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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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낯선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만나본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미래의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의학교수이자 독일 항노화 학계의 권위자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와 철학 교수이나 트랜스휴머니즘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철학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가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의하며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우리에게 줄 기회를 들려주고 있다. 《호모 엑스 마키나》들려주고 있는 이야기가 낯선 만큼 흥미도, 재미도 배가 된다.


내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생소한 트랜스휴머니즘이지만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벌써 오래전에 발생하고 여전히 핫하게 논의되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에대해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처음 접하는 문외한들에게 친절하게 미래 인류에 대해 그려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시작은 아직도 뜨거운 논쟁거리라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줄리안 헉슬리라고 한다.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의 형이라고 한다. 형은 인류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동생은 『1984』와 더불어 디스토피아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것이 왠지 아이러니하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인류의 변화를 생각하는 철학이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한다. 과학의 엄청난 발전 속도가 인간에게 매력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적인 의구심을 풀어보려 연구하는 학문인듯하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중심은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미래 인류는 이 책의 제목일지도 모른다. ‘호모 엑스 마키나 HOMO EX MACHINA'’기계화된 인간‘을 뜻한다. 유전자 변형이나 나노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의 발전되고 있는 과학이 선물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향상된 인류를 말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음지가 줄 위험을 이야기하며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개념부터 장점과 단점 그리고 획기적인 생명 연장을 시작으로 한 미래 인류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두 석학이 들려주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낯선 사상도 흥미로웠고 냉동인간부터 테크노아트까지 미래의 인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내일을 그려보는 시간이 즐거웠고, 미래의 인간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SF 판타지 속에 한참 동안 머물게 하는 책이다. 정말 매력적인 저자들이 과학과 철학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과학이 던지는 질문에 철학이 매력적인 답을 들려준다. 과학과 철학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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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8 -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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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이라는 놀라운 집필 기간이 만들어낸 엄광용의 멋진 역사소설을 만나본다. 고국원왕(담덕의 할아버지)부터 소수림왕(큰아버지), 고국양왕(아버지) 그리고 광개토태왕(담덕)에 이르는 고구려 왕 4대에 걸친 이야기는 마치 웅장한 대하드라마를 보는듯하다. 《광개토태왕 담덕》의 여덟 번째 이야기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는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갖게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북방 초원로 개척을 위해 전쟁이 아닌 협상을 선택한 담덕의 지혜가 멋지게 그려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정복 군주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이 가진 매력 중에 무시 못 할 한 가지는 당시의 중국 대륙(후연, 북위, 그리고 숙신등의 북방 민족)은 물론 왜국의 역사까지 폭넓게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8권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에서도 제6장 왜의 대륙 출병을 통해서 왜국의 당시 상황은 물론 흥미로운 역사도 보여주고 있다.


중원을 간접 교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길을 찾아 북방의 초원 길로 나선 담덕과 함께 가면서 낯선 지명들을 듣게 된다. 해삼위, 백해. 그런데 이 낯선 지명들의 현재 명칭을 알게 되면 담덕이 꿈꾸고 이룬 제국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블라디보스톡과 바이칼호. 러시아까지 넓은 제국을 만든 담덕은 국내성에서 지금의 로마인 대진국까지 교역할 수 있는 상업의 길을 연 것이다.

8권에서 광개토태왕 담덕은 자신이 꿈꾸는 국가를 가슴 깊이 되새긴다. 어린 담덕이 꿈꾸던 이상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대동세상. '인간 세상에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p.114) 군주로서 백성의 평안한 삶을 먼저 생각하고, 전쟁보다는 평화를 그리는 인간 담덕의 모습은 오늘도 국민을 짜증 나게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위정자들의 모습과 비교된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도덕성을 중시한 멋진 군주 광개토태왕 담덕의 정신이 몹시도 그리운 요즘이다.


p.189. 그는 소수의견도 존중할 줄 알았으며, 다수의 긍정만이 합리성을 확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광개토태왕 담덕 7: 전쟁과 평화 이후 조금 긴 기다림이 있었던 탓에 8권을 접하며 등장인물들부터 적어보려 했다. 그런데 친절한 작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짧게 코멘트해 주고 있어서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보다는 허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고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광개토태왕 담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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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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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부 이상의 사랑을 받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작가가 들려주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전편의 이야기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의 주인공은 지은과 헤어진 해인이다. 지은과의 추억을 가끔 떠올리던 해인은 여행을 떠난다. 추억이라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기 위해 낯선 곳을 찾는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마음 사진관으로 돌아온다. '마음 세탁소'와 에피소드는 겹치지 않지만 '마음' 즉 감정은 계속 이어져오는 듯하다. 그러니 꼭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부터 만나보길 바란다. 감정의 흐름을 특히 해인의 마음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은이라는 인물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보통 소설을 읽고 서평을 쓸 때면 가끔 가슴 먹먹하게 했던, 마음 울렸던 문장을 하나 정도 골라서 적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장들이 '저요! 제가 대표에요.'하고 손들고 있다. 정말 커다란 울림을 주는 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p.151. "…부디 오늘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좇느라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 …"


