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이는 사람 - 달달북다 앤솔러지
김화진 외 지음 / 북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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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재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 '달달북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신경 쓰이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p.46. 어떤 이유라도 만들어야 사랑할 수 있어요. 내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하다고요.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퀴어를 바탕으로 로맨스를 그린 세 작품(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 이희주, 빛처럼 비지처럼 - 이선진, 지나가는 것들 - 김지연)은 출간 당시 만나보았다. 소수자의 사랑을 특별하지 않게, 담담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풀어낸 스토리가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소설집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듯한 김화진 작가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로 시작한다. 평범한 직장 여성의 사랑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정해진 룰은 없지만 사회가 바라는 모습은 있다. 그런데 그 모습에 어긋난 사랑을 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상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 등 엄청난 수상 경력을 가진 12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사랑을, 로맨스를 재미나고 흥미롭게 그리고 있는 정말 매력 넘치는 단편 소설집이다. 로맨스에 비일상을 더해 만든 작품들은 조금 더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아마도 비일상이라는 주제가 주는 특별함인 것 같다.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백온유 작가와 2026년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함윤이 작가는 하이틴과 로맨스의 조화를 보여준다. 백온유 작가의 〈정원에 대하여〉에서 두 소년소녀가 보여준 애틋함은 '우리는 고백하는 순간이 우리가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p.314)'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정말 흔치않은 기회를 주는 작품집이다. 12명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칠해놓은 로맨스 거리를 천천히 산책해 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지나간 사랑의 색을 마주하게 되고, 곁에 있는 사랑의 빛깔을 보게 되는 멋진 마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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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거래 연구소
도선우 지음 / 라곰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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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17년 《저스티스맨》으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도선우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운명 거래 연구소》를 만나보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이재호, 김성훈 같은 평범한 이름은 주변인들이고 핵심 인물들의 이름은 고달, 고미호, 도라히 등 이름만으로도 능력치가 보이게 장치해놓았다. 도라히로 말할 것 같으면 성질 더러운 '또라이'이다. 주인공 고달은 '고달픈'으로 이러진다. 솔직히 고달의 삶은 고달픈 정도를 넘어서는 정말 커다란 시련을 연속으로 마주하는 슬프고 아픈 삶이다.


그런 그가 동네에 있는 '운명 거래 연구소'를 찾아가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늘 다니던 길에 위치한 '운명 거래 연구소'를 오늘 처음 본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회사 강연회에 강사로 참석한 도라히의 초대로 이곳에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상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리라고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신비한 이미지는 어느새 사이비 종교 단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고미호 소장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운명을 바꿀 거래에 계약하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고달의 삶은 말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불행하다. 불운의 아이콘이다. 교통사고, 화재 사건, 노동력 착취 그리고 지적 재산권 침해까지 정말 버라이어티 한 삶을 산 고달의 인생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심지어 그 악연은 아버지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연을 만나기도 힘든 세상에 고달은 악연을 곁에 두고 있었다. 정말 이런 고달픈 인생이 있다면 견딜 수 있을까? 악연이 계속해서 옆에 있으니 삶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고 자꾸 움츠러들기만 한다. 움츠러든 운명과 사라진 행운을 쭉 펼치고 찾아준다는 운명 거래 계약을 맺은 고달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선의와 선행의 차이를 제대로 알려준다.


p. 12. 이게 무슨. 꽃 같은 일이야. 봄도 아닌데.


p. 91. "…재수 없게. 절루 안 가?" 그때 고달은 깨달았다. 아. 절로 가면 되겠구나.


언어유희가 미소 짓게 하고 사이다 같은 운명의 한방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재미남이, 신비함이 차고 넘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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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닐스 타베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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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아버지와 시나리오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배우로 데뷔해서 여러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부터 연출을 시작한 닐스 타베르니에의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를 만나보았다. '이상 궁전'을 만든 우체부 페르디앙 슈발의 생애를 그린 영화 〈다 아이디얼 팰리스〉의 미공개 자료와 페르디앙 슈발의 일기를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깊게 한다. 슈발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가 만든 작품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이상 궁전(Le Palais idéal)


전기傳記나 자서전自敍傳을 읽지 않는 까닭으로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처음 접해보는 전기傳記이다. 제목만 보고 선택하는 도서 선택 기준이 이번에도 너무나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전기가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장르인지 몰랐다. 물론 영상 작품을 연출하는 저자의 능력이 만든 특별한 전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 페르디앙 슈발이라는 개인의 삶의 흔적에 격동기 프랑스 사회의 이슈를 잘 버무려 만든 정말 가독성 좋은 의미 있는 책이다.


