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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손철주,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의 나무, 2006.

 

아마 인터넷 서점에서 반값으로 할인하니까 샀던 것 같다. 근데 사고 놓고 보니 예전에 이 책을 사서 책장에 모셔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한심한.... 나의 책 사치 때문에 바보짓 한 것이다. 그저 싼 책 있으면 질러대는.

허영심이다. 이 책 저 책 읽으려 하고. 전공도 아니고, 마음을 맑게 하는 책도 아닌 것 같은데, 그저 교양 쌓는다는 명분으로 미술 영역까지 도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참담하다. 글쓴 사람 손철주의 글이야 워낙 미문이고 멋스럽지만 내가 도저히 따라가질 못한다. 그러니 참담할 수밖에. 나의 허영심이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손철주. 학고재 서적 주인이다. 이름은 들어봤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한겨레>에 칼럼을 쓴다. 글을 보니, 정말 글쟁이다. 맛이 듬뿍 들어간 글을 쓴다. 절박하게 사회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놀고 있다고 하겠지만, 삶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면 손철주의 글에 금새 반할 것이다.

내 경우는 솔직히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약간의 거리감은 있다. 그러나 내가 갖지 못한 그 멋스럼 때문에 괜히 주눅들기도 하고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는 처지라 즐겨 본다. 편치 않은 마음에서.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 바라볼 때의 그 심정 말이다.

 

그러다가 칼럼 말고 한 권의 저서로 본 게 이 책이다. 서문이 마음에 들었다.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란다. 그러니 전공자가 아니라도 좋겠다는 말이라 마음이 놓였다. 게다가 "입다문 그림을 입 떼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한다. 표현 좋다. 이걸 그대로 내 전공에 갖다 붙이면 '과거는 말이 없다. 다만 역사가가 그 과거로 하여금 입을 떼게 한다'라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서문 말미에 '대설이 갈짓자로 내리는 날'이라는 표현도 멋있다. 이런 한심하게도 비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이렇게 좋아한다.

 

근데, 문제는 본문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이 양반 글이 고전에서 현대미술까지, 동양에서 서양까지 종횡무진이다. 그러면서 본격적 미술 비평도 아님에도 나를 현란하게 만든다. 어렵다. 그저 그런 내용이 있겠구나 하고 대충 이해하면서도 사실 뭔 말인지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남의 영역에 들어오니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뭐 평소에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애당초 무리였다.

그래도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는 써 먹기 좋은 지식이기도 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는 성삼문, 박팽년, 정인지 등 20여 명의 이름이 올라 있는데, 본시 그 의도가 안견과 안평대군과의 도타운 관계에 힘입어 한 몫 끼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되어 세조가 권력을 잡음으로 해서 이 그림에 이름이 올랐던 이들은 모두 작살났다고 한다. 그 명단이 오히려 살생부가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재미 있었으나 그 나머지는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옛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던져주지 마라" 난 돼지다. 최소한 이 영역에서는. 그리고 이 책은 진주다. 그러니 난 애당초 이 책을 잡지 말았어야 한다. 괜히 이 좋은 책을 욕보게만 했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표현 몇 개만 옮기고 글을 마치련다.

 

"손끝의 재주가 아니라 정신의 깊이에서 탄생된다. 장인의 현란한 기교가 행세하는 세상, 정신의 고매함이 밴 수묵화가 그늘진 외지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상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내가 이런 표현에 공감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말이지 현란한 기교도 못되는 돈 주고 산 어설픈 '쯩' 하나 가지고 행세하는 세상이라 더더욱 본질적 가치가 그립기만 하다.

 

"전업화가들이 일요화가를 미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아마추어의 여유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하루 그리고 늘 물감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꼴, 그것이 못마땅할 따름이다." 돌아본다. 나를. 나 역시 하루 그리고 늘 물감 냄새 풍기고 다니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성찰의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을 반 값에 산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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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우리 문화 바로 찾기 1
조용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용헌,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생각의 나무, 2002.




