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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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들을 통해서 만나보았던 장아미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만나보았다.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12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비한 이야기 속에서 설화를 떠올리게도 하고, 역사 속 사건을 기억하게도 한다. 12편의 이야기는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생각을 담고 있어 더욱 재미나고 흥미로운 단편소설집은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만날 수 있어 좋다.


12편의 이야기에는 조선시대 최대의 화재 사건으로 기록된 '역사'를 환상적인 이야기<꽃불>로, 처용 설화를 배신당한 현대의 여인의 이야기<토우>로 변화시킨다. 탐관오리의 탐욕을 섬을 지켜주던 이무기 사냥 이야기 '백일홍 설화'<붉은 돛>과 연결 짓고 또 다른 비극적인 이야기<푸른 신명>도 만들어낸다. 일제강점기 강압적인 신체 실험으로 흡혈귀가 된 이의 비극적인 이야기<도련님과 아가씨와 나>와 멀지 않은 과거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을 인형 공장의 여공들을 통해 들려주는<인형들>도 짧은 이야기 속에 깊고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환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조금은 평범한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폭풍의 씨앗이에요(p.310)처럼 짧은 문장이 반복되면서 마치 시詩처럼 느껴지는 이야기<폭풍의 씨앗>도 있다. 소설小說을 읽고 있는데 시詩가 떠오르는, <눈물이 달콤한 이유>에서 인연을 연결해 주는 재미난 신이 등장하지만 로맨스 소설로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편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장아미 작가의 독특한 상상이 만들어낸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설화와 역사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오늘의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고 있다. 환상을 이용해서 현실을 그리고 있는 멋진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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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사 -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다
니키 헤이즈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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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의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경제,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흐름을 역사를 바탕으로 풀어주는 소소의책 역사 교양서 시리즈를 통해서 심리학의 역사를 만나보았다. 예일대학교 출판부의 교양 역사 시리즈로 출간된『 A Little History of Psychology 』를 번역한 책이다. 철학과 심리학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실험과 검증일 것이다. 저자는 플라톤을 시작으로 실험심리학, 행동주의 그리고 인지주의 심리학까지 다양하고 많은 심리학 실험과 검증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의 바탕은 무엇일까?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니키 헤이즈는 수천 년간 이어져온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과 견해가 심리학이 아니라 심리학은 과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고는 심리학이 학문의 반열에 들어가는 순간을, 과학이 되는 순간을 차분하게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친숙한 프로이트, 융, 아들러 같은 이들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초면인 심리학계 거물들도 만나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선구자들 중 한 명으로 찰스 다윈을 만나 너무나 놀라웠다. 찰스 다윈과 심리학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P.17. 심리학은 과학이며, 인간에 대한 탐구가 심리학이 되려면 증거에 기초해야만 한다.


40 챕터에 심리학의 발전 과정과 심리학의 오늘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심리학의 많은 이론과 다양한 접근 방법도 들려준다.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저자의 확언은 심리학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40개의 챕터는 시간상으로 연속되지만 각기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어느 챕터든 따로 때어 읽어도 심리학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가독성도 뛰어나고 특정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보다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넓게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심리학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심리학적 접근을 보여주는 다양한 이론과 많은 실험들이 흥미로웠지만 가장 좋았던 내용은 늘 궁금했던 '나치즘'(CHAPTER 18. 나치즘에 대한 설명) 이었다. 히틀러가 가진 무엇이 독일 전체가 악마와 손잡게 만들었을까? 파시즘과 나치즘 그리고 동조행동과 묵인이 만들어내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심리학의 역사》는 너무나 훌륭한 심리학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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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 - 고대부터 현대까지 20개 사건으로 읽는 인류의 역사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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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은 언제 만나도 재미나고 즐겁다. 과거 우리들 삶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까닭이겠지만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역사를 다룬 책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전쟁으로 시간을 풀어낼 수도 있고 민초들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가장 많이 출연한 역사 스토리텔러 김봉중《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를 통해서 단편적인 사건이 시대순으로 나열된 역사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발생한 20가지 변곡점을 통해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하나가 만들어낸 수많은 변화의 물결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그래서 '이 정도만'알아도 된다는 표현을 쓴듯하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만 알아도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책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이 정도만 알아도 되는 세계사1장 제국의 시대를 시작으로 5장 이념의 시대에 20가지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뽑은 20가지 변곡점만 알아도 지나온 역사가 오늘에 이어지는 모습을 느껴볼 수 있을듯하다. 특히 과거의 시간이 만든 물결이 오늘날의 시간 속에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세계 자본주의의 출발점으로 대항해 시대를 만나보는 것도, 근대 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종교개혁을 만나보는 것도, 역사라는 긴 흐름을 두 시대로 나눈다면 그 기준 될 르네상스의 이전과 이후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웠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침략의 명분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68운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등 돌린 이유는?' 꼭 한번 만나보아야 할 이야기이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콕 집어서 보여주고 있어서 세계사라는 대하드라마를 압축해서 명장면만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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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모니움 -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라이트나우 10
유상아 지음 / 소원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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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데모니움(Pandemonium)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 등장하는 마귀 소굴로 지옥의 수도이다. 만마전(萬魔殿)또는 복마전(伏魔殿)이라고 번역되는 지옥의 중심이다. 즉 악마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유상아 작가는 왜 자신의 이야기의 제목을 지옥의 궁궐로 만들었을까? 지옥의 수도 판데모니움 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작가가 지옥의 궁궐로 그린 곳이 너무나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학교 그리고 고등학생.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판데모니움》좋은 대학 진학이, 좋은 직장이 '꿈'이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꿈과 방황을 그리고 있다. 사이버 보안학과를 지원하는 은호, 직업 위탁 학교를 통해서 멋진 셰프를 꿈꾸는 지훈 그리고 의대를 꿈꾸는 아니 의대를 가야만 하는 선정. 특히 엘리트 집안의 엘리트 자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런데 그 그림 수위가 자주 접해오던 청소년 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미스터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비교하고 예측하며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 아이들의 말은 듣지 않는다. 아이들의 아픔이나 오늘의 어둠은 무시한 채 내일의 빛을 위해 살라고 한다. 오늘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의 행복이 어떤 가치를 가질까? 《판데모니움》 소원나무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명칭이 '소원라이트나우' (바로 지금)인 까닭도 오늘, 지금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움직여야 하고 오늘 바뀌어야 한다. 내일이면 늦는다. 메피스토는 오늘 지금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p.164. "포기가 아니라 사랑이야. 조건 없이 다 주는 사랑이 있어서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거고."


