.be/rv-m744KKXE


https://twitter.com/greennaraemovie/status/1214873199449538561 개봉 당시 수입배급사가 폰배경용으로 제공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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