요즘들어 부쩍이나 공부하고 싶다. 미친 듯이 읽고, 신들린 듯이 써대고 싶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놀았다. 근데, 그럼에도 집중력은 떨어지고 이것 저것 잡다한 것에 마음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

조용헌, 벌써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그의 강의를 들었다. 그때 들은 강의 이야기가 이번에 읽은 책보다 낫다. 워낙 첫 인상이 그래서 그랬나.
솔직히 이 친구 쓴 글엔 알맹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바람은 잔뜩 들었으나, 가만히 놓고 보면 허상이란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읽었던 <방외지사> 역시, 대중들 흥미거리 이상이지 못했다. 진정한 방외지사는 드러나지 않는 법인데, 얼치기 방외지사들이 그의 책에 포착된 것 같았다. 그 만큼 내공이 깊지 못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지금 시대에는 충분히 뜰 만하다.

그런 그여서 그랬나. <한겨레>에서 소개를 했다. 우리시대 글쟁이로 말이다. 그가 쓴 책들과 함께 지면에 실렸다. 부러웠다. 큰 내공 같지도 않은데, 저 정도라니. 그런 호기심에서 이 책을 샀다. 물론 명리학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 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하고 다니는 외모가 그러하니 사람들이 나보고 '도사'라고 한다. 도사는 무슨. 순 엉터린데. 그 만큼 사람들은 겉을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사기치기가 쉬운지도 모르겠다. 내친 김에 완전히 도사 흉내 내면서 교주 행세나 해 봐?

말이 그렇고. 어쨌든 나는 그의 수준을 그리 높게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리학에 대해선 한 번 보고 싶었다. 예전에 그의 강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동양적 가치관에서의 3재, 즉 천, 지. 인. 거기서 요즘, 지와 인은 시민권을 제법 얻었다. 인은 한의학으로, 지는 풍수지리로, 하지만 천은 역시 황당한 이야기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명리학이 바로 그것인데, 소위 말하는 '천기'다. 그 천기는 여전히 신비롭게 혹은 황당하게, 비과학적으로 여겨지기에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이 분야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긴 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또 다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그 투자에 합당한 나름의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모를까. 심심풀이로 시간 죽이기는 아깝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꾸 고개가 돌려진다.
이 무렵 <한겨레 출판>에서 작년에 낸 관련 책 광고를 보았다. 많이 끌린다. 하지만 아직 저지르진 않았다.
아, 나의 오지랖이여. 그만 좀 벌려야 할 텐데. 이러다가 또 다시 허우적 거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이 동네도 보고 싶긴 하다. 특히 <주역>은 너무도 어렵다는데, 그러니 뻔히 헤맬 게 분명한데도, 왜 이러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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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일기
목수 김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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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진송, <목수 일기>, 웅진닷컴, 2001.




부럽다. 그의 감각을 알기에 그림만으로도 얻을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책을 구입했는데, 얻는 기쁨보다 부러움과 기죽음으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김진송, 그의 책을 여럿 봤다. 스스로를 목수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목수가 아니다. 우선 그는 목수 이전에 인텔리다. 저자 소개에 어느 학교를 나왔다고 밝히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글을 보면 공부가 보통은 아니다. 하긴 미술, 문화 평론가라는 소개만 보아도 단순한 글쟁이나 목수가 아님은 쉬 알 수 있다. 국민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근현대 미술사와 문화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미술평론, 전시기획, 출판기획 등 다양한 일을 했다고 하며 저서도 적지가 않다.
그런 그가 목수 일을 한다. 그 과정을 책으로 낸 것이다. 나이 마흔에 시작했다는데 사실 보니까 집에서 어릴 적부터 해 본 솜씨다. 글보다 목수 솜씨가 더 뛰어나면 뛰어나지 못하지 않다. 그렇다고 글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의 현대문화 비평엔 내가 혀를 내둘렀던 경험이 있을 정도이니까.

그러니 내가 기죽을 수밖에. 그의 붓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데, 게다가 나무 다루는 솜씨라니, 더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그가 만든 목공예품의 사진들이 간간히 소개되고 그 작품을 만들면서 써두었던 일기들을 붙여 달았다. 문화 현상에 대한 평론적인 일기인 셈이니 만만히 읽혀지는 건 아니다. 글도 그렇지만, 그의 목공 작품들이 일품이다.

