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눈의 아이들 특서 어린이문학 6
지혜진 지음, 두둥실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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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을 통해서 처음 접했던 지혜진 작가를 다시 만나보았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작가는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름'을 이야기하면서 다름이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초록 눈의 아이들》은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를 함께 보여주는 특서어린이문학의 여섯 번째 책이다.


p.162. 모두가 같은 사람들 속에서 아주 다른 모습으로 섞여 있다는 건 자주 가슴이 답답한 일이었다.


지금도 우리와 모습이 다른 외국인들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다름이 틀림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배경인 조선시대에는 어땠을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그런 이방인들이 접했을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성인보다 더 예민한 감수성으로 더 크게 상처받았을 갈색 머리에 초록 눈을 가진 어린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차별이 줄 상처를 덜 받게 할 요량으로 아미산 골짜기에 숨어사는 백정 아버지와 치매 걸린 할머니 그리고 동생 끝동이와 함께 살고 있는 끝단이 가 주인공이다.

고기를 손질해서 설렁탕을 끓여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도와 열심히 일하는 끝단이는 또래의 친구가 없다. 그 이유는 끝단이의 외양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짙은 초록빛 눈동자에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끝단이 식구들은 이방인이다. 할머니만 빼고. 그런 까닭으로 끝단이는 되도록 시내골에는 가지 않는다. 그런데 동생 끝동이가 졸라서 시내골에서 열리는 '두엄장사'대회에 갔고 그곳에서 양희를 만나게 된다. 양희는 초록 눈에 빨간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습이 비슷한 두 아이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남에 대한 배려, 사랑을 배워간다. 다름으로 인한 차별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은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차별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어찌나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지 가끔 주제를 잊게 만드는 재미난 책이다.


p.109. 서로 다르다는 게 어떻게 싸움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두엄장사라는 대회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아이들이 두엄장사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종목은 멀리 던지기이다. 무엇을 던지는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양반 집 아가씨 양희의 말투도 재미나고 양희가 소중하게 가져 다니는 봇짐 속 내용물도 재미나다. 오랜 시간 쌓였던 오해와 편견이 만든 벽을 두 아이가 허물 수 있을지 아니면 흥미로운 방법으로 우회해 나갈지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알려주는 멋진 이야기를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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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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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군 평사리에 터를 잡은 작가 공지영이 3년 만에 발표한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만나보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로 만났던 작가의 소식을 문화면이 아닌 다른 지면을 통해서 접하게 되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다시 접하게 된 건 이 책의 제목이 왠지 모르게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문장은 수려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다. 역시 공지영 작가는 문화면이 어울리는 작가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예루살렘 순례인 까닭에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탓에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롭고 신선했다. 이런 말을 하면 종교인들에게 혼날게 뻔하지만 예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듯했다.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등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지난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거기에 작가가 접했던 많은 문학 작품들도 소개해 주고, 순례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보여주면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많은 멋진 사진들이 이 책이 가진 매력들의 덤으로 묻혀버린 까닭은 무엇인지 만나보길 바란다.


신앙인 공지영의 순례길을 따라나선 작가 공지영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한 책이다. 누군가 성지 순례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은 순례길 가이드로서 손색없는 역할을 해낼 것 같다. 또 누군가 삶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심연의 소리를 끌어내줄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 같다. 예루살렘으로 향했던 길은 박경리문학관 근처의 작가의 집에서 끝을 맺는다.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 길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외로움'과 동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찾는 것이 행복이든 돈이든 명예든.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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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명화 속 식물 365
박은희 지음 / 블랙잉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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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아트 : 식물학을 의미하는 단어 'Botanical'과 예술을 뜻하는 'Art'의 합성어로, 식물의 실제 모습에 초점을 두고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의 한 장르.


때때로 나무는 책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 칼 구스타프 융


처음 접하는 예술 분야 보태니컬 아트를 보태니컬 아티스트 박은희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서 만나본다. 《하루 한 장 명화 속 식물 365》에는 1년 365일 동안 매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자연 풍경과 식물, 꽃을 주제로 한 많은 명화들이 담겨있다. 꽃 하면 생각나는 화가는 없지만 해바라기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 빈센트 반 고흐. 그의 그림도 다수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해바라기가 주는 느낌과 비슷한 듯 또 다른 듯한 아름다운 그림들이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해바라기는 언제나 밝은 빛을 찾기 때문에 건강한 영혼을 상징한다.