위로를 원한다면, 응원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이 책과의 만남은 권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계속 말하고 있다. 오늘을 살라고.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이라는 책이 가진 매력은 글뿐만 아니다. 표지와 각 챕터 시작을 알리는 그림에도 담겨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모두 스토리와 연결된다. 그림만 보고도 마음 사진관을 방문했던 아픔과 슬픔을 또 치유의 눈물을 흘리던 모습들을 떠올릴 수 있다. 모든 에피소드가 소중하고 아름다웠지만 초침, 분침 그리고 시침이 없는 독특한 시계 사진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범준'이야기였다. 범준의 모습이 아들과 오버랩되면서 정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아직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무언지 모르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어른들이.


p.58.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정말 원 없이 울고 싶은 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또 원 없이 웃고 싶을 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언제 읽어도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벅차하고 있을지 모를 모든 이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북로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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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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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박영욱이 들려주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과학과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쟁에 영향을 준 과학 발견과 반대로 과학 발전에 영향을 준 전쟁을 24개 장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비극적인 전쟁의 뒷면에서 인류의 발전에 묵묵히 제 역할을 한 과학사와의 흥미로운 만남이 색다른 의미를 선물해 주는 책이다.


p.5. 인간의 역사에는 창조와 파괴가 끊임없이 교차해 왔습니다.


1장 직업으로서의 과학자의 주인공은 라부아지에다. 화학 국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화학 개량에 앞장서 프랑스의 국력을 향상시킨 라부아지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시작부터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서양 각국의 노력을 과학사와 전쟁사를 바탕으로 들려준다.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독일을 거쳐 미국에 이르는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던 국가들의 전쟁 준비를 보여주던 이야기는 이제 우주를 향한다. 소총에서 원자폭탄 그리고 우주개발까지 인류의 창조는 계속 이어진다. 물론 파괴를 동반하는 역사의 두 얼굴을 다양한 무기 개발과 함께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한 비료가 독가스로 변화하고, 병사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던 의사가 기관총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역사적인 상황을 다양한 자료 사진들과 함께 보여준다.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사가 기관총을 개발한 까닭은 무엇일까?


너무나 친근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의 만나는 즐거움도 미국의 핵 개발 과정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좋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들이 군수산업으로 성장했다는 뒷이야기가 더욱더 흥미로웠다. 결국 인류의 아픔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다시 과학 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첫 문장에서 말하고 있듯이 창조와 파괴가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과학의 발전과 전쟁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책이다. 특히 각국의 핵 개발 과정과 배경을 알고 싶다면 만나볼 가치가 충분한 매력적인 책이다.



"교보문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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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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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페르 발뢰《발코니에 선 남자》를 만나보았다. 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본 작품을 만나보기 전 '서문'에 등장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글도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 작품을 '예술이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p.13)라고 표현하고 있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로 많은 팬을 가진 인기 작가의 작품 소개가 이 작품이 주는 설렘을 더해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스톡홀름이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 요 네스뵈


우리와는 다른 색다른 환경이 담긴 첫 문장(새벽 2시 45분에 해가 떠올랐다. p.17)부터 이 소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이 작자 그 새벽에 왜 베란다에 나와 서성이는지 제목이 준 첫인상 탓에 이 녀석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연쇄 강도 사건과 연쇄 살인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서 범인을 특정하기 더욱 쉽지 않을 듯하다. 범인이 한 녀석인지 아니면 두 녀석인지부터 모호하다. 그러니 마르틴 베크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마르틴 베크 형사 시리즈'를 만나본 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마르틴 베크는 천재적인 탐정 코난도 아니고 혼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 소설이 경찰 소설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아마도 조직적으로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틴 베크의 동료 콜 베리와 멜란데르도 다시 등장하여 다시 한번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p.283. "…일단 자네의 가설이 옳다고 가정하지. 자,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 군발드 라르손이 흥미롭다. 왠지 모르게 마르틴 베크의 스트레스가 된다. 강력반 형사 라르손이 마르틴 베크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줄지 앞으로의 횡보가 궁금해진다.


두 발로 수사하던,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시절의 형사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다. 거기에 형사들 각자의 사생활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더욱더 풍부하게 하고 범인이 아닌 형사에 더욱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인간의 내면적인 삶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범죄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p.116. "녀석은 이번에도 아이의 팬티를 가져갔어."


그나저나 어린 소녀들을 죽이고, 성폭행하고, 팬티를 가져가는 연쇄 살인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노점상 할머니를 공격하고 하루 매출을 들고 간 연쇄 강도 사건의 용의자와 동일 인물일까?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반전을 접한듯하다. 정말 황당하기까지 한 반전. 이 반전이 이 소설을 더욱더 실감 나게 해주고 있다. 실제 경찰들의 하루를 보고 싶다면 마르틴 베크를 만나보기 바란다.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하루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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