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3D The Collection Ⅱ
마리옹 바타유 지음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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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The Collection II

​ABC3D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매력적이고 위트가 넘친다.

-에드 엠벌리

 

 

 

 

 

 

 

 

 

 

점점 문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는 숫자와 알파벳, 자음과 모음의 상관관계를 전혀 알지 못한다.

문자라고 하는 것은 엄마의 해석이지 아이에게는 그저 다 그림이나 기호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만큼 영유아시기에 알파벳과 접속하는게 빠른 곳이 있을까? 일상이 아니라 계획되고, 의도된 만남이다.

의도된 만남을 좀더 재미와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업체별로 내놓은 알파벳의 놀이기구와 교구들은 다양하다.

 

다양함에는 흔한 것도 있고, 그저그런것도 있고, 탄성을 쏟아내는 알파벳도 간혹 만난다. 이건 엄마의 입장이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유독 흥미를 끄는 알파벳은 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호감을 갖는 알파벳은 쉽지 않은데.. 이번에 만났다.

 

<마리옹바타유 ABC 3D>의 감각적인 알파벳 작품이다.

1963년 파리 태생인 '마리옹바타유'는 그래픽디자인 겸 일러스트레이터다.

서명에서 예측하듯 이 작품은 알파벳을 활용한 팝업북이다. 평면적 문자에 입체적인 3D 기법을 적용하였다.

 

펼치는 순간 건축물을 관람하는 착각이 들만큼 26개의 알파벳들은 독특한 끼가 넘친다.

문자로 받아들이기 전, 원형 그대로 전달되는 알파벳의 느낌은 생소하고, 자유로움까지 전이된다.

흑백과 붉은 계열의 색감이 전부이다. 단순한 색감은 치밀한 디자인과 발상의 전환으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문자를 대하듯이 펼쳐서 보기보다는 책을 들고서 상하좌우를 돌려가며 감상해야 제맛이다.

 

알파벳 이라는 선입견으로 어린이용 그림책으로만 간주하다면 착각이다.

보림출판사에서 소장용 그림책 기획시리즈인 The Collection II 로 제작되었다.


문자를 개별적으로 떼어서 자연 그대로 접한다는 것이 쉽지않다. 알파벳을 보면 영어를 생각하고, 영어단어로 연계되는

답답함이 있었다. 예술로서 전개되는 문자와의 접속은 문자가 없던 원시의 시대를 만나는 듯 즐겁다.

원형의 날것과 3D라는 신기법의 조화는 디지털 시대의 세계에서 한발짝 멈춰서서 아날로그와의 교감을 확장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것. 아들과 엄마가 함께 공유해야하는 삶, <마리옹바타유 ABC 3D>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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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he Collection Ⅱ
마리옹 바타유 지음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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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lection II

마리옹 바타유 10

 

 

 

 

 

 

"단순한 오브제가 품고 있는 기발한 즐거움" 

 

 

 

그래픽 디자이너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마리옹 바타유(Marion Bataille)는 이름에서 예측하듯 파리태생이다.

프랑스 작가들은 왜케 상상력이 좋은지? 눈앞에 펼쳐보이는 솜씨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유아용 그림책 인가? 싶다면, 오해 마시라.

보림출판사의 소장용으로 제작하는 The Collection II  기획작품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단순하다 여기는 아라비아숫자 10개. 

마리옹 바타유의 상상력과 단순하지 않은 구조의 변이, 간결하게 조율한 색감은 숫자에 대한 특별함과 신선함을 제공한다.


01인가 싶다가 책장을 넘기면, 10 변이되고, 2가 9가 되고, 3이 8이 되어가는 과정에 숫자의 연동과 마술같은 변신에

몰입하게 된다. 우리는 습관처럼 아이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숫자와의 친밀감을 쌓게한다. "이건 1, 이건 하나"라며..

피보나치가 숫자를 도입한 이후, 아라비아 숫자는 연령과 국적을 넘어 우리생애 동반자이다.


이 작품은 The Collection II 로 기획되었지만, 숫자라는 친밀감과 팝업북이라는 요소는 어린이의 숫자 놀이에 효과적이다.

