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달린다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었을때,

마크 롤랜즈가 짐작한 대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가 달리기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역설할 거라고 생각했다.

심오한 철학을 담았으리라는 기대보다 달리기의 예찬 정도가 아닐까라고.

자신의 멋진 논리를 펴서 결국은 독자를 달리기에 입문하도록 설득할 거라고.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그가 쓰려는 내용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그는 효용에 근거한 가치인 도구적 가치는 항상 그 자체가 아닌 외부의 다른 것에 있으며,

그 다른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의 근원이라고 했다.

 

이게 뭔말이여?

달리기의 효용에 근거한 도구적 가치,즉 건강을 위해서라던가 여가선용을 위해서라던가는 진정한 가치가 아니란 말인가?

 

여기서부터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어린시절의 아일랜드에서 부츠라는 개와 함께 꾀 높고 가파른 언덕을 매일같이 달렸던 이야기며,

마이애미 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을때,

아무런 굴곡도 없이 평평하기만 한 거리를 달려보고는 너무 시시해서 달릴 의욕조차도 상실했다는 이야기에서는

이 철학자의 성격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짐작이 되었다.

그는 어린시절에그냥 놀이로 달리기를 했다면, 청년시절엔 자신의 소유물을 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개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집안 물건에 발산하기 전에 달리기로 소진시키자는 의도로 말이다.

어떤 의도로 달리기를 시작했건 간에 그에게 달리기는 어떤 목적이나 이유를 넘어서 달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치 철학이 여기에서 끌려나온다.

그는 도구적 가치만 있는 것은 일이라고 했다. 100%공감한다.

그리고 슐리크라는 철학자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은 일종의 놀이라고 했다.

도구적 가치가 있다라고 하는 말은 그 가치가 항상 외부에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즉 무언가를 위해서 라는 단서가 외부에 있는 가치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달리는 행위자체를 즐기면 달리기는 순수한 가치가 있는 놀이이지만 무엇을 위해 달린다면 그건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42.195km의 마라톤 구간을 달리다가 반환점인 21km에서 그만 둘수도 있었지만 다리의 근육에 통증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달리기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달리는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에게 놀이가 되는 것,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을 할때  너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을 찾아라.

돈이 얼마가 되더라도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좇아야기 돈을 좇아서는 안 된다. 항상 일이 아니라 놀이인 것을 찾아라-p244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라스뮈스 - 광기에 맞선 인문주의자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라스뮈스]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철학서적을 읽으면서 이렇게 즐겁게 읽었던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흥미로운 책들이 많았지만 [에라스뮈스]에는 비길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에라스뮈스]가 살았던 시대상황이 나의 흥미를 돋구는 요소가 되어주었고 이 책이 [에라스뮈스]라는 한 인간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거의 철학을 함께 논했기 때문이었다.

시대적 배경도 중세의 어둠을 깨고 르네상스의 바람이 온 유럽을 관통했으며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도 정말 흥미로웠다. 그래서 에라스뮈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1466년대 말에서 1536년 에라스뮈스가 죽을때까지의 행적들과 관계들을 함께 읽었다. 

그와 조우했던 영국의 휴머니스트 토마스 모어나 영국왕 헨리8세,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1세,카를5세는 따로 책을 찾아가면서 읽었다.

예전에 헨리8세에 대해서는 1000일의 앤과 결혼하기 위해서 로마교황청과 등을 지고, 수장령을 발표하여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에 올라 18년간이나 혼인관계를 유지했던 첫부인과 이혼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헨리8세가 사생활은 문란했는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아주 강력한 군주였으며 나라를 잘 다스린 왕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헨리 8세의 이혼을 반대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서 처형당했다는 사실에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는 에라스뮈스라는 인물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하고 있다.

그의 성격적인 우유부단함이나 대인적 면모나 소인배의 면모등을 과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에라스뮈스는 취향이 너무나 고상하고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때로는 너무 허약하여 그 시대에 이름을 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종교개혁을 이루었던 루터나 칼뱅같은 강철같은 의지나 추진력백절불굴의 일관성 성실성 등이 보이지않는다.

그러나 그가 종교개혁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관가하지 않았다.

그는 마르틴 루터장칼뱅 로욜라같은 불같은 혁명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펴낸 엄청난 저작들은 동시대인들에게 뿐아니라 후대에 걸쳐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의 다른 시점에서 금방 눈에 띄지 않지만 물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면 요한 하위징아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격몽요결 -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
이이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시절 띄엄띄엄 공부한 시간들을 합친다면 내가 한학에 입문한지가 꽤 오래된다. 초등 3학년무렵부터 여름밤이면 평상에 나와서 천자문을 함께 읽곤 했다. 내가 팔남매의 일곱째이고 딸이다보니 한문을 곧잘해도 아버지의 관심이 집중된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남자형제들에게 가르치는 중에 나도 같이 끼여서 공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기싫어하는 아들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관심또는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했고 오빠들과 남동생을 제치고 앞서나갔다. 천자문을 떼고 나서는 소학을 배웠고 추구와 격몽요결도 공부했다.그후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한문공부는 중단되었다.

아버지는 소학은 강조하셨지만 격몽요결은 별로 크게 치지 않으셨다. 소학에 있는 내용들 중에 꼭 알아야할 내용을 간추린 정도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오히려 소학에 나오는 글들을 많이 외우게 했는데 지금도 앞문장을 보면 뒷문장이 줄줄 읊어지는 내용들이 많다.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나온 격몽요결은 원문과 더불어 직역한내용과 해설한 내용까지 붙여서 독자가 이해하기 아주 쉽게 엮어놓았다. 특히 원문아래 붙여 놓은 주석은 한문상식이 전혀없는 사람들이 봐도 읽는데 무리가 없도록 해 놓았다. 거기다 원문에는 한글로 토를 달아놓아서 한자를 읽는데 막히지 않게 친절을 베풀었다. 주석만 읽어도 제법 공부가 되어서 참 좋았다. 특히 한문 문법에 약한 나에게는! 

