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겨울호 - 80호
김새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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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면서도 아쉬운, 만나고 있으면서도 그리운 그런 책을 만나보았다. 만나면서도 다음 만남까지의 기다림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계절이 바꾸어야 만날 수 있는 계간지《계간 미스터리》 2023 겨울호는 여전히 재미나고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운 특집의 내용이 겨울호의 매력을 더해준다. 특집 1: J의 몰락은 정말 영화 같은, 허구 같은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진짜 발생했던 사건을 재구성해서 마치 소설처럼 들려주고 있는데 정말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나다. 특집 2: '하라 료'라는 작가를 기억하며를 통해서는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완벽한 작품을, 글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35년 동안 장편 5권과 단편 1권만을 발표했던 일본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았다.


흥미로운 영화〈잠〉의 유재선 감독과의 인터뷰도 미스터리 영상 리뷰도 좋았고, 늘 그렇지만 한 줄로 들려주는 신간 리뷰는 《계간 미스터리》편집위원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를 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장편소설 〈탐정 박문수_성균관 살인사건 ③〉의 마지막 연재는 아쉬웠지만 신인상 수상작〈아버지라는 이름으로〉와의 만남은 너무나 좋았다.


미스터리 종합선물세트《계간 미스터리》의 꽃은 역시 미스터리 단편소설들일 것이다. 이번에는 4편의 단편소설들이 각자의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컴퓨터 천재의 작업실(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찾는〈회귀〉는 믿음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게 했고, 학생들의 가벼운 채팅처럼 시작한 이야기가 무거운 이야기로 이어지는〈뱀파이어 탐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다. 그리고 잃어버린 고양이를 멋진 추리로 찾아내는〈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단편은 〈밥통〉이었다. 한 남자의 모든 일상이 변하게 되는 트리거가 된 밥통 중고거래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공감하면서도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갖게 하는 이야기이다. 순간의 흥분이 우리의 일상을, 인생을 망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멋진 작품들을 모아서 매력 넘치는 책《계간 미스터리》를 만든 '나비클럽'이 고맙다. 봄이 돌아오면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계간 미스터리》 2024년 봄호를 기대해 본다. 또 어떤 멋진 이야기들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설레는 까닭을 직접 만나 느껴보길 바란다.


"나비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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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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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8. 공감에서 출발해 자율을 통해 타인도 나와 같은 희로애락의 정서를 갖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갖춰진다.


누구나 알고 있는듯하지만 막상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간다움'이다. 삶을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다움은 어떤 철학적 메세지를 담고 있을까? 저자가 서울대학교 철학과 김기현 교수이기에 철학이나 심리학 이야기를 예측하며 책장을 넘겼다. 늘 그렇듯 어설픈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베이스는 철학 이야기인데 서양의 역사를 가미한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조금 어려워서 딱딱하고 지루한 철학 이야기가 아니라 재미나고 흥미로운 인간다움의 역사 이야기인듯하다.


《인간다움》은 '인간다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또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고대를 시작으로 미래에까지 총 6개 쳅터를 통해서 설명해주고있다. 설명이 너무나 쉽고 편안해서 책을 읽는동안 철학을 접한다는 생각을 하지못했다. 그저 '인간다움'의 형성 과정을 보고 있는듯했다. '인간다움'이라는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려주고 인간다움이 '현재' 부딫치고있는 문제들과 '미래'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p.48. 이성은 이렇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인간의 능력이다.


공감, 이성, 자유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위한 3가지 기준으로 보여주고 각 쳅터들을 통해서 공감을 시작으로 이성, 자유에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감,이성,자유에대한 생각과 행동이 인간의 '인간다움'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세 기준의 조화가 인간다운 삶을 지탱해줄 것같다.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낯익은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반가울 정도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다.


p.271. 합리적이란 말은 이치에 부합한다는 뜻이고, 이치를 찾는 것이 이성이다.


'인간다움'이라는 개념에 위험인자로 지목된 마르크스와 니체의 철학을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진화론'의 등장은 정말 흥미로웠다. 진화론이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방해한다는 것인지 또 니체와 마르크스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재미와 흥미 그리고 의미까지 함께 찾을 수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省察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멋진 책이다.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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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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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곽곽선생뎐》이 보여주고 있듯이 이 책은 정말 독특하다. 가상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허구'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 역사 속 한 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곽경훈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나라들, 종교들은 어디선가 접해본 듯한 것들이다. 허구 속 모험 활극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는듯하다. 그래서 허구와 실재 사이를 오가며 상상 속 모험 활극이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로워진다. 가상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이야기이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역사소설처럼 보인다.


p.37. 곽곽 선생은 싱긋거리며 물었다.


이 소설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주인공 '곽곽'이다. 곽곽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독특해서 검색해 보았다. 혹시 역사 속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색 결과는 주인공 곽곽의 존재를 더욱 신비롭게 해주고 있다. '곽곽선생'은 민속신앙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곽곽은 문무를 겸비한, 무술과 지혜를 겸비한 신神적인 존재처럼 묘사된다. 모험 활극의 주인공 곽곽이 보여주는 '사이다'를 맛보게 해주는 재미난 소설이다.


p.43. 귀신을 부리는 자이며 술법을 외워 비 와 바람을 부르고 해가 지면 그림자에 숨어 사라진다는 사내.