숫자를 세는 것, 책장을 넘기며 소근육에 힘을 길러주는 것, 공간 변이에 대한 시각적인 인지력, 그리고 엄마와의 소통의

혜택이 함께하니 더 없이 유쾌하다.  특히 흑백의 색감은 촛점책의 효과도 있어 유아에게도 즐거운 유희로 연계 될 것 같다.


사각의 상자안의 숫자들은 철학적 메세지도 담고있다. 숫자의 시작점과 끝점이 동일하다.

01, 10, 9, 8, 7, 6, 5, 4, 3, 2, 1, 10 ... 10, 1, 2, 3, 4, 5, 6, 7, 8, 9, 01 ...  순환의 과정을 반복한다.

지구상의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생성과 소멸을 순환하는 과정처럼 숫자는 끈임없이 변이하고, 연동하여 순환을 이어간다.


단순하나 단순하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아라비아숫자의 유쾌한 반전속에 철학'을 심어둔 마리옹 바티유의 숫자 팝업북은

모든연령에게 숫자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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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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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나라 시리즈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그림책으로 우리전통을 담아내는 보림출판사의 솔거나라 시리즈는 매니아 독자층에 알음알이

지식정보 그림책으로서 명성을 얻고있다.

최근에 발행된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대대로 전수되어 내려온 바느질에 담긴

사연이 정리되어 있다. 슬이에게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체라 친근감이 더한다.

 

 

 

 

 

 

전쟁통에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슬이 할머니는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할머니곁에서 바느질을 배우고, 헤어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도 달래며 살았다.

손녀 슬이에게 바느질을 배우게 된 계기를 전해주며, 할머니는 천 조각 백 개를 이어 만든

조각보에서 삼회장저고리, 아이들 비단 모자 굴레, 두 쪽 자리 병풍, 겨울 외출시 입는 누비옷 까지

상세하게 담아내고있다.

 

가장 큰 특징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한 설명외에 바느질이 다른 다섯 종류의 옷과 병풍등의

바느질 단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랜만에 접하는 감침질, 홈질로 이어지는 조각보의 제작과정은 물론, 돌 무렵부터 씌우는 굴레의

과정은 새발뜨기와 공그르기로 재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바느질을

하나씩 진행하는 과정 중 당시에 쓰였던 바느질 소품들도 접 할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책을 참고함은 물론 전통 한복이나 돌상 관련 블로그도 참고한 흔적을 남겼다.

본인이 직접 화각공예를 배운 것을 보더라도 우리 옛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뜻을 느낄 수 있었다.

잊혀져가거나 혹은 잃어버린 우리 고유의 전통을 그림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이해시키고,

나누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이 참으로 귀하다 여겨진다.

 

 

 

 

 

 

 

 

솔거나라 전통문화그림책

 

솔거나라는 이 땅의 어린이를 위한 전통문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솔거나라에는 오천 년 긴 세월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과 꿈, 땀과 멋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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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 - 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미 (Asian beauty) 2
박선희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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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

삼국의 주거와 인테리어 장식 미를 만난다.

 

 

 

 

 

 

 

서울 근교에 살게 되면서 가끔 남대문이나 경복궁 위주로 나들이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예전은 일본관광객을 흔하게 접했다면, 최근엔 중국관광객이 다수를 이루어 관광지엔 어딜가나 중국어라 들린다.

지나치나 흘깃 그들을 바라보면, '참 비슷하게 생겼다'며 혼잣말을 한다.

스쳐지나듯 바라 보면, 그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혹은 일본인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특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세월 얽히고, 설킨 역사 속에 닮거나 혹은 다른 동아시아 속의 한중일 아닐까? 

 

 

 

<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는 주거환경을 연구하는 박선희 교수의 연구물이다.

'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라는 부재에서 예측 할 수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의 주거환경을 깃점으로 서로의 다름과 같음에 대해 담고 있다.

 

평소 인테리어나 각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주 흥미롭게 접근 할 것 같다.

