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 - 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미 (Asian beauty) 2
박선희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

삼국의 주거와 인테리어 장식 미를 만난다.

 

 

 

 

 

 

 

서울 근교에 살게 되면서 가끔 남대문이나 경복궁 위주로 나들이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예전은 일본관광객을 흔하게 접했다면, 최근엔 중국관광객이 다수를 이루어 관광지엔 어딜가나 중국어라 들린다.

지나치나 흘깃 그들을 바라보면, '참 비슷하게 생겼다'며 혼잣말을 한다.

스쳐지나듯 바라 보면, 그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혹은 일본인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특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세월 얽히고, 설킨 역사 속에 닮거나 혹은 다른 동아시아 속의 한중일 아닐까? 

 

 

 

<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는 주거환경을 연구하는 박선희 교수의 연구물이다.

'사합원과 서원조, 반가 한옥을 중심으로'라는 부재에서 예측 할 수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의 주거환경을 깃점으로 서로의 다름과 같음에 대해 담고 있다.

 

평소 인테리어나 각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주 흥미롭게 접근 할 것 같다.

연구 논문의 격식이라 일반 독자들에게 접근성이 떨어 질 수도 있겠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스쳐 지나갔던 삼국의 다양한 문화의 동질감과 이질감에 공감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영화를 감상하며 화려한 색감에 당혹 스러웠고, 일본 여행때는 높이 쌓아올린 성들이 낯설었다.

익숙한 한옥과 인테리어 문양도 상세히 들여다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삼국의 중상류층을 견냥한 주거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사합원, 일본의 서원조, 한국의 반가 한옥이 그것이다.

<맨홀에 새겨진 베이징 후퉁의 일부>

 

중국 문화의 결정체로 '사합원'이 등장한다. 한漢나라 화베이 지방에서 발달해 중국 전역으로 퍼진 주거 형태이다.

'ㅁ' 형태로 폐쇄적인 주거 모양을 보인다. 역시나 '중화사상'의 세계관를 이해하는데 한 예가 아닐까 싶다.

상류계층의 중심 공간이었던 '사합원'의 자료는 문화혁명 당시 소실되어 자료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유독 관심이 갔던 것은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후퉁'이다.

베이징 도시 문화 운동가 리우바오첸 <베이징 후퉁>에서 "후퉁이야말로 베이징의 영혼이며 그 영혼을 이루는

요소가 바로 사합원이다"라고 전한다. 후퉁을 따라 격조있는 사합원의 주거 공간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50년 사회주의 건설 명목으로 베이징 도심이 파괴되어 후퉁의 모습이 변모되었다니 아쉽다.

 

주거공간의 변이를 통해 문화혁명과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로 인한 상처를 엿보게 된다.

 

<3진 사합원의 구성과 명칭>

 

 

'사합원'에서 눈에 띄는 건, 출입문이 정방에 단 하나뿐이다. 주거구조에 강한 중심성과 봉건사회 유가의 사상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됨을 알 수 있다. 엄격하고, 폐쇄적인 환경은 가부장의 통치권, 남존여비 관행, 주종관계 서열 등

중국 봉건사회 유교 기틀의 공고함을 확인 할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기술에서 오방색 중 '붉은 색'을 선호하는 내용도 솔깃했다. 원시시대부터 생명력과 숭상한 불의 이미지를

재앙과 위험에서 보호해준다는 강한 신념이 바탕을 이루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혁명 전사들의 정치적 도구에서 중국이란

국가를 상징하고 통합하는 역할로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여행 당시 가장 눈에 익숙한 것이 정원이고, 다다미 방, 성들이다.

서원조(書院造)​의 주거형태를 살펴보며 그들의 환경, 추구했던 삶에 대해 공유 할 수 있었다.