나도 저런 걸 만들 수 있을까. 못할 것은 없겠지만 우선은 작업실과 작업도구가 문제다. 물론 그의 감각은 영원히 못 따라가겠지만 그가 만든 것을 모델로 베끼기만 해도 작품이겠다 싶다.

암튼 책을 읽으며 앞으로 목공 작업을 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옮긴다. 우선 산책을 할 때는 항상 톱과 손도끼를 들고 다닌다는 점이다. 차 트렁크에는 그보다 더한 작업 도구들이 있겠지. 차근차근 갖추고 다녀야겠다.

그 스스로를 규정하는 글이 재미있다.
"일상 속의 간단한 쓰임새조차도 산업적인 생산구조에 기대야 하는 삶에서 조금만 그럴듯한 걸 만들면 창작이니 예술이니 이름 붙이고, 그걸 업으로 삼으려면 직업적인 장이가 되어버리니, 그 한가운데 있으려면 나 같은 얼치기 목수가 제격이 아닌가 싶다."
그럼 나는? 하긴 나야 목수가 아니니까. 그냥 나무 만지는 걸 배우고 싶은 사람에 불과하니까.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몇 가지 재주가 필요하다고 한다.
"먼저 형태에 대한 관찰력. 방금 본 물건도 그대로 옮겨내지 못하는 것은 형태를 관찰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형태에 대한 기억과 관찰은 거리, 깊이, 무게, 모양, 색채에 대한 공간 지각력을 바탕으로 하니, 그게 부족하면 그리기와 만들기 같은 재현은 매우 어렵다. 여기에 상상력이 보태어지지 않으면 또 재현은 불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하는 상상력이 없으면 그림은 단지 사진처럼 단순한 모사에 머무른다.
이 두 가지가 있은 다음에야 이른바 손재주가 필요하다. 그러나 손재주는 대개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반복과 연습을 통해 익힌 기술이 때로는 공간 지각력과 상상력을 높일 수 있으니, 역시 손과 머리는 따로 떨어진 게 아니다."
결국 생각하고 관찰하고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것이겠다.

'목수와 먹물'이라는 꼭지의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식인이라면 무불통지의 깊이를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데 사회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균형 잡힌 시각이 있어야 하며, 문화적 현상과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하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논리와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판단의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목수는 연장을 능숙히 다루는 기술, 나무에 대한 풍부한 지식, 물건의 기능과 꼴에 대한 미학적 기준과 판단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힘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렇게 말해 놓고 자신은 목수가 되기에도 부족한 사람이라 겸손을 떤다.
암튼 그건 중요치 않고, 그가 말하는 목수가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결론은 그저 열심히 하자 뿐이다. 얼치기다. 나는.

농촌과 전원과 자연을 보는 그의 눈 역시 날카롭다. 흔히 웰빙 바람의 전원주택에 대한 비판이다. 농촌적 시스템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가상적 공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도시적 모더니티의 실패를 전원이 보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생태적 가치, 거기에다가 한국현대사의 모순이 집중된 지점으로서 농촌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념의 장난일 뿐이다.

그의 직업적 고민이 담긴 글 한 구절.
"따지고 보면 목수가 되려 한 것은 생계의 문제이기 이전에 품성 탓이다. 거친 품성은 도끼질하기에 알맞고 공격적인 성향은 연장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조급한 성격으로는 물건을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며, 남들과 더불어 일하지 못하니 혼자 하는 일이 제격이다. 반복적인 일을 끔찍이 싫어하니 늘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다. 어쨌거나 나는 여기서 다른 것보다 그가 만든 작품을 보면서 나름의 디자인 구상만 잘 해도 본전은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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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유홍준 외 / 학고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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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엮음, <금강산>, 학고재, 1998.




