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 매일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마주하며 상처를 절개하고 삶을 다시 잇는 시간들
김수룡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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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저자 김수룡이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험담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는 잔잔하게 저자의 경험 속을 흐르다가 어느새 좌절을 이겨내고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스며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정신과 의사의 수술은 죽음과 맞서는 마지막 인사이다. 악수하고 해어진 사람이 며칠 뒤 아픔으로 다가선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군의 자살률이 상당하다.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고 인사 온 상담자의 손을 놓아야 할까? 잡아야 할까?


p.83. 죽음에 대한 완벽한 준비는 현실을 잘 사는 것이라고. …(중략)…진짜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의 수술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통과의 시작은 '간절함'이라 말한다. 환자 자신의 간절함과 가족들의 간절함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남을 도와주는, 안내해 주는 존재가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어리바리한 전공의가 간절한 의사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담백하게 담은 책이다.


한 분야에 3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일에 대한 익숙함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에게 익숙함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접할 수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경험이 중요하지만 경험에만 의지할 수 없는 정신과 진료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수술의 메스는 입일까? 귀일까?


p.224. …(전략)…환자나 보호자가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병을 치료하는 길로 가도록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정신과 의사의 수술'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음 수술을 AI에게 맡길 수 있을까? 안될듯하다. 공감이라는 최상의 치료법이 불가능한 로봇이 마음 수술의 매스를 잡는다는 건 너무나 위험부담임이 큰 선택이다. 자살이라는 죽음을 들려주고 있지만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는 따뜻한 여유가 포근함을 주는 힐링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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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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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PD로 10편이 넘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던 최윤석 작가의 파우사PAUSA를 만나보았다.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제목도 독특하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더니 이야기는 시작부터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활자를 보고 있는데 영상이 떠오르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야기를 손에 닿을 듯 눈앞에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그림 속에 녹이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더 실감 나게 한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다음 장면이 그려지는 소설을 신나게 만나보길 바란다.


소설의 흐름은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차분한 흐름을 지키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속도감을 올리다가 결말(역전골)에 다가갈 때쯤 엄청난 스피드로 휘몰아친다. 극강의 스피드를 위한 '쉼'이 파우사라면 이 소설 속에서도 파우사를 만날 수 있다.


p.13. "응, 파우사 PAUSA. 스페인어로 멈춘다는 뜻인데, 바로 패스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상대가 더 끌려오게 만드는 전술이야. 그럼 수비라인이 조금씩 벌어지거든. 그 틈으로 훨씬 위험한 패스를 넣는 거지."


《파우사》속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가 이루려는 욕망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며 공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강민의 욕망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두운 이혼남 명관의 욕망을 더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감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정말 커다란 반전을 만들어낸다. 파우사의 다음 시즌을 예약하는 것일까? 강민과 명관의 삶이 교차되는 순간 우린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어둠을 만들고 있던 암막 커튼을 걷는 순간 엄청나게 빛나는 빛의 양을 우린 감당할 수 있을까?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 심연의 사유를 담고 있는 재미난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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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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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를 만나보았다. 7부작으로 계획된 장편소설《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현재 5부까지 덴미크어로 출판되었다. 이번에 만나본 1부는 7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왜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시간의 틈새에 빠진 것일까? 원인을 찾으면 다시 평범한 시간의 흐름을 탈 수 있을까? 반복되는 타라의 일상을 접하면서 지루함보다 긴장감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린 현재, 오늘에 충실하자고 말한다. 지나간 과거, 어제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 내일을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 바로 오늘을 즐기라고들 한다. 그런데 만약 오늘이 반복된다면, 11월 18일이 1년째 반복되고 있다면 어떨까? 타라는 과거와 미래, 어제와 내일 사이에 갇힌다. 오늘 11월 18일이 무한 반복된다. 원인도 모른 체 남편 토마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제 함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토마스에게 매일 똑같은 설명을 하는 상황이 타라를 지치게 만든다. 지친 타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어떤 방법일까?


