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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등산이 내 몸을 살린다
야마모토 마사요시 지음, 선우섭 옮김 / 마운틴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젊어서는 유도를 했다. 잘 나갔다. 메달도 따고. 머리 커져서 공부한다고 운동은 그냥 취미였다. 그러나 그 땐 운동보다도 술, 담배가 더 좋았다. 시대적 아픔을 술과 벗들과 녹이며.
그러다가 결핍을 느끼며, 정화를 느끼며 요가를 시작했다. 나의 경우 반응이 아주 빨랐다. 열흘 만에 댓병 소주가 떨어졌고, 두 갑 담배가 막을 내렸다. 그릭고 한 달이 지나자 8킬로그램이 줄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요가 수련 7년 8개월을 작년에 접었다. 알지 못하는 이상한 증상으로 죽음 가까이 갔다 왔기 때문이다. 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다. 영적 세계와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정말 영적으로 맑은 지도자를 만나서 수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단순 스트레칭은 별 문제가 없지만, 깊이 들어가면서 명상 수행을 잘못하면 다친다.
그래서 다시 즐겁게 축구를 했다. 그러다가 종아리 근육파역 손목 부상으로 지금껏 고생한다.
그래 이젠 과한 운동은 안 돼. 그러고 수영을 했는데, 하체 운동이 아무래도 약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락스 냄새, 피부가 다 망가지는 것 같다.
역시, 산이 좋겠다 싶어 산을 찾았다. 시간이 좀 소요되긴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엔 오름이 많이 간단한 산보 정도의 등산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거다. 이게 내가 함께 할 운동이다 싶었다. 그럴 무렵 신간 안내에서 이 책을 보았다.
좋다.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인데 이론과 실전이 풍부하다. 과학적 분석으로 등산과 인체를 말한다. 이제 갓 시작한 등산으로 무릎이 신통치 않은데, 그 무릎 통증을 줄일 트레이닝도 소개되어 있다. 요통 역시 마찬 가지다. 이때는 전굴, 무릎은 이러저러한 스트레칭이 좋다. 서서 벽에 기대어 다리를 뒤로 접어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제 오름 가면서 해 봤더니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근육통이 등산 때가 아니라 하신 때 일어난다는 것도 주의 깊게 봤다. 사실 이젠 오르는 것보다 내리는 게 힘들다. 근육에,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내리는 방법을 본다.
하지만 후반부의 암벽 등반과 고지 등반에 관한 부분은 접었다. 예전에 책읽기 범생이 강박이 있어서 무족건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지만 이제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다. 굳이 지금 내가 암벽이나 고지를 갈 게 아니라면 그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읽고 아니면 그만이다.
이제 꾸준히 다니자. 등산은 격하지 않고 느긋하면서도 끈기 있게 하는 운동이다. 그뿐이겠는가. 맑은 공기, 그리고 쉼, 사색이 함께 하기에, 굳이 저자가 애써 설명한 과학적 운동 방법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산, 그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