연구 논문의 격식이라 일반 독자들에게 접근성이 떨어 질 수도 있겠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스쳐 지나갔던 삼국의 다양한 문화의 동질감과 이질감에 공감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영화를 감상하며 화려한 색감에 당혹 스러웠고, 일본 여행때는 높이 쌓아올린 성들이 낯설었다.

익숙한 한옥과 인테리어 문양도 상세히 들여다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삼국의 중상류층을 견냥한 주거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사합원, 일본의 서원조, 한국의 반가 한옥이 그것이다.

<맨홀에 새겨진 베이징 후퉁의 일부>

 

중국 문화의 결정체로 '사합원'이 등장한다. 한漢나라 화베이 지방에서 발달해 중국 전역으로 퍼진 주거 형태이다.

'ㅁ' 형태로 폐쇄적인 주거 모양을 보인다. 역시나 '중화사상'의 세계관를 이해하는데 한 예가 아닐까 싶다.

상류계층의 중심 공간이었던 '사합원'의 자료는 문화혁명 당시 소실되어 자료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유독 관심이 갔던 것은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후퉁'이다.

베이징 도시 문화 운동가 리우바오첸 <베이징 후퉁>에서 "후퉁이야말로 베이징의 영혼이며 그 영혼을 이루는

요소가 바로 사합원이다"라고 전한다. 후퉁을 따라 격조있는 사합원의 주거 공간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50년 사회주의 건설 명목으로 베이징 도심이 파괴되어 후퉁의 모습이 변모되었다니 아쉽다.

 

주거공간의 변이를 통해 문화혁명과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로 인한 상처를 엿보게 된다.

 

<3진 사합원의 구성과 명칭>

 

 

'사합원'에서 눈에 띄는 건, 출입문이 정방에 단 하나뿐이다. 주거구조에 강한 중심성과 봉건사회 유가의 사상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됨을 알 수 있다. 엄격하고, 폐쇄적인 환경은 가부장의 통치권, 남존여비 관행, 주종관계 서열 등

중국 봉건사회 유교 기틀의 공고함을 확인 할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기술에서 오방색 중 '붉은 색'을 선호하는 내용도 솔깃했다. 원시시대부터 생명력과 숭상한 불의 이미지를

재앙과 위험에서 보호해준다는 강한 신념이 바탕을 이루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혁명 전사들의 정치적 도구에서 중국이란

국가를 상징하고 통합하는 역할로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여행 당시 가장 눈에 익숙한 것이 정원이고, 다다미 방, 성들이다.

서원조(書院造)​의 주거형태를 살펴보며 그들의 환경, 추구했던 삶에 대해 공유 할 수 있었다.

 

일본 전통 주택 형태를 체계적으로 갖춘 주거문화가 '서원조'이다. 중세는 천황과 귀족중심 사회에서 무사들이 정권을 잡은

'무로마치 시대' '에도시대'가 주를 이루었다. 무가 사회의 유교적 격식과 위계질서, 선종사상과 도가적 자연관이 어우러진

독특한 일본 문화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다. ​

 

 <우와지마 번주의 에도나카야시키>

 

저자는 일본의 공간개념을 '상대적 모호성과 복합성'으로 요약하며, '오쿠'라는 용어로 대변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주거사를 쓴 야나기 미요코는 "일본 전통 주거의 독특한 특징은 '접객 위주'의 공간 배치로,

채광이 좋은 최상의 방은 접객으로, 가족은 채광이 잘 안되는 협소한 방에 불편하게 생활하는 비경제적인

공간 사용 방식이었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서도 일본인들의 양면성을 확인 할 수 있다.

 

 

 <다다미의 면 분할과 확장이 공간 전체로 이어진 겐로쿠엔 다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에서 맘에 드는게 있다면, '다다미식 방'이다. 여기에도 다다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다미의 한자어 첩疊은 '포개어 겹친다'는 뜻이다. 헤이안시대 초부터 멍석이나 돗자리를 겹쳐 박아 사용한것에 유례한다.

일반 민가까지 확산 된 것은 메이지시대 초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바닥재로 규격의 미, 단아함,

대기와 수용의 공간미를 보여준단다. 다다미에 이런 다양한 의미가 있다니, 새삼 흥미롭다.

