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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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로 오렌지문학상(현 여성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들려주는 이상한 나라에 다녀왔다. 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공간적인 배경은 미국이고 시간적인 배경은 가상의 2011년(평행력 2011)부터 시작한다. 광적인 편가르기가 유치원 수준도 아까운 세상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 같다. 내 편은 법적인 잘못도 눈감아주는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린, 다른 나라 대통령도 자국으로 납치해서 재판에 회부하는 정말 미친 세상에 그러지 말라고 유쾌하게 제안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제안서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단 평등보다는 획일에 가까운, 광적인 집착을 그리고 있다. '바보' '스마트' 등의 단어는 금지어다. 그러면 스마트폰은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이런 세상이 가능할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능했고 그 가능한 세상에 반기를 들었던 대학교 영문학 강사 피어슨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위트와 풍자로 '혼탁한 정의'가 판치는 오늘을 고발하고 있다.


p.62. 거품 속에 완전히 갇혀 있으면, 거품은 없는 것이니까.

《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를 재미나게 접하는 방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평범한 인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극단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점령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엄청난 적응력을 발휘하며 입체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피어슨의 40년 지기 친구 에머리의 생존 전략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에머리처럼 살기는 피어슨처럼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 것 같다. 서로 상반된 삶을 선택한 피어슨과 에머리의 우정은 이어질 수 있을까?


지적 평준화, 정신 평등주의, 인지 평등, 두뇌우월주의자 등의 단어들이 세상을 점령하면서 시험은 없어지고 체스는 금지되고 만다. 군중심리에 휩쓸린 세상의 변화에 적응한 척하며 지내던 퍼거슨에게 남편 웨이드의 사고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게 한다.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사의 실수는 웨이드를 심정지에 빠지게 했고 피어슨 속에 있던 폭탄이 터지고 만 것이다. 폭발의 후폭풍은 어떠했을까? 참았어야 했을까?


종교적인 맹신이나 정치적인 맹목이 우리 사회를 극의로 치닫게 한다. 그리고 그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남의 나라 땅을 내놓으라 하고, 자기 편을 위해 법도 개정하자고 떠든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이 통한다. 그런 세상을 경계하자고, 그런 사회를 막아보자던 피어슨의 주장은 성공할 수 있을까? 평등한 세상은, 정의로운 사회는 만들어졌을까? 소설 속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 가짜 공평과 무너져버린 정의를, 맹목적인 군중심리가 세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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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큰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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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약국을 경영하며 유튜브 채널<약이 되는 이야기> 운영 중인 정승규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를 만나본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약을 통해서 역사를 들여다보고 역사 속에서 약을 소환한다. 역사를 다룬 책들이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유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약의 관점에서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 속에서 약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역사를 좋아하는 약사' 정승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약의 발전사는 바탕에 깔고 약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보여주고 있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약 이야기 속에 폭 빠져있게 만든다. 처음에는 '기적의 치료제'라 환호 받던 약들이 오남용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코카인은 피로 회복과 국소마취제였고, 헤로인도 처음엔 기침 치료제였다. 또,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니트로글리세린)가 협심증 치료제가 된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부제 '질병과 맞서 생명을 지켜낸 약의 역사'를 통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시황이 찾은 불로장생의 약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약은 무엇일까? 약을 잘못 써서 생긴 사고 약화藥禍사고를 시작으로 지적 즐거움을 채워줄 흥미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시작은 '항생제'가, 끝은 '항암제'가 맡는다.


전체적으로는 역사상 중요한 약이 개발된 순서대로 구성하고, 각 장(12장)은 해당 장에서 다룰 약(항생제 등)에 대한 역사를 설명하고, 그 약(항생제 등)과 관련된 사건, 에피소드 등을 눈길을 사로잡는 자료 사진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최신 의약 동향'을 통해서 해당 장에서 다룬 약(항생제 등)의 현재와 미래를 들려준다.


'마이신 mycin'하면 왜 항생제를 떠올리는 것일까? 마이신은 그리스어로 '곰팡이'를 뜻한다는데 어떻게 항생제와 이어졌을까? 개신 교도였던 크롬웰이 '교황의 독약'으로 간주하고 죽음을 택한 질병과 약초는 무엇일까? 맹목적인 지지는 엄청난 화를 부른다. 마녀사냥을 약의 역사에서 만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또, 마약의 원료 식물의 향을 가진 세계적인 청량음료는 무엇일까? 중세 약초藥草에관한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맨드레이크'를 채집할 때 개를 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통해서 약 이야기를 만나고, 약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만나는 매력적인 경험을,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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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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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플로랑스 멘데즈의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소설다프네를 죽여줘를 만나보았다. '경고'문구로 시작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이 책에는 거의 모든 형태의 폭력이 등장합니다.' 정말 그렇다. 다양한 형태의 많은 폭력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또, 폭력만큼이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사회문제도 등장한다. 다프네가 죽음을 선택한 연유도 폭력과 사회문제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우울증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p.40. 드디어 내 삶의 의미를 찾았다. 삶을 끝내는 것이 내가 사는 의미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들부터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힘겨운 인생을 자살로 마감하려고 하는 다프네, 뜻하지 않게 다크웹 킬러 조직에 가입하게 된 마르탱 그리고 의사 면허를 잃고 심리상담사를 하고 있는 모나. 정말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소외'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동료 여자 경찰을 추행해 정직 중인 형사 제랄드의 등장은 색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력을 완성한다.


