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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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에서 싱글의 일상이라는 키워드를 폭발시켰던 일본의 만화가 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새로운 이야기 <걱정 마, 잘될 거야>를 만나보았다. 이번 만화에서도 작가는 싱글 직장 여성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싱글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색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데 그녀들의 이름이 모두 마리코라는 것이다. 이름이 같다는 설정부터 너무나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그녀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2년 차 직장인 오카자키 마리코24의 직장 여성으로 20대를 대표한다. 일에 익숙하지 않고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직장 초년병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20대의 마리코는 새로운 구와타 부장님을 부장이라는 직함보다는 여성으로 대하는 이들을 싫어한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그런 그녀가 30대의 마리코와 40대의 마리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12년 차 직장인 야베 마리코34의 직장 여성으로 30대를 대표한다. 직장에서의 업무는 잘 해내지만 직장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조금씩 불안해한다. 20대의 마리코를 부러워하며 40대의 마리코를 안쓰럽게 생각한다. 물론 그런 40대가 곧 자신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함께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아직은 여성으로서 다른 부서의 회식에 초대되는 자신을 40대의 마리코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30대 직장 여성들의 고민을 대신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만화가 주는 흥미로움 중에 하나이다.

 

20년 차 직장인 나가사와 마리코42의 직장 여성으로 40대를 대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직장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베테랑이지만 그 자리가 주는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며 버티고 있다. 직장을 20년 정도 다니다 보면 입사초기 20대 초반의 열정은 서랍 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만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그리 필요하지 않은 열정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대의 마리코는 30대의 마리코에게 "산들바람 정도는 계속 불어오면서 공기는 바뀐다."라며 답답한 회사의 변화를 아직도 바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화의 주인공들은 직장 여성들이지만 성별을 떠나서 직장인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재미난 에피소드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적인 대우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직장인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남자 친구나 남편에게 선물한다면 직장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어려움들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의 마리코는 애써 올라간 산 너머의 경치는 밋밋한 평지였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 장면은 회사 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에도 만날 수 있는 장면 같았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우리들에게 가끔은 쉬여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듯한 따뜻한 그림들이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세 명의 마리코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그녀들의 저녁 식사에 함께 해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행운을 잡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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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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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 번째 여왕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1권 백 번째 여왕을 시작으로 2권 불의 여왕, 3권 악의 여왕 그리고 4권 전사의 여왕에서 모든 이야기는 끝맺음 하게 된다. 미국 아마존 로맨스 판타지 분야 1, 카카오페이지 문학 분야 1위를 차지할 만큼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밀리 킹백 번째 여왕 시리즈의 완결판은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어서 그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지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게 된 부타라는 종족도 신비했는데 이제 이야기는 지하세계로 향한다. 물론 지하세계로 향하는 이는 우리의 여왕칼린다이다. 지하세계로 간 그녀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늘 느끼던 것이지만 이 시리즈의 장점은 시리즈중에 한 권만 읽어도 재미난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만날 수 있다. 1<백 번째 여왕>을 읽어도, 4<전사의 여왕>을 읽어도 그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2<불의 여왕>을 읽어도, 3<악의 여왕>을 읽어도 나머지 세 권을 만나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버너 칼린다의 불꽃을 맞은 것처럼 마지막 한 권까지 읽고 싶다는 열정이 가슴속에서 마구 샘솟는다. 그러니 피할 수 없는 열정을 위해 1<백 번째 여왕>부터 만나보기를 바란다.

 

P.43. “내게로 오라.” 뚜렷한 여자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내게로 오지 않으면 네 사랑은 내 것이 된다.”

 

P.120. 하지만 공포는 쓸모가 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 장소에 대한 공포에 둔감해지는 순간, 나는 저승의 소유물이 된다.

 

4<전사의 여왕>의 배경은 제우스의 영역에서 하데스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선의 승리를 예견할 수 있었던 밝음의 영역에서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는 어둠의 영역으로 이야기의 배경은 바뀐다. 단테의 신곡에서 볼 수 있었던 연옥을 연상케하는 지하세계로의 안내는 베르길리우스보다 더 듬직한 불의 신 엔릴이 맡는다. 그런데 이 신이라는 작자가 시작부터 칼린다에게 작업을 건다.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븐이 보이지도 않고 칼린다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목소리를 지하세계에서 다시 듣게 된다. 칼린다의 사랑을 위협하던 그 음성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불의 신 엔릴은 왜 자꾸 친한 척일까?