흑도의 절도사 배장호를 시작으로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들과 인신매매 조직의 배후세력들까지 모두 퇴치하는 암행관 곽곽의 모험 활극이 책 읽는 재미를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 '쥬'이고 이웃 나라는 '와'이다. 벌써 역사 속 나라들이 떠오를 것이다. 거기에 익숙한 종교들이 이름만 달리하고 등장한다. 열교, 내수교, 혈교. 또 정말 오랜 된, 현재 진행형처럼 느껴지는 당파싸움도 등장한다. 상상의 나라와 역사 속 우리나라가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이권에만 눈이 먼 정치권이 흑색당과 백색당으로 겹치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내수교 교인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게 사람의 목을 자르는 곽곽선생과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산속 도적떼의 두목이 된 '조근'이 생명을 대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며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곽곽선생과 함께하게 되는 과정부터 흥미로운 조근과 곽곽선생을 비교하는 재미는 이 책이 가진 매력 중 하나일듯하다. 부드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잔인한 칼이 먼저 보이는 강렬한 이야기이다. 엄청난 상상력과 촘촘한 스토리가 상상의 나라 쥬 안에서 머물게 하는 소설이다.



"싱긋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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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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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공중에 떠 있는 집에서 멋진 판타지 소설 시리즈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작가 E.S.호버트는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엄청난 이야기를 상상 속에 머물게 한다. 1부 공중에 떠 있는 집에서 인간들의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소년으로 살아야 했던 이안이 2부 나무의 비밀 문에서는 라이톤속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또 무언가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라이톤이라는 존재를 숨겨야 했던 이안이 이번에는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2부 나무의 비밀 문에서 이안은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깬다. 그렇게 잠을 설친 이안은 새벽마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호수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처럼 연습하는 소년과 만난다. 악몽 속에서도 자신은 '전설의 룩스'라며 용기를 잃지 않는 이안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안에게 늘 용기와 에너지를 주던 친구 진과 비비스는 여전히 이안을 사랑과 지혜로 지켜준다.


1부에서 환상의 공간은'세 칸짜리 계단'을 통해서 만난 공중에 떠있는 집이었다면 2부에서는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다양해진 판타지 공간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다. 호숫가에 있는 세 친구들만의 비밀공간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무까지 정말 환상적인 시공간이 펼쳐진다. 판타지 소설이 가진 매력을 모두 발산하고 있는 멋진 책이다.


블락들이 조금씩 이안에게 다가올수록 친구들의 우정은 더욱더 깊어진다. 그렇게 위태로운 날들을 보내면서도 이안과 친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특성을 겨루는 브라이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2부:나무의 비밀의 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스키샤인, 아키테림, 코리도란, 브레익트 그리고 페어도움이 각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브라이톤 대회다. 물론 자신의 비밀을 숨겨야 하는 이안은 직접적으로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비밀의 공간에 숨어서 비비스와 진을 응원한다.


물을 다루고 위장 능력이 있는 스카샤인이나 나무를 다루고 타인의 생각과 기억을 읽는 능력이 있는 아키테림의 경기도, 치유 능력이 있는 페어도움의 경기도 읽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예지 능력이 있는 브레익트의 경기 과제는 무엇인지 코리도란의 능력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상상의 도시 퍼머루트에서 펼쳐지는 멋진 모험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정말 흥미진진한 모험과 유쾌한 아이들의 진한 우정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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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창간호 (新女性 創刊號) - 다시 읽는
개벽사 지음, 한요진 옮김 / 부크크(book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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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잡지『新女性 신여성』 창간호다시 읽는 《신여성 창간호》를 통해서 만나보았다. 역자 문학박사 한요진의 정성스런 번역으로 100년 전 감성을 고스란히 느끼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문학이나 사회상을 담은 논평이외에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다시 유행하고 있는 '테니스 연습법''새로운 빨래법(와이셔츠 칼라)'도 소개하고 있다. 오늘 읽어도 즐거운 내용이 넘치는 역사속 잡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정말 놀라운 책이다. 처음 놀란것은 1923년에 쓴 글들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과학적, 심리학적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놀라운 점은 1920년대 여성들의 삶을 보고 있는데 현재의 누이들이, 여성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여성들의 삶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안타까움을 당시의 지식인들도 이 책을 통해서 토로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많은 흥미로운 매력을 품고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1920년대의 사회상을 온전히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대 지식인들의 생각이 담긴 글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는 매력에 더해 당시 일반인들의 진솔한 글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흥미로웠다. 그 시대에는 자주 쓴 단어들이지만 지금은 낯선 단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의 바탕인듯하다. 흥미로운 단어들이 많았지만 시대지時代遲(p.18)라는 단어의 뜻은 무척 흥미로웠다. 한자로도 유추가 않되는 '시대지'의 의미를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여성 특히 여학생들의 삶을 응원하고 그들의 의지를 높이 사는 이야기들은 월간 잡지 〈개벽〉의 최고 책임자 김기전, 방정환, 여성 화가 나혜석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에세이처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여학교 교장선생님들의 글도 재미를 더해준다. 방정환의 글이 많이 보이는데 두 소녀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짧은 소설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또 나혜석이 쓴 「부처(夫妻)간의 문답」은 당시 남성과 여성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는 글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여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충분히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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