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런던탑'으로부터 옮긴다. 출처는 을유문화사 '런던탑/취미의 유전'이다.

By Lady Jane Grey (1537–1554)


단편 '런던탑'은 문예출판사 '도련님'에도 실려 있다.





총부리가 있는 모퉁이로 가니 글씨인지 그림인지 뒤죽박죽 씌어진 글 속에 정확한 획으로 작게 ‘제인’이라 쓰인 게 보였다. 나는 불에 덴 듯 그 앞에 멈추어 섰다. 영국 역사를 읽은 이라면 제인 그레이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또 그 박명과 무참한 최후에 동정의 눈물을 흘리는 이 또한 적지 않으리라. 제인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야심 때문에 열여덟 꽃다운 나이를 죄없이, 또 아낌없이 형장에 팔았다. 짓밟힌 장미 꽃술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향기가 풍겨, 오늘날까지 역사책을 펼쳐드는 사람의 마음을 그윽하게 하고 있다. 희랍어로 플라톤을 읽어 일세를 풍미한 석학 애스컴마저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는, 이 시정詩情 넘치는 인물을 상상하는 데 좋은 재료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나는 제인의 이름 밑에 우뚝 멈추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움직이지 못한다. 공상의 무대는 이미 열리고 있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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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 완전 코믹 캐릭터다. 그러나 이 가족에게 닥칠 일들을 생각하면 참......햄릿(노승희 역) 3막 햄릿과 폴로니어스의 대화로부터 발췌한다.

To this Brook Ophelia came - Arthur Rackham - WikiArt.org






- 폴로니어스 경, 대학에서 한때 연극 공연을 했다고 하셨죠?
- 왕자님. 좋은 배우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 어떤 배역을 맡았나요?
- 줄리어스 시저 역할을 맡았죠. 의사당에서 살해되는 역이었죠. 브루투스가 저를 죽였습니다.
- 그런 일급 광대를 죽이다니, 그 사람 악역을 맡았군.

- 안녕하시오, 폴로니어스 경!
- 왕자님, 왕비마마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이라고 하셨습니다.
- 저기 낙타 모양의 구름이 보이는가요?
- 저런, 정말 낙타처럼 생겼네요.
- 내 보기엔 족제비처럼 생겼소.
- 등 모양이 족제비 같네요.
- 고래 같기도 하고.
- 진짜 고래 같네요.
- 그럼 어서 어머니께 가봐야겠군. (방백) 이자들이 나를 갖고 노는 꼴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곧 가겠네.
-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 ‘곧’이라고 하기는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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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let and Ophelia, 1883 - Mikhail Vrubel - WikiArt.org


Hamlet and Ophelia, 1884 - Mikhail Vrubel - WikiArt.org


Hamlet and Ophelia, 1888 - Mikhail Vrubel - WikiArt.org


러시아 화가 미하일 브루벨이 그린 햄릿과 오필리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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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cription of Hamlet - Anima Ehtiat - WikiArt.org






사느냐, 죽느냐─그것이 문제구나.
가증스러운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그냥 참는 것이 고귀한 행동일까,
아니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역경에 맞서
싸워 이기는 게 더 고귀한 행동일까.
죽는 것은 잠드는 것─그뿐이다. 일단 잠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천 가지 걱정거리도
그친다지. 그게 간절히 바라는 결말이야.

죽는 것은 잠드는 것─잠이 들면─아마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문제로군. 현세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 죽어서
잠이 들면 그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몰라
망설일 수밖에 없어. 이런 생각 때문에
오랜 세월 지긋지긋한 삶에 매달리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이 세상의 시달림을 참고 견딜까?
폭군의 횡포, 교만한 자의 무례한 언동,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 질질 끄는 재판,
관리들의 무례함, 유덕한 자가 소인배에게 당하는 수모,
스스로 단칼에 끝장낼 수 있다면,
이런 괴로움을 누가 참겠는가?
그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지루한 인생살이에 신음하며 땀을 흘리겠는가?

다만 죽음 이후에 겪을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
어떤 나그네도 돌아오지 못한 곳, 그 미지의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고,
알지 못하는 저세상의 것을 향해 날아가기보다
차라리 겪고 있는 괴로움을 견디게 만든다.
이처럼 분별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혈기왕성한 결의도 창백한 생각에 가려 병색이 감돈다.
이런 까닭에 거창하게 시작한 과업도
방향을 잃고 흐지부지해져 버린다. 아니, 잠깐,
아름다운 오필리어가 아닌가! 아가씨, 그대의 기도 속에
내 모든 죄를 잊지 말고 빌어주오. - 3막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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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2B7qumAeqs 민음사의 '그후' 역자인 윤상인 교수의 '마음' 강연. 


나쓰메 소세키 1910 - Japanese book "Showa Literature Series: Additional Volume (November 1953 issue)" published by Kadokawa Sh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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