 

데븐과 칼린다가 지하세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갈 때 지상에서는 아스윈 왕자와 가미 공주가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에 아스윈 왕자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지휘관 로케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로케쉬에 배후에는 있는 이는 누구일까? 큰 홍역을 치루고도 다시 지하세계와 손을 잡는 우를 범한 이는 또 누구일까?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순간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까닭에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 가 없었다. 칼린다의 흥미로운 지하세계로의 여정을 함께 하고 싶다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책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꼭.

 

P.159. 달달한 설탕이 녹아내리자 가운데에 숨어 있던 시나몬의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사람도 이런 걸까? 달콤한 순수함으로 시작하지만, 세상에 닳고 닳아 마지막은 독한 본성만 남는 것일까?

 

P.196. “천국은 각자의 마음속 소원을 비추는 거울이란다.”

 

P.419.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함께했다, 칼라. 그보다 행복한 순간을 바라는 것은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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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마노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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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8. 청소년기의 한 시간은 노년의 한 시간과 다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준비해야 하기에 청소년의 한 시간은 노년의 백 시간, 천 시간과 맞먹는다.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까칠한 재석이시리즈 벌써 탄생 1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은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이다. 우정과 의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인공 황재석은 문제아라는 과거를 던져버리고 작가를 꿈꾸는 에너지 넘치는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이번에도 이야기를 맛깔나게 해주고 있다. 재치있는 카메라맨 민성이와 엄청난 미인 보담이 그리고 향금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이야기는 또 어떤 맛일지 너무나 기대되었다.

P.162. 이 세상에 없는 게 세 가지가 있다. 아니, 네 가지가 있지. 공짜가 없고, 불가능이 없고, 포기가 없다. 그리고 쉬운 일이 없지.

이야기의 시작은 고정욱 작가의 깜짝 출연으로 시작된다. 재석이의 학교에 강연을 왔던 고청강 작가에게서 재석의 작품을 평가해준 편지가 도착하는 데 그 편지의 싸인에 버젖이 고정욱 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영화로 말하면 감독의 까메오 출연일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서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그렇게 가까이 들어온 작가를 통해서 재석은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간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재석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함께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에서 작가는 보담이 동생 은미를 통해서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을 재석의 친구 게임천재 재현을 통해서 깨뜨려주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게임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작가의 의도는 정확하게 그리고 너무나 쉽고 흥미롭게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게임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듯했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매력 중에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 아빠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이 되어주는 고마운 시리즈이다.

 

아이들의 히어로 재석이는 다시 한번 싸움꾼이 된다. 물론 이번에도 정의로운 일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앞장서서 게임회사 앞에 나선다. 재석이와 그의 친구들이 게임회사 앞에 나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거대한 회사와의 싸움에서 재석이와 친구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법에서 말하는 정의와 우리 마음속 온정에서 나오는 정의의 온도 차는 상당히 크다. 그리고 그 큰 차이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아이들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매력 중에 하나다.

 

우리 사회의 약자로서의 경험을 많이 했을 작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고정욱 작가의 작품은 늘 아름답다. 글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마음이 아름답다. 아이들을 위하는, 정의를 위하는 그리고 올바른 세상을 위하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번 작품<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에서도 작가의 아름다운 마음은 고스란히 재석이가 표현하고 있다.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지는 까닭은 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맑은 영혼을 빨리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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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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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9. 문명은 모래 늪과도 같다. 벗어나려 애를 쓸수록 더 깊이 빨아들여 규칙과 규제로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실험복을 입은 알랭 드 보통이라 표현했다는 색다른 이력을 가진 딜런 에번스<유토피아 실험>을 만나본다. 철학에서 말하는 유토피아를 과학적으로 실험한다는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모든 것(, 직장 등)을 포기하고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유토피아라는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고 활동했던 일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그리고 기후 변화 등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인류의 멸망을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한 과학자의 실험정신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 실험이라는 것이 문명이 만들어낸 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이후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저자 자신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왜 집까지 팔아가며 18개월까지라는 시한부 실험에 자신의 경력까지 내팽개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 인류의 멸망이 닥친 것도 아닌데 실험이 끝난 후의 일은 생각지 않았다는 점이 철학에 과학까지 공부해서 지성으로 뭉쳐졌을 것 같은 저자에게 의아심을 품게 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모집한 지원자들과 함께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삶이 너무나 솔직하게 담백한 글로 표현되어있다. 과학자가 쓴 글이 아니라 철학자가 쓴 글에 더 가깝다. 저자가 철학을 전공한 까닭도 있겠지만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삶의 지혜와 깊이 있는 생각이 담겨있어서 그런 듯하다.

