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2g3645a 제인 그레이


나쓰메 소세키의 '런던탑'으로부터 옮긴다. 출처는 을유문화사 '런던탑/취미의 유전'이다. 단편 '런던탑'은 문예출판사 '도련님'에도 실려 있다. 


총부리가 있는 모퉁이로 가니 글씨인지 그림인지 뒤죽박죽 씌어진 글 속에 정확한 획으로 작게‘제인’이라 쓰인 게 보였다. 나는 불에 덴 듯 그 앞에 멈추어 섰다. 영국 역사를 읽은 이라면 제인 그레이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또 그 박명과 무참한 최후에 동정의 눈물을 흘리는 이 또한 적지 않으리라. 제인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야심 때문에 열여덟 꽃다운 나이를 죄없이, 또 아낌없이 형장에 팔았다. 짓밟힌 장미 꽃술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향기가 풍겨, 오늘날까지 역사책을 펼쳐드는 사람의 마음을 그윽하게 하고 있다. 희랍어로 플라톤을 읽어 일세를 풍미한 석학 애스컴마저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는, 이 시정詩情 넘치는 인물을 상상하는 데 좋은 재료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나는 제인의 이름 밑에 우뚝 멈추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움직이지 못한다. 공상의 무대는 이미 열리고 있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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