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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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권 이상의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줄리안 맥클린의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보았다. 《이토록 완벽한 실종 Beyond the Moonlit Sea 은 책표지부터 흥미롭다. 어두운 '실종'과 화려한 표지 일러스트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아마존 킨들 종합 베스트 1위'라는 문구가 담긴 '띠지'를 벗기면 바다로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를 만날 수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실종이 발생하는 이야기라는 추측이 맞지 않기를 바랐지만 개인 비행기 조종사 딘의 실종을 둘러싼 의혹들이 이 소설의 주된 흐름이다.


《이토록 완벽한 실종》은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가 적절하게 잘 조화를 만들어낸 재미난 소설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며 1990년 마이애미의 올리비아1986년 뉴욕의 멜라니이다. 개인 비행기 조종사였던 남편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버뮤다 삼각지대에서의 실종사건들을 조사하는 뉴욕의 부유한 가정 출신 올리비아와 어려운 성장 배경을 가진 대학원생 멜라니의 접점은 없어 보인다. 멜라니가 물리학을 통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의 실종 사건들을 풀어보려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런데 새로운 화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듯하다. 1986년 뉴욕의 딘. 물론 이때 딘의 직업은 심리상담사이다. 우연한 기회에 뉴욕 명문가의 딸 올리비아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딘과 올리비아의 사랑에는 엄청난 걸림돌이 있다. 올리비아 집안의 반대는 일도 아닌 커다란 방해물. 그것은 상담 과정에서 잘못된 관계로 빠지고 만 멜라니이다. 사람을, 먼저 시작한 사랑을 걸림돌, 방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이쯤에서 막장드라마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딘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이상하다. 여성과 함께하는 삶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하는 것인지. 멜라니에게서도 올리비아에게서도 떠나려 한다. 자신의 성공만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조금 더 비열해져야 하는데 딘은 그렇지는 못한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미스터리 스릴러보다는 로맨스 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딘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 또한 이 소설이 가진 커다란 재미중 하나이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뉴욕 상류 사회로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는 티켓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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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
서용상.양승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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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9. 매 순간은 지난 시간과 노력의 결과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는 한국인 최초로 파리에 빵집을 열고 프랑스 제빵 대회를 석권한 서용상 셰프의 치열했던 25년을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 옆에서 그를 응원하며 함께 노력한 아내 양승희의 또 다른 파리 생활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또,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묵묵히 걸어온 개인의 삶을 따라 다양한 의미의 성공을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에 더해 프랑스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멋진 에세이다.


서용상 불랑제가 제빵 제과를 만나기까지는 정말 먼 길을 돌아왔다. 물리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대학원까지 좋아하지 않은 길을 방황하듯 멀리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일까? 늦깎이 제빵사는 첫걸음부터 천천히 하지만 꼼꼼하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25년 넘는 세월을 묵묵히 걸어왔다. '가야 할 곳이라면 우선은 들어선 다음에 길을 찾는 것이 우리의 방식'(p.93)이라 말하는,제과점에서 '비빔밥'을 팔았던 아내 양승희는 남편을 도우며 자신만의 도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참 열심히 성실히 살았다.


그 결과 부부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열매가 맺힐 때까지의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책이《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이다. 프랑스의 행정절차 탓에 점포를 새로 열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던 것도, 작은 가게를 인수해도 고용 승계를 해야 한다는 것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난 프랑스 문화다. 우리와는 다른 프랑스 문화를 만나보는 것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일본 그리고 프랑스. 이방인의 삶이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렵고 힘든 시간을 버티고 이겨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프랑스 제빵 제과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선 '밀레앙'을 만들어낸 부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TV예능프로〈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들려주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향긋한 플랑을 담고 있는 《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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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 - 나를 깨닫는 일기 쓰기의 힘
고가 후미타케 지음, 나라노 그림, 권영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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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고가 후미타게가 힘겨운 날들을 이어가고 있는 지친 청소년들에게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전해주는 정말 뜻깊은 이야기를 만나보았다.《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나를 깨닫는 일기 쓰기의 힘'이라는 부제에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핵심을 알려주고 있다. 외부에서 오는 힘든 삶의 기록이 아닌 자신 내부의 생각을 적는 일기를 통해서 진정한 '나'와 만나보라고 권하고 있다. '쓰기'의 진정한 의미가 '생각하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한참 민감한 중학생 소년의 성장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중학생 아이의 성장일기가 주는 감동과 흐뭇한 즐거움뿐만아니라 어른들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p.93.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쓰는 게 아니라 그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날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쓰는 거야.


주인공 소년이 다니는 학교는 바다속에 있다. 아이의 이름은 문어도리. 친구들의 이름은 더욱 재미나다. 날치나, 곰치고, 붕장어조 그리고 오징어리. 어쩐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 바다속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이제 판타지 소설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환상적인 바다속 이야기로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이야기는 문어도리가 만난 소라게아저씨의 등장으로 미스터리 소설의 모습도 보인다. 정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멋진 소설이다.