 

 

 

 

익숙해서 너무나 익숙해서 아는 듯 하지만, 안다고 착각한 한옥의 정체도 공부한 계기가 되었다.

'비움과 소통의 휴먼스케일'이라는 축약이 한옥에 대한 이미지에 확 다가서게 한다.

상류 주택의 규모를 통칭 '반가 한옥'으로 지칭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유·불·도 사상과 음양오행, 풍수사상에 기반한

한국인 특유의 상대주의적 혼성기질을 내포한 것이 '한옥'임을 명시한다.

 

 

 

 

 

계절의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겨울과 여름을 아우르는 온돌과 마루는 지혜롭다.

온돌방의 폐쇄성과 마루의 개방성은 개성과 공존이 놀랍게 조화를 이룬다.

 유·불·도 사상의 영향권의 세 나라 중 제일 변화무쌍한 주거환경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한국에서 정착된 생활문화의 원형은 조선후기며, 조선전기 주자 성리학이 도입되어 수정되는 삶의 과정에서 한국인 고유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방, 마루, 창호와 가구 배치나 크기, 형태는 가장 기능적이고

정서적인 인간공학적 휴먼스케일로 정착되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에는 삼국의 주거환경을 비롯해서 병풍, 의자, 방석, 창호의 무늬등 인테리어 소품의

모양과 색감, 배치구조 등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상류층이거나 당대 유명한 학자나 정치가들의

주거를 사례로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한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역사, 사회, 문화, 문학, 미적 영역까지 아울러

당대 시대의 주거환경이 현대의 삼국인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되었고, 공감해야 하는지 전해주어 유익했다.

 

저자는 말미에 삼국의 주거환경을 이렇게 정리한다.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 차이가 크다. 사합원이 똑같은 원형적 규범과 일률적 장식 요소를 지닌 데 비해

한옥은 합리적 개성과 기능적 표현을 우선했고, 서원조처럼 손님을 위한 격식적 공간 장식과 사용에 치중하지 않고

가족의 개별 삶을 존중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었다."   314쪽

 

 

'주거는 문화' 라는 인식은 미국의 인류학자이나 건축학자인 아모스 라포포트Amos Rapoport에 의해서다.

자연환경, 사회사상,종교,생업과의 연관성, 남녀관계, 손님 접대 방식 등 모든 유형을 고찰 한 결과 '집은 사회제도'라고

결론 내렸다는 '라포포트'의 생각은 이제 보편화 된 듯 한다.

 

 

얼굴만 설핏보면 거의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삶의 문화를 이어가는 삼국의 주거환경을 공유하며

동아시아 삼국의 깊고깊은 인연의 관계속에 같음과 다름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새삼 중요함을 깨닫는다.

최근 요동치는 국가간의 정세까지는 닿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근접하여 다가오는 중국와 일본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아주 좋았던 읽기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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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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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딱 오늘이다. 섬뜩 할 만큼 절묘한 타이밍이란 그해 추석 전날의 사건을 말하지 않을까?

14~5살로 기억하니, 이십년도 훨씬 넘은 날의 하루는 나이가 들수록 신기하다.

 

어려운 살림에도 명절엔 꼭 새옷을 장만했던 시절이다. 여느날 처럼 우리 삼남매는 새옷을 구입해서는

가계 마루에 걸터앉아 엄마랑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난데없이 몇년간 소식도 없으시던 외가의

친척 할머니께서 근방 한의원을 방문하고, 들르셨다고. 인사를 나누고 가계를 거쳐 방에서 과일을 대접하려는 순간.

우리는 전쟁이 터진줄 알았다. 가계 식당 냉장고를 밀고 트럭이 돌진해서 들어온 것이다.

 

그랬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찰나는 잊을 수 없다.

느닷없이 할머니께서 방문하지 않았다면, 우리 삼남매와 엄마는 큰 사고를 당했거나, 죽음에 이르렀을 줄...

 

 

기억에 있건, 없건 삶에서 죽음의 순간을 한번 즈음은 경험 하지 않을까?

