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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평점 :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강'을 모티브로 한 엔솔러지《한강》을 만나보았다. 한국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고 해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7명(장강명,정해연,임지형,차무진,박산호,조영주,정명섭)의 멋진 스토리텔러가 만들어낸 특별한 7개의 작품들을 담고 있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각자의 시선으로 한강을 보고 자신만의 색채로 한강을 그리고 있다. 한강이 가진 다양한 이미지를 다양한 장르로 소화하고 있다.

한강을 달리는 작가(한강을 달리는 여자, 임지형)도 있고, 한강 물속으로 들어간 작가(한강의 인어와 청어들, 장강명)도 있다. 한강변에서 한강을 바라본 작가(한강이 보이는 집,정해연 /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 차무진)도 있고, AI가 운전하는 유람선 위에서 한강을 바라본 작가(해모수의 의뢰, 정명섭)도 있다. 강아지의 시선을 빌려 한강을 바라본 작가(달려라,강태풍, 박산호)도 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다르지만 이야기가 시작한 곳은 한 곳이다. 한강.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인가 보다.(p.237) 강렬한 첫 문장이 시선을 얼어붙게 만든 김승옥문학상 신인상을 받은 작가 조영주의 「폭염」은 인간의 욕심이 만든 '괴물'이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고 있고, 장강명 작가의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은 밤섬에 가면 인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판타지를 키워준다. 임지형 작가는 「한강을 달리는 여자」에서 불륜으로 처한 외로운 일상을 잊기 위해 달리던 여자를 새로운 만남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처럼 참여한 작가들의 문장은 유연하게 흐른다. 간결한 문장들이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몰입감을 최고로 올려주고 있다. '한강'이라는 공통점 이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공통점이 엔솔로지《한강》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짧은 흐름 속에 이야기의 주제를 녹여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한 완성도 최상의 작품집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화려한 라인업을 다시 한번 만나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