중국 문인들 가운데 '금강산이 있는 고려국에 태어나고 싶다'라고 노래한 가십이 종종 등장했다고 한다. 1894년부터 4차례 11개월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고 글을 남긴 영국의 작가이자 지리학자였던 이시벨라 버드 비숍마저도 "확실히 일본에서, 심지어 중국에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래서인가 신라 최치원 이래 고려, 조선, 그리고 근현대에 걸쳐 금강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그들이 남긴 글과 그림도 많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낼 순 없었나 보다. 書不盡畵不得. 글로도 다할 수 없었고 그림으로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 복잡한 심사 때문인가 금강산이 그저 그렇게 다가왔을 뿐이다.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나, 아니면 금강산을 살짝 맛만 보았기 때문일까. 그냥 '괜찮은데' 이상은 아니었다. 19세기 <동행산수기>를 남긴 이상수는 "마음의 감동이 없는 자는 보는 바가 출중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그의 가슴 속이 옻칠한 듯이 캄캄한 때문일 것이다"라고 했다.
곰공히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내 마음이 캄캄해서 그렇다. 그 아름답다는 금강산에 돈으로 떡칠이 되어가면서 그 맑은 기운도, 그 곱던 마음도 모두 돈에 환장한 모습처럼 변하고 있는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미 금강산도 예전의 금강산 같지가 않다. 죽어 박제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런 나의 평가는 시대의 산물이겠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기행문엔 어떻게든 불교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역시 시대의 산물일 게다. 그렇게 본다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금강산은 그냥 말 없이 앉아 있는데, 인간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은 금강산에 대한 기초적 상식을 적는다. 풍악산이라고 많이 불렸는데 가을 단풍을 강조하며 형상에 중심을 둔 이름이다. 특히 유학자들이 불교적 명칭인 금강산을 애써 무시하면서 강조했던 이름이다.
봉래산은 신선 사상의 발로다. 여기서 금강산 사람 양사언을 빼고 갈 순 없겠다. 16세기 인물로 자신의 호를 봉래라고 지었을 정도로 금강산을 사랑했던 인물이다. 개골산은 산 전체가 바위산으로 되어 있어 그렇게 이름 붙은 것이다.
금강산이라는 이름은 <화엄경>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4대 사찰은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 신계사를 일컫는다. 여기서 유점사는 53불 동해 전래설과 관련이 있다. 커다란 쇠종을 타고 53불이 동해로 들어와 유점사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신라 남해왕 때의 일이라고 하니, 불교의 공식 전파보다 아주 이르다. 가야 허황옥 전설이나, 제주 영실 발타라 존자 전설과도 맥이 비슷하다. 이 53불은 본래 그 곳에 있던 9룡을 내쫓는다. 내쫓긴 아홉 용이 자리 잡은 곳이 구룡폭포라고 한다.
장안사는 고려 때 기황후가 중창불사를 적극 지원했다는 절이다. 제주 원당사가 떠오른다. 비슷한 모티브로 연결된다.

이 책은 금강산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잘 마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홍준이 전체를 개괄했고 뒤에는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누어 현재 답사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그리곤 옛 문헌 속의 금강산을 소개했으며 마지막엔 논문 두 편을 붙였다. 금강산을 다룬 문학과 미술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 만큼 앞 부분은 실용적으로 읽었고, 뒷 부분은 공부 재미로 읽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조선 성리학자들의 의도적인 불교 폄훼 발언들이었다. 또한 도교적 심취에도 빠지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산수를 보는 것은 좋으나 그 산수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비숍은 금강산 승려들의 학식 낮음을 말하면서도 "그 꼴꼴난 공자의 후예들이 가진 교만함과 거만함, 오만방자함이나 자만심과 아주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며 승려들의 비교 우위를 말했다. 동감이다.
청음 김상헌의 증손자인 17세기 사람 김창협의 <동유기>에서도 그가 만난 금강산 승려가 "오직 맑은 물 한 주전자와 솔잎 가루 한 주머니"로 살아가고 있더라며 그 공력을 높이 사기도 했다. 하긴 서쪽에서 금강산으로 처음 들어가는 고개 이름이 '단발령' 즉 들어가면 머리깎게 된다는 산의 입구 고개라는 데 더 말해 무엇하리.

근데 그렇게 고승을 높이 평가한 김창협도 금강산 기행을 할 때는 스님들이 멘 가마를 타고 등산을 했던 모양이다. "산세가 점점 가파르고 길이 또 미끄러워 남여를 메고 가는 중이 열 보에 한 번씩은 미끄러지므로"

과연 조선은 성리학 양반들의 세상이었다. 괴씸한 건지, 한심한 건지, 그런 좋은 산에 가서 가마를 타고 다녔으니. 물론 시대의 한계 때문이긴 하겠다. 그래도 지금 내가 보니 가엾다. 가마를 멘 승려보다 거기에 탄 양반 사대부가.