- 빈센트 반 고흐


매일 아침 향긋한 꽃 그림으로 시작하고 매일 저녁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그림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행복을 선물해 주는 멋진 책《하루 한 장 명화 속 식물 365》에는 가슴을 울리는 명언들도 볼 수 있어서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거기에 아름다운 꽃들의 흥미로운 '꽃말'들도 알려주고 있어서 즐거움을 더해준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르누아르의 다양한 정물화도 감상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림은 우리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환희의 선물이어야 한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가 그린 아름다운 작품도 만날 수 있고, 가장 위대한 식물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공식 궁정 예술가 르두테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특히 르두테의 작품은 식물화하면 떠오르는 그런 그림이어서 즐거웠다. 365일 꽃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선물하는 책의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저자 박은희 보태니컬 아티스트의 작품은 행복과 함께 즐거움을 준다. 꽃이 주는 아름다운 치유의 시간을 매일 만날 수 있는 책과의 행복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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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조선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
정명섭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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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번째 작품《빙하 조선》을 만나보았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정명섭 작가의 작품이라서 더욱 기대되었고 그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조금 더 긴 호흡의 결말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틀림없이 후속편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결말이 아니라 다음 편을 위한 짧은 숨 고르기라 생각된다. 한여름에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북극 한파가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화재 진화를 하던 멸화군 화길 앞에 눈이 내린다. 그 덕에 불길은 쉽게 잡았지만 그 후 조선은 빙하기에 접어든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눈은 수시로 폭설을 뿌린다. 듣도 보도 못한 빙하기를 접한 조선의 백성들은 어떻게 될까? 기나긴 어두운 겨울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화길의 아버지는 화길에게 북으로 떠나 '따뜻한 땅'을 찾으라 한다. 그런데 남쪽이 아니라 북쪽 백두산 근처로 가서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장소는 아들 화길에게만 알려준다. 아마도 백두산에서 나오는 온천을 뜻하는듯한데 그래도 물만 따뜻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듯하다. 여기서 뛰어난 이야기꾼 정명섭의 능력이 돋보인다. 어떤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인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화길에게 그리 녹녹치 않다. 조선인을 죽이고 인육을 먹으려는 조선인을 보게 되고 그런 조선인들을 구해주는 여진족을 보게 된다. 극한에 처한 인간의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길을 떠난 열여섯 살 두 소년 화길과 부광의 대화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고 악하게 살아남고 싶지는 않아."

"살아남는 게 최선이고 좋은 일이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겠지."

"그렇게 살아남는 게 무슨 의미겠어."

"살아남는 게 옳은 일이라면 그게 바로 의미가 되겠지."


정말 의미와 재미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빙하기가 가져온 일상의 파괴는 상상하기도 싫은 비극이었다. 배경은 조선이지만 그 상황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적용될 것이다. 궁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몽진부터 생각하는 왕과 대신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 오늘의 위정자들을 보는듯했다. 빙하기라는 재난이 얼마 후 찾아올지도 모를 미래를 보는 듯해서 더욱더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소년 화길이 떠난 모험에는 배신과 은인이 등장하고 화길의 지략이 보인다. 그런 화길과 함께 멋진 모험을 떠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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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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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서양의 철학자들 중에서 염세주의 철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쇼펜하우어이다. 그런데 염세주의라는 철학에 대해서도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더욱더 반가웠고 만나는 즐거움도 더욱더 컸다.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알아갈수록 쇼펜하우어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p.16. 쇼펜하우어의 비관은 자포자기 상태가 아니며, 내면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아가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비관은 자포자기가 아니다. 그리고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 어제에 대한 비관이다. 그러니 오늘은 충실히 살아야 한다. '지나간 순간'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필요 없다. 어제,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응원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의 후회 속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 희망찬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라 말하고 있다.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의 가장 큰 흐름은 자기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다른 이와의 비교는 하지 말고 내 삶의 의미를 찾아보라 권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나 글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생각도 만나볼 수 있어 재미나게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접근할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생각뿐만 아니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삶도 만날 수 있어서 책이 가진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철학자 헤겔과 쇼펜하우어는 베를린대학교에서 강의로 경쟁을 펼쳤다. 같은 시간에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은 어떤 철학자의 강의를 더 선호했을까?


세상이 자신에게 등을 보이기 전에 세상을 먼저 버린 쇼펜하우어의 깊은 사고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매력적인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또 다른 매력은 '독서'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철학자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는 끊임없는 독서가 중심 역할을 했다.(p.32)' 젊은 쇼펜하우어는 학교 수업보다는 독서를 좋아했고 그렇게 서재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사색과 독서를 좋아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어떤 독서 이야기를 들려줄까?


p.319. 책을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쉬지 않고 읽으면, 다 읽고 난 후 마음속에 남는 내용이 없다.


자존감이 넘치던 괴테가 인정한 천재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들려주는 독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독서에서 얻은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독서를 통한 깊이 있는 사색을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독서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있는 내용을 실천하고 토론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또 책의 내용을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믿어버리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독서가 가진 즐거움과 올바른 독서 방향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서 쇼펜하우어가 들려주는 독서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고 편안하게 만나보고 싶은 이들도 이 책을 선택하길 바란다.



"오렌지연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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