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소파 방정환이 번안한 신데렐라 '산드룡의 유리구두'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방정환 - 산드룡의 유리(琉璃)구두 https://gongu.copyright.or.kr/gongu/wrt/wrt/view.do?wrtSn=9029661&menuNo=200019# (전문)




"오늘은 더 예쁘고 옷도 어제보다 더 잘 입고 오셨겠지! 그런데, 오늘은 왕자님하고 친하게 이야기를 하시다가 별안간에 열두 점치는 소리를 듣고는 뛰어 돌아갔는데, 그 신었던 유리 구두가 한 짝 떨어져 있어서 그것을 왕자님이 집어 두셨단다. 에그, 그 유리 구두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생겼는지 모르겠어……. 필시 왕자님께서도 그 유리 구두 신은 색시를 퍽 좋아하시는 모양이더라……."-《사랑의 선물》1922년 6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로부터 옮긴다. 다자이 오사무는 어린 시절의 보모를 만나러 쓰가루의 고도마리라는 어촌으로 가는 길이다.

고도마리(2014) By Taken with Canon IXY 430F (Digital IXUS 245 HS) - Own work, CC BY-SA 3.0






나는 다케가 있는 고도마리 항구에 가는 것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남겨둔 것이다.

"오래간만이야. 어디로?" "이야! 고도마리에." 나는 빨리 다케를 만나고 싶어서 다른 것은 건성이었다. "이 버스로 간다. 그러면 실례."

버스는 꽤 붐볐다. 나는 고도마리까지 두 시간을 서 있었다.

버스는 산길을 오르며 북으로 간다. 길이 나빠서 상당히 심하게 흔들린다. 나는 선반의 봉을 꽉 잡고 등을 구부려서 버스 창밖으로 바깥 풍경을 본다. 역시 북부 쓰가루이다.

여기는 인구 2500 정도의 보잘것없는 어촌이지만 중고시대*부터 이미 다른 지역 선박의 출입이 있었고, 특히 홋카이도를 왕래하는 배가 강한 동풍을 피할 때에는 반드시 이 항구에 들어와 임시로 정박했다고 한다. *헤이안 천도(794년)로부터 가마쿠라 막부 성립(1192년)까지의 약 400년간. - 쓰가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탈리아의 아브루초 지방은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가족이 파시즘 치하에서 유형생활을 한 곳이다.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원제 Al Dente: A History of Food in Italy)' 중 '5장 전쟁을 거쳐 경제기적의 시대로'에 아브루초가 나온 부분을 옮긴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1213175100109?input=1195m 2019년의 이 기사에 아브루초의 축제가 유네스코 무형 유산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Abruzzo, Citra Et Ultra, 1659 - Joan Blaeu - WikiArt.org







1943년 7월 이탈리아의 도시에 대대적인 폭격이 가해지고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하자,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재위 1900~1946)는 무솔리니를 해임하고 아브루초에 수감했다. 9월에는 피에트로 바돌리오1871~1956 원수가 이끄는 새 정부가 연합국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자 독일군은 즉각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 로마까지 점령했고, 연합군과 이탈리아 정부의 통치 권역은 라치오와 아브루초 이남으로 한정되었다. 무솔리니는 석방되어, 가르다 호숫가에 있는 살로를 수도 삼아서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다. 독일군에 점령된 지역에서 이탈리아인들은 당파를 초월하여 국가해방위원회를 결성하고, 파르티잔 민병대를 소집해서 나치와 파시스트 잔당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처참한 패전과 재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 '친구' 첫 머리에 이탈리아 여성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글이 한 문장 인용된다('미리보기'를 통해 읽을 수 있다). 그 글이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산문집 '작은 미덕들'에 실려 있는데 '친구' 인용문으로 시작하는 문단을 옮긴다. 글 전체가 다 좋지만 후반부에 위치한 이 부분 이하는 특히 강력하다. 이 글의 제목은 '나의 일'이다.

By Loretta Junck - Torino, Aiuola Natalia Levi Ginzburg, CC BY-SA 4.0 나탈리아의 결혼 전 성이 '레비'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슬픔을 달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이 우리를 어루만지고 달래주리라는 착각에 빠질 수 없다. 내 인생에서 쓸쓸하고 공허한 일요일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던 때가 있다. 그때 나는 뭔가를 쓸 수 있기를 열렬히 바랐다. 글을 쓰며 고독과 권태를 위로받고, 문장과 단어가 날 어루만지고 달래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줄도 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의 일은 나를 항상 거부했고 나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위로나 오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친구가 아니다. 이 일은 우리에게 피가 날 정도로 채찍을 휘두를 수 있는 주인이며 고함을 치고 정죄하는 주인이다. 우리는 침과 눈물을 삼키고 이를 악물고 상처의 피를 닦고 주인을 섬겨야만 한다. 그가 원할 때 섬겨야 한다. 그러면 그는 우리가 일어서서 두 발로 확실히 땅을 딛고 서게 도와줄 것이다. 광기와 섬망을, 절망과 열병을 이겨내게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명령하길 바라며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할 때 우리 말에 귀 기울여주려 하지 않는다. - 나의 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ingri 2025-02-25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좋네요^^

서곡 2025-02-25 11:30   좋아요 1 | URL
책 표지도 독특하지요 ㅎ
 

이탈리아 여성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산문집 '작은 미덕들'로부터 옮긴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브루초주 [Abruzz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Costume of Scanno (Province of Abruzzo in the Kingdom of Naples), 1820 - Michela De Vito - WikiArt.org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에 나탈리아의 남편 레오네가 쓴 글이 실려 있다.

Bagnoli costume (Province of Abruzzo in the Kingdom of Naples), 1820 - Michela De Vito - WikiArt.org


고 서경식 작가의 '내 서재 속 고전'과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에 이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정의의 실천 게을리 말라는 우리 모두에 대한 유서] https://v.daum.net/v/20140126195008179 참고.





겨울의 끝자락이 되자 우리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불안감 같은 게 깨어났다. 어쩌면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었다. 마침내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우리들의 유형 생활도 끝나야만 했다. 세상과 우리를 갈라놓은 길들이 더욱 짧게만 보였다. 우편물들이 더 자주 도착했다. 우리의 동상은 서서히 아물었다. - 아브루초에서의 겨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