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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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9. 인공지능 기계와 자동화에 숨어 있는 가장 커다란 위험은 바로 개별적 인간의 비인격화다.

AI 인공지능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인간의 일자리 직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래 그것도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철학가 이진우 교수가 들려주는 AI와 직업에 관한 이야기 일이 사라진 세상의 주요 흐름은 AI가 위협하는 직업군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위협하고 있는 인간의 가치에 있다. 인간에게 ‘직업’의 의미는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생각은 인간의 존엄성, 가치에 머문다. 직업과 인간의 가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철학이 AI를 만나 만들어낸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시작은 AI가 위협하고 있는 직업과 위험 정도를 가볍게 논하고 있다.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이야기는 철학적 사고에 닿는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와 AI, 직업과 존재론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철학을 다룬 책이 좋은 점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니체도, 한나 아렌트도 읽었었는데 일이 사라진 세상 속 니체의 문장들과 아렌트의 사상은 또 다른 지적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기술적 실업’은 우리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AI 시대의 노동 종말은 축복일까? 비극일까? 다양한 생각을 깊이 있게 만나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철학자의 눈에 비친 AI의 위협은 단순히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데 있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데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촘촘하게 보여준다. AI에게 노동이라는 ‘자리’를 내어준 인간은 어디에서 그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의 의미,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해오던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성공에 따른 성취감이 직업이 주는 삶의 의미이고 그 의미는 존재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AI 시대에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직업의 상실이 아니라 존재 가치의 상실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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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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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등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국 작가 옌렌커閻連科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월일年月日을 만나보았다. 한재旱災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극심한 가뭄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과 남은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잔잔한 흐름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가뭄을 피해 떠나는 대신 마을에 남는 것을 선택한 셴 할아버지와 앞이 보이지 않는 ‘눈먼 개’의 동거가 이야기의 주요 흐름이다. 둘이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옥수수의 새싹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이라는 절망을 향해가던 이야기가 옥수수 새싹이 등장하면서 희망으로 향한다. 차분한 분위기로 서술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음 페이지를 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슬프고 아름답고.


《연월일》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세상 가장 어려운 상황을,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까닭 모를 상쾌함도 보인다. 삭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지키는 일흔둘의 셴 노인과 눈먼 개 때문일 것이다. 엄청난 가뭄에 우물물도 마른 상황에서 노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극한에 몰린 사람이, 죽음이 더 가까운 나이의 노인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p.27. 그는 나이가 일흔하고도 둘이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일흔둘’이라는 나이를 반복해서 노출시킨다. 존재의 의미보다는 죽음, 상실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될 노인의 나이를 강조하고 싶었던 까닭일까? ‘일흔둘’의 노인은 존재의 의미를 찾이 간다. 눈먼 개와 새싹을 통해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대문학하면 떠오르는 난해함이나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명쾌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더 공감하며 즐거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북다방1기라는 행복한 경험이 이런 즐거운 시간을 만들게 한다. 셴 노인이 찾은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를 책을 통해서 찾아보고 싶다. 그래서 좋은 책과의 만남이 소중하고 그래서 북다와의 만남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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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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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북다를 통해서 만나보았다. 책다방 1기의 두 번째 책선물 생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스터리다. 연속된 사건들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생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린다. 작품의 첫인상은 '오싹함'이다. 도편수 범근의 죽음 장면은 이야기의 색깔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스릴러. 미스터리 스릴러를 바탕으로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문제까지 담고 있다. 대물림된 상처의 아픔, 부조리한 권력의 이면까지 팩트에 허구를 절묘하게 짜맞추어 사실감을 더한다.


2025년 『커미션』으로 데뷔한 신재민 감독의 첫 장편소설인 《생가》는 처음 집필 의도가 시나리오인 까닭인지 읽는 내내 영상이 떠오른다. 오싹한 죽음 장면이 떠오를때는 지상파 TV드라마로는 제작이 불가능하겠다는 오지랖도 부려본다. 독재 정권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의 생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작과 함께 그 집을 지었던 도편수가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한다. 가능할지도 의심스러운 묘한 방법이다. 얼마나 무서우면, 공포의 크기가 얼마나 크면 그런 끔찍한 자살을 선택할까? 그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또 등장하면서 '왜?'라는 의문이 계속 이어진다. 정말 그런 죽음이 가능할까?


