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이지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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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서 부대전시를 기획하며 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이지윤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생생한, 살아있는 미술 생태계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미술관·박물관 경영학 석사, 미술사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저자는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를 통해서 미술 생태계를 예술적 가치보다는 시장의 가치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야기는 작가나 미술 작품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을 향하고 있다. 미술을 다룬 정말 새롭고 특별한 책이다.


올해 만나본 책들 중 가장 아름다운 표지를 가지고 있는《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의 내용은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미술을 다룬 책이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을까? '아티스트'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 시장이 형성된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미술 생태계를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미술과 자본이 만나 어떻게 발전하는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p.41."미술관 작가, 비엔날레 작가와 경매 작가, 소위 상업 작가는 누가 결정하는가?"


총 여섯 개 파트에 정말 흥미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색다른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야기는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는 말에 맞게 작가의 스튜디오, 미술 시장 이야기를 지나 미술관과 컬렉터의 이야기까지 닿는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 자체의 형식미를 파악하는 미술책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서,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풀어쓴 미술 생태계에 관한 책이다.


p.113. 미술품은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왔고 용도도 달리 쓰인다는 것을 봤습니다. …(중략)…시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을 통해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AI가 학습한 수치를 데이터화한 '데이터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미술 분야를 만나는 즐거움도, 21세기 미술은 기존의 생태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대전환을 시작한듯하다는 저자의 말의 증거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미술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가 보여주는 미술 생태계의 색다른 모습부터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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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진화의 세계 -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
이정모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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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역임한, 과학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뛰어난 과학 스토리텔러 이정모 교수가 들려주는 색다른 진화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전작 《찬란한 멸종》에서 지구의 역사를 재미나고 흥미롭게 풀어준 저자의 시선은 '진화'에 닿았다. 정말 낯선 곳에서 극한의 환경을 견디며 살아온 26종의 동식물 이야기를 《극한 진화의 세계》에 담고 있다. 극지, 심해, 화산섬 그리고 사막 등 인간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 속에 빛나고 있는 생명들을 만날 수 있는 엄청난 책이다.


p.6. 몸은 과거의 환경이 살아 있는 물질 위에 써 내려간, 오래된 문서입니다.


1장 바다를 시작으로 6장 인간세계까지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극한 진화의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장부터 읽어도 재미나다는 것이다. 400도로 펄펄 끓는 물 옆에 사는 폼페이웜, 수직 절벽을 자유롭게 다니는 알파인 아이벡스 그리고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생존한 물곰 등 정말 흥미로운 생물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말도 안되는 잔인한 환경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은 삶을 진중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p.331. 자연이 환경에 잘 맞는 생명을 남기는'자연선택自然選擇'을 하듯이,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생명을 골라 남기는'인위선택人爲選擇'을 했다.


바다 깊은 바다 심해에 사는 생물 하면 떠오르는 초롱아귀의 빛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수컷 초롱아귀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암에 걸리지 않는 동물도 만날 수 있고, 남들은 바다에서 육지로 진화했는데 혼자서 육지에서 바다로 간 식물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어려운 데블스 홀 펍피시의 안타까운 사연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인간의 선택으로 야생을 잃어버린 동물의 진화도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p.356. 앞으로의 진화는 어쩌면 절제의 진화, 돌봄의 진화, 공존의 진화가 되어야 한다.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지는 과학 책이다. 틀림없이 과학 특히 진화에 관한 책인데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극한의 환경에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는 경이로운 생명체들과의 만남이 놀라운 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과학을 넘어 인간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 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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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헤어살롱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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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제4회한낙원과학기술상과 제12회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남예은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굿나잇 헤어살롱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밤 10시에 문을 여는 미용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헤어 스타일리스트 성공, 매화 그리고 홍해는 단순한 헤어디자이너들이 아니다. 귀신을 사로잡는 퇴귀사들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검색이 안되는 단어를 오랜만에 만났다. 퇴귀사. 아마도 퇴마사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럼 작가는 왜 퇴마사가 아니라 퇴귀사라는 낯선 단어를 선택했을까? 도입부의 짧은 내용을 담고 있는 가제본인 까닭에 알 수는 없지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한듯하다.


"손님. 원하시는 시술이 있을까요? 퇴귀 커트? 천도 파마? 해탈 집중 관리? 뭐든 말씀만 하세요."