p.71. 나는 죽음을 구원이라 여겼고 숭배하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자살을 청부한 다프네를 옆에 두고 다른 사람을 철로로 밀어버린 초보 킬러의 실수부터 빠르게 전개된다. 다프네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그리던 이야기는 초보 킬러의 엉뚱한 실수와 함께 범죄 스릴러의 면모를 갖춰간다. 다프네는 죽음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마르탱은 잔인한 킬러보다는 유머러스한 코미디언이 더 어울릴듯하다. 이 둘은 죽음을 완성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상황을 정신과 의사였던 모나에게 털어놓으면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모나가 누굴 도울 형편이 아니다. 모나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처지다.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소외에서 함께로, 나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킬러 조직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다. 블랙 코미디가 끌고 범죄 스릴러가 밀던 이야기는 킬러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는 커다란 반전과 함께 결말을 맺는다.


p.74. 하지만 불행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은 불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행은 그렇게 끔찍한 것이다.


에필로그로 많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다프네를 죽여줘》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극한으로 몰렸을 때의 감정, 살아있는 날것의 감정, 살면서 아직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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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7
추세은.추정문 지음 / 폭스코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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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은, 추정문 작가의 청소년 소설 드리머 Dreamer를 만나보았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인류에게 발전이라는 원동력을 제공한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희망은 《드리머》의 주인공 루리에게는 꿈으로 나타난다. 중학생 루리는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이 없다. 그런 루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ㅇ을 그리고 있다. 또 루리의 엄마가 잊었던 꿈을 다시 찾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p.107.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자신만의 릴스를 찍으며 소중한 시간을 채워 간다고 생각해 봐. 나만의 채널 속에서는 모두가 다 특별한 거 아니야?


누구보다 커다란 '반전'을 보여준 인물은 루리의 남사친 민준이다. 민준의 반전이 던지는 질문에 부모로서 답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접근이다. 루리가 찾은 꿈도, 루리 엄마가 다시 찾은 꿈도 의미 있는 것이었지만 민준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이 가진 무게감은 조금 다른 결이다. 과학고 준비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다른 선택을 한다면 무조건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주인공 루리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는 8일간의 꿈같은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어떠면 루리 자신일 수도, 루리의 꿈일 수도 있다. 편지 형식을 빌려 일기처럼 적어놓은 8일간의 이야기는 정말 꿈같다. 구운몽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을 만나게 된다면...


나 자신에게 '아무나'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루리와 민준의 꿈을 보여주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꿈과 직업이 같은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다.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는 게 꿈일까? 꿈이 무엇인지 또 꿈을 향해가는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살며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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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상 - 일상을 뒤집는 빛과 춤의 다큐멘터리
이준희 지음 / 스미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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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무용을 담은 사진이 들려주는 생각(사상思想)을 떠오르며 넘긴 사진 작품집 춤추는 사상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제목에 보이는 사상沙上은 부산시 사상구를 뜻한다. 《춤추는 사상》은 실용 음악을 전공하고 그길에서 실패를 맛보고 이제 사진 작가의 길을 걷고있는 소셜 포터그래퍼 이준희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다. 도톡한 이력의 작가는 부산시 사상구청과 '춤추는 사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진에 사상구의 일상을 담고 그속에 사회적 메세지를 표현하고 있다.


공간의 가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공간을 다양한 빛(조명)을 이용해서 낯설게 만들고 있다. 그 낯섦은 새로움으로, 신선함으로 이어져 재미와 흥미를 끌어올려준다. 렌즈나 빛을 이용한 낯섦을 생경함으로 이어지게해 이 책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이발소와 세탁소 또 버스를 담은 프레임에 이발사나 버스 기사와 함께 너무나 낯선, 생경한 무언가가 사진에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동작이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고 있다.


p.97. 감성과 현실을 모두 치열하게 다룰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예술로 귀결된다.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은 결국 하게 된다.


《춤 추는 사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읽으며 사상구의 정체된듯한 삶의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실어넣어준 작가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게 된다. 정체된 지역을 춤 추게하고 싶은 작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얻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고마웠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도시의 몰락이 예상되는 오늘을 제대로 담은 사진 에세이다. 어떤 메세지를 담고 어떻게 촬영했는지 만나보는 재미는 새로운 유형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난다는 즐거움에 더해져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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