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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킷사텐 여행 - 존 레넌에서 하루키까지 예술가들의 문화 살롱
최민지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11월
평점 :
"남해의봄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85. 긴 세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취향과 취향이 모이고, 시간에 시간이 쌓여 문화가 된 공간에는 진정성이 있다.
나고야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 최민지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도쿄 킷사텐 여행》은 도쿄에 있는 일본의 오래된 킷사텐을 소개하고 있다. 킷사텐喫茶店의 한자를 보고 한국 소설이 한편 떠올랐다. 『카카두 : 경성 제일 끽다점』에서도 그곳은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었고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도쿄의 킷사텐 역시 문학, 미술, 음악 등 당시 문화가 모이는 곳이었고 또 뻗어나가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잘나가는 무언가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도쿄를 문화를 중심으로 산책한 인문학 여행기이었다.
p.103. 이처럼 킷사텐을 만나는 것은 그 킷사텐이 자리 잡은 곳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나는 일이자 여러 지역의 다양성을 만나는 일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드나들던 그리고 흔적을 남긴 추억을 간직하고 100년을 이어온 킷사텐들을 짧은 호흡으로 하지만 급하지 않게, 편안하게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방 한 칸을 개방해서 만든 란보 킷사텐에서는 『인격 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초상화를 그렸고, 도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 파울리스타에서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흔적과 존 레넌의 추억을 만날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되는 작품 속 아름다운 장소들을 만나는 것도, 일본 만화의 거장들이 젊었을 때 모여 살았다는 마을의 '만화 보살'을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긴자 후지야 킷사텐을 자주 찾았다는 젊은 작가는 훗날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그는 누구일까? 작가가 되기 전 '피터 캣'이라는 재즈 킷사를 운영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학교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는 재즈 킷사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가부키도 아닌 신파극도 아닌 새로운 연극을 시도했던 쓰키지 소극장에서 만난 조선 유학생들은 누구일까? 스시 1인분이 열 개가 된 사연은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도,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머물렀던, 그들을 도와주었던 나카무라야에는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광명소보다는 오래된 문화명소를 만나보고 싶다면, 일본 최초의 비엔나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도쿄 킷사텐 여행》에 담긴 지도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