격몽요결의 주요내용은 이이가 서문에 밝힌대로 뚯을 세우고 몸을 잘 간수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일을 올바로 처리하는 방법을 간략히 썼다고 했듯이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이치를 추구하고 올바로 행동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을때 어떤 책부터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하고 자식된 도리는 어떻게 하며 예를 어떻게 지키고 사람들과는 어떻게 사귀며 생활해야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인들이 이책을 읽으면 지금과 맞지않는 점이 너무 많아서 받아들일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례나 제례에 관한 내용은 현실에 맞출 수가 없다. 하지만 형식은 따르지 못하더라도 그 시대의 정신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간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인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이 유교적인 예에 얽매이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사람의 70%이상이 제사를 지낸다고 본다면 무리한 글은 아닐 것이다.

참 오랫만에 다시 읽은 [격몽요결]이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고 생각나게 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도 권리가 있어요! 콩세알 1
에드 에 악시몽.헤이디 그렘 지음, 올리비에 마르뵈프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온 세상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기르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기도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라" 일 것이다. 좀더 욕심을 내면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바른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그 기원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나도 권리가 있어요]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바로 그런 어린이들이다. 의무교육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부모는 당연한 의무로 아이들을 교육해야하고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너무나 가난하여 학교를 다닐 수 없다거나 아직 일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거나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어린 병사로 팔려가거나 정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유엔에서 규정하는 권리가 있다[나도 권리가 있어요]에서 언급된 나라들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모든 어린이는 무상으로 초등 의무 교육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능력에 따라 중등 교육와 더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호세가 사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시골 지역은 학교가 없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호세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교육을 받아야하고 공부를 해야하지만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호세는 집에서 이모가 가르친다. 그래도 호세는 교육해줄 어른이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자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능력도 안되는 무지한 부모 및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더한 경우는 교육을 생각한다는 자체가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의 상황에 놓여있는 어린이들이다. 자신의 나라가 전쟁으로 인해서 가족전체가 난민으로 떠돌아 다녀야 한다거나 아예 어린 병사가 되어 전쟁의 포화속에 놓여있거나 너무나 가난하여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아이들이다.

[나도 권리가 있어요]는 아이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를 말하고 싶어서 출판된 책이 아닌것 같다. 지구상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당연히 누려야하는 자신의 인권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살고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도움을 주고자 펴낸 책인것 같다.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을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언급했다면 이 책은 동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적당히 환상적이거나 은유로 내용을 짐작하게 함으로써 동화로 만들었다.

이 책에 언급되지않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엄청날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아이들의 인권에 도움이 되는 작은 힘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구 할매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은일 작가의 글은 [매구할매]가 처음이었다. 책 소개글에서 말했듯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펼쳐서 독자들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가였다. 무거운 주제를 [매구할매]라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들어 재미있게 잘도 써 주었다. [매구할매]는 400년이나 된 계성재에 예전에 살았고 지금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400년 동안 지켜지고 이어져온 종가 계성재가 현대에 접어들어 빠르게 쇠락해가는 모습이 가슴아팠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인간이 너무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변하면서 정말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다.

우리 시집은 종가는 아니지만 4대를 독자로 내려오다보니 제사가 많았다. 시집 올 당시에 시할머니 연세가 여든이었는데 아흔 다섯에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아버님께서는 기제사를 4개로 줄였다. 고조할머니 할아버지를 하루에 지내고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를 하루에 지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었으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제사는 그대로 지내지만 시아버님 내외분이 돌아가시면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를 합치고  고조할아버지 내외분 제사를 시사로 올리라고 하셨다. 거기다가 작년엔 선산에 있는 산소들을 한곳으로 모아서 평장을 했다. 산소들이 산 꼭대기부터 중턱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있어서 벌초하기도 힘들었을 뿐아니라 멧돼지들이 여러번 산소를 파헤쳐서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우리집안은 몇대를 독자로 내려오다보니 아버님과 남편이 뜻을 모으면 산소 이장이 쉽게 결정나서 윤달에 했지만 자손이 많은 집안은 산소 이장을 마을대로 할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매구할매]를 읽는 내내 종가를 지켜내기가 참으로 어려워 보였다. 소설에서도 말하지만 종가를 지켜내는 건 종손이 아니라 종부의 몫이었다. 종부로 들어온 사람에게 지워지는 짐이 여간한 무게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많이 배우고 똑똑한 현대의 종부는 결혼 당시에는 종가의 며느리로 살겠다고 하고 왔지만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온갖 핑계로 제사나 명절에 아예 시댁에 발걸음을 끊어버리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이혼을 시킬 수도 없고, 며느리는 더 당당하다. 교회가는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것 같으면 이혼하겠다고 나선다. 부모가 나서서 손자 낳고 사는 자식을 이혼 시킬 수도 없으니 종가가 이어져 가기가 어렵기 짝이 없다. 업친데 덮친다고 칠순의 종부는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은 칠순의 종손이 계성재를 지키고 있지만 자신의 사후에는 자손들이 나서서 재산 분할을 해 다 팔아치울거라고 예상한다.

[매구할매]를 읽는 내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바로 나의 이야기였다. 글로벌 세상이 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그리고 조상을 섬기고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사는 미풍양속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기가 마음 아프다. 결국 대한민국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송은일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재미있는 [매구할매]를 읽고 한주일 내내 행복했다.

 

아쉬운 오타  P260 -8째줄 은현은 천에게...- 은현이 아니라 혜국이라해야 맞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