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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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0. 언어라는 것은 살아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생명체라서 사실상 모든 언어를 완벽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그림에 기대게 된다.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공통어이기에.


《나의 다정한 그림들》의 표지에는 부제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을 볼 수 있다. 제목도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부제 속 '일상'이라는 말이 너무나 편안하게 들린다. 미술 전시회나 음악 연주회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지 모를 건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고 일상 속 이야기를 예술 작품이나 작가들의 삶과 매칭 시켜 들려주고 있어 흥미롭게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예술 에세이다.



다섯 살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 저자 조안나는 자신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게 된 계기와 그로부터 얻은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편안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방법을 알려주고, 그 예술 산책길이 '글쓰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자신만의 문장으로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 멋진 예술 작품들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멋진 소설 작품과 연결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멋지게 표현한 문장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예술가의 삶이 아니라 예술적 삶인 것 같다." -조지아 오키프


뭉크 하면 떠오르는 「절규」를 무색하게 만드는 뭉크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고, 미술 에세이를 쓸 때 저자가 사용하는 너무나 소중한 노하우도 접할 수 있다. 4단계의 노하우 중 첫 단계는 '우선 사전 정보 없이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는 일이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모네나 피카소의 작품보다는 저자를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작품들이 더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가 그림에 불어넣은 스토리 때문인듯하다.


일상을 사랑하는 만큼 일상이 예술에 가까워질 것 같다. 아름다운 그림도, 가슴 울리는 글도 일상과 함께라면 더욱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설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감동을, 울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술 에세이가 《나의 다정한 그림들》이다.



"마로니에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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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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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기 self'에서 출발한다.(p.7.)'라고 저자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는 자기, 자기감,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리학과 교수가 저자인 만큼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한 자존감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자기 self'에 대한 개념을 심리학적 접근보다는 과학적인 접근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뇌를 표현하는 낯선 명칭들과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인 내용들을 많은 그림들로 편안하고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자존감''자기감'의 차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p.7. 내가 생존하기 위해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기감sense of self'이라고 한다. 이 문장을 '환경'대신 사회적 환경, 즉 '타인'으로 바꿔 읽으면 그게 바로 '자존감self-esteem'의 개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뇌과학'이라는 분야에 조금 더 흥미가 생겼다. 조금은 벅찰지도 모르지만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접한 '알로스테시스allostasis'라는 개념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 또 불균형에 빠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뇌의 '알로스테시스allostasis'라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접한 개념인 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의 불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활용하는 생체 기능이다.


p.153. 어쩌면 불행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


요즘 "나를 무시해서"라는 원인이 많은 사건 사고의 발단으로 보도되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시'받았다는 느낌은 자존감 불균형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존감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중요할 것이다. 저자는 그 방법을 뇌과학에서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 자존감의 일시적인 불균형과 장기적인 불균형의 여러 사례를 담아 독자들 스스로 자존감 불균형을 찾아볼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심리학적인 위로와 조언은 찾아볼 수 없지만 과학적인 접근으로 '자존감'과 '자기감'에대해 알아가는 의미 있는 즐거움을 가진 책이다.



"도서출판 갈매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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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백해인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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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奇奇怪怪) 하다 : 외관이나 분위기가 몹시 기이하고 괴상하다.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섯 작품을 담은 흥미로운 작품집《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을 만나본다. 팩토리나인의 책들이 그렇듯 이 작품집의 겉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책표지와 견주어도 쳐지지 않을 만큼의 매력적인 표지를 가진 작품집이다. 하지만 작품집에 담긴 정말 엄청나게 기기괴괴한 작품들을 접하고 본 표지는 섬뜩하다. 정말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놓고 있다.


아름다운 표지 속에 숨어있는 기이한 이야기들의 처음은 작가 백해인『탈피, 키스』는 끔찍한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수희에게 목욕탕에서 만난 한 여인이 붉은 묘약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묘약의 정체를 알게 된 수희는 붉은 묘약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의 동반자는 누구일까? 기이하고 이상한 짧은 이야기에 사회문제, 젠더 문제까지 담은 수작이다.


