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닐스 타베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화감독 아버지와 시나리오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배우로 데뷔해서 여러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부터 연출을 시작한 닐스 타베르니에의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를 만나보았다. '이상 궁전'을 만든 우체부 페르디앙 슈발의 생애를 그린 영화 〈다 아이디얼 팰리스〉의 미공개 자료와 페르디앙 슈발의 일기를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깊게 한다. 슈발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가 만든 작품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이상 궁전(Le Palais idéal)


전기傳記나 자서전自敍傳을 읽지 않는 까닭으로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처음 접해보는 전기傳記이다. 제목만 보고 선택하는 도서 선택 기준이 이번에도 너무나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전기가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장르인지 몰랐다. 물론 영상 작품을 연출하는 저자의 능력이 만든 특별한 전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 페르디앙 슈발이라는 개인의 삶의 흔적에 격동기 프랑스 사회의 이슈를 잘 버무려 만든 정말 가독성 좋은 의미 있는 책이다.


페르디앙 슈발의 삶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이상 궁전'을 만드는 33년 동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이야기는 슈발의 전반적인 삶을 짧게 짚어보며 이상 궁전의 완성에 도달한다. 높이 12m, 길이 26m 규모의 건축물을 혼자 돌을 모어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슈발의 의지와 끈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체부의 삶을 살기 전前 3년 동안 슈발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슈발의 궁전은 1912년에 완성되었다. 파블로 피카소, 막스 에른스트 등 많은 예술가들의 극찬을 받으면서도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69년 프랑스 지정 역사 기념물이 된다.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될 지위가 생기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연출가답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프랑스 역사 속으로, 슈발 개인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궁전을 만든 슈발의 이야기에 머물렀다면 조금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참회자 평신도회'같은 프랑스 사회, 문화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폴터가이스트의 죄수 ㅣ 아시야 초자연현상 2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데뷔 2년 만에 시리즈 누계 5관왕이라는 엄청난 수상 기록을 가진 작가 가미조 가즈키의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를 만나보았다. 제목에 등장하는 낯선 단어 '폴터가이스트'는 독일어로 소란스러운 유령이라는 뜻으로 물체가 공중에 뜨거나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소설은 바로 '폴터가이스트'에서 시작한다. 복선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호러와 미스터리, 공포와 추리를 정말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무섭기 정도가 중간 정도일 때는 미스터리 레벨을 올리고, 쉽게 궁금증을 해결할 때는 공포감을 높인다.


p.25. 뭘까. 분명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왔는데…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다.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를 조금 더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읽기 위해서는 폴터가이스트와 함께 PK 사이코키네시스라는 단어의 뜻도 알아야 한다.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 사이코키네시스와 폴터가이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절정을 지난 40대 배우 도조와 부업으로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고시노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1장의 화자話者 도조와 2장의 화자 고시노의 접점은 무엇일까? 도조가 2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 집에서 겪고 있는 괴현상을 고시노가 조사하면서 둘의 관계도, 이야기도 전개된다. 두 인물 외의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통해서 초자연현상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소설의 끝부분은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보여주고 있다.


p.386. 사후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거울, 인형, 문 소리 등 공포물에 등장하는 친숙한 단어들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때쯤 도조가 납치된다. 그러고는 이야기의 속도감은 두 배가 된다. 빠르게 흐르는 이야기를 가끔씩 멈추어 세운건 놀라운 반전과 복선이다. 이야기의 곳곳에 숨은 복선이 주는 놀라움은 엄청난 반전들이 이어지면서 배가倍加된다. 놀라움과 재미는 비례하는 듯하다. 섬뜩한 공포에 놀라고 숨은 비밀에 놀라면서 이 책《폴터가이스트의 죄수》의 마력에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과학적인 분석이 만나 만들어낸 색다른 소설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 흔들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마음의 철학
나디 미리안 지음, 김지유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파머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66. 고통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그것을 극복했을 때, 삶을 이전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공인 아동 청소년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쾰른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나디 미리안의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고통에 대한 색다른, 특별한 관점을 보여준다. 고통을 행복의 반대편에 있어야 할, 배척하고 버려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는 기존의 자기 계발서나 SNS의 게시물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고통은 회피하고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들 삶과 함께 해야 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 감정이라고 새로운 시선을 알려준다. 고통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 신비한 순간을 맛보길 바란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며 흔들리는 삶은 당연한 것이고 행복만 이어지는 삶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고통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은 '회복탄력성'으로 이어진다. 자기 계발과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한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변질되어가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적인 인간으로 길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필요 없는, 빨리 떨쳐내여 할 감정으로 여기며 회복탄력성은 무조건 커야 한다는 강박에 쌓여있다.