P.178. 오븐을 예열하는 일에 몽땅 시간을 쏟지 않았다면 내 두뇌는 더 재밌는 생각을 하고 더 재밌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P.207. 그러니 종말이 임박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대비하려고 애쓰지 말고 재난이 닥쳤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운에 맡기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아름답고 공기 좋은 농촌도 외갓집에 갔을 때나 좋은 것이다. 직접 그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프라이버시는 가볍게 무시되는 무신경과 경험해 보지 못했던 노동량에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경험한 생활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힘든 시간들을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버텨나갈까? 아마도 그런 과정을 지켜보고 연구하는 것이 저자가 생각했던 실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 재산을 투자해서 시작했던 자급자족 공동체생활은 많은 문제점들을 돌출하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18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한 실험이었지만 그 기간을 채우기도 벅차 보였다. 여기에 이 책의 재미가 있다. 무엇 때문에 너무나 흥미로운 실험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험에 다다르게 된 걸까?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인류 문명의 멸망이라는 주제로 한 책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이 사라진 후의 세상을 긍정적인 유토피아로 그린 윌리엄 모리스의 유토피아에서 온 소식을 비롯해서 디스토피아로 그린 매카시의 로드등 많은 흥미로운 작품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심리학 이론들도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서 과학적인 실험을 찾는다면 이 책의 등장하는 누구처럼 실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류 문명의 멸망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찾는다면 정말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픈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자꾸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띠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가 솔직한 마음으로 자신을 전달한 데서 느껴지는 깊은 공감이 아닐까 싶다. 공감력 100%의 순도 높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지금 바로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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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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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은 많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것이다. 여행이 주는 설렘은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움과 그곳에서 만든 추억이 주는 즐거움에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추억을 만드는 길은 다양하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혼자 떠나 외로움을 즐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행복한 삶의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삶의 거름을 찾아 떠난 심상치 않은 부부가 만들어낸 재미난 여행이야기를 만나본다.

<느리게 천천히 가 도 괜찮아>가 들려줄 여행이야기의 주인공은 부부다. 9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것도 색다른데 둘의 국적이 다르다는 것은 색다름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색다름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대만을 걸어서 일주한다는 것이다. 대만을 서쪽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한 바퀴 도는 도보여행인 것이다. 그들이 걷는 거리가 무려 1100Km가 넘는다. 요즘 예능 방송에 등장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 정도이니 걷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여행이다. 그런데 저자 박건우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만 도보 일주 여행을 하기 7주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이들이 걷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왜 걷는 것일까? 풍족하지 않은 아니 거의 결핍에 가까운 경비로 배부르게 먹지도 못하면서 왜 걷는 것일까? 그 의문의 답은 이 책 속에 있다. 그 해답을 만나는 순간 어디론가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힘들고 또 힘든 도보 여행을 버텨주는 힘은 무엇일까? 밤이면 야영지를 찾아야 하고 나쁜 기상상태는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무엇이 이들이 그 먼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걸까? 그건 아마도 '사랑'의 힘일 것이다. 여행에 대한 사랑이 궁핍한 경비로도 길을 떠나게 하는 열정을 만들어낸듯하고, 거기에 나이 차이, 국적 정도는 가볍게 초월해버린 부부의 사랑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길에 만난 수많은 사랑이 이들의 발바닥 물집을 치유해주며 여행의 끝에 도달하게 해준듯하다. 처음 보는 이들을 자신들의 집에서 재워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대만인들의 친절함이 다소 어색하기까지 하다. 동네 사랑방 같은 지방 파출소의 모습은 더 낯설었다. 어색하고 낯선 상황들을 만들어낸 대만인들의 사랑이, 대만인들의 배려가 이들의 도보여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 같다.

이 책에는 참 많은 사진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에서 보여주는 관광명소나 이국적인 음식 사진이 아니다.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사진이다. 많은 사랑 사진이다. 저자는 그런 사랑을 [구호물자 수령]으로 표현하며 받은 횟수를 보여준다. 타이페이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길에서 받은 사랑의 횟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68일의 도보여행 기간 중 숙박비 지출이 없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결핍에 가까운 도보 여행에서 그들이 들려준 것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감사한 사랑도 함께 보여준다. 글로벌 거지 부부가 들려준 따뜻한 여행이야기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사랑 이야기로 들린다.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재미난 사랑여행 에세이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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