글 마치기 전에 그냥 눈에 들어왔던 표현 둘 만 옮긴다.

"더불어 술을 마시며 이별을 아꼈다." 17세기 김창협의 <동유기> 중에서

"구름이 실오리처럼 난간과 살창 사이를 날고 있었다."17세기 이만부의 <금강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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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으로 성공하기
김창범 지음 / 전우문화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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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펜션으로 성공하기>, 전우문화사. 2003.





제목부터가 노골적이다. 그래 나 돈 좀 벌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구입했다. 사실 구입은 오래 전에 했다. 몇 년 전부터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책을 모았다. 그러다가 이제야 읽는다. 이제 작게나마 이 일을 시작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과는 달리 책이 차분하다. 단순히 돈 잘벌자는 경영서가 아니다. 펜션은 문화사업이며 가치창출 행위라는 개념규정부터가 그렇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자신이 평생의 일로 삼을만한가. 일단 그게 관건이란다. 이 점에서 나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내가 책을 보고 글을 쓰기 위해서 마련하는 현실적인 호구대책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 벌이만을 생각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향기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의 문화 나누기. 이것 역시 하고 싶은 일이다. 물론 번잡한 만남은 싫다. 에너지만을 빼앗기고 탁해질 뿐이다. 그러나 진정 사회를 고민하고 생태주의를 꿈꾸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면 좋은 일이겠다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영 노하우의 핵심은 테마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건 우리도 역시 생각한 바다. 그리고 그 테마 때문에 문화 사업이고, 평생 사업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테마를 이용해서 이벤트를 자주 가지라고 한다. 이 역시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가 말하는 영원한 테마는 건강과 자연과 안식이란다. 맞는 말이다. 거기에 나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도 곁들일 수 있다. 아니면 차를 재배새서 직접 차를 뽑는 것도 좋겠다. 천연염색도, 물론 아직은 관념이다. 그 일에 직접 투여되는 노동을 생각하면 그리 쉬운 일만도 아니겠다. 그래도 그게 나이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기쁜 일이 아닐까. 소박하고 단순하게. 데이비스 소로나 니어링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아직은 관념이다.

그 다음 강조한 건 마케팅과 고객관리다. 이게 중요한데 사실은 자신이 없다. 성격 때문이다. 일단 책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우리 '바다를 본' 식구들에게 한 번 브리핑이라도 해야할 내용이라서 그렇다.
1. 텔레마케팅을 위한 전화일지: 손님이 펜션을 떠난뒤 하루 지나서 전화할 것-즐거운 시간을 가졌는지, 귀갓길은 편안했는지, 다시 한번 들려주시면 더 즐겁게 모시겠다. 좋은 일 있으면 또 전화드리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앞으로 있을 통화에 대한 여지를 만들어 두는 것.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선생님과 같은 좋은 분이 있으면 꼭 모시고 싶습니다. 소개나 추천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이메일은 반드시 즉시 응답하도록, 이건 홈피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고, 누군가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3. 주말보다 주중 고객을 잡아라: 점심식사, 모임 장소로 적극 활용을, 가족행사 유치도 좋다. 빔과 노트북도 있으면 좋고-연수나 세미나 장소로 쓸 수 있다.
4. 고객 사진 자료 축적도 필요.
5. 인내심: 한발짝 물러나 음미하고 소화하여 대응-화내지 말것. 물론 그렇다고 하여 운영자의 원칙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6. 팬션의 테마로 서비스를 철저히
7. 객실마다의 체크리스트 만들어 항상 점검-집기, 비품 준비여부, 고객 요구사항 접수
8. 화장실은 반드시 두번 청소, 방향제 뿌릴 것.
9. 손님을 맞을 때는 항상 메모장을 지니고 다닐 것
10.돌발사태 대비, 이웃 펜션과 연계 가질 것: 그리고 고객에게는 사과와 함께 다음 이 펜션을 이용할 경우 절반의 값으로 보상해드리겠음을 약속할 것


에구, 대충 정리했는데, 암튼 쉽지는 않겠구나. 그래도 뭐 즐기면서 하지. 즐겁게 살려고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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