p.22. 성장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느리고 점진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주변이나, 사회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주장한다. 치유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나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 전체가 치유이고 힐링이다. 고통이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담은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4장 우리는 서로의 삶에서 배운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회복탄력성'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바라는 기존 의미의 회복탄력성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회복탄력성에 대해 배워볼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멈출 수 없는 우리 4 - 세상을 구하려면 꼭 알아 둬야 할 것 ㅣ 멈출 수 없는 우리 4
유발 하라리 지음, 리카르드 사플라나 루이스 그림, 김명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니어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로 너무나 유명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 유발 하라리 교수의 특별한 시리즈《멈출 수 없는 우리》 의 네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네 번째 이야기 4. 세상을 구하려면 꼭 알아 둬야 할 것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멈출 수 없는 우리' 시리즈는 어린이들을 독자로 겨냥한 어린이 책이다.


《사피엔스》를 통해서 유발 하라리를 처음 만났고 역사를 바라보는,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특별한 관점에 크게 놀랐었다. '밀'을 대하던 저자의 색다른 접근은 이 책《멈출 수 없는 우리》4. 세상을 구하려면 꼭 알아 둬야 할 것에서는 '시계'로 이어진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존재하던 시간은 자본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는 역사상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과학의 시작을 '모른다'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지도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항해에 나섰던 이들을 시작으로 '과학혁명'을 들려준다. 콜럼버스가 '월식'이라는 과학 정보로 원주민에게 사기? 치는 장면을 보여주고 정복 전쟁에 바쁘기만 했던 시절을 되돌아본다. 과학의 발전을 역사와 함께 들려주며 이야기는 AI 시대에서 끝을 맺는다. 과학 발전이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새로운 과학 세상은 어떻게 펼쳐질지 쉽고 재미나게 보여준다.


AI 바둑 기사 알파고에게 유일하게 한 판 이긴 인간 바둑 기사 이세돌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석학이 들려주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사피엔스》, 《호모데우스》를 만나보길 바란다. 다만 어린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멈출 수 없는 우리》시리즈를 선택하길 바란다. 역사의 주인공이 인류인 세상이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꼭 만나보길 바란다. 어린아이와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단정한 죽음 - 생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지혜
능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55. 오직 오늘 하루치의 삶을 살아 내는 것.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정토마을 자재병원과 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영적 돌봄가이자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능인 스님의 너무나 특별한 에세이를 만나보았다. 암 등의 원인으로 삶의 끝이 예정된 이들을 돌보며 한편으로는 사회인으로서 삶의 시작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스님이 본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시작을 가르치고 끝을 함께하는 과정이 혼란스럽지는 않았을까? 차가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단정한 죽음》의 전체적인 흐름은 따뜻하다. 스님의 눈이 따뜻하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다.


p.54. 한 사람의 삶은 언제나 차트 너머에 있습니다.


《단정한 죽음》에서 능인 스님이 들려주는 '죽음'은 생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해가는 삶의 일부인 '죽어감'이라는 과정이다. 끝이 아니라 끝으로 향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천천히 들려준다.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혼자 가야 하는 길이기에 느껴지는 '외로움'이 너무나 크게 다가선다. 죽음을, 삶의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덜 외로울까? 덜 힘들까? 병원 차트에 기록되지 않은 삶의 기록을 통해 죽음을 준비해 가는 누군가의 죽어감을 기록한 책이다.


p.35. 내게 수행은 특별한 깨달음에 이르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살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었다.


능인 스님이 들려주는 죽음의 순간을 보고, 죽어감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삶을 만나게 된다. 죽음 앞에 한없이 움츠러든 이들의 이야기에 한없이 공감하게 되는 까닭은 끝이 더 가까운 남은 내 삶 때문일 것이다. 능인 스님의 글은 정갈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미사여구 없이 담백한 글들이 더욱더 깊은 곳에서 울리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이 가장 중요한 수행처라고 말하는 스님의 사랑이 담긴 글이 오늘도 죽어감을 외롭지 않게 하고 있다. 죽음이 다가온 이들에게도, 죽어감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책이다.


p.175. 흐트러진 마음을 돌아보고, 놓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하나씩 살피며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어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단정함에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