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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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한 김하연 작가의 베스트셀러 『시간을 건너는 집』의 두 번째 이야기《그곳에 네가 있어 준다면》을 만나본다. 전편『시간을 건너는 집』을 접하지 못한 까닭으로 기대가 더 많이 된 책이다. 기대가 즐거움이 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너만 모르는 진실』을 통해서 만나보았던 김하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엄청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조율하는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하얀 운동화'를 신게 된 아이들. 하얀 운동화는 마치 유니콘처럼 아이들을 희망의 나라(시간의 집)로 안내한다. 그런데 늘 그렇듯 희망은 '간절히'바라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각자만의 공간을 우리 공간으로 만들어 멈춘 시간을 함께한 추억으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다.


p.131. 잘못된 선택을 했나 후회가 들더라도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면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우리에게는 바로잡을 시간이 있으니까.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시간의 집'에 모인 아이들처럼 과거 그리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지 않은 미래로 가기에는 과거보다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면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을 테니 과거의 문을 열어야 될 것 같다. 언제쯤이 좋을까? 중학생? 고등학생? 10대의 세 아이들은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갈까? 특별한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보이는 시간의 집에서는 외부 시간은 멈추다. 시간은 멈추고 공간은 뒤틀려 안산에 사는 민아와 서울에 사는 아진이 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


특별한 아이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신비한 시공간에 특별하지 않은 아니 다른 쪽으로 특별한 무견이 대전에서 들어온다. 소년보호시설 탈출 청소년 무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위기로 치닫고 곧 절정에 닿는다. 정말 속도감 갑인 작품이다. 빠른 전개는 몰입하게 만들고 그 몰입은 다시금 속도감을 높여준다. 아이들이 선택한 문은 과거로 이어지는 문일까? 아니면 가난도 추적도 없는 미래의 문일까?

이야기의 '반전'을 이렇게도 만들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아찔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진정한 성장 기회를 주고 있는 멋진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이라면 굳어있는 '꼰대'와는 다른 생각으로 이 책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청소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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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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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개봉한 『불릿 트레인』을 비롯해서 12개 작품이 영화화되었고 그중『골든슬럼버』는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베스트셀러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만들어낸 새로운 트릭을 만나보았다. 『화이트 래빗』에서 보여준 트릭이 현실적인 착각이었다면 이번에 《페퍼스 고스트 PEPPER'S GHOST에서 보여준 트릭은 환상적이다. 우선 주인공 단의 '선공개 영상'능력이 우리를 착각의 늪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미래의 사건 사고를 볼 수 있는 능력(선공개 영상)을 가진 중학교 선생님 단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등장인물이 많다. 그리고 또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그 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또 확실하다. 소설은 능력자 단과 '기우杞憂'라는 고사가 정확히 어울리는 '러시안 블루'가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두 이야기는 하나가 된다. 그런데 단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감이 있지만 이름부터 독특한 러시안블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허구처럼 느껴진다.


p.399."어떻게도 안 되는 일을 걱정한들 소용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바로 눈앞에 있는 일뿐이라고요."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을 지원한 이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2인조 '고지모 사냥꾼' 러시안 블루와 아메쇼의 이야기는 무언지 모르게 허구처럼 들리는데 낙천적인 성격의 아메쇼가 자신들이 소설 속에 등장인물인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의구심을 더 키운다. 정말 이들은 소설 속 인물들일까?


p.272. "둘 중 하나, 양자택일이에요. 이 선생님이 소설 속으로 들어왔는지, 우리가 소설 밖으로 나왔든지."


이사카 고타로의 반전은 트릭으로 시작해서 트릭으로 끝나는 듯하다. 그리고 그 트릭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물론 그래도 작가의 트릭에 빠지게 되겠지만. 500여 페이지의 두께의 장편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착하게 되는 순삭이 가능한 소설이다.


이 작품도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불릿 트레인』이나 『중력 피에로』보다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인지도 모를 이들이 복수를 하고 미래를 보는 선생님이 그들과 연결된다면 어떤 판타지가 만들어질까? 그 답이 궁금하다면 이사카 고타로가 들려주는 트릭을 만나보기 바란다. 정말 깜짝 놀랄 반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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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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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이케이도 준 작가의 신작《하야부사 소방단》을 만나본다. 이번 만남은 은행이나 기업, 도시가 아닌 풍경 좋고, 이웃 좋은 한적한 시골 마을 '하야부사'다.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던 미스터리 소설 작가가 아버지의 유산으로 받게 된 시골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다로는 벚꽃 저택에서의 감상도 아주 잠시뿐 연쇄 화재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케이도 준 작가는 베스트셀러(『한자와 나오키』,『변두리 로켓』등) 만큼이나 영상화된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도 2023년 여름 일본 아사히 TV에서 9부작 드라마로 방영했다. 그런데 책과 영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긴 호흡으로 그려놓은 디테일한 묘사를 짧은 영상에 담기는 무리가 따랐을 것 같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의 겉모습은 추리 작가 다로의 마음을 '귀촌'이라는 설렘에 빠지게 했지만 그 속에는 정말 커다란 '악'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하야부사 소방단》도 하야부사 마을과 같다. 겉과 속이 다르다. 겉모습은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를 자랑하는 벽돌책이지만 속은 엄청난 몰입감으로 '순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정말 멋진 장편소설이다.