 

 

 

<일 분 후의 삶>은 죽음 직전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한 12명의 생존자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기자 출신의 저자는 논픽션의 서술에 능숙한 느낌이다.  자칫 괴담으로 들릴 수 있을 법한 생존의 이야기는

 존재에 대한 가치를 죽음의 문턱에서 깨닫는 감동과 몰입을 담아내고 있다.

 

항해사로 등반가로 비행 조종사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들었다가, 하수구에 빠져 9일간 입구를

찾아 헤맸다는 사례까지 과학적,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생의 회귀가 신비로웠다.

 

해양 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김학실씨는 첫 항해로 들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결함으로 배가 폭발하고,

바다에 빠진다. 헤엄을 못치는 학실씨와 동기 영은은 선배 항해사가 건내준 튜브에 의지해서 선장님의

지속적인 위로와 혜안으로 목숨을 건졌다. 결국 선배 항해사와 선장님은 영면하셨다.

 

경남 거제의 임강룡 선생은 1990년 곡물을 이송하던 배 조수였다. 갑판에서 순간치는 파도에 쓸려

 바다로 떨어졌다. 홀로있다 순간 일어난 상황이라 배는 모르고 떠났다. '끝났구나' 하며

삶을 정리하는 순간. 100살에서 150살로 추정되는 거북이의 등이 그를 받쳐주었다.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7시간을 거북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구조되었다.

 

남양주의 조성철 선생은 1995년 12월 28일 망년회 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어처구니없이

경험한 일이다. 9일만에 생존하여 세상의 빛을 만나게 된다. 눈을 뜨니 사방은 온통 어둠,

독한 오염물 냄새만 진동했다. 망년회를 했던 곳에서 하수구 맨홀은 1분도 되지 않았다고.

그곳에서 더듬더듬 거렸던 시간이 9일이다.

 

창원의 이경섭씨는 아홉살에 친구를 구하기위해 얼음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을 거둔 후 소생한다.

영어강사로 유명한 이보영씨 어머니는 건국이래 최초의 여성 비행조종사 김경오 선생이다.

첫 딸을 순산하고, 4개월만에 교환 비행 제안을 받고서 현해탄을 건너던중 사고가 발생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바다를 향해 가던 중 비행기가 순행하였고, 오사카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기계결함이 발견되었다.

 

유망한 태권도 사범을 하다 전기감전으로 생의 모든 것이 달라지거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프로복서의 이야기는

오직 자신을 들여다보는 생의 몰입에 직면하는 과정을 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을 대면해 보았다. 두해 전, 일년간의 투병으로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염을 지켜보며

담담해지더라. 살아 힘들었던 삶이 죽음에 이르러 고요하고, 편안해 보였던 아버지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버지의 삶이 저러했더라며 생각했지만, 죽음 역시 삶과 다르지 않을진데.. 다행이다 싶었다.

 

죽음을 직면한 12명의 생존자들은 그날의 경험들로 인해 삶에 대한 희망의 존엄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 같다.

힘들면 흔히들 '팍 죽고만 싶네, 이래 살아서 되겠나'등 죽음은 끝날 것 같이 말한다.

그러다 살아서 극복하지 못한 삶이 죽음에 이르렀다고 끝은 아니다. 남은자의 슬픔은 윤회한다.

 

개인적으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라틴어를 늘 수첩에 새기고 다닌다.

죽음에 직면하는 것은 저 12명의 생존자만이 겪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삶의 동행에서 순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생존하거나, 죽음에 이르거나.. 生死를 맞이하는 태도가 오직 나이다.

 

 

 죽음 만큼이나 삶이 두렵다면, 죽음 앞에서도 역시나 두렵다.

죽음을 극복한 자들의 삶에 대한 존재가치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일분 후의 삶>을 통해 또 깨닫는다.

 

 

 

 

순전히 행복한 사람과 순전히 불행한 사람은 없다.

행복한 때와 불행한 때가 있을 뿐. 일생에는 행복과

불행이 뒤섞여 있다. 시절에 따라 그 비율이 조금씩

달라질 뿐. 가장 큰 행복은 괴로움이 가장 적을 때,

가장 큰 불행은 기쁨이 가장 적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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