《굿나잇 헤어살롱》은 귀신을 잡으러 간 '삼인조 헤어 스타일리스트' 성공, 매화 그리고 홍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도입부부터 강한 귀신의 등장으로 긴장감과 속도감 그리고 몰입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뜻하지 않게 너무나 강한 귀신의 저항으로 매화의 혼이 사라지게 된다. 퇴귀사라는 사람이 귀신에게 혼을 빼앗긴다는 것이 한심해 보일 것이다. 가제본으로 짧게 만나보았지만 매화는 그런 얼빠진 퇴귀사가 아니다. 매화는 왜 자신의 혼을 놓친 것일까?


귀신을 먹어치우는 능력을 가진 홍해는 매화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미용실 모든 이들이 매화의 무사귀환을 바란다. 매화의 부재는 팀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홍해의 의구심을 키우게 된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 홍해. 홍해와 성공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굿나잇 헤어살롱》은 관계 속에 얽힌 인연을 찾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내일을 향해 나가는 용기 있고 씩씩한 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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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창비교육 성장소설 17
연여름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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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1년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연여름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 페퍼를 만나보았다.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순간 상대방의 소리는 소음이 된다.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서는 영소는 그런 자리를, 관계를 피한다. 그런데 재즈음악은 좋아한다. 영소에게 소음과 음악의 차이는 무엇일까?


제목《페퍼》 후추는 시각적 이미지보다 후각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 단어다. 그런데 작가는 재치기를 염두에 두고 청각적인 이미지로 의미를 확장시킨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다고 한다. 18살 은수의 재채기는 274살 영소의 마음을, 우정을 건드린다. 엄청난 청각을 가진 '낮의 헤더(뱀파이어)' 영소는 예상치 못한 재채기 소리가 언제나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그런 난감한 상황을 피하던 영소는 은수의 재채기와 마주한다. 재즈 음악이라는 소리로 만나게 된 은수와 영소는 소음이라는 소리로 다시 연결된다. 밤의 헤더(뱀파이어)들로부터 함께 도주하며 조금씩 쌓아가는 우정 이야기가 흥미와 재미를 더한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던 은수와 영소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친다. 운석우가 쏟아져 도시가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종된다. 초능력에 가까운 청각으로 소음에 민감했던 영소는 운석우가 떨어진 아비규환의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을 참으며 은수와 함께 실종자들을 찾는 수색팀에 가담한다. 공감하며 소통하던 사람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운석우라는 시련은 흥미로운 이야기《페퍼》에 깊은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p.53. 동정인지 자기만족을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둘 다 싫었다. 나를 동정해도 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타인과의 소통이 주는 소중함을 알려주는,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뱀파이어와 추격전을 벌이고 운석이 떨어져 사랑하는 이들이 실종되는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따뜻한 이웃과 우정을 통해서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고 있다. 18 세 소년의 성장도 기대되지만 소녀 모습의 274세의 뱀파이어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일부 어른들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이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소중한 우정을 쌓아가는 두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멋진 청소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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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미치 앨봄 지음, 유혜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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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로부터 티저북을 제공받았습니다."


205주 동안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놀라운 작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의 장편소설트와이스 twice티저북으로 만나보았다. 티저북은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소개로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나소와 알피의 노트 둘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바하마의 카지노에서 사기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알피 로건과 카지노의 조사관 빈센트 라포르타의 대화로 시작한 이야기는 라포르타가 알피의 노트를 읽으면서 조금씩 현실과 멀어지는 듯하다. 라포르타의 사실적인 오늘과 알피의 노트의 환상적인 과거가 절묘하게 이어진다. 나소의 오늘보다는 알피의 노트에 기록된 과거의 이야기가 더욱더 흥미롭다. 라포르타도 점점 알피의 노트에 빠져드는 묘한 기운이 《트와이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을 두 번 도전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되더라도 '두 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두 번의 경험을 기록해 놓은 노트가 '알피의 노트'이다.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삶을 살 수 있다면 기쁨일까? 슬픔일까? 아직은 도입부이지만 많은 생각을 끌어내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티저북의 말미에 알피는 여덟 살 순순한 시절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소녀와 재회한다. 그런데 수시로 '다시'를 외쳤던 알피와 평범한 소녀의 시간이 같을 수 있을까? 둘의 세월의 흐름이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 같아서 티저북 이후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다. 알피의 노트에는 어떤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시간의 흐름이 다른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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