문어도리의 별명은 '삶은 문어'이다.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별명만으로도 문어도리의 학교 생활이 순탄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롭고 힘겨운 학교 생활을 근근히 버티고 있던 소년에게 엄청난 위기가 닥친다. 그 위기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던 문어도리는 다음날 등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공원에서 소라게 아저씨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소년은 소라게 아저씨와 너무나 환상적인, 믿기어려운 경험을 하고 마음의 짐을 조금 덜고 작은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공원 입구에 있는 소라게를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소년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한다. 문어도리는 소라게 아저씨를 다시 찾게 될까?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는 읽는 내내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했다. '다음'에대한 궁금증이 끝까지 이어진다.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고 일기쓰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 끝까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책의 말미에 '잠시 일기 쓰기를 멈추었지만 다시 쓰고 싶은 너에게'라는 비밀 편지?가 있다. 비밀의 열쇠속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p.104. "일기를 쓴다는 건 말이지, '나'라는 던전을 모험하는 일아야. 끝이 존재하지 않고 날마다 변화하는 던전을 말이지.……."


성장소설이 주는 교훈적인 메세지와 함께 작가가 그린 엄청난 상상력이 재미와 흥미를 더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아이들보다 지친 아이들을 위해서 제대로 된 위로와 응원을 건내고 싶은 어른들이 먼저 만나보아야할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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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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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수상 작가 청예의 SF 미스터리 《오렌지와 빵칼》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청예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터라 무척이나 기대하며 읽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하는 설렘으로 이어졌다. 작품 소개에서 접한 SF 미스터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은 탓일까? 왠지 새로운 형식의 SF 미스터리를 만나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던지는 SF 미스터리를 접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p.176. 부끄러운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지.


주인공 영아에게는 오래된 친구 은주와 오랜 된 연인 수원이 있다. 오래된 까딱일까? 그들과의 관계가 버겁고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유치원 교사인 영아에게 정말 버거운 상대 은우가 더해지면서 영아의 삶은 읽는 것도 불편할 정도로 피폐해간다.


p.23. 웃음을 상실한 지가 너무 오래됐다.


이 정도면 심리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영아는 수원과 은우 엄마의 권유로 새로운 의학적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전두엽의 일부에 자극을 주어 일시적으로, 4주간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착한 친구, 착한 애인 거기에 친절한 사람이었던 영아의 변화는 솔직해 속 시원했다. 특히 친구 은주를 향한 영아의 변화는 바람직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주인공 영아도 느끼고 있듯이 너무나 극단적이다. 영아는 4주 후 실험을 통해 얻은 성품을 유지하는 선택을 하게 될까?


p. 162. 의심할 여지 없이 나라는 존재는 곧 사회이고, 곧 전체였다.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이 소설이 미스터리라는 소개를 잊고 있었다. 그때쯤 엄청난 반전들이 연이어 나오며 미스터리가 가진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솔직히 주인공 영아는 주변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연인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이 어쩜 그렇게 못 됐는지. 그럼에도 열심히 자신의 삶을 찾고 있는 주인공 영아를 응원하게 만드는 책이다.


p.54. 은주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더 자주 반성해야 했다.


'착하다'라는 평가는 상대방 즉 사회가 만들어 놓은 덫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함정에 빠져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허우적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리고 있는듯해서 읽는 내내 먹먹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SF 미스터리는 아닌듯하다. 하지만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담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흥미로운 소설인 것은 확실하다. 《오렌지와 빵칼》은 미래를 담기보다는 오늘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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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끔찍한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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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페르 발뢰가 1965년 『로재나』를 시작으로 집필한 형사 소설 '마르틴 베크'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을 만나보았다. '북유럽 범죄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작가 커플의 《어느 끔찍한 남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 내부 부조리는 물론 당시 스웨덴 사회의 시대상까지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보여준다.


p.61. 범죄 수사의 성패는 우연의 망을 가급적 촘촘히 짜내는 데 달려있다. 번득이는 육감보다는 경험과 성실함이 더 많이 기여한다.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형사들은 오늘도 엄청난 피로에 시달린다. 주인공 마르틴 베크는 새벽에 잠자리 들자마자 전화를 받았고, 에이나르 뢴은 열일곱 시간 넘게 근무 중이었다. 또, 멜란데르는 주말을 반납하고 경찰서에 왔다. 그런 그들이 또 며칠간 잠도 못 자고 살인 사건에 투입된다. 형사라는 직업의 애환을 이번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경찰들의 실제 생활인 듯하다. 엄청난 소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극한직업이지 싶다.


이번 작품의 피해자는 전직 경찰 서장이다. 그것도 병원에 입원해있던 피해자를 군용칼로 난자한 너무나 '끔찍한'사건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어느 끔찍한 남자》로 정했나 싶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끔찍한 남자'는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경찰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보다 '끔찍한 남자'는 누구일까? 대담하게 전직 경찰 서장을 살해한 살인범은 누구일까?


이번에도 베크의 수사팀들은 최고의 실력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진실들은 너무나 불편하다. 전직 경찰 서장을 상대로 한 많은 투서들을 읽으면서 만약이라도 투서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끔찍하다. 지금까지 접했던 시리즈의 많은 부조리한 상황은 이번에 만나게 된 비극들에 비하면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정말 당시 스웨덴 사회가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과거 경찰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도 하다. 공권력의 남용은 한 개인의 삶을,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린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우리 경찰들이 꼭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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