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 - 전3권 - 참된의료개혁을 위한 보고서
황종국 지음 / 생명광장 (우리문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황종국, <의사가 못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 1, 2, 3, 우리문화, 2005.
지난 주, 심하게 앓았다. 요새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열대야가 여전히 기승을 부러던 그 때, 나는 방문을 닫고 이불을 쓰고 눠있어야만 했다. 몸은 떨렸으며, 머리는 지끈지끈 거리는 게 정말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열을 재어보면 그리 높지도 않은데, 왜 그리도 통증은 심했는지...
아프기 바로 전에 다녀온 신당 기행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 내가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신당을 찾아다니다가 그만 잡귀에 씌운 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 꼭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빠지지 않는 요가까지 하루 빼먹은 것만 봐도 그 때 나의 증상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몸 속에 들어온 균이 있으면 그것이 소멸될 때까지 열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사그러들지 않는 두통 때문에 정말 환장할 지경이 되었다. 머리가 아프니 책도 볼 수 없고 그냥 멍 하니 머리만 쥐어잡고, 견딜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두통이 빠진 건 3일째 밤이었다. 그날 역시 잠을 제대로 못이루며 끙끙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소변을 보고 싶어 화장실에 갔다가, 급한데, 이거라도 먹어보자 하고는 나오는 소변을 받아 마셨다. 전에 들었던, 그리고 약 1개월 간 실천해 보았던 소위 '요로법'이다. 근데 말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소변을 마시고 와서 드러누었더니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졌다. 그리곤 나머지 밤을 편안히 잤다.
머리 아픈 게 빠지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이나 한 권 봐야겠다 싶었는데, 전공 책은 아예 보기도 싫고, 아차, 그래 예전에 사 두었던 황종국 판사의 책을 읽어야지 싶었다. 잡자마자 진도가 획획 나갔다. 아픈 와중임에도 첫 날 1권을, 둘째날 2권을, 그리고 3권은 몸이 좀 나은 뒤라 이것저것 같이하면서 며칠에 걸쳐서 읽었다.
황종국, 내가 그의 이름을 접한 건 10년도 넘은 것 같다. 당시 월간 <말>에 그가 쓴 글이 실려있었던 것 같다. 내용은 현행의료제도가 기존 제도권 의사들만이 의료행위를 독점케 하고 있어 실제 능력있는 민중의들이 현행법에 걸려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 내가 놀랐던 건 그 글의 내용이 아니라 글 쓴 사람의 신분이었다. 현직 판사였던가. 그 때 기억으론 창원지검 검사로 생각했는데, 지금보니까 판사인 것 같다. 그런 법관이 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적극 옹호하는 글을 썼으니까 내가 놀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이번에 읽은 3권의 책은 그 때 읽었던 내용과 기본 맥락이 같다. 다만 좀 더 상세히 소개했을 뿐이다. 얼마전 <녹색평론> 서평란에 양동춘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하셨다. 좋게 평했다. 나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양동춘 선생님의 지적처럼 우리민족의 의학만이 최고는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은 신토불이다. 이건 우리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닐 터이다.
나는 양선생님의 서평을 읽고 황종국 판사가 조금 오버했겠구나 생각했다. 본시 우리 것의 우월함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 이런 오버들을 좀 한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건 조금 오버가 아니었다. 심각했다. 소위 <환단고기>류의 책을 근본에 놓고 모든 논지를 전개하고 있었다. 3권에 민중의학의 근거를 밝혀놓았는데, 그 근거라는 것이 바로 그 <환단고기>류의 극우민족주의적 시각이었다.
아, 이런...... 그것 때문에 1권에 실린, 한국의 민중의술에 대한 신뢰마저 사라질 것 같아 아쉬웠다. 단식, 침,뜸, 부황, 수기요법, 민약법, 자연요법, 물요범, 음양조절법, 이도치병, 마음으로 병 고치기, 심지어 영혼 벽사법에 이르기까지 나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는데, 아 글쎄 그걸 말미에 가서 황당무계한 역사 이야기로 귀결을 맺다니.....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민중의학의 중요성이 사라질 건 아니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민중성을 가지고 있고, 또 그런만큼 가장 겸손한 의술이 민중의술이다. 앞서 내 두통을 치료한 것도 비싼 약이 아니다. 나의 오즘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멀리서 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의료행위를 타인에게 행하면 쇠공랑을 차야한다. 본시 본능적으로 몸은 그 몸을 잘 고칠 곳을 찾아가는 것이지, 어느 대학을 나온 자격증을 찾아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제도권 의술 이외의 것은 모두 돌팔이라고 몰아세우며 단죄하고 있다. 실제 훌륭한 의인들이 징역살이를 몇 번씩이나 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한 황종국은 좋은 사람이다.
그가 중심이 되어 조만간에 집회도 연다고 한다. 의술을 국민에게 돌려 놓으라는 것이다. 그렇다.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무조건 단죄할 것이 아니다.
허락해야 한다. 그 무면허 의료행위가 돌팔이라고 염려된다지만 아픈 사람들은 어디가 진짜 명의인자 알아서 찾아간다. 그러니 허락해야 한다. 기존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탐욕 이외로는 그 불허를 설명할 수 없다. 이제 그만 생명관리권을 의사가 독점하지 말고, 국민 각자에게 돌려주자.
의사 파업기간에가 가장 사망률이 낮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의사들에게만 그 독점권을 주는가.
심하게 아팠던 지난 주, 그런 생각을 하며 황종국을 만났다. 참 더불어 그가 축농증, 비염, 콧뼈 휨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하는데, 귀 밑 오목한 곳에 뜸을 계속 떠서 완치했다고 한다. 나도 그걸 해봐야겠다. 내 코병은 평생 달고 가는 것으로 지금까지 여겨야 할 정도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