타라가 선택한 새로운 방법이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더 미궁으로 향하게 한다. 토마스와 타라는 같은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다. 하지만 타라는 그와의 접촉을 피한다. 사랑으로 연결된 둘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또 하나의 긴장감을 만든다. 지루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익숙함에 빠져 놓쳐버렸었던 디테일한 장면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속도감을 준다. 잔잔하게 천천히 흐르던 이야기는 2부에 다가갈수록 속도를 높인다. 익숙함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을 맛볼 때쯤 이야기는 2부에 닿는다.


p.117. 우리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기 형식의 글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11월 18일이라는 평범한 하루의 반복으로 어떤 소설을 만들어 냈을까? 반복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맛보고 싶다면, 미래와 과거의 틈새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속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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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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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본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픽션인데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혼의 왈츠는 유도 명상 '퇴행 최면 기술'로 전생을 여행하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달에 토끼가 아니라 우주비행장이 있는 21세기 지구에서 먼 우주 천상의 세계, 천국을 이야기하고 있다. 완전한 허구인데 사실처럼 다가온다. 가끔씩 등장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해설이 주는 신뢰감일까? 아마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만의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일 것이다.


《영혼의 왈츠》는 판도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기억》《꿀벌의 예언》에서 전생을 여행하며 인류를 위해 활약했던 르네와 멜리사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학생운동의 중앙에 서있는 남자친구를 둔 딸 외제니이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뜻밖의 요청에 당황하지만 아빠 르네의 도움으로 중심을 잡은 외제니의 모험이 이야기에 긴장감을 준다. 거기에 외제니를 따라가며 채우게 되는 지적 호기심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만의 특별함이다.


선과 악의 대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인류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창을 겨누게 되었을까? 별생각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의 대결이 시작이라고? 12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싸움이라고? 그런데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만날 때마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툭하고 던진다. 그러고는 주인공을 통해서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작품이 던진 생각의 흐름은 어디로 향할까?


피타고라스, 붓다, 공자의 등장은 이야기를 깊게 만든다. 어둠의 세력과 빛의 세력의 대결은 이야기를 넓게 만든다. 깊고 넓은 사유에 〈쾌락의 정원〉이라는 예술 작품이 더해져 이야기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다양한 볼거리가 이야기를 재미나고 흥미롭게 흐르게 한다. 그 흐름의 중앙에는 전생과 무의식이 기억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이 유전과 카르마를 넘어 자유의지가 만든 문명사의 변곡점인듯하다. 소설을 읽었는데 철학 책을, 역사책을 읽은 듯한 지적 즐거움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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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다카야마 간 지음, 이정미 옮김 / 허밍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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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북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일본 아마존 로맨스 부문 1위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제12회 포플러사 소설 신인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다카야마 간의 작품이다. 로맨스 소설의 표지답게 배경답게 아름다운 해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표지를 넘기는 순간 먹먹한 세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의 챕터를 나누고 있는 카운트다운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16세 아이들의 내일을 응원한다. 시야와 가에데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여명餘命을 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무언가를 손꼽아 기다릴 때 우린 카운트다운을 하고는 한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에서의 카운트다운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물론 인간은 모두 죽음이라는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날짜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철학이 가능한 것이다. 남은 시간을 알고 있는 두 아이들이 만나게 되고 서로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죽음을 눈앞에 둔 가에데의 소원이 소설의 흐름을 바꾼다. 먹먹한 이별의 로맨스가 미스터리 가득한 스릴러가 된다.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이 윤슬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두 아이 시야와 가에데 만큼이나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차고 넘친다. 사무라이 차림의 사신 미나모토를 비롯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또 알차게 만들어주고 있다. 죽음이라는 어둠이 바탕이지만 열여섯 소년과 소녀의 순수함이 이야기를 빛나게 한다. 슬픔으로 흐름이 가라앉을 때 아이들의 순수함이 유쾌한 흐름을 가져온다. 가에데의 카운트다운의 끝이 다가올 때 엄청난 반전이 찾아온다. 작가가 친절하게 뿌려놓은 복선들을 살포시 무시한 까닭으로 반전이 더 크게 느껴진다.


p.159. 시야는 인생의 끝이 보이는 공포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짧은 인생에서는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때는 죽는 날을 알면 계획적으로 살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어리석은 착각이었다.


삶의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사신을 만나보고 싶다면, 사신의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를 만나보기 바란다. 순수함이 빛나던 추억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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