페르디앙 슈발의 삶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이상 궁전'을 만드는 33년 동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이야기는 슈발의 전반적인 삶을 짧게 짚어보며 이상 궁전의 완성에 도달한다. 높이 12m, 길이 26m 규모의 건축물을 혼자 돌을 모어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슈발의 의지와 끈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체부의 삶을 살기 전前 3년 동안 슈발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슈발의 궁전은 1912년에 완성되었다. 파블로 피카소, 막스 에른스트 등 많은 예술가들의 극찬을 받으면서도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69년 프랑스 지정 역사 기념물이 된다.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될 지위가 생기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연출가답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프랑스 역사 속으로, 슈발 개인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궁전을 만든 슈발의 이야기에 머물렀다면 조금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참회자 평신도회'같은 프랑스 사회, 문화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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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가이스트의 죄수 ㅣ 아시야 초자연현상 2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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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년 만에 시리즈 누계 5관왕이라는 엄청난 수상 기록을 가진 작가 가미조 가즈키의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를 만나보았다. 제목에 등장하는 낯선 단어 '폴터가이스트'는 독일어로 소란스러운 유령이라는 뜻으로 물체가 공중에 뜨거나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소설은 바로 '폴터가이스트'에서 시작한다. 복선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호러와 미스터리, 공포와 추리를 정말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무섭기 정도가 중간 정도일 때는 미스터리 레벨을 올리고, 쉽게 궁금증을 해결할 때는 공포감을 높인다.


p.25. 뭘까. 분명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왔는데…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다.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를 조금 더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읽기 위해서는 폴터가이스트와 함께 PK 사이코키네시스라는 단어의 뜻도 알아야 한다.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 사이코키네시스와 폴터가이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절정을 지난 40대 배우 도조와 부업으로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고시노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1장의 화자話者 도조와 2장의 화자 고시노의 접점은 무엇일까? 도조가 2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 집에서 겪고 있는 괴현상을 고시노가 조사하면서 둘의 관계도, 이야기도 전개된다. 두 인물 외의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통해서 초자연현상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소설의 끝부분은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보여주고 있다.


p.386. 사후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거울, 인형, 문 소리 등 공포물에 등장하는 친숙한 단어들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때쯤 도조가 납치된다. 그러고는 이야기의 속도감은 두 배가 된다. 빠르게 흐르는 이야기를 가끔씩 멈추어 세운건 놀라운 반전과 복선이다. 이야기의 곳곳에 숨은 복선이 주는 놀라움은 엄청난 반전들이 이어지면서 배가倍加된다. 놀라움과 재미는 비례하는 듯하다. 섬뜩한 공포에 놀라고 숨은 비밀에 놀라면서 이 책《폴터가이스트의 죄수》의 마력에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과학적인 분석이 만나 만들어낸 색다른 소설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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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 흔들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마음의 철학
나디 미리안 지음, 김지유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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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머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66. 고통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그것을 극복했을 때, 삶을 이전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공인 아동 청소년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쾰른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나디 미리안의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고통에 대한 색다른, 특별한 관점을 보여준다. 고통을 행복의 반대편에 있어야 할, 배척하고 버려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는 기존의 자기 계발서나 SNS의 게시물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고통은 회피하고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들 삶과 함께 해야 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 감정이라고 새로운 시선을 알려준다. 고통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 신비한 순간을 맛보길 바란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며 흔들리는 삶은 당연한 것이고 행복만 이어지는 삶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고통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은 '회복탄력성'으로 이어진다. 자기 계발과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한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변질되어가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적인 인간으로 길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필요 없는, 빨리 떨쳐내여 할 감정으로 여기며 회복탄력성은 무조건 커야 한다는 강박에 쌓여있다.


p.22. 성장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느리고 점진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주변이나, 사회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주장한다. 치유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나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 전체가 치유이고 힐링이다. 고통이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담은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4장 우리는 서로의 삶에서 배운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회복탄력성'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바라는 기존 의미의 회복탄력성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회복탄력성에 대해 배워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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