이전에 만나본 작품들(『한자와 나오키』,『일곱 개의 회의』,『노사이드 게임』,『샤일록의 아이들』등)에서 작가가 보여준 '악'이 인간의 내면의 숨은 욕망에서, 심리적인 면에서 발현되었다면 이 작품의 '악'은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사회악'이다. 개인의 도덕적인 일탈은 가끔 눈감아주던 작가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혐오스러운 사회악은 어떻게 처리할지 들여다보는 재미도 다른 작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 포인트이다.


여전히 간결한 문장은 속도감을 높여주고, 개성이 확실한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화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위트와 유머,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묘사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가끔 풀어주지만 무언가 모를 긴장감이 시작부터 팽팽함을 유지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연쇄 방화 사건'을 '사소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마치 연쇄 방화는 그저 스토리를 풀어가는 '미끼'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더 커다란 악의 존재가 그런 느낌을 갖게 한 듯하다. 더 커다란 악의 존재는 무엇일까? 그 악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기 바란다.

두꺼운 두께에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는, 엄청난 몰입감을 만날 수 있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도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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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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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 존재 아래에서 타인의 존재가 무너지던 그 쾌감이 온몸으로 그리워서, 나는 잠들지 못한다. 주먹을 쥔 채, 이대로 끝없이 누워 있는 것이다.


정보라 작가의 환상 공포 단편소설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가제본'으로 만나본다. 이번에 만나본 가제본에는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식 출간본에 포함된 열 편의 이야기 중에서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그'와'나'의 대화가 대반전을 만들어내는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분량 면에서는 무척이나 짧았지만 이야기가 머리에 머문 시간은 가장 길었던 작품이다. 환상문학에 담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담아 보여주고 있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감염」을 읽으면서 '하지 마. 제발'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처음에는 짜증스럽더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렇게 주인공은 '폭력'에 반복해서 노출되고 그렇게 길들여져 갔다. 누가 누구를 '가스라이팅'한 것인지 모호해질 때쯤, 이야기의 흐름이 검은 어둠 속으로 향해 갈 때쯤 작가는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다. 정보라 작가의 공포는 극단적이지 않아서 좋다. 어쩌면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리발관離拔館의 괴이」는 가장 편안하고 쉽게 그리고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죽음'이 공포로 직접 연결된다. 죽음이 공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서움을 느끼게 해서 독특한 기괴함을 보여주던 다른 작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길을 잃은 것뿐인데 목이 잘리게 생긴 젊은이를 지금 바로 응원해 주기 바란다.


「내 친구 좀비」는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는 듯해서 더욱 섬뜩하고 안타까웠다. 회사에서 말로만 듯던 '부모님 전화(아들이 아파서 결근한다는)'를 받고 우리 집 아들을 유심히 본 적이 있었다. 대학생인 아들이 하루 일과를 엄마에게 보고하고,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아내가 다 알고 있는 상황이 황당했다. 이 단편 속 '선이'의 모습은 자신이 아니라 '엄마'의 모습인듯하다. 그렇게 자존감을 잃어가던 선이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심리적, 물리적 폭력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작품집이다. 하지만 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며 검정이나 회색의 어두운 환상이 아니라 신비함이 넘치는 보라색 환상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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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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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들의 '일상'은 너무나 급격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 회복은 정말 천천히 느리기만 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들이 그리워하는 온전한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일상'의 소중함을 담기 시작한 멋진 작품이 있어서 만나본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가 기록하고 들려주는 '만남',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만남들: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만남들》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9개의 에세이에 담고 있다. 크게 9개의 이야기로 나누고 있지만 이야기의 가장 큰 흐름은 '만남', '소통'의 소중함인 듯하다. 평범한 일상 속 만남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그려낸 9개 이야기의 시작은 '미용실'이다. 누구나 일정 주기를 두고 찾게 되는 미용실에서 '이발'로 만나게 되는 평범한 만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낸 저자의 감성이 돋보인다.


p.69. 이 공간을 공유하고 공존할 길을 찾으면서, 날이 저물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때까지 일단 함께 놀 뿐이다.


평범한 일상 속 만남이 '특별한 만남'으로 다가서는 순간을 포착하여 예술적인,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9개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담겨있다. 문학, 음악, 미술은 물론이고 영화, 사진, 과학적인 연구 결과까지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이야기는'실험적 공연(동성끼리 손잡고 걷기 등)' 이야기이다. 만남을 통해서 소통하고, 건강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안내해 준다.


8개의 '만남' 이야기는 9장. 손잡기의 기쁨과 슬픔으로 완성된듯하다. 추상적인 만남을 '손잡기'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끄집어내놓다. 손잡기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시작이자 끝이다. 하지만 책의 끝은 '추신'이 맡는다. 편지에서 볼 수 있던 '추신'이라는 독특함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책의 '추신'은 우리에게 함께 '만남'의 소중함, 소통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자고 제의한다. 행동으로 옮기기를 권하고 있다.


10. 또는 교회에서 큰 소리로 읽을 수도 있다.

- 추신: 이 책을 다 읽었다면 해야 할 일 중에서


누구에게나 '소중한 만남'은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많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실패에서 멀어질 수 있는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만남과 소통 그리고 관계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쌓아가는지 무척이나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만남이 품은 인문학적,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들려주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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