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기지는 않았지만 카츄샤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네흘류도프는 믿는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Pasternak - Tolstoy 1908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녀를 보자 네흘류도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삶을 원해. 가족과 아이들도 원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그녀가 눈을 들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방에 들어오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보시다시피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삶을 살아야죠."그녀가 하는 말은 네흘류도프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 아니라 그녀를 비롯해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이런 결말은 예상치 못했어요." 그가 말했다. "어떻게 셈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의 계산은 나중에 하느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검은 눈이 조금씩 젖어들어 빛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참 좋은 여자예요!" 그가 말했다. "제가 좋은 여자라고요?" 그녀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애수 어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비췄다. 갑자기 극도로 피곤했다. 어젯밤 설친 잠 때문도 아니었고 노독이나 흥분 때문도 아니었다. 그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 것은 그가 살아온 삶 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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