친구의 자살을 믿지 않고 진실을 찾는 은호는 조금씩 진실에 다가선다. 그런데 그 진실이 너무나 참혹하고 암담하다. 학교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도박, 불법 대출, 그리고 마약 등 어른들의 사회문제가 학교 울타리 안에서 고스란히 자라고 있었다. 여기에 디지털 성범죄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지옥 문이 열린듯하다. 은호는 지옥문 안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옥문 안에 갇혀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p.237.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존재, 메피스토. 나는 아직 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옥문 안의 미스터리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지옥의 전사들이 속도감을 높여갈 때쯤 '반전'이라는 브레이크가 '복선'을 찾아 나서게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뜻밖의 사건과 인물들이 속도감을 최고조로 높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강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더 정직하고 밝게 변해야 한다고, 그것도 '바로 지금'이라고 외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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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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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티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것과 불완전한 자신을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수월할까.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겐.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받은 소향 작가의 모방 소녀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우리 모두가 목격했지만 너무 쉽게 잊히곤 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기 위한 텍스티의 시사 소설 시리즈 '사이드미러'를 통해 출간한 《모방 소녀》가 들려주는 사회문제는 무엇일까? 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다양한 모습의 많은 사회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와 정의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소녀는 정의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수능 대리 시험을 넘어 자신과 닮은 누군가의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을 대신하기로 계약한다. 아이는 살기 위해서 순수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길로 들어선다. 그 길로 유도하고 유혹한 이들은 물론 어른들이다. 1년 동안 타인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런데 타인의 삶을 선택한 이가 있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숨겨야 한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야기는 숨어 지내야 하는 초롬과 초롬의 삶을 대신해야 하는 영리의, 어른들의 잘못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두 소녀의 심리적 흐름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빼길지도 모른다는 초롬의 불안감은 점점 두려움으로 커져가고 누군가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영리의 불안감 또한 두려움으로 자라난다. 두려움 속에 불안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 두 소녀의 오늘이 정말 안타깝다.


고졸 출신으로 식품회사를 경영하는 송 회장은 자신의 딸 초롬만큼은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대리 시험이다. 서울대라는 목표를 위해 과정은 모두 무시해버리는 어른들의 삐뚤어진 과시욕이 학교를 지배하고 그 속에서 자생하는 독버섯 같은 교사들도 등장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사회문제는 엘리트주의가 스며든 위태로운 학교를 시작으로 비도덕적인 사회로 넓어진다. 그리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삐뚤어진 사회의 도덕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


p.57. 우아하게 날이 서 있는 저택은 송 회장과 똑 닮아 있었다. 쏟아지는 빛으로도 서늘함을 감출 수 없고, 아름다운 미소가 송 회장의 욕망을 가리지 못하듯이.


누군가를 닮아 엄청난 대가를 받고 누군가의 삶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런데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군가를 대신해서 학교를 다닌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만든 덫에 빠진 소녀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두려움은 안타까움으로 변한다. 영리보다 초롬이 눈에 더 밟히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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