작가 백승빈『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에는 드라큘라가 등장한다. 이야기꾼 자매와 드라큘라 양반의 접점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긴장감 안에 펼쳐진다. 작가 이승훈『비어있는 상자』의 주인공 정훈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실업자이다. 그렇게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정훈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행운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작가 정현수『무미의 끝』은 미스터리한 편지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더니 결말은 다시 미스터리하게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기괴괴'했던 작품은 작가 신도윤『가지치기』였다. '왼팔이 저려 잠에서 깼다.(p.127.)'로 시작하는 이상한 이야기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가지치기'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정말 기이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다섯 작품 모두 기이하고 이상한 이야기가 재미와 흥미 그리고 공포를 주는 매력적인 작품집이다. 거기에 다섯 이야기 속에 담긴 사회상이 보여주는 깊이 있는 생각을 찾아보는 재미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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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 - 1만 명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범죄심리학자가 전하는
데구치 야스유키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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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 데구치 야스유키는 아동심리학 교수이다. 그런데 저자는 범죄심리학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도 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소년원, 구치소, 교도소 등에서 만난 1만 명이 넘는 범죄자와 비행청소년의 심리를 분석한 소중한 결과가 담겨있다. '불우한 가정 형편'이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든다는 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평범한 책이 아니다.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이 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지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책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부모들의 '말'에 주목하고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아이들이 어떻게 상처받고 어떤 유혹에 무너지는지 들려준다. 그런데 수험생 아들을 둔 부모로서 책을 읽다 쉬다를 반복했다. 저자가 언급하는 말들이 수많은 장면들과 오버랩되면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책을 덮고 잠시 쉬었고, 부족한 부모로서의 자질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에 다시 책을 열었다.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책의 기본 구성은 범죄와 연관된 아이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그 아이의 가정,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무엇이 범죄로 이어지게 했는지 그 원인을 함께 생각해 보는 순서로 풀어내고 있다. 절도라는 범죄로 이어진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들려주며 그 원인과 결과를 생각해 보는 식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사례이다. 하지만 그 사례들이 너무나 리얼해서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p.221. "아이는 마음속 생각의 1%도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아이와 꾸준한 '대화'를 행하라고 권한다. 대화를 통해서 '소통'하라고 권하고 있느 것 같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물론 대부분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인듯하다. 소통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면 서로를 배려하는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다. 범죄심리학자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소통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부모가 처음이라는 핑계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반성'이라는 커다란 파도를 제대로 만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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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2 특서 어린이문학 4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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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시리즈』『수상한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박현숙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 『천개산 패밀리』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첫 이야기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문제로 '천개산 패밀리'는 분열을 맛보았고 이제 그 분열이 만들어낸 문제에 직면한 천개산에 거주하는 '들개'들의 고군분투가 담겨 1편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의 인세 일부를 '유기동물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진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천개산 자락의 전원주택 단지 내에 닭 등이 없어지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고 그 배후로 천개산 산 66번지에 터 잡은 '들개'들이 지목된다. 천개산 패밀리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더 당황스러운 건 그들이 없는 먹거리를 나누어주고 체온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곁을 내주었던 '인간'이 들개의 존재를 알렸다는 것이다. 인간 중에는 천개산 패밀리들보다 못한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정말 못된 인간이 등장한다. 천개산 패밀리와 인간들 사이의 오해는 풀릴 수 있을까? 그나저나 사람들의 가축을 훔쳐 가는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개 사육 농장을 탈출해서 천개산 패밀리의 일원이 된 얼룩이는 이름이 없다. 모두들 가슴 아픈 사연이 있고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살고 있지만 얼룩이는 아픔이 하나 더 있다. 이름이 없어서 딱히 슬픈 것은 아니지만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착한 구름이가 멋진 이름을 지어준다. 용감이. 이제 얼룩이에게도 이름이 생겼다. 얼룩이에서 용감이가 되었다는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친구를 잃는 아픔과 슬픔이 찾아온다.


'떠돌이 개'와 '들개'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가 박현숙이 보여주는 유기견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그것도 한번 상처를 준 인간들에 의해 다시 힘들고 아프다. 우리 인간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만든 '천개산 패밀리'의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새로 식구가 된 뭉치의 활약이 담겨있을 3편이 기대되는 것은 《천개산 패밀리 2》를 만나게 되면 필연이 될 것이다.


아픔과 상처를 안고 배려라는 커다란 사랑으로 뭉쳐 살아가는 천개산 패밀리의 아지트를 꼭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특서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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