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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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2020)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강화길 작가의 신작《치유의 빛》을 가제본으로 일부만 만나보았다. 일부만 만나본 소감은 '너무나 아쉽다'이다. 전체를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결말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밀려왔다. 하지만 소설의 시작을 담고 있는 100여 페이지의 내용만으로도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이렇게 오래 아쉬움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정말 특별한, 엄청난 작가의 작품을 만난듯하다.


첫 페이지의 문장'있잖아. 그때 왜 죽지 않았어?'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지만 가제본의 마지막 문장'이후 지옥이 시작됐다.'를 보면서 한참을 이야기 속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인공의 삶을 상상해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서 다시는 일부만 소개하고 있는 가제본은 선택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서 나를 떼어놓으면 자유로워진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적의 샘물'이 있는 사이비 소굴 '조칠현 교회'가 있는 지방 소도시이다.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언제 어디서든 눈에 띄는 거대한 덩치. 덩어리' 지수가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또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지수는 그들에게 수영을 가르쳐 준 체육 선생 김이영을 왜 오래도록 증오하게 되는 것일까?


내게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내가 절대 통제하지 못하는 것.


폭식과 절식을 번갈아 하는 지수는 중학생 때의 '덩어리'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 트리거인지는 모르지만 '딸깍'하는 순간 어느새 폭식을 하고 있다. 그런 지수의 사정을 모르고 남친은 청혼한다. 지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이슈가 이 소설이 가진 이슈 중 가장 작은 이슈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슈들이 계속 이어진다. 또 주인공 지수를 비롯한 개성 만랩의 등장인물들도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치유의 빛》이 던져놓은 매력적인 덫을 피하고 싶다면 책장을 열지도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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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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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레테인문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다수의 인문학 관련 도서를 출간한 임성훈이 교양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인류사의 맥을 짚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필수 교양 60가지를 들려주는 책을 만나보았다. 저자는 이 책《초압축 교양수업》을 통해서 인문학이 주는 재미와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6000년 인류사의 주요 사건들을 한눈에 정리한 '연대표'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이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인문학의 중심인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의 핵심을 알기 쉽게 그리고 보기 좋게 정리해 주고 있다. 이야기의 순서는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순으고, 각 챕터는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흐름대로 읽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자신의 관심분야부터, 지적 호기심이 자극하는 것부터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장은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재미나게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01 기름진 땅과 큰 강 - 4대 문명(역사)이다. 그리고 마지막 60번째 이야기는 60 악은 정말 피할 수 없을까? - 윌리엄 골딩의《파리대왕》(문학)이다. 60가지의 역사, 철학 그리고 문학 이야기의 공통점은 어디에선가 들었던 그리고 한 번쯤은 만나보았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점도 공통점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들려주고 있는 60가지의 이야기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각 챕터의 소제목이 무척 흥미로워서 책을 읽는 재미를 또 해당 내용을 기억하기 좋을 것 같다. 17 인간 군상의 대백과사전(문학)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 25 무너진 유럽의 보호자(역사)는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51 모두가 잘 살 수는 없을까?(철학)는 누구의 사상을 들려주고 있을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다. 인류사의, 인문학의 유의미한 큰 사건들 중에서 60가지를 추려서 핵심을 담고 있으니 《초압축 교양수업》과의 만남은 즐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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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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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이라는 제목도 나인경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낯선 하지만 장르는 익숙한 SF 소설을 만나보았다. 나인경 작가는 2021년 단편〈눈뜨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그리고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은 나인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이 더 기대된다. 익숙한 SF 소설과는 다른 결의 낯선 SF 소설을 만났고,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기다리게 된다.


p.247. 그런데 얼굴도 모르는 너를 떠올릴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파 오는 건지 모르겠어.


이야기는 유니언워크사社에서 행한 비도덕적 실험의 희생자인 '안'과 '정한'이 자신의 기억을 찾으려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리랜서 방송작가 안은 '기억 소거'서비스를, AI챗봇 설계자인 정한은 '기억 반환'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뇌에 ID 칩을 심었다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심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안의 기억은 타인의 기억과 혼합되어 중첩되어 나타나고, 정한의 기억은 중간중간 끊어진 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는 기억을 지우려 하고 또 누구는 기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실험의 대상자였던 십 대 소녀와 소년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서로를 찾는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그래도 둘을 이어주는 '연결'이 있었다. 그 연결은 서로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었고, 나를 찾기 위한 간절한 소망이었다. 기억을 소거하지도 다시 소환하지도 못하는 두 주인공의 엇갈린 그리움이 교차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실험을 행하던 병원 옆 호수에서 만나 서로의 마음을 달래주던 안과 정한은 서로의 '약속'대로 다시 그 호수에서 만날 수 있을까? 안이 꿈꾸던 '산책'을 할 수 있을까?