 

일본 전통 주택 형태를 체계적으로 갖춘 주거문화가 '서원조'이다. 중세는 천황과 귀족중심 사회에서 무사들이 정권을 잡은

'무로마치 시대' '에도시대'가 주를 이루었다. 무가 사회의 유교적 격식과 위계질서, 선종사상과 도가적 자연관이 어우러진

독특한 일본 문화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다. ​

 

 <우와지마 번주의 에도나카야시키>

 

저자는 일본의 공간개념을 '상대적 모호성과 복합성'으로 요약하며, '오쿠'라는 용어로 대변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주거사를 쓴 야나기 미요코는 "일본 전통 주거의 독특한 특징은 '접객 위주'의 공간 배치로,

채광이 좋은 최상의 방은 접객으로, 가족은 채광이 잘 안되는 협소한 방에 불편하게 생활하는 비경제적인

공간 사용 방식이었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서도 일본인들의 양면성을 확인 할 수 있다.

 

 

 <다다미의 면 분할과 확장이 공간 전체로 이어진 겐로쿠엔 다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에서 맘에 드는게 있다면, '다다미식 방'이다. 여기에도 다다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다미의 한자어 첩疊은 '포개어 겹친다'는 뜻이다. 헤이안시대 초부터 멍석이나 돗자리를 겹쳐 박아 사용한것에 유례한다.

일반 민가까지 확산 된 것은 메이지시대 초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바닥재로 규격의 미, 단아함,

대기와 수용의 공간미를 보여준단다. 다다미에 이런 다양한 의미가 있다니, 새삼 흥미롭다.

 

 

 

 

익숙해서 너무나 익숙해서 아는 듯 하지만, 안다고 착각한 한옥의 정체도 공부한 계기가 되었다.

'비움과 소통의 휴먼스케일'이라는 축약이 한옥에 대한 이미지에 확 다가서게 한다.

상류 주택의 규모를 통칭 '반가 한옥'으로 지칭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유·불·도 사상과 음양오행, 풍수사상에 기반한

한국인 특유의 상대주의적 혼성기질을 내포한 것이 '한옥'임을 명시한다.

 

 

 

 

 

계절의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겨울과 여름을 아우르는 온돌과 마루는 지혜롭다.

온돌방의 폐쇄성과 마루의 개방성은 개성과 공존이 놀랍게 조화를 이룬다.

 유·불·도 사상의 영향권의 세 나라 중 제일 변화무쌍한 주거환경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한국에서 정착된 생활문화의 원형은 조선후기며, 조선전기 주자 성리학이 도입되어 수정되는 삶의 과정에서 한국인 고유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방, 마루, 창호와 가구 배치나 크기, 형태는 가장 기능적이고

정서적인 인간공학적 휴먼스케일로 정착되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에는 삼국의 주거환경을 비롯해서 병풍, 의자, 방석, 창호의 무늬등 인테리어 소품의

모양과 색감, 배치구조 등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상류층이거나 당대 유명한 학자나 정치가들의

주거를 사례로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한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역사, 사회, 문화, 문학, 미적 영역까지 아울러

당대 시대의 주거환경이 현대의 삼국인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되었고, 공감해야 하는지 전해주어 유익했다.

 

저자는 말미에 삼국의 주거환경을 이렇게 정리한다.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 차이가 크다. 사합원이 똑같은 원형적 규범과 일률적 장식 요소를 지닌 데 비해

한옥은 합리적 개성과 기능적 표현을 우선했고, 서원조처럼 손님을 위한 격식적 공간 장식과 사용에 치중하지 않고

가족의 개별 삶을 존중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었다."   314쪽

 

 

'주거는 문화' 라는 인식은 미국의 인류학자이나 건축학자인 아모스 라포포트Amos Rapoport에 의해서다.

자연환경, 사회사상,종교,생업과의 연관성, 남녀관계, 손님 접대 방식 등 모든 유형을 고찰 한 결과 '집은 사회제도'라고

결론 내렸다는 '라포포트'의 생각은 이제 보편화 된 듯 한다.

 

 

얼굴만 설핏보면 거의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삶의 문화를 이어가는 삼국의 주거환경을 공유하며

동아시아 삼국의 깊고깊은 인연의 관계속에 같음과 다름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새삼 중요함을 깨닫는다.

최근 요동치는 국가간의 정세까지는 닿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근접하여 다가오는 중국와 일본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아주 좋았던 읽기의 경험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