생가는 왜 꼭 다시 지어야할까? 그리고 그 집을 뚤러싼 죽음의 모습은 왜 이렇게 끔찍할까? 서서히 진실에 접근하면서 전통신앙이 등장하고 현대사를 함께 버무려 기묘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정말 미친 스피드로 결말을 향해서 빠르게 직진한다. 마치 장면 전환이 빠른 영화 한편을 본듯하다. 전통가옥의 비밀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의 결말은 상상하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시작부터 강한게 기다리고 있으니 시작부터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p.15. "다만 내 집은 누추하니……문을 두드리지 말라……."


공포와 미스터리의 만남을 이렇게 잘 버무릴 수 있을까?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까닭을 바로 알아챌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아주 멋진 굉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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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최신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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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현존 작가의 작품’이라는 기록을 가진 작품, 파울로 코엘류라는 작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작품 연금술사를 다시 만났다. 세월의 더께가 젊은 날 ‘꿈’을 생각하게 했던 책의 명문장들을 흐리게 만들었지만 재회再會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이제 산티아고가 아닌 그의 부모님 나이가 되어버린, 꿈보다는 현실이 먼저 보이는 50대 아저씨의 눈에 《연금술사》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의 날보다 기억 속의 날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산티아고의 여정은 더욱더 꿈처럼 다가왔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용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산티아고의 여정은 보물을 향하지만 이야기는 보물이라는 결과를 향하고 있지 않다. 결과보다는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끈기를 너무나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를 통해서 보여준다. 산티아고가 선택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할 때 우린 공감하며 그를 응원하게 된다. 특별할 것 없이 모든 재산을 도둑맞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이라서 더욱더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p.159.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순 없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자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것이 내가 저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지.'


산티아고의 시련을 함께하며 응원하던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나 강렬했다. 정말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은 보물의 진정한 모습에 있는듯하다. 우리들 삶의 보물은 무엇인지 또 꿈은, 이상은 왜 계속 이어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삼국지』가 다시 만날 때마다 다른 인물을 따라가게 한다면 두 번째 만난 《연금술사》는 심리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꿈을, 이상을 찾아 나설 나이는 아니지만 이 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찾아보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삶의 지혜보다는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북다의 새로운 번역으로 오랜만에 다시만나본 《연금술사》는 여전히 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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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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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2026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인 더 메가처치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아사이 료의 작품이다. 20세에 데뷔해서 나오키상을 비롯한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30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회 문제를 강하게 비추고 있다. 아사이 료의 특징은 차분하지만 빠르게, 조용하지만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한 문제는 무엇일까? 메가처치(대형 교회)의 종교 문제일까? 가제본이 보여주는 1부에서 5부까지의 내용만으로는 전부를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이야기의 큰 흐름은 '믿음'으로 향하고 있다.


p.103.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포장되는 지금, 불행이나 절망조차 기댈 곳으로 삼지 못하는 세상에서, 뭐라도좋으니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믿음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독특하다. 덕질, 최애가 믿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덕질, 덕후를 사회적인 관계로 풀어놓는 전문가의 인터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세 명의 화자들이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차분하게 다음으로 이어진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덕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아야코의 최애 배우가 죽었다는 속보와 함께 묘한 방향으로 흐를 것 같다. 세 명의 화자는 덕질을 이용하여 착취하는 쪽과 덕질에 이제 막 빠져들어가는 쪽 그리고 덕질에서 빠져나오려는 쪽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인 더 메가처치 In The Megachurch의 도입부(1부~5부)는 잔잔한 흐름을 이어가지만 아크릴 스탠드를 숨기는 스미카의 행동(5부)이 무언가 불안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로 들어갈 때쯤 가제본은 끝난다. 아쉬울 것을 알고 참여한 가제본 서평단이었지만 정말 아쉽고 또 아쉬웠다. 앞으로 아사이 료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나누어서 만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결말보다는 앞으로의 전개가 더 궁금한 책이다. 결말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될 복선과 반전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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