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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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문학 작품 속 아름다운 단어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짧은 글 속에 차분하게 담아놓은 매력적인 책《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을 만나보았다. 저자 나민애 교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저자의 이름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나태주 시인이 떠오른다. 시인의 딸 나민애 교수의 글은 어떤 모습일까? 글을 읽고 있는데 시詩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풍부한 감수성에 따뜻한 시선이 더해져 이야기는 아름답다. 삶을 대하는 따스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짧은 글들이 저자가 선택한 단어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긋다 [동사]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다.

비를 긋는 그 짧은 멈춤의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주변의 소리를 듣는다.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의 구성은 단순하다. 문학 작품 속 단어의 쓰임을 보여주고 단어의 뜻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단어에서 찾은 일상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가끔 등장하는 시인,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읽는 재미도 배가倍加시킨다. 실린 순서에 상관없이 어느 단어를 먼저 읽어도 감성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익숙한 단어가 주는 편안함을 만날 수도 있고 낯선 단어를 알아가는 지적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다. 사랑 애愛 만을 알고 자란 저자가 슬플 애哀를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저자가 문학 작품 속의 단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듯 저자의 글을 통해서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환희 [명사] 매우 기뻐함.

기쁨 때문에 세상이 살 만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살만한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기쁨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문학 속 단어들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의 향기를 그리고 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향기를 맡는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향기로운 책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마도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아름다운 단어들과의 특별한 만남일 것이다. 또 문학 작품 속 단어의 깊이 있는 의미가 특별함을 더 한다.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저자의 글이 방점을 찍으면서 특별한 책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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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 ㅣ 1일 1책 인문학
다케우치 미노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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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중국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다케우치 미노루를 중심으로 많은 필진들이 참여한 멋진 책《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을 만나보았다. 중국 고전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다섯 페이지 분량으로 다루어질 정도로 정말 많은 중국의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고전들과의 깊이 있는 만남은 할 수 없겠지만 개관적인 만남은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책이다. 알아야 할 내용만을 '요약'한 저자들의 노력이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높이고 있다.


중국고전의 모습을 총 4장으로 분류하여 보여주고 있다. 1장 역사와 정치에서는 『춘추좌씨전』을 시작으로 『삼국지』, 『정관정요』등을 만날 수 있다. 『명이대방록』에서는 낯선 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중국의 루소'라 불리는 황종희가 들려주는 '민주적 정치론'을 어떤 모습일까? 2장 사상과 처세에서는 공자, 맹자를 시작으로 손자, 묵자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대표 저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자학, 성리학 초학자를 위한 책 『근사록』의 가치를 새롭게 배울 수 있고, 『논어』와 『묵자』의 어색한 관계도 맛볼 수 있다.


3장 소설과 희곡에서는 명나라 '사대기서'와 청나라『홍루몽』등을 만날 수 있고 까칠한 '죽림칠현'과도 만날 수 있다. 4장 시와 산문에는 너무나 유명한 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시불이라 불리는 왕유, 시선이라는 이백을 만날 수 있고 당나라의 '민중파 시인'과의 특별한 만남도 이어진다. 서슬 퍼런 왕 아니 황제가 존재하던 당나라에서 민중을 위한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은 5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고전의 내용보다는 고전이 가지는 의미와 저자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중국의 고전들을 통해서 중국의 방대한 역사와 사상의 흐름을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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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ㅣ 꿈꾸는돌 47
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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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하유지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는 제목부터 표지 그림까지 '딱'청춘 로맨스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열일곱 살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보다는 가족에 초점을 맞춘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한봄과 추동하가 학원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봄의 쉽지 않은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봄의 힘겨운 시간을 함께해 주는 동하의 모습이 보기 드물게 단단하다.


p.110. "그거 알아? 어떤 사람한텐 한 계절이 영영 계속되기도 한다는 거?"


p.110. "너무 슬프지만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순간.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해도 그 기억이 오히려 발 디디고 설 땅이 되기도 해."


