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정은지)로부터 옮긴다.

작년 2월의 내 밀크티 사진이다. 오늘은 올해 2월의 마지막 일요일, 곧 3월이다.

나는 매일 아침 직접 홍차를 끓인다. 찻주전자와 머그를 정성껏 데우고 물이 팔팔 끓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행여 식을세라 찻주전자에 재빨리 물을 붓고 머그에는 우유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넣는다. 다 우려진 차를 따르기 시작하면 우유는 점점 진해진다. 언제 멈춰야 할지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따끈한, 하지만 너무 뜨겁지는 않은 밀크티가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나가면 나는 일상을 이어갈 작은 용기를 얻는다. 비록 설탕은 넣지 않았을지언정 그것은 틀림없이 노동자의 홍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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