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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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은 많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것이다. 여행이 주는 설렘은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움과 그곳에서 만든 추억이 주는 즐거움에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추억을 만드는 길은 다양하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혼자 떠나 외로움을 즐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행복한 삶의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삶의 거름을 찾아 떠난 심상치 않은 부부가 만들어낸 재미난 여행이야기를 만나본다.

<느리게 천천히 가 도 괜찮아>가 들려줄 여행이야기의 주인공은 부부다. 9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것도 색다른데 둘의 국적이 다르다는 것은 색다름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색다름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대만을 걸어서 일주한다는 것이다. 대만을 서쪽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한 바퀴 도는 도보여행인 것이다. 그들이 걷는 거리가 무려 1100Km가 넘는다. 요즘 예능 방송에 등장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 정도이니 걷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여행이다. 그런데 저자 박건우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만 도보 일주 여행을 하기 7주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이들이 걷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왜 걷는 것일까? 풍족하지 않은 아니 거의 결핍에 가까운 경비로 배부르게 먹지도 못하면서 왜 걷는 것일까? 그 의문의 답은 이 책 속에 있다. 그 해답을 만나는 순간 어디론가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힘들고 또 힘든 도보 여행을 버텨주는 힘은 무엇일까? 밤이면 야영지를 찾아야 하고 나쁜 기상상태는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무엇이 이들이 그 먼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걸까? 그건 아마도 '사랑'의 힘일 것이다. 여행에 대한 사랑이 궁핍한 경비로도 길을 떠나게 하는 열정을 만들어낸듯하고, 거기에 나이 차이, 국적 정도는 가볍게 초월해버린 부부의 사랑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길에 만난 수많은 사랑이 이들의 발바닥 물집을 치유해주며 여행의 끝에 도달하게 해준듯하다. 처음 보는 이들을 자신들의 집에서 재워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대만인들의 친절함이 다소 어색하기까지 하다. 동네 사랑방 같은 지방 파출소의 모습은 더 낯설었다. 어색하고 낯선 상황들을 만들어낸 대만인들의 사랑이, 대만인들의 배려가 이들의 도보여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 같다.

이 책에는 참 많은 사진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에서 보여주는 관광명소나 이국적인 음식 사진이 아니다.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사진이다. 많은 사랑 사진이다. 저자는 그런 사랑을 [구호물자 수령]으로 표현하며 받은 횟수를 보여준다. 타이페이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길에서 받은 사랑의 횟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68일의 도보여행 기간 중 숙박비 지출이 없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결핍에 가까운 도보 여행에서 그들이 들려준 것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감사한 사랑도 함께 보여준다. 글로벌 거지 부부가 들려준 따뜻한 여행이야기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사랑 이야기로 들린다.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재미난 사랑여행 에세이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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