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햄릿(1948)

Inscription of Hamlet - Anima Ehtiat - WikiArt.org


사느냐, 죽느냐─그것이 문제구나.
가증스러운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그냥 참는 것이 고귀한 행동일까,
아니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역경에 맞서
싸워 이기는 게 더 고귀한 행동일까.
죽는 것은 잠드는 것─그뿐이다. 일단 잠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천 가지 걱정거리도
그친다지. 그게 간절히 바라는 결말이야.

죽는 것은 잠드는 것─잠이 들면─아마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문제로군. 현세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 죽어서
잠이 들면 그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몰라
망설일 수밖에 없어. 이런 생각 때문에
오랜 세월 지긋지긋한 삶에 매달리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이 세상의 시달림을 참고 견딜까?
폭군의 횡포, 교만한 자의 무례한 언동,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 질질 끄는 재판,
관리들의 무례함, 유덕한 자가 소인배에게 당하는 수모,
스스로 단칼에 끝장낼 수 있다면,
이런 괴로움을 누가 참겠는가?
그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지루한 인생살이에 신음하며 땀을 흘리겠는가?

다만 죽음 이후에 겪을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
어떤 나그네도 돌아오지 못한 곳, 그 미지의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고,
알지 못하는 저세상의 것을 향해 날아가기보다
차라리 겪고 있는 괴로움을 견디게 만든다.
이처럼 분별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혈기왕성한 결의도 창백한 생각에 가려 병색이 감돈다.
이런 까닭에 거창하게 시작한 과업도
방향을 잃고 흐지부지해져 버린다. 아니, 잠깐,
아름다운 오필리어가 아닌가! 아가씨, 그대의 기도 속에
내 모든 죄를 잊지 말고 빌어주오. - 3막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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