열일곱 살이 되어서 처음 만난 엄마와 한봄. 이제 한봄의 출생부터 아빠의 죽음, 엄마와의 이별까지 모든 비밀이 천천히 빗장을 푼다. 비밀 빗장을 푸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하유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고스란히 빛나는 부분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아픔이나 슬픔보다는 위트를 잃지 않는 심리적인 접근이 너무나 좋았다. 이산가족만큼이나 오랜 시간 떨어져 살던 모녀가 한방을 쓰게 되는 과정부터 흥미롭다. 침대는 하나다. 누가 침대를 써야 할까? 침대를 차지한 주인공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나이 든 부모이다 보니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의 주요 흐름을 곁에서 계속 지켜봐야 하는 강만춘 할머니의 슬픔과 아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들의 죽음, 며느리와의 이별 그리고 손녀딸 '한봄'을 밝고 건강하게 키운 멋진 할머니. 강만춘의 삶이 한봄의 홀로서기를 응원하고 있는듯하다. 늦은 봄이 새로운 봄을 부르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부드럽지만 강한 할머니의 삶을 보고 배운 한봄이 의존이 아닌 의지를 선택하는 순간을 함께 응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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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질문 - 흔들리는 순간, 다시 꺼내 보는 판단의 기준
배하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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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8년 동안 《세종실록世宗實錄》 10800쪽을 읽으며 세종의 질문과 의사결정을 연구한 작가이자 강사인 배하연이 들려주는 '특별한 세종'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역사 속 세종대왕의 거대한 발자취를 이룰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한글날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멋진 책《세종의 질문》에는 '세종대왕'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보인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담고 있다. 정답을 알려주는 왕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생각을 키워주는 리더가 보인다.


신중한 질문보다는 빠른 답을 선호하는, AI 가 답을 바로 주는 세상에서 조선실록이라는 역사 속 질문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AI를 이용하면 빅데이터를 통해서 빠르고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종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세종실록 속 문장들을 촘촘히 톺아보며 결과를 만들어낸, 인재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낸 리더의 지혜를 알려준다. 《세종의 질문》은 리더들을 위한 책일까?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들의 '실전용' 지혜를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인 책은 아니다.


《세종의 질문》은 현명한 선택에 대해, 지혜로운 결정에 대해 알려주는 '자기개발서'처럼 보인다. 세종의 리더십을 통해서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충실한 선택과 결정을 실행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세종의 리더십'은 특별하다. 완벽하지도 강력한 카리스마도 찾을 수 없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접근한 '세종의 질문'에서 왕의 리더십을 찾고 있다. 상왕 태종에 의해 군사권과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세종의 처지가 만들어낸 처세술이었을까?


조직이나 사회에서 버틸 힘을, 지혜를 알려주고 있지만 궁극적인 질문은 삶을 향하고 있다. 리더만을 위한 지혜가 아니라 삶을 지탱할, 오늘을 살아갈 개인의 지혜를 알려준다. 600여 년 전의 질문에 숨어있는 지혜를 찾아내고 또 그 지혜를 오늘에 연결시킨 저자의 노력이 놀랍다. 세종이 던지는 질문은 리더로서의 질문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 같다. 타인에게 던진 질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가진 묵직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세종실록世宗實錄에 기록된 장면을 함께 보여주며 지혜로운 '질문'에 닿게 만든다. 각 챕터에서 만나게 되는 지혜들이 향하는 궁극적인 질문은 '나는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있는가'(p.27)이다. 기준이 흔들릴 때마다, 기준을 다시 정하고 싶을 때마다 저자가 안내하는 세종실록 속 질문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역사의 두께만큼이나 깊은 철학적 지혜를 담은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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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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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0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 작가의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만나보았다. 니체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에케 호모 Ecce Homo》라는 제목의 의미부터 검색해 보았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말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이다. '이 사람'은 예수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이 사람'은 누구일까?


종교라는 신화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이 더해져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중년 아저씨 노먼과 어린 소녀 서브가 인류의 99%가 사라진 폐허 속으로 여행을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둘의 여정이 불안하기만 한 까닭은 도덕이나 윤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멸망한 지구를 여행한다는 점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지나간다. 불안하게.


불안하게 이어가는 여정의 목표는 지텍의 엑스포이다. 가는 과정은 고난의 길을 옮겨놓았고 그 길에서 만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지구 멸망을 겪은 이들인데도 변함이 없다. 한결같은 인간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미래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데 오늘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말을 하지 않던 소녀 서브의 첫 마디가 "너희들은 변하지 않아."(p.111)인 까닭은 결말쯤에 밝혀진다. 약한 존재는 오늘도, 미래에도 희망이 없는 것일까?


세계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프라임'이라는 초인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흥미로운 SF 판타지로 변한다. 노먼과 소녀 서브가 지텍의 엑스포에 가는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곳에서 가장 인간적이었던 존재를 만난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최상의 빌런이 등장한다. 세상 멸망을 비껴간 1%에 든 망나니. 인간 말종. 정말 짧게 등장하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인물이다. 다른 고난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지구 멸망 후에도 이런 자들을 만나야 하나?


결말은 앞서 던져놓은 많은 '복선'들을 하나둘 터트려 '반전'을 만든다. 도로시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 노먼과 서브가 찾았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도로시가 찾아 떠났던 것은 결국은 곁에 있었다. 그렇다면 노먼과 서브가 찾은 것은 어디에 있을까? 화를 낼 줄 모르는 아저씨 노먼과 말을 하지 않는 소녀 서브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경쾌하다. 지구 멸망 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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