p.127. 모든 걸 잃어도 우리는 호수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반유니언워크 커뮤니티 원장, 직장 동료 그리고 의뢰인 등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준다. 특히 챗봇의 원리나 클라우드 서비스의 원리 등 과학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sf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가슴을 울리는 로맨스 소설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면으로는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들의 존엄성을 빼앗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려고 하는 세력을 등장시켜 가까운 미래가 아닌 오늘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사회소설 같기도 하다.


p.210. 사라지지 않기 위해 매 순간 흩어지는 의식의 조각을 붙잡고 있는 건 분명 내 딸이에요.


정말 다양한 모습의 엄청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순삭 했고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가슴에 남았다. 뇌의 칩을 이용해서 기억을 지웠는데도 '사랑'은 다시 살아났다. 어쩌면 사랑은 머리, 뇌의 영역이 아니라 마음, 심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영혼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안과 정한, 둘의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정한의 용기를 응원하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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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속 세계대전
류상범 지음 / (주)한산문화연구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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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문화연구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를 다룬 책들이 재미난 점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역사적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책들이 많다. 《우표 속 세계대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표로 역사를 바라본 책이다. 역사 중에서도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저자 류상범은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하는 우취인이다. 월간지〈우표〉에 연재했던 '세계사 속의 우취 자료'에 소개했던 내용을 보완해서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우표 속 세계대전》은 1870년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부터 1,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의 전쟁사를 시대순으로 들려주며 정치적, 군사적 사건들을 우표, 엽서 등 각종 우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480여 페이지에 담은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나다.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사를 시간 흐름에 맞추어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접해보지 못하던 지적 즐거움을 준다. 또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소개하는 우표와 우편물들의 모습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전쟁 이야기와 다양한 우편물의 모습을 알려주는 1장 우리의 주적은 누구인가?부터 7장 추축국의 항복과 종전까지의 내용도 충분히 흥미롭고 새로웠지만 마지막 장인 8장 전쟁이 남긴 우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브이 메일 V …-MAIL'이라는 우편물을 처음 접할 수 있었고, 영국 BBC 방송이 전쟁 중에 적국 음악을 뉴스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한 사연도 알게 되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의 1악장 첫 네 음이 모스 부호로 V를 뜻해서 승리를 염원하며 사용했다고 한다. "밤밤밤 바~" …- '포로우편'은 러일전쟁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되었고,'모략 우표'라는 것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상대국의 주요인물을 조롱하는 패러디(풍자) 우표와 엽서를 제작해서 적국에 살포한 것이다.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시간순으로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도, 전쟁이라는 역사를 같이했던 우표, 엽서 등의 우편물 이야기도 정말 좋았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표와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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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 아는 만큼 들리는 나의 첫 클래식 수업
권태영(탱로그) 지음 / 빅피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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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의 부제는 '아는 만큼 들리는 나의 첫 클래식 수업'이다. 클래식 음악 초심자들을 위해 쓴 클래식 음악 안내서처럼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탱로그의 운영자이자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권태영이 자신이 클래식에 빠지게 된 순간, 매료된 음악을 떠올리며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을 위해 쉽고 재미나게 또 흥미롭게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20명의 클래식 작곡가들이 등장한다. 또 그들과 관련 있는 예술가들도 등장한다. 클래식 음악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멋진 예술 여행을 다녀온듯하다. 그 예술 여행은 많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여행 가이드는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클래식 음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음악전문가가 맞고 있다. 거기에 각 파트의 시작 페이지에 준비해 놓은 QR코드를 통해서 그 파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곡가의 곡을 들으며 아름다운 클래식 여행에 빠져들 수 있다.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곡가들, 예술가들은 누가 있을까? 블랙핑크<Shut Down>에 사용된 클래식 원곡의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 재능은 악마에게서 받은 것이다? 파가니니의 손을 담은 사진을 보면 그런 소리는 못할 듯하다. 역사에 기록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와 헨델의 인연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드라마 제목에 숨은 뜻이 있다고? 저자가 들려주는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클래식 음악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삶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넓고 다양한 클래식 음악 세계에 첫 발을 내딛기에 정말 적합한 책이다. 초보를 위한 친절한 교과서가, 시작을 응원하는 힘찬 응원가가 될 에너지 넘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클래식 세상의 맛을 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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